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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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이 다소 매끄럽지는 않아도 스토리의 힘으로 충분히 몰입의 즐거움을 주었다. 정여립, 죽도할아버지가 손수 이름을 지어준 `늙지도 죽지도 않는`여자 홍도의 사백서른세 살의 여정이 역사와 사랑과 맞물려 있다. 역사는 배우고 익히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찾아내고 새롭게 쓰는 것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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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3-10-18 09:24   좋아요 0 | URL
홍도, 예전부터 눈여겨 봐왔었는데 ㅎㅎ 늙지도 죽지도 않는 ... 홍도?
허나, 인생은 짧기 때문에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ㅎㅎ

appletreeje 2013-10-18 09:51   좋아요 0 | URL
맞아요~죽지도 못한다면 그 또한 큰 고통이겠지요~
홍도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어떤 일로 그렇게 되었는데,
작가의 상상력이 부른 고난이 아닐까요...괜히 홍도를 대신해...ㅠㅠ
 
팽이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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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튼튼한 옷,같은 장편들에서 실크옷을 입고 나타난 듯한 단편의 초입엔 짐짓 당황했다. 그러나 완독후 역시 최진영이구나,하는 안심을 했다. 더욱 단단하고 예리하고 깊고 매끄럽다. 실크란 누에고치에서 올올이 뺀 실로 지은 옷이 아니던가. 작가의 다음 책을 또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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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3-10-18 09:22   좋아요 0 | URL
실크란 누에고치에서 올올리 뺀 실로 지은 옷 ~ 참 멋진 표현입니다 ^^ 저도 이 책 있어서 ,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 ㅎㅎ요즘은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고..ㅠㅠ
오늘이 전 17일인줄 알고 있었는데 18일이라네요 ㅠㅠ....

appletreeje 2013-10-18 09:27   좋아요 0 | URL
앗, 우리 실시간이네용~~ㅎㅎㅎㅎ
오늘은 18일 맞습니다, 맞고요~~ㅋㅋㅋ
최진영의 책은 <끝나지 않는 노래>를 시작으로 읽었었는데
시퍼런 희망이, 넘실대는 신뢰할 만한 젊은 작가지요~

안녕미미앤 2013-10-20 00:02   좋아요 0 | URL
시퍼런 희망이 넘실대는 신뢰할만한 젊은 작가. 캬~ 최진영은 좋겠다요^^

appletreeje 2013-10-20 15:21   좋아요 0 | URL
와앙~~안녕미미앤님!!
잘 지내시고 계셨지요~?^^ 그러리라 믿어요!
안녕미미앤님,이시니까요~ㅎㅎㅎ

최진영 작가, 예~아주 좋은 작가라 생각합니다~
안녕미미앤님! 언제나 늘~ 충만하고 좋은 날 되시길 빌어요~*^^*
 

 

 

 

 

 

 

젓갈 장사 아저씨의 외침을 들었다.

 "명란젓, 오징어젓, 꼴뚜기젓, 한번 드셔보세요. 까무라칩니다. 너무 맛있어서 기절했다가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납니다."

 그때 나는 '무명의 시인이 여기 있네. 장사하는 아저씨의 창조정신이 남다르네' 감탄하며 웃었다. 그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꼴뚜기젓 한 통을 사왔다. 다행히 까무라치지는 않았으나, 꼴뚜기가 뛰노는 바다가 그리워졌다.

 시인으로 살면서 저 사람이 시인이 돼도 참 좋겠다고 생각 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사진 찍으러 다니다 만난 농부, 국밥집 아줌마, 택시기사 등등 참 많았다. 물론 우리 식구들 중에는 내 아버지와 남동생, 여동생이 그랬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부터 폐병 환자로 지낸 10년 동안 시를 쓰셨다. 그러고 보면 평생 함께한 가족에 대해 잘 모르는 게 많다. 인생은 꽤 아이러니하다. 엄마만이 아니라 아버지의 젊은 날은 더 더욱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보다 더 예술가 기질이 다분했던 남동생은 정신과 의사가 되었고, 책 읽기를 무척 좋아했던 물리학도 여동생은 작가가 아니라 목사가 되었다.

