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3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삼수생에게도 봄은 역시 봄이었다. 공고를 졸업해 전철타고 대학을 가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간직한 채 시작한 재수는 전 수능 점수보다 10점이 오르는 기적에 가까운 일을 만들며 대 실패로 끝났다. 그래도 나는 반드시 대학을 가야한다는 종교적 광신에 가까운 마음으로 삼수를 시작을 결심하고 학원을 들어가기 전에 왜 내가 재수에 실패를 했는지 곰곰히 분석을 했다. 

그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삼수 생활의 교리를 만들어 냈다. 

첫째, 학원에 가서는 아무하고도 대화를 하지 않으며, 밥도 혼자 먹으며 고독의 벗으로 공부에 매진한다.  

둘째, 사람들과의 대화를 단절하기 위해 머리를 노랗게 염색해 가까이 사귀면 좋을 것 없는 날라리의 이미지를 풍긴다. 

셋째, 부모님의 죽음, 천재지변, 자신의 죽음 이 세 가지 절대 조건 없이는 학원에서 절대 나오지 않는다. 

난 이 교리를 가슴에 품은 채 삼수 생활을 시작했다.  

노원에 위치한 삼수 학원은 아침 9시에 시작해 오후 2시까지는 전 과목을 월부터 토요일까지 일정에 맞쳐 수업을 했고 밤 10시까지는 개인 자율학습의 시간을 주었다. 학원은 총 세 분류로 나누어 반을 구성했다. 작년 수능 점수에 맞추어 저급반, 중간반, 우수반이었다.   

저급반은 학생 본인도 의욕이 없고, 부모님이 보내니 그냥 시간 때우러 학원을 오는 학생이 대부분 이었고, 더욱이 학원 역시 그들에게는 돈만 받으면 되기에 수업을 듣던, 공부를 하던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우수반의 학생들로 그들이 어느 대학을 가냐에 따라 학원의 평판을 높일 수 있는 기회였기에 그들에게만 모든 정성을 다 쏟았다. 

나는 당연히 저급반에 소속이 됐다. 수업 시간에도 떠들고 자율 학습 시간에는 더 떠드는 학생들 속에서 나는 교리 대로 그 누구와도 인사도 하지 않은 채 혼자서만 밥을 먹는 생활을 지속했다. 

그 휴유증은 몇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나타났다.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처럼 사람들이 있는 데도 혼자 밥 먹고 사소한 문장, 단어 하나도 말하지 않던 나는 서로 인사를 하며 웃는 학생들을 보며 

'나도 인사하고 싶어! 나도 너희들하고 웃으며 인사하고 싶어 죽겠다고!!' 

마음 속으로 수 백번을 외치기도 하고,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 준다면 그에게 내 영혼을 팔겠다는 결심까지 했었다. 

하지만 교리의 영향은 너무나 강력해 그 누구도 내 옆에 앉지도 않았고 말도 단 한 번도 걸지 않았다. 고독의 벗은 이미 넘어서서 고독의 스승이 될 정도까지 이르자, 나는 연습장에 다가  

'루쉰p 안녕?' '응, 반가워' '오늘 날씨 참 좋지' '공부하기엔 너무나 안까운 날이야' 

쓰면서 내가 나에게 묻고 답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돌아버릴 것이라는 위기감과 스스로 만든 교리를 실천하지도 못 하는 나약한 자신을 질책하며 차라리 사람이 아예 없는 곳으로 가면 대화하고 싶은 욕망도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학원은 13층 건물에 3, 4, 5층을 쓰고 있었다. 3층에는 접수처와 교무실, 저급반이 있었고, 4층은 중간반, 5층은 150평 가량의 대 교실과 우수반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 곳, 저 곳을 염탐하던 나는 150평의 교실은 대규모 수업이 있는 날이 아니고는 학생들에게 자율학습 공간으로 개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교실에서 공부를 하기에 이 곳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난 수업이 끝나면 이 곳으로 옮겨 공부를 시작했다. 밤 10시까지 이 곳에는 우수반 학생만 몇 명이 공부만 하고 있을 뿐, 연습장에 샤프가 쓰이는 사각사각 소리가 들릴 정도로 숨 막힐 듯한 고요햠 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도 대화를 하고 싶다는 욕망은 주체를 할 수 없었지만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나랑은 출신이 틀린 사람들이었기에 그 욕망은 조금은 절제를 할 수 있었다. 

난 이 교실의 칠판이 있는 맨 앞으로 가서 왼쪽 구석 창가와 붙어 있는 책상에 거주지를 정하고 공부를 했다. 올라 와서 공부한 지 2주가 된 무렵, 항상 교실에 들어서면 문 바로 옆에 있는 책상에 앉아 있는 여학생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예쁘장한 얼굴에 머리를 틀어 올린 채 앉아 있던 그녀는 내가 들어오면 흘끔흘끔 쳐다 보는 것이 나에게는 느껴졌다. 사람이 들어오니 신경이 쓰여서 그런가 보다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나는 지나 쳤었다. 

어느 햇살 가득한 토요일 오후, 어김 없이 올라와 공부를 시작할려고 했던 나는 워낙 날이 좋았던 탓인지 그 여학생을 빼고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괜히 신경이 쓰이는 기분을 교리로 누르고 내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다가 누군가 쳐다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뒤를 흘끔 돌아 보니 나를 쳐다 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책상으로 숙이는 여햑생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이상해 보이나? 아니면 나랑 둘이 있어서 무서워서 저러나 하는 생각에 교실을 나와 화장실의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 보았다. 

떡지고 헝클어진 머리,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웃는 어떤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티를 입고 턱수염을 깎지도 않은 어떤 구도자가 화장실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완전 이상해! 정말 이상해! 그 학생이 나를 백반번 오해해도 충분하겠어' 

교리도 중요하지만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흉물스러운 모습은 보여 줄 수 없다는 생각에 긴 머리도 단정하게 묶고,  세수도 하고, 편의점에서 면도기를 사와 면도도 한 후 나는 교실로 다시 들어갔다. 여전히 그 여학생은 책상 앞에 코를 박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또 다시 힐끔 거리며 나를 쳐다 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단정하게 했으니 그리 크게 공포감은 안 가지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내 자리에 와서 앉았다. 

딴 짓을 하다 와서 그런지 공부를 되지가 않았고, 그러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무심코 시선을 던졌다. 커플티를 입고 신나게 팔짱끼고 웃고 있는 커플들, 다정스럽게 깔깔 거리며 웃는 여고생들, 그 모습들은 나 완전 행복해라고 자랑질 하는 모습으로 밖엔 보이지 않았다. 

'커플티 입은 커플, 너희들의 사랑이 영원할 것 같나!'라고 커플을 저주하고,  

'흥! 너희들도 지금은 웃지만 좀 있으면 이 지옥문으로 들어와야 할꺼야, 어린 아가씨들 흐흐흐' 라고 여고생들을 저주하고,

그렇게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저주에 저주를 거듭하다가 나는 깜빡 잠이 들어 버렸다. 

얼마나 잤을까? 아주 달콤한 향기가 코를 확 찌르는 느낌에 잠이 깼다. 내 책상 위에는 향기의 주인공인 껍질이 까진 채 놓여 있는 오렌지와 예쁜 글씨체의 쪽지가 같이 놓여 있었다. 

'너무 피곤해 보여요. 오렌지 먹고 힘 내세요.'  

사람이 너무 그리운 나머지 오렌지를 내가 싸오고 쪽지도 내가 쓴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까지 들었지만 아무리 봐도 여자 글씨체였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사각 사각 소리를 내며 공부를 하고 있는 여학생만 보였다.  

내 안에서는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외치는 자아와 사람을 피해 올라 온 너가 그깟 작은 친절에 감동해 교리를 깰 것이냐라는 자아가 서로 치열한 싸움을 했다. 하지만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고, 그것도 예쁜 여성이라니 난 이 기회를 저 버리면 삼수도 망쳐 버릴거야라는 생각이 나를 집어 삼켜 버렸다. 

상당히 어색하고 얼은 표정으로 그 여학생에게 다가가 

'저...감사합니다.' 

'아니에요. 혼자 먹기는 좀 많아서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말했다. 

가까이서 보니 눈은 가늘지만 반달로 예쁘게 감겨지고, 하얀 피부의 매우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게다가 날렵한 몸매에 비해 풍만한 가슴이 매우 아름다운 조화를 보이고 있었다. 조용한 교실에 울려 퍼지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말들을 한 구절, 한 구절 음미를 하며 듣고 답하며 인간과 대화를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온 몸을 떨며 느꼈다. 

그렇게 그녀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 교실에 올라 오면 둘이 있을 때가 많아 공부를 하다 지치면 서로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역시나 예상대로 우수반의 엘리트로 우리 학원내 10위 안에 드는 수능 성적의 보유자 였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흥미를 느낀 것은 이나중 탁구부에 이자와와 비슷한 외모를 보고 깜짝 놀랐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가끔 이런 외모도 쓸모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도 나처럼 이나중 탁구부 매니아 였고, 만화는 물론 문학을 무척 좋아했다. 그녀의 집은 엘리트 집안으로 아버지도 의사, 오빠도 의사였다. 자신은 문학가나 만화가를 꿈꾸는데 집에서 반대가 워낙 심해 갈등을 하고 있으며, 집에 압박을 못 이겨 의사가 되기 위해 연세대를 가야 해서 일부러 또 삼수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대학을 골라 갈 수 있는 그녀가 부러웠다. 그리고 그런 집안 배경이 있는 것도 부러웠고 말이다. 나는 공고생이며 공부의 무뢰한, 바닦에 가까운 가난한 집에 대해 털어 놓자 그녀는 내게 말했다.

톨스토이가 말한 것이라고 하며, 

"넌 내가 이런 환경에 있는 것을 당연히 부러워 할꺼야.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부족한 것만 채워지면 행복한 줄 알거든. 근데 그러지가 않아 부족한 것을 채워도 또 채워야 할 구멍이 생기고 또 생겨 끊임없이 말이야. 참 웃긴 일이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그녀의 표정이 좀 어둡다고 느꼈지만 난 그 말에 100% 공감을 하지는 못 했다. 그런 나에게 그녀는 공부만 하는 것도 힘 드니까 같이 문학 책을 읽어 보고 시간이 날 때 얘기해 보는 것은 어떠냐고 권유를 했다. 그리고 나선 하는 말이 

"넌 신비한 사팔뜨기 눈을 가진 까츄샤 같아." 

뭔 소리야? 난 시력 1.5를 자랑하는 매의 눈을 가진 사람이라고, 게다가 신비한 사팔뜨기는 또 뭐야? 라고 윽박지르고 싶었지만 예의가 아닌 듯해 참았다.

그런 그녀가 권유한 것이 바로 톨스토이의 <부활>이었다. 나는 전철로 집에서 학원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20분 이었다. 난 그 시간을 이용해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까츄샤에 대해 이해를 했다. 

'망할! 사팔뜨기 눈을 가진 창녀가 나라니 도대체 뭔 소리야? 게다가 나는 풍만한 가슴도 가지지 않았다고!' 

어찌됐는 그녀와의 문학 토론은 시작이 됐다. 그녀는 알고 보니 톨스토이주의자라고 할 만큼 톨스토이에 대해서는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톨스토이는 이 책을 10년 간에 걸쳐 집필했데, 원래는 '꼬니의 수기'란 제목으로 자신의 친구에게 들은 내용을 가지고 쓰다가 집필 중단했는데 다시 쓰게 된 계기는 러시아의 두호보르 교인들의 이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마무리를 했다고 해. 그는 49세 느낀 죽음에 대한 문제로 그 속에 빠져들고 문학도 예술을 위한 문학에서 도덕을 위한 문학으로 탈바꿈을 했어. 그런 그의 후반기 사상이 고스란히 담긴 소설이 바로 이 소설이야"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의 입을 통해 듣고 이 책의 배경과 그리고 그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들으며 나 역시 톨스토이에 점차 점차 빠져 들었다. 

귀족적인 타락한 생활에 빠지던 네흘류도프는 자신의 친척 집에 살던 까츄샤를 유혹해 임신을 시킨 후 돈만 쥐어주고 버리게 된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법정에서 자신 때문에 타락해 결국은 창녀가 되었고, 살인범의 누명을 쓰게 된 까츄사를 만나게 된다. 그는 영혼의 충격을 받아 그것을 속죄하기 위해,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는 그녀를 따라간다. 그녀를 따라가며 만나게 되는 감옥이라고 하는 사회의 위선, 그리고 인생의 진실을 모르고 살아가는 부유층 사람들의 허식, 죄가 아닌 죄로 감옥에 갇혀 있는 민중들, 그리고 혁명에 대한 불길을 태우며 살아가는 혁명가들을 만나며 네흘류도프는 점차 각성해 가기 시작한다.

퍼즐처럼 잘 짜여진 톨스토이의 소설은 나로 하여금 삼수라는 상황, 괴로운 집 사정을 잊게 만들 정도의 몰입감을 주었다. 더욱이 그녀의 입을 통해 듣는 톨스토이의 <부활>은 삼수의 시름을 잊게 만드는 강한 힘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특히 어른들은 자기 자신은 물론 상대까지 서로 속이고 괴롭히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이 신성하고 중요하게 여긴 것은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기 위해 저마다 머리를 쥐어짜는 일이었다. - 부활 상 11, 12페이지  
   

 "너는 대학을 왜 가니?"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어, 전철 타고 대학가고 싶어서..." 나는 대답하고도 엄청 민망했다. 

"그래...나도 대학을 왜 가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었어.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일 중에 하나가 학벌이고 학력이지 않을까? 나 역시 그런 흐름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말이야. 근데 대학을 안 가겠다고 버티면 난 우리 집에서 비웃음을 당하고 말아. 마치 <부활>의 저 문장처럼 말이야." 

   
 

 자신을 신뢰하면 항상 사람들의 질책을 받지만 타인을 신뢰하면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 부활 상 78페이지

 
   

 이 문장을 읽고 그녀는 말했다. 

" 톨스토이가 쓴 것처럼, 자신을 신뢰하기 보다 타인을 맹종하게 된 까닭은 자신을 신뢰하며 사는 것은 너무 힘들기 때문이야. 좋은 대학을 가겠다고 발악하며 꿈도 포기한 채 공부를 하는 내 모습을 보면 가족들은 기뻐하기만 해.  내가 대학이 아닌 문학가나 만화가가 된다고 하면 우리 가족들은 두려움에 떨어. 근데 나 가족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학을 꼭 가야 해." 

