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토요일 아침,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으며

어제 선물받은 이은규의 <다정한 호칭>,을  읽는다.

다정한 호칭,을 너에게도 나에게도 부르고 싶은 그런, 아침.

함께 받은, 박경리 선생님의 <우리들의 시간>은 내일쯤 읽을 것이다.

슈투트가르트 챔버 오케스트라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처음 들었던 시간들은

또 우리에게 얼마나 고요하고 황홀한 시간들이었는가..

어젯밤 너와 함께 마신 술이 아직도 안 깨어  얼큰쌀국수를 끓여 먹었는데 맛이 없었다.

레드파파야 블랙티를 끓여  단단하고 예쁘디 예쁜 사과나 깎아 먹어야겠다. 

글렌 굴드의 음반을 꺼내고 다시,

키스 자렛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바꿔 들으니 정말 오늘은, 이 음반이 너무 좋구나.

쳄발로의 챙강챙강하고 찰랑찰랑한 음악이 공간속을 널리 퍼져 나가니 숙취가 확, 풀리며 정신이 맑아졌다. 아, 술 먹은 다음 날은 이 음반을 듣자.

율리!

오늘도 잘 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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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04-20 11:41   좋아요 0 | URL
해장으로 음악을 선택하시는 님 짱인듯... ㅎㅎ

appletreeje 2013-04-20 18:17   좋아요 0 | URL
오늘은 어쩌다 그렇게 됐어요. ^^;;;
보슬비님! 비오는 주말, 행복한 시간 되세요~*^^*

후애(厚愛) 2013-04-20 11:52   좋아요 0 | URL
<우리들의 시간>이 박경리 선생님의 책이였군요.
음악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오늘 대구도 비가 내립니다.
이런 날 책을 읽으면 시간 보내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가득~~♡♡ 행복가득~~♧♧

appletreeje 2013-04-20 18:23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이 책을 선물 받고서야 알았어요.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가 오나 보군요. ^^
비 오는 날은 왠지 꼼짝 않하고 책 읽고 음악 들으면 정말 편안하지요.~
거기다 맑은 술 한 잔, 곁들이면 금상첨화~^^;;;
이모티콘이 예뻐요.~~
후애님! 편안하고 좋은 주말 보내시고요.~*^^*

2013-04-20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20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04-21 09:20   좋아요 0 | URL
맑은 빗소리와 함께
맑은 책 누리셔요

appletreeje 2013-04-21 10:58   좋아요 0 | URL
예~~감사합니다. ^^
함께살기님께서도 좋은 시간 되세요. *^^*

후애(厚愛) 2013-04-21 10:25   좋아요 0 | URL
주말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appletreeje 2013-04-21 10:59   좋아요 0 | URL
후애님께서도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후애(厚愛) 2013-04-21 12:23   좋아요 0 | URL
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수이 2013-04-21 15:10   좋아요 0 | URL
다정한 호칭, 좋아요. 바흐도. 나무늘보님도.

appletreeje 2013-04-21 23:42   좋아요 0 | URL
저도요. 다정한 호칭도, 바흐도, 앤님도요. ^^
좋은 밤 되시기를..
 

 

 ...

 길은 막혔다. 라디오 어느 채널에선가 "우리는 다섯 가지 기본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애정과 소속감에 대한 욕구,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싶은 욕구, 즐겁게 살고 싶은 욕구, 자유에 대한 욕구, 생존에 대한 욕구가 그것입니다"라는 음성이 들렸다. 

 

 "친구 사이는 숲속에 난 길과 같아서, 자주 그 길을 찾지 않으면 잡목이 우거져서 나중엔 그 길을 찾을 수 없대."

 

 한편 참나무처럼 단단한 정직 위에 뭉툭한 음이 얹히면 단순한 믿음과 투박한 절실함이 깃들인 시가 되었다.

 

  함께 산다는 건 도약하는 것, 개인적인 질문을 딛고 서로를 향해 묻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여행이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레이더를 가지고 있다./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를 읽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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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9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19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19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20 0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승달

 

 

 

 

                    오스트리아 마을에서

                    그곳 시인들과 저녁을 먹고

                    보리수 곁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등뒤에서 어떤 손이 내 어깨를 감싸쥐었다

                    나는 그 말을 알아 들었다

                    그가 몸을 돌려준 방향으로 하늘을 보니

                    산맥 위에 초승달이 떠 있었다

                    달 저편에 내가 두고 온 세계가 환히 보였다

 

                    그후로 초승달을 볼 때마다

                    어깨에 가만히 와 얹히는 손 있다

 

                    저 맑고 여윈 빛을 보라고

                    달 저편에서 말을 건네는 손

                    다시 잡을 수 없음으로 아직 따뜻한 손

 

