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 천양희의 시〈너에게 쓴다〉(전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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