그리고 나서 그녀는 자신이 왜 대학을 가려는지를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하지 못 했다. 집에서는 모두 엘리트들 인데 자신만 공부를 못하는 미운 오리새끼 같아 항상 집에서 눈치를 봐야 했다. 그런 그녀에게 고 1 때 친하게 지내게 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그녀보다 공부를 잘 하고 활력적인 친구였다. 친구들을 사귀다 보면 그 중에 이 친구만큼 성공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드는 사람이 있는 데 그 친구가 바로 그런 사람 이었다. 그 친구의 도움으로 그녀도 공부에 자신감을 가지고 할 수 있었고, 친구는 그녀가 홀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시험 때는 밤을 새며 그녀를 가르쳐 주기도 했었다. 그녀는 그 친구를 평하기를  

   
 

 타인의 사상을 소화해서 그것을 정확히 전달하는 능력을 지닌 덕분에 - 부활 하 607쪽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시험 점수를 금방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집에 초대를 한 적이 없었다. 고 3의 겨울 방학 때 조르고 졸라서 놀라간 친구의 집은 슬레이트로 지은 판자집이었다. 친구는 부끄러워 하며 집에 초대한 친구는 그녀가 처음 이었다고 말해 주었다.  

고 3 수능을 마치고 친구는 원하는 대학에 들어 갔지만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좋은 성적을 냈지만 의대를 보내려고 하는 부모님들에 의해 다시 재수를 하게 됐고 친구와는 연락이 뜸해 지게 됐다. 재수 생활을 하며 칙칙한 생활을 보내던 어느 여름 날 저녁 전철에서 그 친구와 마주치게 됐고, 친구는 그녀에게 연락 좀 하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친구와 헤어진 후 4주 정도 지난 어느 날 그 친구의 어머니로 부터 연락이 왔다. 친구가 죽었다는 전화였다. 그녀는 너무나 큰 충격에 휩싸였고, 친구의 시체가 있는 병원에 부랴 부랴 달려 갔다. 그곳에서 그녀는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됐다. 교통사고나 그런 사고로 숨진 것이 아니라 집에서 목을 메서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죽었는지는 아무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친구의 시체를 염하는 모습을 보며 

어째서 그/그녀는 괴로워 했을까? 무엇 때문에 살았던 것일까? 이제는 그것을 깨달았을까? - 부활 하 665페이지

 라는 생각과 슬픔 속에서 울고만 있었다. 더욱이 벽제 화장터에서 친구의 시체를 화장하는데 화장터 옆에는 살아 생전 그 친구가 소유한 물건들을 소각하는 곳도 있었다. 그곳에 친구 어머니를 부축해 갔는데 20년의 인생을 살아온 그 친구의 흔적은 겨우 비닐 봉지로 세 봉지와 수 십권의 책들 뿐이었다. 비닐 봉지가 소각로로 불태워 질 때마다 어머니는 오열을 했고, 불 태워지기 위해 던져지는 책들 속에서 도서관 대여라는  도장이 찍힌 책은 소각로 아저씨가 가져가라 해서 그녀가 챙길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중에 한 권이 바로 톨스토이의 <부활>이었다. 결국 그녀는 그 책들을 도서관에 반납하지는 못 했다. 후에 친구의 죽음에서 조금 벗어나 톨스토이의 <부활>을 보던 그녀는 맨 뒷 장에 친구가 살아 생전에 쓴 소감 같은 글을 발견했다.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톨스토이는 말한다. 하지만 그는 매년 90억의 재산을 버는 인간이었다. 나는 그러지 못하다. 항상 쫓겨야 한다. 공부에 돈에 그리고 가난에, 난 노보드보로프 같은 인간이다. 나에겐 죽음 이외에는 아무런 답도 없다." 

이 소감을 언제 썼는지는 모르지만 오로지 그녀에게 떠오르는 것은 전철에서 씁쓸하게 연락 좀 자주 해 달라고 했던 그 친구의 표정이었다. 그 때 내가 친구와 더 대화를 했다면 그 친구의 어둠을 내가 해소 줄 수 있었다면 이란 자책감과 대학 따위를 가기 위해 친구의 고민 따위는 생각도 안 한 자신의 모습에 경멸스러웠다.

창피하고 비열한 일이야, 비열하고 창피한 일이야 - 부활 상 165페이지

 네흘류도프가 읆조린 저 구절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친구의 죽음을 추적하기 위해서라도 <부활>을 세 번이고 네 번이고 읽었다고 한다. 그리곤 조금이나마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신념이란, 동물의 세계나 식물의 세계에서 거름이 되고 곡식이 되고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며 애벌레는 나방이 되고 도토리는 떡갈나무가 되듯 어느 것도 소멸되지 않고 끊임없이 어떤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변하는 것처럼 사람도 소멸되지 않고 다만 변형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는 항상 활달하고 명랑한 태도로 죽음을 직시했고, 죽음으로 이끄는 고통을 잘 극복해 왔다. - 부활 하 598페이지

 그녀에게 있어서 친구의 죽음은 <영혼의 정화>를 불러 왔다. 

   
  그가 <영혼의 정화>라고 일컫는 현상은 오랜 시간을 흐르다가 갑자기 찾오는 것으로, 내면 생활의 지체 또는 정체를 인식하고 영혼 속에 쌓여 그 정체의 원인이 된 모든 찌꺼기를 단숨에 깨끗이 씻어 내는 일을 가리키는 것이다. - 부활 상 160 페이지  
   

 그녀는 울먹이며 여기까지 말하고 나에게  

"난 말이야 오래 오래 살거야. 그리고 반드시 의대를 가서 정신과 의사를 할거야. 그리고 나중에 죽어서 그 친구를 만나면 이렇게 말해 줄거야! 너가 포기한 그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리고 난 왜 죽지 않았는지 그 의미를 찾아서 당당하게 그 녀석한테 말하고 따귀를 한 대 후려갈겨 줄거야 못난 년이라고 말이야..." 

비가 내리는 조용한 교실에 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또 불꽃이 튀기는 그녀의 눈을 보며 난 왜 무엇 때문에 대학을 가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얼마나 의미 없이 인생을 살고 있는지도 말이다. 그리고 타인이 만들어준 대학이라는 허상을 위해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것은 누구든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하는 일이 중요하고 훌륭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떤 입장에 놓이든 자신이 하는 일이 중요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인생관을 반드시 갖기 마련이다. - 부활 상 234페이지

 
   

 나 역시 까쭈샤가 창녀라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그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게 된 것과 똑같은 것과 마찬가지로 대학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려는 인생관이나 선악관의 왜곡 현상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것은 단지 그런 왜곡된 관념을 가진 집단이 수적으로 많고 또 우리 자신 역시 그런 집단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 부활 상 235페이지

 
   

 그래, 그렇다 저 말대로다. 그녀가 나에게 까쮸샤라고 했던 것처럼 난 행동했던 것이다. 그녀의 고백을 듣고 <부활>을 읽으며 나는 점점 내 정체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문학 토론과 더불어 내가 공부를 못 한다는 사실을 알고 수능 공부도 도와줬다. 

수학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중학교 과정 자습서를 구해와 일일이 나에게 풀어주고 설명도 해주고 내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너도 공부하기 바쁠텐데 나한테 이렇게 시간을 투자하면 어떻하냐고 묻는 나에게 그녀는 자신도 자신의 공부에만 신경 쓰고 내 일은 신경쓰지 않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고 하며  그럴때 마다

   
 

 바로 지금 자신의 영혼 속에서 가장 중요한 무엇인가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순간 자기 내면의 삶은 최소한의 힘만으로 어느 쪽으로든 기울 수 있는 저울대 위에 놓여 있다고 느꼈다. - 부활 상 232페이지

 
   

 이 문장을 말해주며 그녀는 네흘류도프가 시베리아까지 까쮸샤를 따라 갔듯이 나 역시 똑같다고 하며 싱긋 웃어 주었다. 

그녀의 도움으로 <부활>도 수능 공부도 계속적인 진척을 해 나갔다. 

<부활>안에는 단순한 네흘류도프와 까쮸샤의 사랑 뿐만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묵직한 물음과 인간을 타락하게 만드는 모든 규칙들 그리고 시설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수능이 코 앞에 다가 오는 시점과 더불어 <부활> 토론회도 거의 끝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부활>에서 이 구절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사람들이  <이름은 뭡니까?>라고 묻곤 하지. 나한테 이름이 있는 줄 아는 모양이야. 하지만 나는 어떤 이름도 없소. 나는 모두 다 거부했으니까. 그래서 이름도, 거처도, 조국도 없는 것이오. 나는 다만 나 자신일 뿐이오. 이름이 뭐냐고? 인간이오. (중략) <황제 페하를 인정하느냐>고? 황제를 내가 왜 인정해야 하지? 그는 그 자신의 황제이고, 나는 나 자신의 황제인데. - 부활 하 636페이지

 
   

 "너는 너 자신의 황제일 분이야. 절대 잊지마" 그녀는 다짐을 하라는 듯 눈을 찡끗하며 웃어 주었다. 

결국 수능에서 난 그녀 덕분에 150점이 오르는 성적을 거두며 성공을 했고, 그녀 역시 수능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는 점수를 얻었다. 대학 합격 소식을 서로 가지고 만난 날 우리는 술을 실컷 먹고 그녀는 나에게 자신은 정신과 의사돼 인간의 암흑을 파헤쳐 보겠다고 결의를 했고 나는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황제는 나다라고 살거라고 얘기했다. 

전철에 오르기 위해 기다리는 플랫폼에서 그녀는 술취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넌 참 신기해. 남자들은 여태껏 나한테 좋다고 치근덕 거렸거든. 근데 넌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 내가 매력이 없니?" 

"아니, 난 정말 너 엄청 좋아해. 근데 넌 네흘류도프고 난 까쮸샤 잖아. 난 말이야. 시몬손을 만날 계획이거든."  

내 얘기에 그녀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리고 시몬손은 반드시 여성으로 만나라고 조언도 해 주고 말이다. 

그녀는 내가 얘기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충분히 이해를 했다. 그 날 전철을 타고 손을 흔들며 신나게 웃으며 헤어진 그녀에게 그 이후로 연락을 하지 않았고 그녀 역시 나에게 연락을 해 오지는 않았다. 

그 후로도 나는 내 자신을 잃고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좌절도 많이 했지만 틈이 날 때마다 그리고 새로운 번역본이 나올 때마 <부활>을 읽으며 그녀를 떠 올린다. 그러면 그녀는 조용한 교실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나에게 해 준 말이 귓가를 맴돈다.

"행복은 고난에 지지 않는 거야, 모든 것이 이루어 진 것이 아니고 말이야."  

그리고 싱끗 웃는 그녀의 표정과 더불어 생각나고 말이다.  

아파트 경비실에도 봄은 역시 봄이다.

 


댓글(47) 먼댓글(0) 좋아요(7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slmo 2011-05-12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새로운 번역본이 나올때마다...를 언급하셨군요.
추억을 들추고 싶은 걸 보니...그곳도, 그리고 이곳도 봄은 역시 봄인가 봅니다.
아주 긴 글인데 너무 재밌어서 숨도 고르지 못하고 읽었어요~^^

감은빛 2011-05-12 01:44   좋아요 0 | URL
앗! 내가 첫 댓글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댓글쓰다가 잠시 딴생각을 하다보니,
양철님께 선수를 뺐겼네요.

아깐 마녀고양이님 서재에서, 그리고 제 서재에서,
이번엔 루쉰님 서재에서 자꾸만 양철님을 만나네요.
왜 지금 장기하의 '우리 지금 만나~' 이 노래가 생각나는 걸까요? ^^

루쉰P 2011-05-13 13:11   좋아요 0 | URL
쓰다보면 추억이 나오고 또 나오고 흠...절제를 못 하는 추억의 아지랑이를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니 완전 길어졌어요. 읽어 주시는 것만 해도 대단하시다고 생각해요. ㅋㅋ

재미있으시다니 감사한데요. 헤헤헤

감은빛 2011-05-12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추천! 첫 댓글!
루쉰님의 훌륭한 글에 첫 자취를 남깁니다!
(이거 무지 기분 좋은데요! ^^)

루쉰님의 풋풋한 사랑이야기, 너무 재밌어요!

그래요 봄은 역시 봄입니다.

루쉰P 2011-05-13 13:13   좋아요 0 | URL
누군가에게 댓글로 기분 좋게 만들다니 뿌듯하네요. 오늘의 선행은 다 한 듯해요.

풋풋한 사랑이야기라니 너무 부끄럽네요. 삼수라는 탈옥기죠. ㅋㅋ

이상하게 <부활>에서 저 구절이 참 좋더라구요. '봄은 역시 봄이다.' 헤헤

pjy 2011-05-1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P님의 기억에 모독이 될지도 모르지만, 너무 문학적으로 그녀와 공감하셨군요^^;
제 기억속에서 참 비슷했던 그녀는, 책한장 들춰보지 않던~ 정신세계가 절대 통할수 없는 그럼 남자가 자꾸 찍어대니 무튼 연애하고 급 속도위반 결혼하더군요 ㅋㅋㅋ

루쉰P 2011-05-13 13:15   좋아요 0 | URL
모독이라뇨 ^^ 근데 여성과 남성의 사이 보다는 스승과 제자와 같은 사이였죠. 뭐랄까 근접할 수 없는 숭고함이라고 할까요. ㅋㅋ 문학적으로 공감보다는 문학적 감화였죠. 다시는 못 만날 최고의 문학 스승이었어요.

하하 정신세계가 절대 통할 수 없는 남성과 결혼했다는 분, 대단한데요. 저도 지금 나이면 그렇게 찍어댈 수 있었을 텐데 저 때는 어려서 그런지 용기가 잘 안 나더라구요. ^^

차좋아 2011-05-12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원? 우리동네네요 ㅋㅋㅋㅋ 상계동 살거든요^^ 루신님 고교 때는 월계동 살았으니 그리 멀지는 않고... 우리는 같은 지역사회에서 청춘을 보냈군요 ㅋㅋ

루쉰P 2011-05-13 13:17   좋아요 0 | URL
오잉, 상계동에 사시다니 참고로 저 학원은 없어졌더라구요. 백화점 앞에 사거리 쪽에 위치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저 월계동에 안 사는데. 어쩌죠. 죄송해서 다만 힌트는 노원에서 제가 고교 때부터 쭉 살아 온 이 동네를 올려면 7호선과 1호선을 타야 옵니다. 헤헤 궁금하시죠? 아마 궁금하실거에요. 푸훗.