                    굽은 손등 말고는 제 몸을 보여주지 않는 초승달처럼  (P.29 )

 

 

 

 

 

                 재로 지어진 옷

 

 

 

 

                     흰 나비가 소매도 걷지 않고

                     봄비를 건너간다

                     비를 맞으며 맞지 않으며

 

                     그 고요한 날갯짓에는

                     보이지 않는 격렬함이 깃들어 있어

                     날개를 둘러싼 고운 가루가

                     천 배나 무거운 빗방울을 튕겨내고 있다

                     모든 날개는 몸을 태우고 남은 재이니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를 굴러 올리면서도

                     걸음이 가볍고 가벼운 저 사람

                     슬픔을 물리치는 힘 고요해

                     봄비 건너는 나비처럼 고요해

 

                     비를 건너가면서 마른 발자국을 남기는

                     그는 남몰래 가졌을까

                     옷 한 벌, 흰 재로 지어진  (P.37 )

 

 

 

 

                 빛은 얼마나 멀리서

 

 

 

 

                      저 석류나무도

                      빛을 찾아나선 삶이기는 마찬가지,

                      주홍색 뾰족한 꽃이

                      그대로 아, 벌린 입이 되어

                      햇빛을 알알이 끌어모으고 있다

 

                      불꽃을 얹은 것 같은 고통이

                      붉은 잇몸 위에 뒤늦게 얹혀지고

                      그동안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사랑의 잔뼈들이

                      멀리서 햇살이 되어 박히는 가을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는 나이가 되어도

                      빛을 찾아나선 삶이기는

                      마찬가지, 아, 하고 누군가 불러본다  (P. 53 )

 

 

 

 

 

                  聖 느티나무

 

 

 

 

                       속이 검게 타버린 고목이지만

                       창녕 덕산리 느티나무는 올봄도 잎을 내었다

 

                       잔가지 끝으로 하늘을 밀어올리며 그는

                       한 그루 榕樹처럼

                       제 아궁이에서 자꾸만 잎사귀를 꺼낸다

                       번개가 가슴을 쪼개고 지나간 흔적을 안고도

                       저렇게 눈부신 잎을 피워내다니,

                       시커먼 아궁이 하나 들여놓고

                       그는 오래오래 제 살을 달여 내놓는다

                       낮과 밤의 새가 다녀가고

                       다람쥐 일가가 세들어 사는,

                       구름 몇 점 별 몇 개 뛰어들기도 하는,

                       바람도 가만히 숨을 모으는 그 검은 아궁이에는

                       모든 빛이 모여 불타고 모든 빛이 나온다

                       까마귀 깃들었다 날아간 자리에

                       검은 울음 몇 가지가 뻗어 있기도 한다

 

                       발이 묶인 채 날아오르는 새처럼

                       덕산리 느티나무는 푸른 날개를 마악 펴들고 있다  (P.95 )

 

 

 

                                                    -나희덕 詩集, <사라진 손바닥>-에서

 

 

 

 

 

 

  

   아침에 일어나,  처음으로 하는 일이 식구들이 마실

   茶를 우리는 일이다. 맑고 건강한 기운으로 오늘 하루도

   향기롭고 좋은 하루가 되기를 기도하며.

   아침에 남은 차를 한 잔, 또 마시고 있다.

   차는 여전히 향기로운데 내 마음은 어쩐지 흐림,이다.

   오후에 있을 미팅을 생각하고, 이번 일을 함께 하게 된 어떤

   사람에 대한 신뢰감이 이미 상실됐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는 공적인 사이를 떠나 사적인 친교까지 나눈 관계지만

   그 과정에서, 뭐라 표현키 힘든 유대감으로 타인의 날개까지

   자신의 날개로 생각하곤 하는 이상한 순진함(?)의 속을 전에

   이미 보아 버렸기 때문이다.

   나희덕님의 시를 읽다가, 초승달같은.. 어깨에 가만히 와 얹히는

   손과 느티나무의 푸른 날개를 생각하며, 다시 빛을 찾아 나선다.  

                                           봄비 건너는 나비처럼 고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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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3-04-18 12:15   좋아요 0 | URL
오늘은 '초승달'이 마음에 드네요. 아마도 오스트리아의 어느 산골 마을이 그리워서인것 같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모든것이 새롭고 좋았던지...

appletreeje 2013-04-18 12:22   좋아요 0 | URL
앗, 보슬비님! 덧글을 붙이는 순간에 오셨군요.~^^
저도 '초승달'이 좋았습니다.
오늘은 어깨에 가만히 와 얹히는 손,이 그리운 날이라서요.
보슬비님께서 오스트리아의 어느 산골 마을을 그리워하시는 마음도
다정히 보이는 듯 하구요. ^^