 

피아노를 치고 그림을 잘 그렸던 언니는 가정주부로 산다. 작가, 예술가를 업으로 하는 사람은 나뿐이다.

 식구들이 내뿜는 예술적 기운과 신앙의 힘은 징글징글하고 전쟁같은 삶을 이겨내는 힘이었다. 특히 남동생은 죽음의 고비를 세 번 정도 넘겼다. 물론 이겨내는 데 신앙의 힘이 가장 컸겠지만 시와 예술, 책 읽기를 사랑하는 에너지의힘도 적지 않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물론 당사자에게 물어봐야 정확하겠지만 말이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서예, 도자기, 그림도 좋아하시지만, 무엇보다 책 읽기를 좋아하시다보니 홀로 남으셨을 때에도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았다. 일흔의 끝자락에 선 아버지는 늘 서점을 들려 시대의 흐름을 살피신다. 그리고 꼭 책을 사서 귀가하는 청춘 꽃할배시다.

 지난주에 고향집에 갔을 때 아버지가 읽고 계신 책이 궁금해 뭔가 보았다. 인문학 명강의였다. 그런 모습이 늘 존경스럽고 자식들에게 안정감과 안도감을 준다. 이 세상에 책이라는 친구가 없었다면 우리가 어찌 견뎠을까. 인간의 영혼은 끊임없이 성장하고자 하는 열정 속에서 더 빛난다.

 사랑의 시를 읊고 사랑의 시를 쓰고 싶은 계절.

 

 시를 읽으면 그나마 흘러가는 시간의 허망함을 이길 수 있으리라. 책 한쪽이라도 읽는 습관이 몸에 배면 삶이 달라진다. '끊임없이 배우는 데 젊고 늙음은 없다'는 아이스킬로스의 말이 떠오른다.

 지금 바로 아버지께 힘을 줄 수 있는 시를 읊어드리고 싶다. 맛있어서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시게 하는 시를. 느낌이 있고, 기쁨을 배가시키는 시를. 지금은 지혜와 용기를 주는 샤뮤얼 울먼의 <청춘>, 글 일부를 읊어드리고 싶다.

 

 

          청춘이란 인생의 한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일한 삶을 뿌리치는 모험심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일흔 노인이 더 젊을 수 있다

          나이 먹는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꿈과 희망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P.169~171) /  배우고 즐기는 데는 늙음과 젊음이 따로 없네.

 

 

 

                                                -신현림, <아빠에게 말을 걸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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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0-17 06:52   좋아요 0 | URL
작가나 예술가로 지내는 사람은
식구들이 내뿜는 고운 기운을 즐거이 받아서
씩씩하게 드러내는 몫을 맡지 싶어요.

신현림 님이 다른 식구들보다
작가다움이나 예술가다움이 덜 할는지 모르나,
신현림 님 언니는 집에서 살림꾼으로서
작가다우며 예술가다울 테고,
아버님은 아버님대로 작가다움과 예술가다움을
다른 일을 하면서 보여주겠지요.

신현림은 작가로 일하는 작가다움을 보여주리라 느껴요.

이 책 무척 재미나고 아름다우리라 생각하는데
즐겁게 읽으셨겠군요!

appletreeje 2013-10-17 11:03   좋아요 0 | URL
신현림 님이 엄마와 아빠, 두가지 역할을 하는 가장으로 사시는
분이기에 더욱 진솔하게 마음에 와 닿았던 책이었어요.
우리가 아빠를 이야기할 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문제의식이 아니었음을
정작 필요한 것은, 그저 일상의 작은 일들을 소박하지만 함께 즐기는 일,
조금 더 가까워지는 일, 아빠에게 말 한마디 더 걸어보는 그런 일.
누구나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너받을 때 행복해지잖아요~
예~참 재미나고 아름다운 책, 즐겁게 읽었습니다~