차좋아 2011-05-13 18:10   좋아요 0 | URL
그 힌트 가지고는 못 알아 맞추겠어요 ㅎㅎ
루신님이 월계동 살거란 말이 아니라 제가 루신님 학생시절 월계동 살았다는 말이었어요 ㅎㅎㅎ

루쉰P 2011-05-14 23:14   좋아요 0 | URL
이거 차좋아님의 끈질기 집념에 제가 항복했어요. ^^ 전 85년도 부터 의정부에 거주해 지금껏 열심히 살고 있어요. 제가 나온 고등학교는 의정부에 위치한 유명한 공고구요. ㅋㅋ
아~~집념의 싸나이 차좋아님...

차좋아 2011-05-16 15:50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냥 모른다고 한 건데 집념으로 느끼셨군요 ㅋㅋㅋㅋ
'혹시 나랑 같은 학교 나온 거 아닐까?..' 하는 마음은 있었어요. 저는 인덕공고 나왔거든요.ㅎㅎ
저는 학원은 안 다녔지만 루신님이 다닌 그 학원, 저도 알아요. 노원에서 제일 유명했던 단과 학원 맞죠? 이름이 생각 안나네요^^;;
역시 연예담은 재밌어요^^ 다음에 또 이야기 해 주세요~

루쉰P 2011-05-19 20:48   좋아요 0 | URL
역시 차좋아님은 예리하셔. 그 학원까지 아시다니..앞으로는 완벽한 신비주의를 위해 모두 이니셜 처리를 할 생각이에요. ㅋㅋㅋ 그래야 더 스릴있죠. 전 글의 심층을 분석하는 버릇이 있어서 모른다는 것을 집념으로 느끼는 센스를 작렬 했네요. 완전 부끄러워용!!

마녀고양이 2011-05-14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놀러왔다가 다시 논문을 보는군요.
지금은 새벽 1시 40분. 아무래도 이 페이퍼를 열심히 읽으면 두시가 넘겠죠?
내일 다시 읽으러 오겠습니다. 루쉰님. 즐거운 주말되시구요.....

마녀고양이 2011-05-14 10:42   좋아요 0 | URL
루쉰님, 아니 삼수를 해서 150점이나 올린 후에 들어간 대학을
보기 좋게 때려치우신건가요? 저런, 전산 전공이셨죠? 나랑 같은 계열이네.

하기사 어느 대학 나오고 남들 인정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반드시 나의 행복은 아니니까요.. 그 시절에 <부활>을 읽으셨다니
의미심장한걸요. 나비가 되기 위한 몸짓처럼.

그렇군요, 그분과는 이후 다시는 연락하지 않으시는군요.
루쉰님은 과연 카츄샤인건가요? 오래 전 경직된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인 느낌이 드는.... 아줌마의 잔소리랄까요~ ^^

그래도 요즘 아파트 아주머니들과 해피하게 지내신다니, 그것만으로도 좋네요.

루쉰P 2011-05-14 23:12   좋아요 0 | URL
하하하 명지전문대 컴퓨터학과를 들어갔었죠. 근데 지금은 과 이름도 바뀌었다고 들었어요. 400점 만점에서 맨 처음 수능 150점, 그 다음 재수 후 160여점. 삼수 295.8점 ㅋㅋㅋ 점수가 잊혀지지 않아요. 워낙 고생해서 받아서 그런지. 마고님이 농협에 대해 쓰신 글 봤어요. 저도 제가 컴퓨터를 상당히 잘 할 줄 알고 지원했는데 주위에서도 해킹을 주로 하고, 야동 사이트를 줄줄 외울 것 같은 악의 프로그래머의 이미지가 풍긴다고 적극 추천해 줬거든요. 근데 그만 1년만 마치고 자퇴를 해버렸죠. 같은 계열이라서 서로 통하나 봐요 ㅋㅋ

그 시절에 읽은 <부활>과 지금 읽는 <부활>과 또 느끼는게 틀려요. ^^ 지금은 나비가 아니라 나방이 되버린 현재이지만 말이죠. 헤헤

저 역시 나름 진보적이다고 착각하며 사는데 20대 때는 저 친구와의 차이가 너무 극심하다고 스스로 느꼈기에 먼저 발을 뺀거죠. 근데 지금 와서 느끼는 것은 그 때 들이댔다고 한다면 과연 지금과 같이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전 좀 비관적인 듯. ㅋ 아줌마의 잔소리는 저에게 필요해요. 많이 해주세용!!! 관심 받고 싶어용!!

아주머니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저 역시 아주머니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어요. 요즘 마트가도 진열된 우유 중에서 맨 뒷 줄에 있는 거 사요. 그게 제일 신선하다고 308동 302호 지현이 아주머니가 가르쳐 주셨어요. ㅋㅋ

후애(厚愛) 2011-05-14 0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놀러왔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루쉰P 2011-05-14 23:15   좋아요 0 | URL
완전 행복한 주말 보내고 있어요. 그냥 뒹굴 뒹굴 ㅋㅋ 내일은 또 일나가고 월요일부터는 3일간 예비군 훈련을 갑니다. 헤헤
자주 놀러와 주세요. 사람이 그리워요. 전 외로움 쟁이!!

노이에자이트 2011-05-1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드라마 소재로 참 좋겠어요.부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재수생 연인...여자는 신세경. 남자는 음...정용화 정도? 니쿤은 우리말을 못하는 게 흠인데...정 안되면 제가 분장 좀 심하게 해서 맡는 수밖에요.

루쉰P 2011-05-19 22:53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 빵 터졌어요. 드라마 소재로 보신다니 뭔가 의욕이 솟는데용! 근데 신세경과 정용화 확 느낌이 오는데요. 하지만 노이에자이트님이 분장을 하신다고 하면 말릴 겁니다. -.- 진지하게 말릴 거에요.

노이에자이트 2011-05-20 18:35   좋아요 0 | URL
아니...왜요? 이거 명예훼손입니다! 내 외모가 국제적으로 통하는데!

루쉰P 2011-05-20 18:38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알겠습니다 국제적 외모라고 하시니 인정할께요 ^^ 저도 자랑하자면 아랍권에서 통하는 외모라고 칭찬 받은 적이 있어요

2011-05-2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읽으니, 컵 하나를 들고 온 방을 훑으며 이야기를 하나 지어낸 절름발이가 생각나네요. (유주얼 서스펙트..) 이런 일이 진짜 있었다는 겁니까요?!! 꼭 지어낸 것만 같다고 느끼는 저는 너무 밋밋하게 수십 해를 살아온 것 같군요. 엄청 집중해서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루쉰P 2011-05-20 05:4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섬님 너무 반갑습니다. ^^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과 대화를 하고 친해질 수 있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고 할까요? ^^ 그 이후 1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저에게 저렇게 좋은 일은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오지 않았어요. 만약 저런 일이 다시 생긴다면 놓치지 않을거라 수 십번도 다짐했지만요. 부끄러운 것은 그 친구와 약속한 제가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는 사실이죠.
저도 솔직히 나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 만큼 제 인생에 있어서 엄청난 찬스였죠. ^^ 지금 생각하면요. 그치만 너무나 제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추억이긴 해요. 너무나도 긴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하하 2011-05-2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목이 '삼수' 여서 서슴없이 마우스를 클릭하고나선 정말 숨쉴틈도 없을정도로 정신없이 읽어내려 갔어요. 저두 과거 재수의 경험이 있는지라....
소설같지만 사실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두 꼭 톨스토이 읽어보고 싶네요.
좋은글 넘넘 감사해요. 저의 과거가 다시 생각나네요...

루쉰P 2011-05-21 09:25   좋아요 0 | URL
인생이 소설 같고 소설이 인생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 반갑습니다! 놀러 와 주셔서 이렇게 긴 리뷰를 보고 놀라진 않으셨는지 걱정되네요 ^^ 부활은 꼭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그러시면 그녀에게 제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아실거에요? 물론 안 읽으셔도 아실 순 있겠지만요 ^^ 앞으로 자주 뵈면 좋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5-21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랍권에서 통하는 외모라...그러면 서양에서도 통하겠는데요.서양 사람은 동북아보다 아랍에 더 미남미녀가 많다고 생각하니까요.내가 봐도 아랍인이 눈이 더 크고 윤곽이 뚜렷하더라구요.아랍민족은 아니지만 이란인들도 외모가 좋은 편이죠.

루쉰P 2011-05-21 18:05   좋아요 0 | URL
이 비오는 음울한 오후에 노이에자이트님의 글을 읽다가 왠지 모르게 서서 거울을 봤어요. 제 얼굴을 곰곰히 뜯어보면 짙은 눈썹에 매부리코 그리고 날카로운 턱 선...흠 근데 한국형 미남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추남이라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아랍형 미남이라고 얘기하고 다녀야 겠어요. 자신감이 솟네요. 역시 노이에자이트님 덕분에 제 본 얼굴을 찾았어요. ㅋ

노이에자이트 2011-05-21 20:38   좋아요 0 | URL
오! 축하축하합니다.저는 아랍인보다 이란인이 더 좋습니다만...

루쉰P 2011-05-22 09:05   좋아요 0 | URL
아...그럼 이란형 미남으로 바꿀께요. 아랍형 미남은 많이 들었는데 이란형 미남은 새롭네요. ㅋ

노이에자이트 2011-05-22 15:25   좋아요 0 | URL
한번 사진으로 아랍형과 이란형을 견주어 보세요.

파고세운닥나무 2011-05-3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곧 책이 나옵니다. 지도교수님이 저를 책임번역자의 남편이라 번역후기에 적어 주셨네요^^

출간되면 말씀 드릴게요!

루쉰P 2011-05-31 10:49   좋아요 0 | URL
ㅎㅎ 너무 기대되는데요. 꼭 알려주세요. ^^ 비 오는 날 좋은 소식 주셨네요. ㅋㅋ

쉽싸리 2011-06-0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활을 읽은지 하도 오래되었고, 기억도 또한 젬병이라 검색을 해서 대강의 줄거리(결말)를 파악했어요. 시몬손이라는 정치범을 따라가는 카츄샤의 선택은 도통 모르고 있었어요.
엄청난 스케일의 얘기입니다. 스토리의 짜임새가 대단합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예요!!

루쉰P 2011-06-02 09:57   좋아요 0 | URL
'부활'은 그 얘기의 스토리가 정말 엄청나죠. ^^ 비평가들은 톨스토이가 네흘류도프에게 무리한 사상을 주입한 주인공이라고 말들이 많았지만, 그의 소설을 읽으며 당연히 있을 법한 인간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시몬손을 선택하는 카츄샤의 선택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뭐랄까 가슴이 저며지는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 저 역시 그 때 그런 마음이었구요.
쉽싸리님이 눈치를 채시다니 대단하신데요. 제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에요. ^^

꼬마요정 2011-06-0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이라서 추천 백만개라도 누르고 싶은데 아쉽게도 한 번만 되네요..^^;; 루쉰P님을 왜 이제서야 알게된 걸까요..ㅜㅜ 아아..이러면 저는 점점 리뷰 쓰기 힘들어진답니다. 요즘은 글 잘 쓰는 사람들 너무 많아요.. 전 점점 리뷰 쓰는 게 두려워진다는..크흑

루쉰P 2011-06-06 16:32   좋아요 0 | URL
ㅋㅋ 너무 과찬이세요. 전 리뷰가 아니라 그냥 책에 대한 추억만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리뷰를 쓰는 분들의 글을 볼 때 저도 두려워지고 부끄러워져요. 리뷰란 것이 잘 쓰냐 못 쓰냐의 차원이 아니라 자신의 시각에서 자신이 보는 것을 쓰는 것이기에 절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한 책을 놓고 만 개의 시선이 읽어서 만 개의 평가가 나오는 것이 리뷰이지 않나 싶어요. 어떤 틀도 규정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꼬마요정님의 리뷰도 분명 꼬마요정님 만의 향기를 뿜으며 나온다고 생각해요. 기대하고 있을거에요. ^^

제가 존경하는 루쉰 선생은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어요. 그 시대는 이가 굉장히 많았는데 어떤 사람이 시장에서 이를 완전 격퇴할 수 있는 비법이라고 팔더래요. 주인공은 너무나 좋아서 그 비법이 쓴 종이를 돈을 주고사서 집에 와서 꼬깃 꼬깃 접힌 비법을 딱 펼쳤는데 거기에는
'열심히 잡아라' 고 써 있었다고 쓰셨어요. 허무 개그가 아니라 전 리뷰의 비법도 거기에 있다고 봐요. 열심히 쓴다 자기 식대로 그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전 그래서 제 멋대로 쓰죠. 푸훕!!

산사춘 2011-06-13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활보다 루쉰P님 리뷰가 더 감동적입니다. 짝짝짝!
알라딘은 이래서 좋아요!

루쉰P 2011-06-14 08:44   좋아요 0 | URL
아이 부끄러워요. ^^ 그래도 톨스토이가 더 훌륭하죠. 아잉 완전 부끄러워라. ㅋ

아이리시스 2011-06-14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니까 저도 [부활]을 읽어야겠군요. 이해가 다 안되는 걸 보면..^^
어린 나이에 이렇게 예쁜 추억이라.. 지금 그녀는 의사가 되었을까요? 너무 감동적이예요. 두 분 우정이..^^

거기다 이건 추억에 대한 한 편의 논문입니까, 소설입니까?^_____________^

루쉰P 2011-06-14 20:39   좋아요 0 | URL
<부활>은 꼭 추천드리는 명작입니다. ^^

의사가 됐다고 확신하고 그녀도 어디선가 제가 무얼 하는지 궁금해 할 것 같아요. 그러기에 더 삶에 대해 투철하게 도전할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만약에 인생의 한 번 쯤 마주치게 된다면 부끄러운 모습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요. ^^

왠지 추억에 대한 논문이 돼 버렸어요. ㅋ

2011-06-27 0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쉰P 2011-06-27 09:3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제가 사실 리뷰를 눈 튀어게 끔 써 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맘 잡고 있어야 하는 그런 사태를 속출하고 합니다. 너무나 좋은 칭찬 감사드려요. 제가 다 부끄럽네요. ^^

비가 오는 태풍의 월요일입니다. 정말 활기차게 시작할께요! 화이팅!!

쥬빌리 2011-11-27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예컨데 역사란 승자들이 벌이는 오르가즘 파티일 뿐입니다. 어짜피 인간도 이기적 유전자의 자기 보존 의지에 사로잡힌 노예나 다름없잖습니까. 이건 완전한 과학적 방법론으로 검증된 사실인데요. 이제 갖잖은 위선자 노릇은 그만두고 사창가를 법적으로 용인하는 선진국들의 현명한 용단을 당장 우리나라에 도입해야할지도요. 뭐 어짜피 법적으로 용인 안해도 돈 주고 성파는 산업은 우리나라에서 날로 번창하고 있으니까요. 어짜피 좋은게 좋은거니까. 뭐 몇십억씩 하는 미사일을 도시에 날리고 과부와 아이들을 죽이는게 공적으로 허용되왔으니까 모든게 허용되겠죠?

