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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1
김진명 지음 / 해냄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0.26의 충격이 터졌을 때, 나는 세계정치를 전혀 모르던 14세였다. 내가 알아 차렸던 것은 그저 박정희대통령이 자신의 부하인 김재규중앙정보부장에 사살당했다는 그 사실 뿐이었다. 사건의 진상이 뭐고, 배후가 뭐고 하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다. 그 10.26에 관해서 작가 김진명은 자신의 조사결과에 따라 밝혀준다.
소설은 주인공 이경훈변호사가 우연하게, “10.26에는 비밀이 있다”라고 하는 말을 듣는 것으로부터, 미스터리의 양상을 띠기 시작한다.
“10.26의 비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거대한 모략의 그림자.
이 소설속에서 쓰여진 “10.26의 비밀”은 아마, 대부분이 진실일 것이고, 적어도 배후관계에 관해서는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진상 을 알아차리기 시작한 주인공 경훈은(또한 독자는), 애국의 분노에 불타지 않을 수없게 된다. 나는 주인공 이경훈의 모습을 통해서 작가의, 온 한국인에 고하는 문제 제기를 듣는 듯하였다. 즉, 현실을 알아라, 지금의 안전하고 부유한 상황에 몰입해서는 안된다, 고.
또한 이 소설을 읽은 후, 지금 일어나고 있는 국제분쟁의 뿌리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 많은 부분은 이 소설에 있는 근본문제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느꼈다. 그 만큼 이 소설의 내용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꽤 많았다.
무엇보다도 등장인물의 인격묘사가 덜 되었던것 같다. 특히 이경훈의 여자 친구 인남에 관해서는, 그녀가 매우 중요한 추리를 함에도 불구해서, 그녀의 행동, 추리의 사고방식, 성격에 관한 묘사등이 전혀 부족했다. 그 때문에 이경훈이, 그녀를 자신의 파트너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에는 필연성을 느끼지 못한다.
상징적이 등장을 하는 손형사도, 내용전반을 통해서 등장방법에 어울리지 않는 “무능한 형사”라는 인상밖에 갖지 못해서, 그의 내용상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였고 , 또 그의 최후에는 별로 분격도 아쉬움도 느끼지 못했다. 다만, 건조(?)한 사건이라고 말할까.
그외에도 케렌스키, 필립 최, 오세희... 대부분의 등장인물의 인격, 행동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다. 매우 아쉬운 일이였다.
또 소설로서의 줄거리에도 의문이 많았다. 소설의 절반(1권의 절반)에서 이미 10.26의 배후, 진실의 윤곽이 대부분 보인다는 점. 케렌스키의 자살에 관한 진상(적어도 죽었나, 살았나, 하는 점)등. 추리소설의 성격을 띠면서도 추리결과가 대체로 예상된다는 것이 매우 아쉬웠다.
가장 아쉬운 점은 소설의 결말. 현직 대통령이 등장한 것에는 좀 힘이 빠졌다.
이 소설은, 국제음모를 밝히고나 추리소설을 즐기기 위한 소설이라고 하기 보다, 한국인으로서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소설이라고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