2013-10-17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7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3-10-17 11:58   좋아요 0 | URL
글을 읽어보니 신현림님 책을 읽고싶은 충동이 생기네요.^^
정말 재밌어 보이는 책입니다!
저는 오징어젓을 무척 좋아합니다.ㅎㅎ
입 맛이 없을때 오징어젓 하나만 있어도 잘 먹어요~ㅎㅎ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고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셔요~*^^*

appletreeje 2013-10-17 12:12   좋아요 0 | URL
예~재밌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아 후애님, 오징어젓 좋아하시는군요.^^
맛있는 오징어젓 생기면 후애님께 보내드리고 싶어요~ㅎㅎㅎ
저도 오징어젓이랑 명란젓이랑 다 좋아해용~^^

후애님께서도,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3-10-17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9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 엽서

 

 

 

 

                             바람에 쓸리는 나뭇잎을 보며

                             오래도록 생각에 잠기네

                             빛 고운 이 낙엽 나라

                             가을은 얼마나 깊은가

                             아름다운 이 세상 보았으니

                             그대 향한 이 마음과

                             좋은 시 한편 쓰는 일 말고

                             무엇이 나에게 남아 있겠는가  (P.31 )

 

 

 

 

 

                         그리운 나무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 가지로 벋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대신 전하는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P.70 ) 

 

 

 

 

 

                         시인 고은

 

 

 

 

 

                              그는 정규적인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요

                              머슴 대길이가 우리글을 가르쳐주었답니다

                              생각하거니, 식민지가 무엇을 가르쳤겠습니까

                              차라리 무학이 그의 문학을 만들었다고 봐야지요

                              '누님께서 더욱 아름다웠기 때문에 가을이 왔습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요 그러나 이런 비문(非文)이

                              기막히게 명문이 되는 지점에 고은의 문학이 있습니다  (P.57 )

 

 

 

 

 

                         무쇠솥 같은 거나

 

 

 

 

                               무쇠솥 같은 거나

                               마음속에 걸어두고

                               괄은 장작불 석달 열흘은

                               지펴야 하리

                               마음 좀처럼 뜨거워지지 않으니

                               세상 오래 달궈야 하리

                               무쇠솥 같은 거나

                               세상에 걸어두고

                               석달 열흘은 식은 마음

                               달궈야 하리  (P.73 )

 

 

 

 

 

                          옥천

 

 

 

 

 

                                지용의 고장

                                옥천은 시의 나라

                                울에도 담에도 나무에도

                                돌 속에도 시가 사네

                                시가 깃든 바람벽이

                                창밖으로 비껴가니

                                시인은 그게 신기해

                                벽에 날개가 있다 하네

                                시가 있는 가게를 지나

                                동화의 나라 아이들은

                                시를 입에 물고 좋아라

                                천사같이 날개짓하네

                                노래 되어 날아오르네   (P.86 )

 

 

 

 

  

                                              -정희성 詩集, <그리운 나무>-에서

 

 

 

 

 

 

 

 

 

     '저문강의 삽을 씻고'의 정희성 詩人의 여섯 번째 詩集,

     <그리운 나무>가 나왔다.

     '시인의 말' 첫 문장처럼 '시가 어지간히 짧아졌다'.

 

      -지금부터 12년 전에 낸 그의 네번째 시집 <시를 찾아서>

      에 [말]이라는 시가 들어 있고 그 시의 끝 부분에 "나는

      말하는 법을 새로 배워야겠다"는 구절이 나온다. 그가 이런

      생각을 갖도록 자극을 준 의인은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

      옥산에 사는 민지라는 아이였다. 그때 다섯살이라 했으니

      지금은 성숙한 여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민지는 산기슭에

      돋아난 잡풀들에게 아침 일찍 물을 주며 잘 잤느냐고 인사를

      한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라는 시인의 물음에 민지

      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꽃이야"라고 간단히 대답한다.

     민지에게는 그것이 무가치한 풀이 아니라 소중한 "꽃"이다. 우리 모두 '꽃'이라고 말해보자.