저는 유복한 부모님을 만나 아무 고생도 안하고 편하게 공부나 하며 책이나 읽고 있으며 여름보다 겨울이 좋다는 드립이나 치고 있는 학생입니다. 이제 대학을 가야겠죠? 전 부활을 3번 읽었습니다. 저가 수능 공부하다가 가장 절망적일 때 부활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리처드 도킨슨의 눈먼 시계공(이 책의 내용을 결론 내리자면 추호의 의심도 없이, 목적론적이며 관념론적인 도덕과 영원, 신,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랑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의 자기 보존 의지의 맹목적으로 종속된다. 즉 번식이 진리다.)을 읽었습니다. 죄와벌을 읽었고 부활을 그렇게 또 2번 읽었습니다.

또 수능을 보고 다시 부활을 3번째 읽습니다. 하루종일 가게를 보면서 읽습니다. 한장 한장 읽는게 너무 힘이 듭니다. 이제껏 읽어왔던 책에 비하면 톨스토이의 부활은 매우 진부한 책으로, 매우 뻔한 진행대로 흘러갑니다. 네흘류도프는 완전히 이건 무슨 인간이 아니라 도덕적 사고회로를 집어넣은 로봇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어려운 책도 아니고 편하게 읽히는 ㅡ하지만 진중한 문학적 무게가 느껴지는ㅡ 품격있는 고전입니다. 근데 읽는게 너무 힘이듭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 너무 힘이 들어서 기도하지 않고는 도저히 읽을수도 없습니다. 참을수 없는 내적 절망이 밀려와서 그리스도와 내가 사랑하는 그녀를 생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웬걸, 그녀를 생각하니 내가 더 추악한 놈처럼 느껴저 더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네요.

그래서 밀란 쿤데라의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봅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기수다운 소설이군요. 처음부터 니체의 영원회귀 드립으로 시작하고 세계에 모든 것이 허용되어있다고 냉소합니다. 솔직히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쉽게 읽힙니다. 별로 부담감이 없습니다. 왜냐면 결혼을 하고 다른 여자와 수백번 섹스하는 것은 전혀 비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미학으로 아름답게 서술되어야 하며, 그곳에선 무조건 따뜻함이 느껴져야 합니다.

솔직히 고상한척 하는 놈들은 나이트에서 몸을 부비며 원나잇 스탠드의 짜릿한 맛을 좀 알아야합니다. 솔직히 갖잖은 위선자보다 정직한게 낫습니다. 적어도 그들은 자신은 속이지 않습니다. 비꼬는게 아니라 정말 그래요. 저같은 놈이 병신이죠. 현재 제 주변에는 원나잇 스탠드를 하거나, 아니면 사창가에서 몸을 푸는 녀석들이 있는데 전 그 녀석들이 그런 얘기를 하면 웃으면서 건강에 안좋다고만 합니다. 도무지 학교에서도, 어른들도 그것이 나쁘다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들에게 그것이 틀렸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틀렸다는 말을 경멸할 것이고, 그들은 전적으로 무죄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주위에서 굶어죽든말든 스펙 쌓고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취업하는게 진정한 인간의 도리이지만, 전 갖잖은 위선자가 이제 되려고 합니다. 전 그녀처럼 긍정할수가 없습니다. 그 어여쁜 톨스토이안처럼 긍정할수가 없습니다. 원체 비열한 놈이기 때문입니다. 도저히 제 고상한 자아를 위해서 꾸며대는게 너무 구역질나, 지금 제 덧글도 너무 구역질나 미치겠습니다. 물론 더 미치는 것은 이런 이야기를 진정 공감해줄 친구가 없다는거지요. 제겐 너무 과분한 친구들이 있긴하지만.

전 전 제안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지금 진정한 변화를 목도하고 있습니다만 지금만큼 제가 추악하게 느껴진 적은 처음입니다. 이 허망하고 한번뿐인 인생 오직 아름다움과 너무나 고통받는 이들의 작은 미소를 보며 살겠다고 결심하지만 어짜피 저는 비열한 놈이고 이제 현실과 타협하게 될겁니다. 제 양심은 한달에 2만원에 불과하거든요. 그것도 타성에 젖어 계좌이체하고 있군요. 뭐 저는 편의점 알바 하다가 밤에 강도 들어서 칼에 맞으면 바로 죽을 놈입니다. 고2때도 죽을뻔했고. 모든 것이 허용되는 세계니 이건 단지 확률의 문제입니다.

톨스토이는 주님께 돌아온후 진짜 평생 미치도록 고뇌했습니다. 그가 괜히 펜을 꺽은게 아니지요. 톨스토이는 절대로 그녀처럼 긍정할수 없었습니다. 그의 고뇌와 고통을 비록 활자지만 저에게 너무 절절하게 다가와서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아아 그는 너무 불행했어요. 단지 정직해지기로 결심했는데 말이죠! 주님 앞에서! 그는 정말 정욕이 왕성한 남자였어요. 안나와 신혼 생활때도 다른 농민 여자랑 정사를 벌였을정도니까요. 게다가 러시아 최고의 귀족이고 이천헥타르의 넘는 토지를 가진 대지주였으니까요. 정점에 이른 문학적 재능까지 생각한다면 이거 뭐 사기캐가 없군요. 명예도 얻었겠다, 여자랑 하고 싶으면 그냥 할수도 있었겠다, 그냥 즐기면서 살지 왜 그는 주님께 돌아왔을까요? 여하튼 그가 진정한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르고자, 정말 진정한 사랑을 하고자 결단했을때 아내는 그를 경멸했고 작은 새같은 한 딸을 제외하고는 가족 사이에서 완전 왕따가 되었습니다. 아 그는 너무너무 고독했던 겁니다!

그는 다만 좀 정직해지고 싶었습니다. 복음서에서 유일하게 예수님의 부름을 거부한 그 부자청년이 되기 싫었던거죠. 하지만 정직한 기독교인이였으며 현실적이었던 안나는 그의 위선을 경멸했습니다. 끝내 그는 고독하게 죽었죠.(사실 톨스토이의 마지막이 너무 미화되곤 하는데 말그대로 그건 그냥 동화적 신화에 가깝습니다.) 그는 현재 지금 너무 신화화되서 그의 인간적인 결점과 고통들이 가려져있습니다.

오랫동안 죽어있었던 제 지성과 양심, 그리고 그 모든 감정들이 마침내 부활하여 저 자신을 미치도록 괴롭히고 그 모든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쾌락만이 진리라고 하는 그 거부할수 없는 담론들이 절 괴롭힙니다. 저도 그녀처럼 긍정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처럼 톨스토이의 부활을 경전으로 삼고 삶을 긍정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톨스토이처럼 모든 걸 부정하고야 맙니다. 사회에서 왕따가 되고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할텐데 말이죠! 사실 톨스토이는 별다른 말 안했어요. 그냥 정직해지기로 결심했고 그리스도의 말씀이 실현 가능하다고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죠.

5일전에 마침내 부활을 다 읽었습니다. 어쨋든 제 미칠듯한 정욕과 무한에 가까운 이기주의에도 불구하고 저는 놀랍게도 자살하지 않고 아주 너무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 주변 사람들에게 농담도 잘하는 편이고 친절하게 대하는게 몸에 배어있지만, 그럴수록 제가 너무나 추악한 놈이라는 걸 느낍니다. 어쨋든 삶이란 너무 가볍긴 하지만 소중하니까요. 저도 이제 어른이되야한다는 걸 느낍니다. 이런 정신나간 글 써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루쉰님은 정말 소중한 인연 만나셨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 주위에는 책 읽는 사람이 저 혼자인데 말입니다. 정말 님은 귀중한 인연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신 겁니다. 진실한 톨스토이안은, 아무도 심판하지 않기에 이해받지 못하며, 아무도 경멸하지않는 그리스도인은 그냥 백취치급 받을수밖에 없죠. 도스토예프스키가 백치란 책을 괜히 쓴게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루쉰P 2011-11-29 15:14   좋아요 0 | URL
이렇게 긴 댓글은 처음이라서 첫 문장보고 제 리뷰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 욱하는 마음에 쓰셨나란 착각을 했습니다. ^^;;
게다가 또 이렇게 진지한 댓글은 처음이라서 저도 답변을 하는데 참으로 많이 망설여 지더군요. 쥬빌리님은 기독교 신자이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을 믿고 그 가르침대로 살고 싶어하는 마음과 육적 쾌락이 현실이기에 그 마음과 그 사이에서 이중성에 대해 괴로워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전 뭐랄까 이 긴 댓글에서 <부활>의 네흘류도프가 쓰지 않았나란 착각이 들었습니다. 제 눈에는 쥬빌리님이 네흘류도프처럼 비쳐진다고 할까요?
외람된 말 일지만 저는 상대방보다 나이가 많다고 훈계조로 얘기하는 것은 가장 경멸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쥬빌리님의 지금의 그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할까요? 쥬빌리님 입장에서는 제가 뭔 소리를 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드실 수 도 있으실 겁니다. ^^ 저 역시 쥬빌리님처럼 기독교는 아니었으나 내 안의 이중성에 대해 20대 초반에 너무나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내가 읽은 책으로 살고 싶은 마음인데 현실은 그러지 못하고 너무나 육욕적이고 더럽다고 할까요? 나보다 돈이 많은 자들에게 굽신거려야 하고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되지도 않는 소리에 맞다고 맞장구를 쳐야 하고 하는 이 현실에 대한 더러움과 괴리감 때문에 지독하게 괴로울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안 괴롭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다만 지금은 그런 것들을 저주한다면 난 거기에 대해 내가 싸울 수 있는 무기는 무엇일까?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들 속에서 미력한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 일은 무엇일까? 물론 돈도 벌어야 하지만 사람들 속에서 이런 이상한 괴리감 느끼는 사회 속에서 내가 무언가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저는 지금은 비록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사람들에게 핀잔이나 듣는 허드렛 일을 하고 있지만 반드시 그 무언가의 일을 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
쥬빌리님의 그 추악한 놈이라고 느끼는 그 마음은 참으로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정말 추악한 놈이 되버리니까요 ^^
저 역시 추악한 놈이기에 게다가 육욕적인 것도 참으로 좋아합니다. 쥬빌리님의 말씀에 많은 긍정을 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패배할 수는 없다고 하루 하루 다짐을 합니다. 어찌됐는 말이죠. ^^
지금 이 서재에 쓰는 리뷰들도 그런 것의 일환입니다. 뭔가 스스로를 해독하고자 하는 글들이기에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일 겁니다.
아무쪼록 어느 대학이든 들어가셔서 그곳에서 자신의 추악한 면을 더욱 더 봐 가시면서 자신이 추악한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전 그 마음만 있어도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쥬빌리 님의 댓글을 통해 저 역시 진지하게 제 자신의 추악함을 많이 돌아 보게 됐습니다. 긴 댓글 감사합니다.
저 역시 정신나간 답글 이었습니다. ^^

죽염먹는고흐 2014-09-30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알라딘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책리뷰는 처음 읽어봅니다. 너무 잘 봤습니다.

루쉰P 2014-10-07 13:28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 이렇게 와 주셔서 재밌다고 해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의 20대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고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울컥 하면서 힘이 나곤 합니다. ㅎㅎㅎ
사람의 각자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전 운이 좋았던 셈이죠 ㅎ
 

 내가 아파트로 출,퇴근 하는 길은 광릉수목원을 정확하게 가로지른다. 매일 정확한 시각 아침 9시쯤 출, 퇴근을 하기에 수목이 우거진 이 길을 몇 달 전에 구입한 99년 산 마티즈를 타고 혼자서 신나게 달린다

차가 중고다 보니 카세트는 망가져서 혼자서 흥에 겨울 때면 주체를 하지 못해 노래를 흥얼거리곤 한다. 찬란한 햇살과 그 속에 울창하게 높이 솟은 나무들, 신선한 공기, 그리고 봄을 맞이해 솟아오르는 녹색 풀들의 화려한 색상 속에서 한층 기분이 업 되곤 한다.

오늘 출근 길, 왠지 기분이 업 돼 혼자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뚜비뚜빠빠 뚜비뚜빠빠 뚜삐뚜빠빠 빠아~

치잇! ‘웃어라 동해야주제곡을 흥얼거렸어.  

이 곳에 근무하며 드라마 폐인인 경비 반장님 덕분에 몇 달 동안 줄곧 드라마를 같이 본 탓이다. 경비 반장님 경비실에는 TV가 없어 변압실에 항상 정해진 시간에 오셔서 드라마를 보시는데 나도 같이 보다가 세뇌 당해 버렸다.

암튼 그렇게 출근해서 오자 마자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집 유아들에게 미끄럼틀은 절대 서서 타는 것이 아니라고 교육을 시켜줬다. (관리사무소 옆에는 어린이집이 있다)

콧물 흘리던 꼬마 한 명이 나에게

근데 아저씨는 누구에요?’

나는 백만불짜리 미소를 지어 보이며,

너희들의 수호천사란다

찡그리는 아이들의 표정을 뒤로 하고 쿨하게 내 근무지인 지하실로 가서 멍~때리며 앉아 있던 중.

소포가 왔다고 경비 반장님이 호출하셔서 가보니 큰 박스에 소포가 와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알라딘에 부활’ 1,2권을 신청했는데 두 시간만에 배달이 오다니 놀랄 일이다라고 생각하며 소포를 뜯으니 세상에 양철댁님이 보내주신 당신 인생의 이야기’ ‘유령이 쓴 책’ ‘통곡그리고 언제나 상큼발랄 레모나C 60’!!!

이 거대한 선물을 옆에서 구경하시던 경비 반장님

아니 왠 책이 이렇게 많아?’ 

 '네, 선물 받았어요.’

, 그래. 아가씨가 보냈나봐, 편지도 있고 정성이 가득해

, 절세 미인이세요. 마음도 되게 착하세요.’

내가 혼자서 중얼거리는 모습도 목격하고, 요새 옴진리교 책만 보고 있어서 걱정하시던 경비 반장님은 양철댁님의 선물 덕분에 내가 사람들도 만나고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판단하신 모양이다.

