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 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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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기다린다.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누구도 다가오지 않는 시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어떤 일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런 기다림의 시간을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은 형벌의 시간이며 동시에
축복의 시간이다.

당신, 지금 기다리고 있는가?


- 조병준의《따뜻한 슬픔》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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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 천양희의 시〈너에게 쓴다〉(전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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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장편소설 '칼의 노래' 첫 문장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입니다.
이순신이 백의종군해서 남해안으로 내려왔더니 그 두 달 전에 원균의 함대가 칠천량에서 대패해서 조선 수군은 전멸하고 남해에서 조선 수군의 깨진 배와 송장이 떠돌아다니고 그 쓰레기로 덮인 바다에 봄이 오는 풍경을 묘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에서 버려진 섬이란 사람들이 다 도망가고 빈 섬이란 뜻으로, 거기 꽃이 피었다는 거예요.
나는 처음에 이것을 "꽃은 피었다"라고 썼습니다. 그러고 며칠 있다가 담배를 한 갑 피면서 고민고민 끝에 "꽃이 피었다"라고 고쳐놨어요.
그러면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는 어떻게 다른가.
이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습니다.
"꽃이 피었다"는 꽃이 핀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언어입니다.
"꽃은 피었다"는 꽃이 피었다는 객관적 사실에 그것을 들여다보는 자의 주관적 정서를 섞어 넣은 것이죠.
"꽃이 피었다"는 사실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이고 "꽃은 피었다"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입니다.

 이것을 구별하지 못하면 나의 문장과 소설은 몽매해집니다.
문장 하나하나마다 의미의 시계와 사실의 세계를 구별해서 끌고 나가는 그런 전략이 있어야만 내가 원하고자 하는 문장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본문 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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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인 것 이상의 목표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십시오.
너무 도덕적이 되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면 삶의 많은 부분에 있어서
자신을 속이게 될 것입니다. 도덕적인 것
이상의 목표를 가지십시오.
그저 좋은 사람이 되지는 마십시오.
무언가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하십시오.

 

 -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구도자에게 보낸 편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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