2013-04-18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18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3-04-18 13:06   좋아요 0 | URL
저도 '초승달'이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재로 지어진 옷'도 좋구요.

appletreeje 2013-04-18 22:11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습니다.^^
오늘은 마음이 무거운 돌덩이를 굴러 올리면서도
걸음이 가볍디 가벼운 사람의, 가만히 어깨에 올리는 손이 그리웠던 날이었지요.
후애님!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

이진 2013-04-18 21:52   좋아요 0 | URL
제 시반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나희덕 님의 시는 다 우린 찻잎 같지요...

appletreeje 2013-04-18 22:1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
잘 우려난 차,를 만든 찻잎...
소이진님! 좋은 밤 되시구요. *^^*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 나의 친구, 나의 투정꾼, 한 번도 스스로를 위해 면류관을 쓰지 않은 나의 엄마에게
이충걸 지음 / 예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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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의 개정증보판이 나왔구나. 지금 모니터 앞엔 前 책이 있다. 개정증보판이란,말에 3초동안 망설이기는 했지만 아마도 저녁엔 이 책을 읽을 것이다. 이충걸적인 글쓰기,를 사적인 취향으로 좋아하며, 역시 교훈적이지 않을 그러나 여전히 즐겁게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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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8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18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섶섬이 보이는 방 
            ㅡ이중섭의 방에 와서


                                                 나희덕


 

 

   
           서귀포 언덕 위 초가 한 채 
           구퉁이 고방을 얻어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다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방보다는 차라리 관에 가까운 그 방에서 
           게와 조개를 잡아먹으며 살았다 
           아이들이 해변에서 묻혀온 모래알이 버석거려도 
           밤이면 식구들의 살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조개처럼 입을 다물던 방, 
           게를 삶아 먹은 게 미안해 게를 그리는 아고리와 
           소라껍질을 그릇 삼아 상을 차리는 발가락군이 
           서로의 몸을 끌어안던 석회질의 방, 
           방이 너무 좁아서 그들은 
           하늘로 가는 사다리를 높이 가질 수 있었다 
           꿈 속에서나 그림 속에서 
           아이들은 새를 타고 날아다니고 
           복숭아는 마치 하늘의 것처럼 탐스러웠다 
           총소리도 거기까지는 따라오지 못했다 
           섶섬이 보이는 이 마당에 서서 
           서러운 햇빛에 눈부셔 한 날 많았더라도 
           은박지 속의 바다와 하늘, 
           게와 물고기는 아이들과 해질 때까지 놀았다 
           게가 아이의 잠지를 물고 
           아이는 물고기의 꼬리를 잡고 
           물고기는 아고리의 손에서 파닥거리던 바닷가, 
           그 행복조차 길지 못하리란 걸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알지 못한 채 살았다 
           빈 조개껍질에 세 든 소라게처럼

 

 

                                            -나희덕, <섶섬이 보이는 방 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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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3-04-17 09:34   좋아요 0 | URL
나희덕님의 시 , 정말 간만이군요 ^^
오늘도 나무늘보님 덕에 행복한 하루 ~ ^^
즐거운 수요일 ~되세요 ㅎ

appletreeje 2013-04-17 09:38   좋아요 0 | URL
앗, 드림님! 우리 실시간~^^
드림님 덕분에 저도 오늘 행복한 하루, 시작합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수이 2013-04-17 09:56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화가 중에 이중섭이 제일 좋더라구요. 김창렬도 김환기도 좋지만 역시 이중섭!
나희덕 시인의 저 시는 처음인데도 마치 읽은 적이 있는 것만 같아요. ^^

appletreeje 2013-04-17 10:11   좋아요 0 | URL
저도요~^^
중학교때 돈을 열심히 모아 인사동 책방에서 처음으로 산 책이, 이중섭 화집이었어요. 노란 이중섭 화집.
그 다음으로 좋아한 화가는 박수근이었구요.^^ 물방울 화가 ,김창렬의 그림들도 많이 좋아 했지요.~ 오늘 아침에 이 시를 읽다가, 이중섭의 그림이 그리웠어요.
앤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2013-04-17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17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3-04-17 13:51   좋아요 0 | URL
올리시는 글들이 너무 좋습니다!^^
좋은 시들도 올려 주시고 좋은 책들도 올려 주시고...
덕분에 보고싶은 책들이 더 많아졌습니다.ㅎㅎㅎ

appletreeje 2013-04-18 09:14   좋아요 0 | URL
후애님께서 좋다하시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후애님!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숲노래 2013-04-17 13:56   좋아요 0 | URL
좋은 그림이 있어
좋은 시를 쓰고,
좋은 시가 있어
좋은 그림을 그려요.

appletreeje 2013-04-18 09:15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이세요. ^^
좋은 것들이 서로 좋은 아름다움을 불러 일으키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