경비 반장님께 레모나C를 한 봉 나눠드리고, 이 소중한 책들을 들고서 양철댁님이 보내주신 소중한 편지도 읽어보며 오래 살아있기를 잘 했어라는 생각과 이런 과분한 선물을 받아도 되는지란 부끄럼움(이미 받아놓고서!) 그리고 사회는 아직 온정과 따뜻함으로 가득찬 세상이라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

선물이라 불리는 것, 받아 본지 몇 년만인가그것도 이렇게 정성이 가득한 선물을 말이다.

울컥하려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말 알라딘 서재에서 좋은 분을 만났구나란 생각을 했다.

난 이 세 권을 모두 돌파하겠다! 양철댁님 정말 감사합니다! 힘 낼께요! 그리고 보내주신 레모나처럼 언제나 상큼발랄하게 살께요! 

오늘 저녁에는 경비 반장님이 통닭도 사주신단다, 정말 퍼팩트하게 산뜻한 하루다! 

'자연이, 봄 햇살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넉넉하다는 게 아닐까요?' 

양철댁님의 이 편지글을 읽고 거짓말하지 않고 정말 눈물이 났다.

이 좋은 봄날, 이 모든 영광을 양철댁님께 ^^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유령이 쓴 책
데이비드 미첼 지음, 최용준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15,500원 → 13,950원(10%할인) / 마일리지 7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1년 04월 21일에 저장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4년 1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2011년 04월 21일에 저장
구판절판
통곡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08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1년 04월 21일에 저장
품절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slmo 2011-04-2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ㅠ.ㅠ
쑥스럽게스리...
하긴 누군가의 글이 참 맘에 들고, 그래서 독려하고 싶고, 그래서 내가 아는 좋은 책들을 같이 나누고 싶고 한 게 쑥스러워야 할 일은 아니죠~^^

맘 착한 절세미인, 저 부분은 정정 들어가셔야 겠어요.
그래야 제가 앞으로도 맘 놓고 무슨 일을 계획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근데 이 글도 참 맘에 들어서 추천을 날리지 않을 수가 없는걸요~^^

루쉰P 2011-04-23 00:34   좋아요 0 | URL
쑥스러워하시면 안 됩니다. 당당해 지셔야 해요! ㅋㅋ

인터넷은 실체를 보지 않습니다. 다만 글을 통해 느껴지는 그 사람의 마음을 보는거죠. 전 양철댁님의 마음이 그렇게 보여요. '절세미인에 착하신 분'으로 말이죠. 푸훗. 절대 수정할 수 없어용!!

노이에자이트 2011-04-22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세미인이라...궁금 궁금.

루쉰P 2011-04-23 21:43   좋아요 0 | URL
전 항상 궁금을 유발하는 능력이 있는 듯 해요. 하지만 양철댁님이 절세 미인이라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sslmo 2011-04-23 15:28   좋아요 0 | URL
'확실'이 아니라 '확신'이신게죠?
이 동네의 안녕을 위하여 절대로 실물을 들이밀면 안되겠네요~^^

루쉰P 2011-04-23 21:44   좋아요 0 | URL
이 동네의 안녕을 위해서는 제가 더 실물을 들이밀면 안 됩니다. 제가 그런 면에서는 양철댁님 보다는 위에요. (아, 이 오만함 ㅋㅋ)

쉽싸리 2011-04-22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정도의 일화군요!

명랑한 루쉰P(지금보니까 대문자네요?)님의 말씀과 행동에 비나리는(던)오늘이 차라리 개운합니다.

루쉰P 2011-04-23 00:3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글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된다는 것이 참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게다가 그런 글을 읽어 주시고 개운하다고 하시는 분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구요. ㅋㅋ

마녀고양이 2011-04-2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축하드려여, 루쉰님!
그런 깜짝 선물을 받으시다니 기분 좋으셨겠어요. ^^

그런데 말이죠, 수많은 누님과 형님 앞에서 오래 살기를 잘 했어라는
깜찍한 멘트를 날리실 수 있는겁니까! 버럭! 흐흐.

루쉰P 2011-04-23 21:52   좋아요 0 | URL
완전 기분 울트라 캡 숑 좋아요. ^^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얼굴도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정말 제 친누이처럼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할 뿐이죠.
저에게는 '사자'님이라고 소중한 친구 분이 계시거든요. 몇 년부터 인터넷으로만 만난 분인데 항상 저에게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그런데 이렇게 알라딘 서재에서 마고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을 만나서 너무 감사할 뿐이에요. 이거 뭐라도 해서 보답해 드려야 하는데...

그리고 아무래도 오래 살기 잘 했어보다는 오래 서재 들어 오길 잘 했어로 바꿔야지 안 혼날 듯!!

감은빛 2011-04-28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근길이 광릉수목원을 가로지른다니!
엄청 부러운 출근길이예요!
차가 99년산이라면, 양호한거 아닌가요?
저는 96년산을 몰고 다닌답니다.
아직 쌩쌩하니 잘 달립니다.

오랫만에 루쉰님이 밝은 글을 올린 것 같네요!
선물 받으신 거 축하드립니다!

루쉰P 2011-04-29 10:47   좋아요 0 | URL
아주 고요한 길이에요. 외계인에 납치되어도 좋을 정도로 고요해요. 96년산이라니 대단하신데요. ^^ ㅋㅋ

선물 받아서 너무 좋아용. 저는 밝은 글, 태양 광선과 같은 글을 쓰고자 결심하고 있습니다. 푸훗.

cyrus 2011-04-28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서재 들렸는데 저 역시 기분 좋게 만드는 글을 읽게 되었네요.
아무래도 시험이 끝나서 그런걸까요? 저도 요즘 하루하루가 기분이 좋고
긍정적인 마음이 샘솟네요 ㅎㅎ
뭐니뭐니해도 책을 친분이 있는 분들에게 공유하고 나눠준다는건 참 좋은거 같아요.

루쉰P 2011-04-29 10:48   좋아요 0 | URL
기분 좋으시다니 저도 흐뭇합니다. 이 모든 것이 양철댁님 덕분 ㅋㅋ. 시험이 끝나면 긍정적이 될 수 밖에 없어요.

맞아요. 책을 혼자서 읽은 저로서는 양철댁님의 저런 모습 속에서 이기적 자아를 반성해요. ^^

pjy 2011-05-0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절세미인에게 선물받으시는 루쉰P님은 멋쟁이 우후훗~~

루쉰P 2011-05-06 20:29   좋아요 0 | URL
아무나 그런 행운을 가지는 것은 아니죠 크흑!! 또 다시 감동의 눈물이..

2011-05-2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고 저도 양철댁님께 반했어요~, 편지 울컥 부분에서 저도 울컥. ^^
오래 살 만한 세상, 화이팅!

루쉰P 2011-05-22 09:05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분이에요. 양철댁님은 ^^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화이팅!!1
 
크레이지 군단 1~4권 박스 세트 - 한정판
후루야 미노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이 아파트에는 매일 아침 8시반에 정확하게 출근하는 여성이 있다. 

약간 긴 파마머리, 어떤 날은 스커트 차림, 어떤 날은 진 청바지에 마이를 입고 높은 구두를 신은 이 여성. 수수한 화장, 차분한 표정, 전문직에 종사할 것 같은 이미지, 얼굴은 계란형에 미인이다! 

난 항상 9시 출근이지만 어느 날 눈에 띈 이 여성을 보기 위해 매일 아침 8시 20분에 출근한다. 그런 나에게 모두 성실하다고 말한다. 푸훗. 항상 사실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 법. 

이 여성은 어떤 날은 뛰고, 어떤 날은 걷는다. 다급한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어떤 날은 저녁에도 볼 때가 있다. 7시에서 8시쯤 퇴근을 하는 듯 하다. 

이 여성 분은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그렇지 모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여성분께 내 마음대로 이름도 지어드렸다. 지혜씨라고 말이다. 출근하기 위해 멀리서 걸어오는 그 여성에게 혼자서 말을 걸어본다. 

'지혜씨, 오늘은 헤어스타일이 멋지시네요.' 

'지혜씨, 오늘은 옷이 참 잘 어울리세요.' 

그렇게 아파트 길목에서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다.

옴진리교에 대한 책을 열심히 보고 있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사랑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그리고 결심했다. 누군가를 사랑하겠다고 말이다. 근데 주변을 둘러보니 변압실이라 오로지 웽~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전압기와 책상, 의자, tv 뿐. 난 혼자였다.

이 녀석들에게 애정을 쏟을까 하다가 '이건 아니야, 난 사람이야, 사람을 사랑해야 해'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 섬광 같이 지나간 한 여성, 매일 같이 서로 무표정하게 바라 보지만 난 그 여성에게 애정을 쏟아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사랑을 쏟아준다고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밤에는 달을 보며 그 여성이 오늘은 좋은 하루를 보냈기를! 낮에는 해를 보며 그 여성이 오늘은 즐거운 일만이 가득하기를! 중얼거리고 있다. 

나랑 친한 경비 반장님은 지하에 나와 달 보고 해 보고 중얼거리는 나를 보며 걱정이 되시는 모양이다. 저번에 무슨 책을 읽냐고 물어보실 길래 옴진리교라는 사린 가스 테러 사건에 대한 책을 보고 있다고 말씀드리자 갸우뚱 하시며 전기 공부 책은 안 읽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이후에 택배로 배달되는 책들은 경비 반장님을 통해서 오는데 옴진리교 2탄 '약속의 장소에서' 그리고 옴진리교 교주의 어린 시절을 추적한 '황천의 개'등. 

배달 될 때마다 무슨 책이냐고 물어 보시는 경비 반장님께 내가 그 때마다 옴진리교라고 하자 더욱 더 이상한 표정으로 바뀌시고 있다. 그리고 경비 반장님께서 한 마디. 

'암튼 힘 내!' 

뭘, 힘 내란 거지...뭐 하여튼...나를 요즘 좀 피하신다. 경비 반장님. 나랑 곧잘 차도 마시며 시국을 토론 했는데 말이다. 

내 생활의 모든 사상의 원류는 후루야 미노루다.

만화가를 지망하는 오타쿠 기계과 친구와 더불어 에로계의 공고 본좌라 불리는 화공과 친구 그리고 공산주의 사상에 한 발 담그고 있는 공고의 붉은별 전기과 나 이렇게 세 명을 주축으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써클이 형성되었다. 이름하여 '바보파' 

전태일 평전에서 전태일 열사가 활동했던 써클의 이름이 '바보파'라는 사실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우리는 그런 심오한 의미의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여름이 지나고 대 토론이 벌어졌다. 우리는 공고생이기 때문에 놀고 다녀서야 되겠는가 아무리 공부를 하지 않아도 시험은 잘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써클 동료들을 설득해 겨울 중간고사를 집중 공부를 했었다. 

서로 밤을 새가며 토론을 하고 교과서에 밑줄을 치며 우리는 공고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를 했다. 공고는 참 좋았던 점이 어디부터 어디까지 페이지에 문제가 다 나온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공부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우리 써클 소속은 기계과 오타쿠를 중심으로 2명, 화공과 에로 본좌를 중심으로 1명, 전기과 공고의 붉은별을 중심으로 3명이었다. 서로 과마다 시험 범위는 틀리기 때문에 각기 과별로 범위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공부를 했다. 

공고는 공부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기에 공부를 하면 눈에 확 띈다. 우리가 공부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아이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야, 졔네 공부한다.' 

공부를 하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난 속으로 그런 아이들의 기대와 칭찬 속에서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반드시 이번에 우리 전기과에서 대 반란을 일으키고야 말겠다라며 강한 각오를 품었다. 

시험 날, 전기과 우리들은 사색이 되었다. 시험 범위를 잘못 파악한 내 오류로 시험 범위가 아닌 앞 페이지들을 우리는 공부를 한 것이다. 

전 날 밤을 새서 눈이 빨개진 우리들은 너무 황당한 마음에 서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시험 결과가 발표되던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학교를 가지 말고 가출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시험 결과가 발표되고 우리 성적이 밝혀지자, 아이들은 파안대소를 했다. 나 때문에 같이 시험을 망친 동지들도 고개를 푹 숙인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이 모든 실패는 시험 범위를 착각한 내 실수다라고 양심 선언도 했으나 그 소리에 아이들은 더 파안대소! 

그래서 붙여진 우리 써클의 별명이 '바보파'였다. 써클 이름을 우리가 지은 것이 아니라 여론이 지어준 것이다. 우리는 한사코 그 써클이 이름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말이다. 

웃긴 것은 공고에서는 불량써클 비밀 조사를 한다. 학기에 몇 번씩 비밀 여론조사를 실시해 괴롭히는 불량써클이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어떤 녀석이 장난으로 '바보파 루쉰P'라고 내 이름을 적었다. 

우리 써클은 담배도 못 피고, 오토바이도 못 타며 지극히 순박한 친구들로 구성돼 있었다. 삥을 뜯기는 커녕 중학생들에게 삥을 뜯긴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의 주로 활동은 싸움 잘하는 녀석들을 피해서 점심을 어디서 숨어 먹을 것인가가 매일의 주요 주제였다. 

선도실로 불려간 나.

'너희들 바보파가 뭐하는 써클이야!' 

'저기...점심 먹는 써클인데요.' 

'뭐라고! 이 새끼가!' 

싸다귀를 맞았다. 그 이후 우리 써클은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러 저러한 그냥 집이나 같이 다니는 친구들 모임이다라고 말을 하고 또 말 했지만 역시나 선생들은 사람을 믿지 않았다. 

실컷 얻어 터지고 써클 해체 각서까지 쓰고 일주일에 한 번 선도실로 불려가 그 간의 활동을 보고해야 했다. 결국 보다 못 한 같은 반 친구들이 장난으로 쓴 그 친구를 찾아내 우리 써클을 다 해명해 주기까지 공포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바보파'란 명칭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힘들고 고난의 고개를 넘던 시절, 나에게 힘을 내라며 오타쿠 기계과 친구가 준 책이 '크레이지 군단' 해적판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의붓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추남 이쿠오, 스구오 형제, 자신이 낳아 준 어머니가 누군인지 모른채 공원에서 방황을 하며 사는 추남 이또킹, 시험만 잘 보라고 압박하는 집에 뛰쳐나와 가출한 잘생긴 카즈. 

후루야 미노루의 책을 보면 알겠지만, 이 사람 추남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그린다. 주인공 추남 이쿠오를 보며 거울 속의 얼굴을 봤을 때 싱크로율 70%에 육박해 너무 놀랐던 기억도 떠 오르고 말이다.  

짙은 어둠으로 시작되는 이 만화는 이쿠오, 이또킹을 중심으로 가출한 청년들의 말도 안 되는 인생역정이 펼쳐진다. 그들을 받아 준 착한 이발소를 중심으로 말이다. 

