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성경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케네스 C. 데이비스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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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좋은 책을 함께 읽고 공감하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까?

그런데 왜 우리는 마음을 위로해주는 베스트셀러를 수시로 읽어도 영혼의 허기를 채우지 못할까? 좋은 책이 아니라서? 책이 혼탁한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궁극적인 열쇠가 아니었나?

이 답의 가능성은 간접적으로나마 경건과 사랑 그 자체인 책의 이력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미국인 10명 중 9명은 성경을 갖고 있다 … 전 세계에서 팔려나간 성경 부수는 문자 그대로 셀 수조차 없다. 성경이 얼마나 많은 언어로 번역되었는지 조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완역된 것만 해도 유럽 언어가 40개 이상, 아시아와 태평양 언어는 125개 이상, 아프리카 언어는 100개 이상이나 되며, 아프리카 언어로 부분 번역된 것도 500개가 넘는다.'

아무리 좋고 아름답고 유익한 글과 말과 몸짓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동일한 성취에 도달할 수는 없으며, 설령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세상이 아무런 차별없이 동일한 모습을 띠는 순간 그것은 천국의 삶이 아니라 정지된 삶이요, 백지의 삶일 것이다.

다양성은 언제나 불안정하지만 획일성은 언제나 침울하다. 유토피아는 도달하려는 길의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나아가는 그 길 위에 서서히 세워지는 법이니 멈추면 사라지는 신기루와 같다.

그러니 다시 또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좋은 책을 어떻게 나눠야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까?

겸손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성경의 문자적, 시대적, 우의적 의미를 간결하게 탐구하고 정리한 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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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 - 범우 비평판 세계 문학 61-1
크누트 함순 지음, 김남석 옮김 / 범우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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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와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 등 의식의 흐름을 서술한 현대소설가들의 선구가 된 작품. 굶주림이 갉아먹는 한 인간의 스산한 내면 풍경이 잘 드러나있다.

국민작가였던 저자가 노년기에 발발한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에 협력하여 조국(노르웨이)의 항복과 복종을 주장한 사실은 일제시대를 엇갈린 고뇌속에 살았던 우리의 지식인들과도 겹친다.

그는 뛰어난 작가였지만 정치와 사회에 무지한 사람이었고, 노벨상을 수상한 거장의 배반의 기록은 그의 뛰어난 문학적 성취의 정반대의 자리에 남아 소중한 역사의 교훈이 되고 있다.

"나는 나치즘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물론 내가 때때로 나치정신으로 글을 썼다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나는 그것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나치정신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잡초무성한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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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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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이것저것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금 문학에 반영되는 국가별 정서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불안'이라는 개념이 지역마다 독특한 형태로 피어오르는 장면들은 묘하게 매혹적이다.

러시아의 인물들은 압도적으로 덮쳐오는 외부의 '불안'에 휩싸이면 곧 무릎을 꺾고 만다. 존재를 무화시키는 광활함 앞에서 왜소한 개체는 그저 우왕좌왕, 엉뚱한 행동을 반복한다. 고민하고 사유할 겨를도 없이 휩쓸려가는 내면의 혼란은 희화된 몸짓과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타난다.

일본의 개인들은 한없이 안으로 침잠한다. 그들은 '불안'이 사회에 뿌리를 대고 있음을 감지하지만 그 얼굴을 직시하지 않는다. 개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불안'은 수시로 미움의 구름이 되어 주변에 내린다. 성찰하면서 공존한다. 눈 먼 자들의 도시와 같은 음습함이 감돈다.

미국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불안'은 완전한 건조상태다. 일본이 습기를 머금어서 축축하다면 미국은 황야의 삭풍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바싹 메말라있다. 사시사철 끝나지 않는 건기 같다. 건드리면 바로 부서질 것만 같은 이 뼈만 남은 공룡은 그러나 여전히 살육기계로 작동한다.

프랑스는 '불안'마저 탐미한다. 죽음충동과 공포, 대립과 우울 등 '불안'에 내재되어 있는 온갖 부정적인 인간 감성을 경이의 눈으로 대하며 완전히 거기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메스로 뒤집어보고 갈라보고 해체하면서 세포의 흐르는 점액질을 맛본다. '불안'을 형상화한다.

중국의 '불안'은 대단히 고전적이다. 거대한 힘에 휩쓸려가는 개인의 절규라는 점에서 러시아와 닮았지만 중국의 개인들은 분산되어 있지 않다. 전통적 공동체를 유지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으로 묶여 있으며 죽음마저 그 안에서 집단적으로 맞이한다.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오랫동안 고요한 호수로만 떠다니다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바다로 나선 신세다. 급격하게 몰아친 폭풍우에 휘말려 짧고 굵직하게 바다를 표류하다 간신히 어느 해안가에 도착해서, 이제 살았나 싶었지만 어째 여기가 섬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엄습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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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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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드물게 지상에서 태어나지만, 인간을 악마로 길러내는 것은 체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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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가난한 사람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1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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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다 가난하다 해도 어쩌면 그렇게도 가난한지, 세상에!"

라며 이웃을 걱정하던 자신의 처지가,

"바렌까, 솔직히 말해서 저는 지금 더 이상 가난할래야 가난할 수도 없을 만큼 가난합니다."

결국 이 모양이었으니...

간질과 유형생활, 극적인 사형 중단, 노름빚에서 기인한 궁핍 등 끝모르는 고난에 짓눌려 살았던 작가의 원체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주인공의 바보스러운 행동과 분열된 자기 합리화, 성실성과는 동떨어진 채 도피로 일관하는 가난에 대처하는 자세, 유려한 문장에 대한 선망과 질투, 인물의 모순된 의식을 파헤치고 또 파헤치는 집요함 등 작품 곳곳에서 저자 자신의 그림자가 수시로 출몰한다.

자신을 해석하고자 했으나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의 구부정한 의식이 기나긴 문장을 베고 애처롭게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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