     이 말에서 시가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슬퍼하고 시속을 개탄하는 시의

     근원이 여기에 있음을 안다면, 정희성의 시에서 울려오는 말의 힘을 충분히 감득할 수

     있을 것이다.- (p.89 )

 

     2013년, 충북 옥천군 지역에서 실시하는 제25회 지용문학상 수상자에 정희성(68) 시인이

    '그리운 나무'로 선정됐다.

 

 

 

 

 

  정희성의 '그리운 나무'...진혼과 저항, 한거의 뿌리

 

 

 

최근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시인 정희성(68)이 여섯번 째 시집 '그리운 나무'(창비시선)를 내놓았다. 정 시인은 1970년에 작품활동을 시작해 '답청(踏靑)',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시를 찾아서', '돌아다보면 문득' 등을 펴낸 시단의 기둥이다. 시 제목인 ‘저문 강에 삽을 씻고’는 전국 곳곳에 주막 혹은 한식당 이름으로 걸려 있을 정도로 대중 친화적인 애송시다.

정 시인은 구두점 하나까지 완벽한 퇴고 없이는 한편의 시도 내보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등단 40여년만에 여섯번째의 시집을 내놓을 정도로 과작인 이유다. 끊임없이 언어를 조탁해 우리 말의 깊이를 더욱 풍요롭게 한 것도 시인의 미덕이다.

어느덧 고희를 바라보는 고갯마루에서 “바람처럼 살아온 나날”(바람 부는 날)을 겸허하게 되돌아보며 결 고운 “좋은 시 한편 쓰는 일 말고/무엇이 나에게 더 남아 있겠는가”(가을 엽서)라고 말하는 시인의 나지막한 음성은 여전히 세상에 대한 애정, 불의에 대한 저항성을 내포한다.

무엇보다 이번 시집에는 참세상을 위해 애쓰다가 떠난 이들을 추모하는 시가 눈길을 끈다. 김근태(그대를 잊지 못하리), 리영희(눈 밝은 사람), 김대중(건봉사 불이문 앞에서 그대 부음을 듣고), 노무현(봉화산) 등 시대의 숭고한 넋들을 진혼한다. 이는 평화로운 미래에 대한 기약이다. “이 맥 빠진 불임의 시대”(우리들은 꽃인가)에 “오래전에 죽은 이들을 생각하”며 “더는 슬픈 기념일을 만들지 말자”(2010년)는 울림이기도 하다.

"한 시대가 이렇게 가는구나/나더러는 조시나 쓰라 하고/김근태가 또 먼저 갔다/고문 끝에 온 민주주의가/견디다 못해 몸이 굳어져갈 즈음/그 모진 고통의 기억/잊어버리고 싶기도 했겠지//우리들의 정신적인 대통령/그대를 잊지 못하리/그대가 몸 바쳐 그토록 열망하던 자유와/민주주의를 향한 눈물겨운 꿈의 세포는/살아서 이 시대를 견디고 있는/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2012년 새해 아침을 탈환하리"('그대를 잊지 못하리' 전문)

이어 시인은 “좀비들만 지상에 남”은 “죽은 시인의 사회”(부끄러워라)에서 “다 내려놓고/단순하게 살고 싶”(한거(寒居))다는 소망마저 조심스럽게 내비친다. 그러나 시인은 한거가 단순한 현실 도피는 아니다. 시인이라는 존재는 “폭탄이야 어디에 떨어지든 누가 죽든” " 아랑곳없이 무참하고 “무자비하게 응징하라 다그”(전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쳐야 하는 시대의 언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시인은 한라산 바람의 목소리를 빌려 “나는 재앙이 아니라 평화를/노래하기 위해 세상에 왔다”(바람의 노래)며 폭력 앞에서도 희망의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을/도심 속의 테러리스트라 부르고 있다/(…)/이것은 정말 거꾸로 된 세상, 이상한 나라의/황혼이 짙어지면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날기 시작하고/지금 집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죄를 지어/겨울이 더 깊어지기 전에 서둘러/촛불을 들고 어두운 감옥으로 가리라/감옥 밖이 차라리 감옥인 세상이기에"('물구나무서서 보다' 부분)

그의 주제는 '평화'다. 시인은 “풀잎보다 더 낮게/허리를 굽히”고 한껏 “자세를 낮추”(두문동)며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의 원리, 조화로운 삶의 가치를 노래한다.