지랄 같은 세상이다라며 그 동안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좌절하고 있던 나에게 '크레이지 군단'의 주인공들은 그런 지랄 맞은 세상에서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를 낱낱이 가르쳐 주었다. 

후루야 미노루는 이 작품에서 어둠을 웃음으로 한껏 포장해 주었다. 우울한 것도 힘든 것도 모두 다 이렇게 만들어 버리자! 그것이 내가 후루야 미노루에게 배운 것이다. 

정말 웃긴 만화였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안의 있는 어둠에 대한 컨트롤도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 지도 감을 잡았다. 

이 책에는 애정 결핍증이 있는 여자아이가 나온다. 그녀는 이또킹을 너무 사랑해 집착의 정점을 보여주는데 결국 이또킹 엉덩이에 칼침을 놓는다. 

이 여자아이는 부모님도 없이 원조교제로 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 자신을 성적 기계로 보는 것이 아닌 사랑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자신이 사랑하겠다고 정한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녀는 돌아 버리는 것이다. 

그 삭막한 세계에서 그녀가 바라던 사랑이 집착증으로 변하기는 했지만,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랑을 받고 싶다는 그 마음은 참으로 공감을 했다. 

이 아파트에 있는 아름다운 여성 지혜씨, 그 분에게 들리던 들리지 않던 봄이기 때문에 나름 소중한 사랑의 텔레파시를 보내 드리려고 한다. 난 절대 다가가지 않는다. 그것이 후루야 미노루에게 배운 사랑법이다.  

이 책에서 압권은 인생 리샛 버튼이다. 

이쿠오는 이또킹에게 묻는다. 만약 외계인이 나타나 인생이 실패했다며 이 버튼을 누르면 인생을 다시 리셋할 수 있다고 하며 누를 것이냐 물어본다. 

이또킹은 싫다고 한다. 왜냐면 이쿠오를 만났기 때문이란다. 

나 역시 외계인이 리셋 버튼을 누르라고 한다면 아니라고 할 것이다. 추남이어도 성격이 지랄 맞아도 버티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후루야 미노루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를 사랑해줘야 하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다고 말이다. 내가 돌아가면 지혜씨를 누가 챙겨주나!  

봄인데 우울한 리뷰는 좀 벗어나 나름 희망적 리뷰를 한 편 써보자는 마음에 썼는데...또 글이 길어졌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1-04-17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
본인을 추남 추남 하시는데, 어느 정도인데 그러시나요?
인증샷 올려주시면 제가 대신 판단해 드리겠습니다. 캬캬.

시험 범위를 잘못 알았다니, 주춧돌이 잘못 놓인 곳에 공든 탑을 쌓으신게 되었군요, 결국.
속상하셨겠어요.. 거기다 선생님의 오해까지. ㅠㅠ
지혜 씨라는 분 이야기에, 으아 했는데, 돌이켜보니 머.. 저두 누군가를 두고 이런 저런 공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분에게 폐만 안 끼친다면, 즐거운 일 좋은거잖아요. 저는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후루야 미노루 작품이 또 있지 않던가요?

아하, 이름이 귀에 익더라니, 이나중 탁구부 작가군요.
으........ 그림이 너무 으..... 제 신음소리 먼지 아시죠? ^^

루쉰P 2011-04-17 21:55   좋아요 0 | URL
인터넷이란 이럴 때 유용하죠. ^^ 추남이라는 단어 만으론 정말 이 사람이 추남일까? 아주 못 생긴 것일까?하며 의구심을 가지지만 나름 다 자기만의 상상 속의 추남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 상상 속에서 현실의 추남인 저보다 1%라도 잘 생겨 있진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를 하며 절대 네버! 제 인증샷은 올리지 않습니다. 푸하하하!

참고로 정말 추남입니다. 제가 추남이라는 증언으로 친구들 말에 의하며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추남이다. 얼굴의 끝을 보여준다는 등! 그냥 흘끗 지나치며 보는 데도 토가 나올 것 같다는 등. 진심 어린 증언이 많습니다. 푸훗, 전 그런 친구들에게 너희들도 그다지 낫지 않아라며 비난 쓰나미를 퍼부어 주기는 하지만 홀로 거울을 보며 씁쓸해 하기는 합니다. ^^
여성 분에게도 이미 추남이다라는 증언은 많이 확보를 해 놓은 상태입니다. 여태껏 같이 일 했던 직장 여성 동지들에게도 '생긴 것에 비해 성격은 여리네'란 말을 가장 많이 들었거든요. 푸하하하!

지혜씨(?)에게 절대 폐를 끼치지 않고 오로지 정말 사랑을 베풀어 드린 다짐이에요. 저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뭐 이런 일이죠. 그냥 참 예쁜 분이다라고 감탄하고 그 분이 잘 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 아! 순수하여라! 친구들은 그런 저를 보고 전투적 정신이 없다는니 거의 변태적이다라며 악언을 쏟아 붓는데 사실 여성에게는 용기가 없는 것은 맞아요. ㅋㅋㅋ

ㅋㅋㅋ 후루야 미노루의 그림체는 많은 분이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 이 작가의 그림을 접할 때는 정말 대충그렸군이란 생각부터 했으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추남'을 그려내는 그의 대충 그린 듯한 섬세함은 거의 거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작가에 대한 사람들의 호불호는 굉장히 강합니다. 전 광적으로 좋아하는 쪽이구요. 뭐랄까? 인생에 있어서 목숨걸고 좋아할 만한 만화가 한 명 있는 것 쯤은 괜찮지 않을까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04-17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천의 개>에는 아사하라 쇼코가 어린 시절 미나마타 병에 걸려 눈이 안 보이게 된 이야기가 나와요.지방공무원들에게 아무리 문제해결을 위해 하소연을 해도 안 들어줘서 무서운 반사회적인 복수심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이어지지요.슬슬 읽었는데도 왠지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물론 그렇다 해서 아사하라에게 관용을 베풀 수는 없겠지만...

루쉰P 2011-04-19 09:09   좋아요 0 | URL
<황천의 개>도 일독했어요. 노이에자이트님의 말씀처럼 아사하라 쇼코에 대한 언급이 나오더군요. 근데 어린 시절만 잠깐 언급되고 더 자세히는 나오지 않아 좀 실망한 책이에요. 하여튼 저 역시 아사하라에게 관용을 베풀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런 아사하라를 만든 일본 사회도 한심하다고 생각해요. 노이에자이트님의 독서의 그물은 어디까지 펼쳐져 있으신거죠? 반드시 추적해 볼꺼에요. ^^

노이에자이트 2011-04-20 23:09   좋아요 0 | URL
독서의 그물은 저인망으로 좍 훑고 지나갑니다.정독보단 술술 읽는다거나 일부 내용만 읽는 경우가 더 많지요.

다락방 2011-04-17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힘 내!'

뭘, 힘 내란 거지...


이 부분 읽다가 웃었어요. 암튼 힘내, 뭘 힘내란 거지.. 하하하하.

지하에서 '옴진리교'와 '사린사건' 을 읽으시다뇨, 루쉰님. 얼마전에 친구가 지하철안에서 그 책의 광고를 봤다고 이 무슨 악취미냐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지하에서 보기에 그 책은 지나치게 우울하잖아요, 루쉰님. 지하에서 언더그라운드라뇨. 저는 이십대 중반에 그 책 읽는데 책장이 안넘어가서 낑낑거렸던 기억이 나요.

루쉰P 2011-04-19 09:12   좋아요 0 | URL
아직도 뭘 힘 내란 건지 생각 중이에요. ㅋㅋㅋ 좀 걱정되시나 봐요. 항상 변압실에서 책만 읽고 있으니 말이죠. 푸훗.

맞아요. 지하에서 읽기는 완전 우울하죠. 하지만 전 독서에 대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우울할 땐 더 우울한 책을 읽으며 정면돌파하는 뭔가 비상적 방식! 전 근데 뇌구조가 정말 이상한 듯 합니다. 독을 더 독한 독으로 치유하는 방식을 사용해 여태껏 제 안의 우울과 싸워 왔어요. 이렇게 쓰니까 되게 있어 보여요. 아~ 부끄러워라...

sslmo 2011-04-19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망적인 리뷰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재밌는 리뷰는 맞습니다.
완전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저도 몇년 전에 자전거 도로로 지나가는 김규항을 아침 출근 길에 보고 한번 더 볼 수 있을까 하여 그 시간에 맞춰 출근합니다.
제가 차 안에서 그를 향하여 손을 흔들었겠습니까?
아님 싸인을 받았겠습니까?
심지어 아무것도 안하는 입으로 '김규항 짱~!'하고 외치지도 못했는걸요~^^

루쉰P 2011-04-19 09:16   좋아요 0 | URL
희망적 리뷰에 대한 궁극의 꿈을 항상 키워요. 원래 리뷰의 목적은 책을 소개함인데 전 이왕이면 내가 즐겁게 읽은 책을 다른 분도 즐겁게 읽으며 희망적으로 보셨으면 하거든요. 그래서 뭔가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리뷰를 쓰고 싶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쓰고 있지만 막상 쓰다 보면 뭔가 어둠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이 상황!

몰입해서 읽어주셨다니 너무 감사해요. T.T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 은근히 마음 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서재도 돌아다니며 보지만 은근히 마음 가는 서재도 있구요. 양철댁님 서재는 완전 마음가요. ㅋㅋㅋ

에디 2011-04-19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 저도 정말 좋아해요. 크레이지 군단! 전 역사에 남을 세기적 명저인 이나중탁구부보다 크레이지 군단이 더 좋아요. 책에 나오는 잘생긴 남정네 (이름이 기억안나네요) 도 좋은데, 그 이상한 역원조교제(?)는 심히 안타깝지만...

언더그라운드도 좀 비슷한 기분이 들지 않나요. 특히 하권이. 인생의 리셋버튼을 누르지 말라는..

루쉰P 2011-04-19 15:5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에디님 ^^ 아! 맞습니다. 후루야 미노루의 역작은 저도 단연코 크레이지 군단이라 생각합니다. 이나중 탁구부는 그의 사상이 혼란하게 섞여 있다고 하면, 그 뒤 작품들로 가면서 점점 뭔가 심화되는 흔히들 말하는 사이코패스라든가 뭔가 사회와 단절된 인간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더라구요.

후루야 미노루 작품에서 개인적으로 1위는 크레이지 군단. 2위는 심해어, 낮비 3위는 이나중 탁구부, 그린힐, 두더지 4위 사가테라로 꼽고 있어요.


저는 후루야 미노루는 작품을 통해 계속 진화하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읽게 만드는 것 같아요. 어둠 속의 웃음을 찾는 그의 작품이 전 참 끌립니다.

다락방 2011-04-21 09:33   좋아요 0 | URL
역사에 남을 세기적 명저, 인 이나중탁구부, 라니. 아 정말. 에디님.
저도 이나중탁구부 낄낄대며 봤었어요.

루쉰P 2011-04-21 10:01   좋아요 0 | URL
아! 역시 다락방님도 이나중탁구부를 보셨다니, 어쩐지 처음 뵈었을 때부터 뭔가 사상의 흐름이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나중탁구부의 작가는 남자는 추남으로 상당히 잘 그리지만 여 주인공은 그와 반대로 굉장히 미인으로 잘 그립니다. 전 다락방님의 이미지가 이나중 탁구부의 쿄코와 겹쳐지네요. ^^

쉽싸리 2011-04-22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만화책을 안/못 본지 오래됐어요.(정확히 하자면 안본게 맞는거 같네요. 하지만 변명하자면 '그 많던 "만화방"은 다 어디로 갔는가?' 에요)

이 '이나중 탁구부'는 제 기억이 맞다면(안 맞을 확률이 거의 99%지만)아이큐 점프라는 주간만화 잡지에서 보았던것 같아요. 연재였죠. 저는 이 작품을 끝까지 보지 안/못했어요. 한 2~3회 까지는 본것 같은데, 매우 독특한 작가구나(저는 언제나, 일본만화의 다양성에 대해서 만큼은 경의를 표하는 입장입니다)라는 정도의 생각. 하지만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거의 15,6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꼭 그렇다고 볼 순 없지만)그당시에는 굉장한 '충격'을 주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루쉰P 2011-04-23 00:39   좋아요 0 | URL
아니? 아이큐 점프에 연재가 되다니 저도 처음 듣는 소식이네요. 이나중 탁구부는 아주 대충 그린 그림체 덕분에 아주 충격을 메가톤 급으로 주며 만화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죠. 발로 그려도 저것보다는 잘 그리겠다는 등 아주 극찬이 이어졌죠. ㅋㅋ

만화책도 그렇고 어떤 책이든 그것이 내 사상의 형성에 도움이 되었는가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전 만화책이든 어린이 동화든 그 어떤 것이든 그것의 진정한 가치는 제 삶에 그것이 어떻게 융화돼 나를 살려 갈 수 있는가라는 점이거든요. 그 점에서는 후루야 미노루가 탐 중요한 사상가입니다. ㅋㅋ

감은빛 2011-04-28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책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통과!

2. '추남'이라고 극구 주장하시는 루쉰님에 대해서는,
미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네요.
(심지어 저처럼 외모에 자신없는 사람도 수많은 연애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구요!)

3. 리셋 버튼에 대해서는,
오래전에 읽었던 '리플레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리셋과는 약간 개념이 달랐던 것 같네요.

4. 마지막으로 '지혜씨'에 대해서는,
그런 손에 잡히지 않는 짝사랑 말고,
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대쉬를 고려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어쨌거나 용기있는 사람이 미인을 얻는다는 말은 맞는 것 같아요!

루쉰P 2011-04-29 10:34   좋아요 0 | URL
1. 책에 대해 모르신다니 저도 통과!

2. 음...감은빛님 덕분에 자신감 얻었음.

3. 결론은 리셋 버튼과 리플레이라는 소설과는 틀린다는 사실 판명

4. 누구한테 대쉬하죠???

꼬마요정 2011-06-07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루쉰p님 리뷰 읽다기 웃겨서 배꼽 빠질 뻔 했어요..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이렇게 삶과 책을 잘 섞어서 재밌는 글을 쓰시나요..?? 지혜씨와 옴진리교, 경비 아저씨, 바보파... 이러다가 루쉰p님 과거에 대해 낱낱이 알게 되어 우연히 마주치면 알아보게 되는 게 아닐까..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루쉰P 2011-06-07 00:51   좋아요 0 | URL
분명 알아보실 겁니다.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은 추남이라서 풉!!

