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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전환 -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 ㅣ 코기토 총서 : 세계 사상의 고전 18
칼 폴라니 지음, 홍기빈 옮김 / 길(도서출판) / 2009년 7월
평점 :
지구 별에 사는 우리는 자기가 딛고 선 대지의 단단함만 느끼기에 이 광대한 우주가 얼마나 텅 비어있는지 알지 못하고,
'강남 스타일'에 흥겨워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시리아에서 폭격으로 죽어나가는 청년과 어떠한 동시대적 감성도 갖지 못하며,
금융1번지 여의도의 번듯한 직장인은 학자금대출을 갚기 위해 최저임금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는 20대의 고단함을 알지 못한다.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라던 마리 앙뜨와네트를 비웃는 우리의 자화상이 혹 그녀를 닮지는 않았을까?
우리는 임금을 받고 노동을 하며, 집값이 오르기를 희망하며 아파트를 사고, 사회적 위신을 높이기 위해 돈을 모은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이 본래적으로 그러한 인간의 본성이라고 당연시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실제로는 불과 200년에 출현한 '자기 조정 시장'의 인위적인 작품이라는 사실을 갈파한다.
결코 상품인 적이 없었던 인간, 토지, 화폐의 허구적 상품화는 그렇게 지금 우리의 세상을 만들었고 여전히 그 빛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세상의 진리라 믿는 열혈 자본주의자라 하더라도, 퇴근 후에 돌아가는 집에서는 경제적 타산과 무관한 온기를 바라고 꿈꾼다.
경제란 사회의 일부분이므로, 사회적 관계를 모두 대체할 수는 없는 법이다.
산업혁명이 탄생시킨 놀라운 시장 경제의 최종 목적지가 왜 파시즘의 발흥과 1,2차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비극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살이 마르도록' 지난한 고민을 통해 파헤친 저자의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의 영혼을 경시하고 과학적 원리만을 추구하는 맑스와 하이예크의 신봉자들에게 죽비를 내리치는 탁월한 고전이자 명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