"음지식물이 처음부터 음지식물은 아니었을 것이다/큰 나무에 가려 햇빛을 보기 어려워지자/몸을 낮추어 스스로 광량(光量)을 조절하고/그늘을 견디는 연습을 오래 해왔을 것이다/나는 인간의 거처에도 그런 현상이 있음을 안다/인간도 별수 없이 자연에 속하는 존재이므로"('음지식물' 전문)

이번 시집에 대해 구중서(문학평론가)는 "시인의 의식은 비판이나 주장이 아니고 진지한 성찰에 있다"면서도 "그리운 나무에서는 시적 안목이 확장돼 뉴욕 9.11테러,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대까지 이르러 인간 중시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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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10-14 20:56   좋아요 0 | URL
정희성 시인, 직접(?) 뵌 적 있어요. 몇 년 되었는데, <돌아다 보면 문득>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저자의 사인을 받았고 사인 받은 속지를 북 찢어서(공공재 파손) 간직하고 있다는..뭐 그런 찌질한 비화를 실토하고 마네요..ㅎㅎ

appletreeje 2013-10-15 10:31   좋아요 0 | URL
시인을 뵙고 얼마나 반갑고 좋으셨으면 그러셨겠어요~ㅎㅎㅎ
도서관책에다 사인을 받고 그 사인 받은 속지를 북 찢어서 간직하시다니..ㅋㅋ,
울 컨디션님의 또 새로운 모습을 만나니 그저 방갑습니당~^^

2013-10-14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5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4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5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10-15 08:47   좋아요 0 | URL
정희성 할아버지도 풀에서 꽃이 피어나는 줄 모르셨나? 하고 갸우뚱해 봅니다.
모든 꽃은 풀줄기와 풀잎을 올리면서 피어나지요.
꽃부터 먼저 피는 풀이나 나무란 없으니까요.
꽃받침이 되어 주는 줄기나 가지가 꼭 있어야 꽃이 피거든요.

그러니 시골아이는 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며 풀에 물을 줄 수 있어요.
참말 하느님이네요. 물을 주는 아이란~

appletreeje 2013-10-15 10:46   좋아요 0 | URL
예~~참말 풀을 "꽃"으로 만나고
그 "꽃'에게 물을 주는 아이는 작은 하느님이지요!

2013-10-15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5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3-10-15 15:00   좋아요 0 | URL
대구도 비님이 오십니다~
이러다 겨울이 금방 오겠지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3-10-15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5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10-16 21:31   좋아요 0 | URL
오늘 도봉산에 살짝 맛만보고 왔어요.^^
등산이 아니라 산책이라고 할까요. ㅎㅎ
좋은 공기와 바람을 맡으니 '나무늘보'님의 시가 생각나더라구요.

'가을엽서'읽으니 참 좋네요.

appletreeje 2013-10-17 12:06   좋아요 0 | URL
오...도봉산~~다녀오셨다 하시니,
포대능선을 타던 일이나 어느날은 만장봉을 두 번씩이나 올랐던 일이
떠오르네요~ㅎㅎㅎ
살짝 산책만 하고 오셨어도 도봉산은 시야가 너른 산이라 심신이
시원하셨으리란 생각이 들어요~
혹시, '옹기 꽃게장'은 안 들리셨어요~?^^ ㅋㅋㅋ
 

 

 

 

 

 

                        커피 방앗간

 

 

 

 

 