칭찬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전 사실 책 리뷰가 아니라 뭔가 자기 한탄의 리뷰를 쓰는 걸 발명하고 있어요. 흠...뭔가 이상하죠?

지나가다 2012-05-1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리뷰...맘을 울리네요....
엉터리 세상에서 제대로 학창시절 보내셨네요...
후루야 미노루는 절망하지 않아서 참 좋습니다....
 
언더그라운드 언더그라운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IMF의 광풍이 몰아치던 99년, 난 공고를 갓 졸업한 취직도 실패한 한 명의 패배자였다. 나를 포함한 무직자에다가 대학을 가지도 못 했던 찌질이들에게 몰아쳤던 광풍이 있었다. 그것은 ‘다단계 선풍’이었다. 어디서부터 누군가를 통해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다단계’는 뿌리치지 못할 유혹으로 다가왔다.

아무런 자본금도 없이 쉽게 돈을 벌고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에 현혹돼 하나, 둘 그 세계로 발을 들여 놓는 친구들이 생겨났다. 나 역시 그런 흐름이랄까? 물결이랄까? 그런 것들이 존재하며 내 주위를 소용돌이치며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느끼고 있었지만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기에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관심도 없었다.

재수를 하던 5월의 어느 날,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병원비가 급하게 필요하다는 연락이었다. 그다지 친하지도 않았지만 공고를 졸업하고 서로 무직이며 대학도 가지 못한 한심한 인생들이었기에 친하건 친하지 않건 누군가가 겪는 고통은 같은 공고생이라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반드시 도와줘야 한다는 그 마음으로 우리는 결속돼 있었다.

그 소식을 들은 우리들은 서로 연락을 했고, 편의점에서 밤을 새며 알바 했던 돈, 공사장에서 욕을 먹어가며 벌은 돈 등, 서로가 발악을 하며 모은 돈을 아까워하지도 않고 그 친구에게 전달을 했다. 근 3백여만원의 돈을 모아 그 친구에게 전달한 후 그래도 우리는 정말 인간적이라며 찌질이들은 찌질이가 지켜야 한다며 서로를 자축했었다.

그 후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그 친구의 여동생에게 전화를 받은 나는 큰 충격에 빠졌다. 울면서 전화를 한 여동생은 오빠는 다단계에 너무 심하게 빠져 집에 있는 돈도 훔쳐 갔고, 집에는 들어 오지는 않은 채 다단계 시설에서 먹고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머님에 대하여 물어보니 아프기는커녕, 그 친구가 빚진 돈을 갚기 위해 식당을 나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제발 오빠를 그곳에 빼달라는 요청에 주소를 받아서 서울에 있는 다단계 회사로 갔다.

그곳에서 발견한 그 녀석을 멱살을 잡고 분노를 터트리며 때리고 욕을 했다. 그렇게 우리를 속이다니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를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미친 사람처럼 광분을 해 버렸다.

나에게 맞으면서도 그 친구는 싸늘한 눈초리로 그 따위 연약한 소리나 하니까 맨날 바닥에서 거지 새끼처럼 살고 있는 것이다. 그 돈은 내가 다 배로 갚아 준다며 발악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 소란에 나온 다단계 직원들에게 둘러 쌓여 얻어 터진 후 회사 밖으로 쫓겨난 나는 그 서울의 대로변에서 옷은 찢어지고 입술에는 피를 흘린 채 어쩔 수 없이 타박 타박 역으로 걸어 갈 수 밖에 없었다. 내 상황과는 반대로 길 건너편, 그리고 정면에 지나가는 수 많은 사람들은 그 누구도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다정스러워 보이는 커플, 바쁘듯이 걸어가는 사람들. 마치 ‘언더그라운드’에 적힌 옴진리교의 피해자 증언에 나오듯이 그렇게 토를 하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속출해도 그 건너편에서는 다른 세상을 사는 듯이 자신의 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사람들처럼 난 그 속에서 ‘이쪽’과 ‘저쪽’의 세계의 단절, 뭔가 공간이 뒤틀려버린 그런 기분을 느꼈었다.

며칠 후 경찰도 찾아갔지만 불법적 단체가 아니기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무시 섞인 대답만 얻었고, 친구들을 모아서 찾아간 그 다단계 회사에서는 친구가 어디론가 다른 곳으로 옮겨 버렸다는 얘기만 들은 채 결국 그 녀석을 포기해야만 했다. 게다가 가족들과의 연락도 끊어져버린 그 친구를 찾을 길은 전혀 없었다.

그 친구도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 어머니는 몸이 아프신 전형적인 우리와 같은 종족이었다. 그런데 같은 아픔을 공감하는 우리를 속이고 그렇게 산다는 것이 난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몇 년이 지나 저녁 퇴근 길에 책이나 좀 보려고 서점이 있는 서울의 어느 전철역을 올라가던 중, 지하철 입구에서 몇 년 전 내가 그 녀석의 멱살을 잡았을 때 입었던 그 때 그 옷을 입고 전단지를 돌리는 초췌한 그 친구를 보게 됐다.

마주친 우리는 그 녀석도 나도 당황스럽고 놀라 서로 아무 말 없이 몇 초간 쳐다보기만 했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전단지를 손에 쥔 채 싸구려 가방을 메고 힘 없이 서 있는 그 친구를 보며, 나는 한 마디도 말을 하지 못했다.

침묵 끝에 나는 ‘이 개새끼야, 그렇게 사기를 치고 갔으면 성공이라도 해야지 이 꼴이 뭐냐, 이 꼴이…’ 그 한 마디를 하고 사람들이 지나가는 그 지하철 입구 앞에서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 친구와 더불어 말이다.

근처 순대국 집에서 밥을 사 먹이며 손을 벌벌 떨며 숟가락을 드는 그 녀석을 보며 겪었던 그 온 몸을 찢어내는 고통의 근원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추적할 수 있었다.

지표 없는 악몽 – 우리는 어디로 가려 하는가? 란 하루키가 쓴 이 책 말미에 있는 맺음말은 다단계 폭풍에 휩싸였던 그 때의 상황을 다시 한 번 왜 그리고 그 때 난, 우리는 어디로 가려 하는가에 대한 깊은 사색을 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 책의 압권은 방대한 분량의 인터뷰보다 이 맺음말이다. 하루키는 이렇게 말한다.

“쓸데없는 장식만 걷어내버리면 매스미디어가 근거로 삼는 원리의 구조는 아주 간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지하철 사건이란 요컨대 정의와 악, 제정신과 광기, 정상과 기형의 명백한 대립이었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은 많든 적든 ‘정의’ ‘제정신’ ‘정상’이라는 커다란 승합마차에 올라탔다. 그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즉 아사하라 쇼코나 옴진리교 신자에 비하면, 또는 그들의 행위에 비하면 이 세상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분명한 ‘정의’이고 ‘제정신’이고 ‘정상’이라는 것이다. 이만큼 알기 쉬운 콘센선스(의견일치)는 없다. 매스미디어는 하나같이 그 흐름을 타고 그 기세를 점점 가속시켰다.’

또 이렇게 쓴다.

‘앞에서는 말했듯이 이 사건을 보도하는 매스컴의 기본 자세는 ‘피해자 = 무구한 존재 = 정의’라는 ‘이쪽’과, ‘가해자=더렵혀진 존재=악’이라는 ‘저쪽’을 대립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쪽’의 포지션을 전제조건으로 고정시켜두고 그것을 이른바 지렛대의 받침점으로 삼아 ‘저쪽’의 행위와 논리의 왜곡을 철저하게 세분화하고 분석해가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호 유통성이 결여된 모멘트가 도달하는 곳은 항상 축소되고 패턴화된 논리이며, 혼탁함이 초래하는 무감각이다.’

그러면서 하루키는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이 지하철 사린사건의 실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건을 일으킨 ‘저쪽’의 논리와 시스템을 철저하게 추적하고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그와 동시에 똑 같은 ‘이쪽’의 논리와 시스템에도 병행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저쪽’이 던진 수수께끼를 해명하기 위한 열쇠는(또는 열쇠의 일부는) 혹시 ‘이쪽’ 지역의 지하에 감추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옴진리교라는 ‘존재’를 자기 자신이라는 시스템 속에 또는 자신이 속한 시스템 속에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 ‘존재’를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것은 옴진리교라는 ‘존재’가 실은 나에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 ‘존재’는 우리가 예상도 하지 않았던 스타일로, 우리 자신의 뒤틀린 모습을 취함으로써 우리 목에 날카로운 가능성의 나이프를 들이밀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애써 의식적으로 배제해야만 하는 것이 혹시 거기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것이다. ‘이쪽’ = 일반시민의 논리와 시스템과 ‘저쪽’ = 옴진리교의 논리와 시스템은 서로를 비추는 일종의 거울상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 가지 상은 이상할 정도로 닮은 부분이 있고 몇 가지 점에서 호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사물을 직시하는 것을 피하고,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현실이라는 국면에서 끊임없이 배제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내적인 그림자 부분(언더그라운드)이 아닐까. 우리가 이 지하철 사린사건에 대해 마음 한구석에서 맛보고 있는 ‘꺼림칙함’은 바로 그곳에서 소리도 없이 솟아오르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그런 것이다. 나는 오로지 그렇게 속아간 그 친구가 멍청하다고 비난하고 욕을 했었다. 단순히 매스미디어가 말하는 콘센서스에 따라 그런 흐름에 간단히 결론을 내리고 그 친구만 비난을 한 것이다. 한심하다고 말이다. 그렇게 간단히 결론을 내리고 묻어 버린 채 세월을 보냈다. 마치 그것이 ‘정의’인 양, 난 속지 않았기에 ‘제정신’인양.

옴진리교의 사린 가스와 다단계라는 것은 서로 비교할 수 없는 사건이다. 하지만 그 사건들의 이면 속에 숨겨진 지하 세계는 그 속성이 비슷하지 않을까? 또한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이쪽 세계의 어둠을 벗겨낸 부분과 매우 흡사하지 않을까?

사회의 성공 = 돈을 많이 버는 것 즉 배금주의라는 도식화에 잡혀 있는 우리들은 대학이라 불리는 학벌의 딱지도 사실 저 ‘배금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하나의 길이었다. 그 길에서 탈락했기에 우리는 바로 그 ‘돈’이라는 교주를 직접 모시기 위해 빠른 길을 선택한 것이 다단계였던 것이다. 내 시스템 속에는 이미 ‘저쪽’ 세계로 갈 생각을 이미 굳히고 다만 매스미디어가 말하는 콘센서스에 의해 마치 난 그런 존재가 아닌 것처럼 행세를 한 것이다. 이미 ‘돈’이라는 교주를 섬기고 있으면서 말이다.

하루키는 그 구조에 대해 이렇게 풀어서 말한다.

시스템이라 불리는 고도관리사회에서는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를 질병으로 보고 치료하려 한다. 그것은 개인의 자유, 가치를 억압하는 것이다. 허나 거기에도 문제는 있다. 사회에서 사는 이상 개인의 자유, 가치, 자아만을 위해서는 살 수 없다. 사회의 시스템과 개인의 자유, 가치는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 둘이 융합 혹은 타협하는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옴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 쇼코는 사회의 시스템 속에서 개인의 자유, 가치를 찾으려는 자들을 자신이 만들어낸 폐쇄적 시스템 속으로 포함시키고 그들의 자유, 가치, 자아를 자신에게 모두 종속을 시켰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 시스템의 반작용으로 만들어진 개인의 시스템 구축을 위해 방황하다가 폐쇄적 시스템으로 떨어져 버린 그들에게 어떤 새로운 희망적 시스템을 얘기해 줄 수 있는가 하고 묻는다.

아사하라 쇼코의 폐쇄적 시스템과 사회와 개인이 병합돼 있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스템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지금 살고 있는 시스템이 결국은 옴진리교의 폐쇄적 시스템을 낳을 수 있는 토양이 된 것은 아닐까? 그렇게 하루키는 묻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그의 확신을 증명하듯 인터뷰 글에는 사린 가스로 살해된 남편의 부인이라고 사람들이 자꾸 자신을 손가락질을 해 그것이 싫어 집을 이사한 피해자 부인도 있고, 여러 사례가 언급돼 있다. 남의 불행 따위는 인스턴트 음식처럼 소모시켜 버리는 매스미디어의 행태도 나와 있고 말이다.

나 역시 삶을 토대로 본다면 하루키의 글은 수십 번도 긍정할 수 있다. 돈! 학벌! 학력! 이라고 불리는 이 거대한 사회 시스템 속에서 다단계라는 저쪽의 세계로 옮길 수 있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지금도 그런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사는 것이 현실이다.

나에게도 그런 폐쇄적 시스템의 유혹이 얼마나 많은가? 컬트적 종교가 아니라 하더라도 누군가를 증오하고 혹은 대화를 거부하고 나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사는 이런 행동과 태도. 절망과 증오를 가득 품고 폐쇄적 시스템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고 있지는 않는가란 예감도 들고 말이다.

옴진리교의 폐쇄적 시스템과 같은 종류로 일본 가마쿠라 시대에 염불종 이야기도 생각이 난다. 석존의 불법에서는 석존 멸후부터 천년을 정법, 그 후 천 년을 상법,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석존의 불법이 멸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이 오는 말법이라는 사상을 대집경에서 설하고 있다. 말법의 시작은 서력 1052년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 때부터 일본에서는 염불종이라고 하는 종교가 기승을 부려 1220년대는 그 혼란이 극에 달했다고 한다.  


염불종은 나무아미타불이라고 불리며 종교의 핵심 사상은 이러하다. 서방극락세계에는 아미타여래가 존재한다.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빨리 죽어 그 극락세계로 가는 것이 진리라는 교리. 호넨과 잇펜으로 이어지는 염불종의 종교지도자들은 그런 사상을 당시 일본 민중에게 급속도로 전파시켰다. 별다른 수행이 없고 공부가 없어도 나무아미타불이라고 부르면 극락세계로 간다는데 그것을 거부할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게다가 당시 일본은 대지진과 역병으로 엄청난 사회적 혼란기였다. 가마쿠라 막부 시대 였으나 정치도 사회도 대격변의 연속이었다. 결국 염불을 외우며 죽는 사람들이 많이 출현했었고, 더욱이 잇펜이 사망할 때는 그를 따라간다며 강에 뛰어 자살한 자가 수 없이 많았다고 한다. 혼란스럽고 힘든 사회 시스템을 거부하고 염불이라고 하는 폐쇄적 시스템으로 뛰어든 사람들을 보며 그 시대는 몇 백년이 지났어도 연속된다는 사실에 뭐랄까? 소름이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페쇄적 시스템의 공통점은 타력본원 시스템이다. 사회의 시스템에서 탈피하고자 개인의 자아를 폐쇄적 시스템에 모두 맡기는 것 그것이 바로 악이다. 무슨 종교든 반드시 어떤 절대성을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 마성에 쉽게 빠져드는 것이다. 절대자라는 타력에 의한 구제를 설하는 종교 그것이 염불이며 옴진리교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돈이라는 절대 교주를 모시고 있는 나 역시 그런 광신에 쉽사리 빠져들 가능성을 항상 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욱이 97년에 쓰여진 이 맺음말에서 하루키는 일본의 체질에 대해 이렇게 논하고 있다.

