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철에 몇명 아줌마가 타고 있었다.
전철이 좀 붐빈다고 각자 흩어져 서 있는데, 모두 운동화를 신었고 몇명은 선바이저를 쓰고 있다.
“등산 놀이 가는구나”라고 짐작하였다.
 
아침의 이 시간, 회사원들이 멍한히 신문을 읽거나 책을 읽거나 모자란 아침잠에 잠시 눈붙이는 사람들, 또 학생들이 킬킬거리는 모습들이 “정상적인 광경”인데 가끔 보는 그런 아줌마들은 마치 “특별 손님”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 아줌마들, 뭔가 예사롭지가 않다.
등산하기에는 복장이 화려하고, 뭣보다 그런 아줌마에 공통적인 “들뜬 분위기”가 모자라기도 하고, 매 각자 흩어지면서 뭔가 소곤소곤 이야기 하는 모습도 흔히 보는 아줌마답지가 않았다.
일반적인 아줌마들이 집단으로 전철 타면 그 공간이 마침 자기들의 세상인 양 어린 것들보다 훨씬 떠드는데 말이다.
선바이저도 낯설었다. 모자를 쓰는 아줌마는 가끔 있어도 선바이저는 흔히 못본다. 적어도 전철에선.

달리는 전철 바퀴 소리가 시끄러웠지만,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아줌마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전철에 지도가 없네. 나고야 지하철에는 있었던데...”
(“전철”? でんしゃ[댕샤]가 아니라 “전철”, ちかてつ[치카테쓰]가 아니라 “지하철”...)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구나...)
(그래서, 외국의 낯설은 전철을 다신다고 그렇게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시는구나...) 
(불안하신가 바...)

실례 되겠지만 살짝 아줌마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손자가...”, “...아니요...”, “...그럼요...” 같은 건 들을 수가 있었던데 내용은 알 수가 없었다.

이제 내려야 할 역에 달하여 옛날 이시카와 다쿠보쿠(いしかわたくぼく: 石川啄木)가 지은 하나의 시를 떠올렸다.

ふるさとの訛りなつかし停車場の人ごみの中そを聽きにゆく
고향의 사투리 그리워 / 정거장 북적거림 속에 /그 말 들으러가네 (ChinPei 번역) 

그 마음 이제 나도 알 수가 있어요.


어머니들, 잘 다녀오세요.
몸조심해서 일본 여행 즐기세요.
더움이 필요하시면 아무에게나 말씀하세요.
일본인들 다 천절하게 설명해 드릴 거에요.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10-05-31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산복장에 선바이저(여기서는 선캡이라고 보통 얘기합니다)는 우리나라 아주머니들의 나들이 전용 복장이 되어버렸어요. (조깅할 때건, 산책할 때건, 등산할 때건, 단체관광여행 할 때도!) 아주머니들끼리 가이드 없이 자유여행하시나봐요. 멋지네요~

ChinPei 2010-05-31 14:31   좋아요 0 | URL
선캡...일본 아줌마들, 흔히 쓰지 않아요. 아마.

BRINY 2010-05-31 17:01   좋아요 0 | URL
선캡은 한국아줌마들의 상징이랄까요^^

ChinPei 2010-05-31 18:10   좋아요 0 | URL
한국에서 볼 수있는 일본 아줌마 상징은?
집단으로 킬킬거리는 것? ^^

BRINY 2010-05-31 21:30   좋아요 0 | URL
아주머니들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 면들이 많은 거 같아요.
갑자기 저희 작은 이모 생각났어요. 어머니, 큰 이모, 작은 이모와 마츠야마 도고온천에 숙박했는데, 세자매가 몰려다니면서 일본온천여관에 완전 적응하신 작은 이모가 대욕장에서 나오는 일본 아주머니를 갑자기 붙잡고 '탕 안에 사람 많아요?'하고 한국말로 물어봐서, 어머니와 저는 배를 부여잡고 쓰러졌답니다.

ChinPei 2010-05-31 22:52   좋아요 0 | URL
작은 이모님께서 온천이 넘 편해서 착각하셨나 바요. ^^
그걸 들은 일본 아줌마도 당황했을 것이지만, "...착각했구나..."라고 나중에 많이 웃었을 거지요.
"이모"가 나온 김에.
저의 어머니, 큰 이모, 작은 이모도 6월 중순에 서울 가요.
세명 다 많이 늙으셨지만, 역시 자매가 뭘 함께 하더라도 편한 것 같아요. ^^

가넷 2010-06-0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쿠는 아니지요? 시인이 고향을 떠나서 어디론가 떠났나 봅니다. 고향의 그리움이란게 느껴지게 만드네요.

ChinPei 2010-06-01 14:21   좋아요 0 | URL
가넷님, 안녕하세요.
하이쿠가 아니라 단가(短歌)라고 하거든요.
5 7 5 7 7 형식.
ふるさとの(5)/訛りなつかし(7)/停車場の(5)/人ごみの中(7)/そを聽きにゆく(7)
흐르사토노(5) / 나마리나쓰카시(7) / 테이샤바노(5) / 히토고미노나카(7) / 소오키키니유크(7)
하이쿠(俳句)는 5 7 5 형식이어서, 계절을 가리키는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
유명한 것 하나.
古池や(5) 蛙飛びこむ(7) 水の音(5)
흐르이케야(5) 가아즈토비코므(7) 미즈노오토(5)
뜻:우물이요 개구리 뛰어드는 물의 소리
개구리가 계절(봄)을 나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