                           그녀가 빻아 내리는 커피 속에는

                           굵은 무쇠 바늘 지나간 길이 있다

                           한 땀씩 건넌 자국 위에는

                           시린 봄을 건너는 탱자나무 검푸른 가시

                           칼날 세우는 소리와

                           봄 사과나무 창으로 드는 바람 소리

                           사랑을 잃은 여자들의 눈물방울이 맺혀있다

 

                           매운 시간을 건네는 소리들 소복 스민 커피 호로록

                           호로록 마시다 보면

                           겨울 소포 같은 두툼한 누비 바다에

                           가만히 능선을 넘어가는 발자국 소리와

                           늦은 자국눈 내리는 소리 비쳐든다

 

                           겨우내 살브랑살브랑 낮은 햇살 드나든

                           이 오지그릇 속에도 봄이 와

                           곱게 4월의 문을 열어놓는 집

                           빗살무늬 볕살 비껴 내리는

                           햇살 좋은 그 집  (P.100 )

 

 

 

 

 

 

                           표준전과

 

 

 

 

 

                            그 속에는 맨손으로

                            만질 수 있는 별자리와 열대우림의 악어와

                            쪼가리로 엮인 산맥이 있다

                            경의선 열차는 달려가고

                            석탄 매장량 세계 5위

                            철길 총 연장 길이가 꽂혀있고

                            꼬불꼬불한 리아스식 해안이 빼곡히 박혀있다

                            자주 공룡 뛰어다니던 꿈길이 있었는데

                            그 전과 속으로 열심히 달렸던 정옥이는

                            부산 어디 사모님이 되어있고

                            큰노미 용이는 구청 앞 법무사 사무실에서

                            전과보다 두꺼운 책을

                            돋보기로 들추며

                            세상의 길을 찾고 있다

                            오로지 거기 길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모든 길이 흘러나오던 신기한

                            표준전과  (P.104 )

 

 

 

 

 

 

                            집

 

 

 

 

 

                             사선 하나 쭈욱 그으며

                             저녁 딱새 날아간다

                             그 선을 지우며 동박새 날고

                             머리꼭지 흰 새가 다시 빗금을 긋고 간다

                             그들 반들반들한 눈빛들 스치고

                             출렁거리던 하늘 한쪽

                             팽팽하게 퍼진다

                             종일 눈치 살피다

                             아치골을 내려가는 것들이

                             평평해진 하늘을 끌고 집으로 간다

                             쭈욱 따라갔다가 다시 잠잠해지는

                             그 무밭 너머에

                             나도 집이 있다

                             물어다 나른 종이들이

                             소복이 쌓여 마르는 윗목

                             거기 있다  (P.105 )

 

 

 

 

 

                             두 번 죽다

 

 

 

 

 

                                초신성 폭발 후

                                하얀 빛으로 흐르던 선들과 작은 입방체들이 분리되어

                                아득히 멀어지다 다시 속까지 뻗쳐

                                다시 죽는 별들이 있다

                                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것들이 있다

                                그들 주검의 조각을 쏟아내던 밤이 지나갔다

                                모든 최후는 고요한 걸까

                                그 쓸쓸하고 감감함이 이어지다 반짝이기 시작했다

                                서쪽으로 흩어지던 은싸라기들이

                                다시 동쪽으로 차르르 차르르 흐르기 시작했다

                                은꽃이 피어났고 높게 열린 창들에 피아노 소리가 들

                             렸다

 

                                간절히 두 번 죽어

                                또 별이 되는 걸까

 

                                할머니는 열 번 죽었고

                                어머니는 세 번을 죽었다

                                그녀들의 기울어진 밭에 가을 별들이 가만히 들고 있다  (P.106 )

 

 

 

 

 

 

                             동빈 바다

 

 

 

 

 

                                 손끝에 불안한 기류가 붙어 다니는

                                 측후소 김 씨의 밤샘 일이 마감될 즈음

                                 내항의 사내 몇몇 밥집으로 가고

                                 캄보디아 청년 둘

                                 컵라면을 들고 어창으로 드는 게 보인다

                                 뿌윰하게 밝아오는

                                 동빈 바다

 

                                 삐걱거리는 배를 몰고 피항한

                                 그리운 항구가 내게도 있었다

 

                                 뜨거운 물과 톱밥커피가 끓고 있는 항구다방

                                 배를 매놓고 수부들이 나무계단을 오르고 있다

 

                                 젊은 날 나를 매놓고

                                 알을 낳고 싶었던 아득한 포구가 있었다

                                 어깨를 엮은 나무배들 더듬으며

                                 부슬부슬 떨어지는 아침 날빛

                                 아직은 깊이 갇힌 새벽 바다에서

                                 오래된 사진 몇장을 본다  (P.70 )

 

 

 

 

                                                         -김만수 詩集, <바닷가 부족들>-에서

 

 

 

 

 

 

 

 

 

 

 
김만수의 한 마디

매일 새벽 푸른 물자락을 젖히며
얕은 내 숲을 열러 오신다 아버지
그가 낳은 알이 숲의 가장자리에
바닷가 부족들과 함께 살아있기 때문이다

많은 날들을
바다 뒤에 숨어 중얼거리고 웅성거리느라
고 푸르고 맑은 것들과 눈 맞추지 못했다 나는
다시 숲을 일으켜 세우고 물가에 내려선다

등 푸른 고등어로 살다 가신 아버지께
이 시집을 바친다

2013년 여름, 설머리에서

 

 

 

 

 

 

    커피 방앗간에서,

    그녀가 빻아 내리는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은.. 한글날 아침이다.

    시인이 적어 내려간 표준전과를 읽으니, 어린 날  그 두꺼웠던 책

    온갖 내용의 글자들이 등을 맞대고 빽빽하게 들어 있던 '표준전과'를 열심히

    들여다 보던 시간들이 잃어 버린 추억이 되어 다시 돌아 온다.

    요즘도 석탄 매장량과 꼬불꼬불한 리아스식 해안이 들어 있던 그 '표준전과'가

    여전히 있는가 싶기도 하고. 여하튼' 표준전과'라는 이름이라니...

    어제 읽었던 드림님의 리뷰 <4퍼센트의 우주>를 읽은 직후라 그런지, '하얀 빛으로

    흐르던 선들과 작은 입방체들이 분리되어/ 아득히 멀어지다 다시 속까지 뻗혀/ 다시

    죽는 별들이 있다/ 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것들이 있다' 하는 서쪽으로 흩어지던

    은싸라기들이 다시 동쪽으로 차르르 차르르 흐르기 시작한다는...은꽃들을 오늘 밤에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울어진 밭으로 가 나도 가을별들을 만나고 싶다.

    지난번 영풍문고에 갔을 때 이 <바닷가 부족들>의 페이지를 넘기다, 눈에 확 들어 오던

    시가 서늘하였다. '동빈 바다'.

    그 시의 제목에 가장 사랑하는 이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첫아이가 백일이 조금 지났을 무렵. 옆지기가 어떤 프로젝트 때문에 겨울부터 여름까지

    포항으로 내려가 파견근무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나도 아기를 데리고 내려가 회사에서

    내어 준 사원아파트에서 세 식구가 오롯이...낮설고 검푸른 색이었던 그 도시에서 이방인

    처럼 살았던 시간들이 있었다. 택시가 삐얄을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갑자기 둥실 바다가

    이발소 그림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매번 놀라고 막막했던 그 기억이 여전하다.

    아침이면 단지내로 들어와 사원들을 실고 가는 출근버스를 타고 저녁이면 그 버스에서

    내렸던 옆지기를 기다렸는데 퇴근 후 회식이 있어 늦는 밤이면 아기와 함께 베란다에서

    보았던 포항제철의 빨간 불빛들이, 또 우리만 이곳에 남겨져 있는 듯한 막막함을 주었다.

    서울에서 함께 내려온 어느 부장님께서 혼자 지내던 여관인가에서 자주 무엇인가를 분실해

    방이 두 개였던 우리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기로 하고 들어오신 날부터, 우리는 그제야 밤바다

    에 아기를 데리고 나가 술도 마시고 주말이면 포항 인접의 지역으로 소풍도 매주 다녔는데

    그 부장님이 손수 종이에 적어 주신 세밀약도를 들고 우리는 보문사도 가고 강구도 가고 울진도

    가고 경주도 가고 그랬다. 퇴근하고 따로 한잔을 하고 오신 그 부장님께선 아주 늦은 밤에도

    꼭 우리의 방에 들어 오셔서, 침대에 누워 있는 우리 아기에게 웨하스를 하나 까 입에 대어 주며

    "아가야, 녹여봐~" , 또 양복 주머니에서 초록색 예쁜 딸랑이를 꺼내어 "아가야, 흔들어 봐"

    하시던 그 아릿하고 아련한 순간의 장면들이, 아직도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처럼 남아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아지랑이처럼 온 어느 주말, 우리는 여전히 또 소풍을 나섰다.

    칠포 해수욕장을 약도를 들고 찾아 나섰는데 가도가고 배추밭만 나오고 도무지 바다는

    보이지 않아 지쳐갈 무렵 드디어 우리 앞에 나타난 칠포 해수욕장의 모래사장. 하하하~웃으며

    신발을 벗고 파도가 일렁이는 바닷물에 조금 발을 적시는 찰나에, 갑자기 커다랗게 일어 서는

    높은 파도에 아기띠를 매고 놀라고 있는 나와 아기를 옆지기가 잽싸게 찍은 그 사진이 푸르다.

    우리 아기가 맨 처음으로 정면으로 어마어마하게 보았던 바다와 우리의 바다!

    사진 한 장에는 어느 순간의 모습이라도 그 사람의 추억이, 지워도 지울 수 없게 담겨져 있다.

    그후에도 여러 바닷가를 다녔고, 죽도 어시장도 자주 다니다가 여름에 우리는 다시 서울로

    돌아 왔다. 항구다방엔 가 보지 못했지만, 우리 식구가 살던 집은 항구아파트였다.

    아직도 그 항구아파트가 있는지 모르겠다. 짧았지만 아주 강렬한 어떤 기억이 남아 있는 곳.

    그리고 포항의 칠포 바다를 처음으로 보고, 화들짝 놀랐던 그 아기 동빈이는 지금은 동해 바다

    에 따라가 낚시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동빈이가 보았던 동빈 바다,

    이제 동빈이를 비롯해 식구들을 깨워, 따뜻하고 맛있는 아침을 먹여야 겠다.

    여전히 아름답고 좋은 가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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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0-09 14:18   좋아요 0 | URL
포항에 그런 재미나고 예쁜 바다가 있었군요.

오늘 아침 우리 집 빨랫줄과 마당에서 딱새가 노래하며 우는데
큰아이가 '제비'로 여기길래,
"얘야, 제비는 배가 노란 빛이 아니야. 잘 봐 봐." 하고 얘기해 주었어요.

딱새가 이 시에서도 새롭게 태어나는군요~

appletreeje 2013-10-10 17:14   좋아요 0 | URL
예~동빈항도 있고 동빈나루도 있더라구요. ㅎㅎ
딱새 사진도 보고 싶어요~

2013-10-09 19:56   수정 | 삭제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0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3-10-10 13:30   좋아요 0 | URL
실재 포항변두리 달전에 커피방앗간이란 찻집이 있는데 저자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문득 궁금하네요. 제게 포항의 바다는 엄청난 해무와 조개들, 숙취로 기억됩니다.

appletreeje 2013-10-10 17:4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고고씽휘모리님,
삼청동의 커피방앗간도 즐거운 곳인데 포항에도 있군요.
아마 아이가 조금 컸을 때 포항을 갔었다면 여기저기 재밌게
다녔을 듯 해요.
엄청난 해무와 조개들, 숙취로 기억되신다니..한층 멋지십니다~^^

2013-10-10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0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3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4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4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14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