과실을 외부에 명확히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 일본적 조직의 체질이라 말하며 사린 사건의 피해는 그로 인해 더욱 어둠 속으로 가려졌다고 말이다.

3.11 일본대지진을 바라보며 그 때의 일본 체질이나 현재나 변화가 없다는 사실에는 당혹감을 더 금치 못한다.

사실 책을 읽은 후 이 책에 대한 리뷰를 검토해 봤었다. ‘지루하다’는 것이 대부분 리뷰의 공통점이었다. 어찌보면 반복되는 피해 사실에 대해 지루하게 적어 놓고 있다는 것이다. 난 그렇지만 하루키는 피해 사실에 대해 반복적으로 적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피해자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매스미디어에서 말하는 그 따위 인스턴트적 사실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이 ‘이쪽’ 시스템 속에 살던 인간이 그런 문제를 겪었을 때, 그것을 살아 움직이게끔 쓰고 싶었다는 사실을 느꼈다. 나도 솔직히 지루한 감이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고민 때문에 남의 문제는 ‘지루하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왜? 자신은 그런 피해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것이 모두 지구 전체의 고민인 양 착각하며 사는 것이 인간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사는 것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이해를 공감을 하지 못해도 이 사회 시스템이 추상화시키고 단순한 숫자로 취급하는 인간들에 대해 그 숫자를 하나의 인간으로 보고 그것을 살아있는 존재로 만들고 느끼는 것.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하루키에 대한 나의 관점도 많이 바뀐 것이 사실이고 말이다.

하루키를 처음 접한 고등학교 때 ‘상실의 시대’라고 하는 희대의 야설이 나왔다는 소식에 냉큼 달려가서 집어 들었던 천박한 나를 떠올리며 말이다.

여담이지만 다단계로 인해 피폐된 삶을 살았던 그 친구를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서 집으로 돌아가라 설득해서 결국은 그 친구의 손을 잡고 집을 찾아 갔었다. 욕할 줄 알았던 아버지도 어머니도 여동생도 모두 그를 울며 반겨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영세한 중소업체에서 별로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며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친구가 언젠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이 방황하며 집을 못 들어갔던 그 때 자신에게 내가 했던 말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나지만 그 안타까워하던 마음만은 잊혀지지가 않는다고 말이다.

나 역시 그런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내가 힘들었을 때 격려해 주던 영업부장님, 잡지사 편집국장님, 헌책방 팀장님…말은 기억이 안 나는데 그 마음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결국 폐쇄적 시스템에 빠지지 않고 이 불안한 사회 시스템에서 버티는 힘은 그런 것이 아닐까하고 나름대로 추측을 한다.

근데 이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왜 내 진심이 안 통할까? 굉장한 연구 과제다.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1-04-15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루쉰님, 이거는 리뷰가 아니라 논문이잖아요. ^^
그런데 대단하시네요, 친구분에게 다시 가셔서 집까지 데려가셨단 말이예요?
저는 그냥 모른척할 가능성이 더 큰데, 굉장히 부끄러워지네요.

결국 기다란 스펙트럼이 있고, 우리는 그 어딘가 위치하겠죠.
이다 아니다가 아닌, 누군가는 좀 더 좌측으로 누군가는 좀 더 우측으로.
사회가 폐쇄적이 되어간다는 것은, 그만큼 자존감이 낮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봐요. 저편으로 떨어질까 봐 무섭고, 나는 다르다고 선을 긋고 싶고. 옴 진리교 같은 사이비 종교든 다단계이든, 외로운 사람에게는 누군가 자신을 받아들여준다는게 반가운거겠죠. 거기에 성공까지 약속하니까... 모든게 소외감의 문제인거 같아요. ㅠ

좋은 페이퍼네요. 즐거운 주말되셔요.

루쉰P 2011-04-15 20:43   좋아요 0 | URL
ㅋㅋㅋ 죄송해요. 쓰다 보니 길어져서 사실 정신을 집중해서 쓰다 보니 이렇게 긴 글을...저도 쓰다가 토할 뻔 했어요. 그 친구는 항상 똑같은 역에 있었어요. 마치 저를 버리는 것 같아서 도저히 안 갈 수가 없더군요. 마고님도 말은 그렇게 하시지만 저와 같은 상황이시라면 충분히 가시고도 남았을 겁니다. 소외감의 문제 그게 맞는 말이신 듯합니다. 항상 불 타오르는 소외감으로 대 분투를 하고 있는 저로서는 필이 팍 오네요. 푸훗.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마고님도 완전 재미난 주말되세요. ㅋㅋ

반딧불이 2011-04-15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쪽과 저쪽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씀이 공감이 갑니다. 사실 쉬이 넘을 수 없는 돈, 학벌, 권력등의 사회적 시스템을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다고 유혹하는 것이 폐쇄적 시스템이 가진 히든카드니까요. 자신의 상황이 암담할수록 이런 것에 대한 믿음도 커지고 그로인해 친구분같은 피해자가 생기는거 아닌가...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 잘 읽었습니다.

루쉰P 2011-04-15 23:00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저렇게 길게 늘려 쓴 글을 확실하게 정리해주시는 댓글 감사합니다. 페쇄적 시스템이 가진 히든 카드! 저도 사실 그것을 향해 달리고 있는지는 아닌지 놀랄 때가 많아요. 저 역시 반딧불이님의 댓글을 보며 리뷰를 좀 단순하고 명쾌하게 썼으면 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합니다. ㅋㅋ 주말 완전 불 태우세요!

감은빛 2011-04-16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루쉰님! 대단한 글이예요.(읽느라 힘들었어요! 왜케 길어요! ^^)
어쩜 이렇게 긴 글을 쓰면서도, 이렇게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잘 쓰시는거예요!

힘들때 마음으로 위로해주는 분들이 계시죠!
그런 분들은 정말 평생 잊지 말아야 할텐데,
조금 살만해지고나면 금새 잊혀지고 마는 건 왜일까요?
얼마나 많은 소중한 마음들이 지금 잊혀져버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오늘 밤엔 하나하나 떠올려보고 싶네요.

루쉰P 2011-04-16 08: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감은빛님의 격려가 한 청년을 살립니다. ㅋㅋ 변압실의 어둠 속에 앉아서 쓰다 보니 글이 길어지고 길어져 뱀처럼 늘어지네요. 쓰면서 마음을 파헤치고 파헤치다보니 아주 길어지네요. 좀 짧게 쓰고 싶은데 잘 되지가 않네요.

맞아요. 마음을 잊지 않는 것! 저 역시 오늘도 대 분투! 정말 감사합니다.

대지의 마음 2011-04-16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그 아파트 주민들은 왜 진심을 몰라줄까요. 그건 아파트라는 특수성이 그렇게 만드는 거겠죠? 별 신경쓰지 말아야 맘이 편할 것 같은데요. ㅋㅋ. 그 마지막 말이 번트였습니다. 재밌게 잘, 뭉클하게 잘 읽었습니다. 세상의 음과 양을 인간의 언어로 다 번역하려하면 혼돈에 빠지게 됩니다. 단지 그 긴장을 적당히 즐기거나 아니면 느슨하게 지켜보다보면 시간이 간다는 거죠. 저는 1,2권 사놓기만 하고 읽지 못하고 있는데, 읽고 싶게 만드셨으니 성공하셨습니다

루쉰P 2011-04-16 13:20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의 관계는 상호협조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자신의 이권을 챙기려는 이권 투구의 장이 되더라구요. 사자님 말씀처럼 사실 말만 저러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제 멋대로 근무하며 있거든요. 신경을 쓰던 안쓰던 말이죠. 푸훗.

언어로 표현할려고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가 항상 궁금해요. 어떠한 고통 그리고 희망 그런 것들을 잘 표현해서 압축적으로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고 문장만 길어지네요. 단련이 필요할 듯 ㅋㅋ

언더그라운드가 잘 읽히지 않고 지루한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2권은 그래도 잘 읽히거든요. 언더그라운드에서 하루키의 맺음말이 가장 잘 읽힌다고 할까요 ^^ 너무 무리한 독서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푸훗.

sslmo 2011-04-17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쿠이 도쿠로'의 '통곡'이 생각나는걸요.
문체는 '유령이 쓴 책'의 '데이비드 미첼'을 닮았구요.
참고로 전, 데이비드 미첼을 쫌 좋아하구 말이지요~^^

명저가 인간의 정신을 향상시키는 힘이 있다면, 명 리뷰는 눈의 핏대를 향상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ㅋ~.

루쉰P 2011-04-17 08:29   좋아요 0 | URL
오! 그런 책이 있군요. '누쿠이 도쿠로'의 통곡을 읽어봐야 겠네요. 게다가 문체가 닮았다는 극 칭찬을 주신 '데이비드 미첼'을 안 읽어 볼 수야 없죠. ㅋ

ㅋㅋㅋ 명 리뷰라고 보기 보다는 눈의 피로감의 극대화 시키는 리뷰를 써 놔서 푸훗. 원래 책과 달리 인터넷 글은 눈의 피로도도 극대화 시키고 너무 길면 읽는데 힘들더라구요. 아! 근데 그걸 알면서도 이렇게 길게 쓰다니...역시나 혼자서 몰입한 리뷰는 무서워요. 저도 쓰다가 죽을 뻔 했으니 말이죠. 명 리뷰의 길은 멀고도 험 하네요. ^^;;;

노이에자이트 2011-04-1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어떤 헌책방에는 아사하라 쇼코의 <최후의 해탈자>번역본이 있습니다.이 이야기를 아는 일본인 남자에게 했더니 한국엔 정말 다양한 번역이 있다고 놀랐던 적이 있죠.

루쉰P 2011-04-17 16:06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황천의 개>랑은 다른 책이겠죠.아사하라 쇼코의 어린 시절을 다뤘다고 해서 읽었는데 그 부분은 별로 언급이 안 되서 있더라구요.

음, 별로 중요하지 않는 쪽으로 다양한 번역이 있는거겠죠. ㅋ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04-17 22:25   좋아요 0 | URL
'최후의 해탈자'는 아사하라가 쓴 겁니다.사린가스 사건 나기 몇 년 전 쓴 거죠.
'최후의 해탈자'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어떤 공공도서관 종교서적 서재에 있었는데 지금도 있으려나 모르겠어요.가끔 가다 깜짝 놀랄 만한 책들이 있어요.

루쉰P 2011-04-18 00:13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군요. 흠..그의 폐쇄적 시스템을 확인하는데 좋은 자료가 될 듯한데요. 저도 도서관가서 한번 잘 살펴봐야 겠어요. 놀라만한 책이 있는지요. 역시나 정보력 짱입니다요!

2011-04-19 0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19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2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죄와 벌의 제 댓글에 루신피님이 다신 댓글의 의미가 좀 헤아려지는 리뷰입니다. 위 글의 루신피님의 경험, 고민에 비하면 제가 읽고 생각하는 것은 좀 할랑하게 느껴지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루쉰P 2011-05-22 09:08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 모두 다 자기의 고민은 값지고 상대적으로 평가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섬님의 경험과 고민은 제가 느끼지 못하는 다른 부분을 또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너무 열심히 읽어주셔서 제가 너무 감사한데요. 전 책을 좀 느리게 읽는 편이라 리뷰도 느리고 쓰면 길기도 해요. 섬님의 리뷰가 저에게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책을 읽으면 저도 재미로 읽는 책이 있고 뭔가 울림이 있는 책이 있고 하는데 울림이 있는 책만 리뷰로 쓰다보니 한 없이 길어지고 느려져요. ㅋ

꼬마요정 2011-06-07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친구분.. 집으로 돌아갔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다단계는 무서워요. 더불어 사이비 종교도 무섭구요. 무엇이 사이비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사람의 의지를 꺾고 두려움을 주고 희망을 포기하게 하는 건 무서운 범죄행위에요..

루쉰p님의 글은 아주 긴 데도 눈을 뗄 수가 없네요. 재밌기도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루쉰P 2011-06-07 01:08   좋아요 0 | URL
글이 너무 길어 읽는 분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자기 멋대로 리뷰를 많이 씁니다. 저도 사실 리뷰를 본격적으로 쓴 것은 얼마 되지 않아요.^^

긴 글을 읽으시는 꼬마요정님도 대단하신 듯 ㅋㅋ

인간을 좀 먹는 것들은 항상 널려 있습니다. 눈을 똑바로 뜨고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항상 눈이 빨갛죠! 긴장하며 살 거든요.

꼬마요정 2011-06-07 01:32   좋아요 0 | URL
앗.. 근데 이 시간까지 안 주무시고.. 밤을 좋아하시나봐요~~^^

루쉰P 2011-06-07 08:29   좋아요 0 | URL
헤헤 하는 일 때문에 새벽에 좀 늦게 잡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전기반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거든요. 초등학교 때도 반장을 못 했는데 여기서 반장을 하고 있다는 ㅋㅋ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원래 잠을 자지 않는 당직 근무인데 갑자기 꼬꾸라 지면 잠들어 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좀 불 성실하죠. 전 3학년 2반 이에요. 풉!!
32살의 노총각이죠 ㅋ
꼬마요정님은 세무 일을 하신다고 하니 출근하셔야 할텐데 이렇게 늦게 주무셔서 어떻해요? 전 이제 퇴근할 시간이 다가 오고 있습니다. 요즘은 새벽에 노무사 공부를 하고 있어요. 예전부터 꿈꾸던 일인데 시간적 여유가 많은 이 곳에서 그 공부 도전을 하고 있죠.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키는 일을 하고 싶다는 개인적 열망이 있거든요. ㅋ 근데 경제학원론을 공부하고 있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가는 무서운 사태에 직면해 있어요. 푸하하하

이번 주도 이제 시작이네요. 꼬마요정님 덕분에 즐겁게 시작할려고 합니다. 우리 즐겁게 이번 주 보내요!! 화이팅!! 푸하! 꼬마요정님이란 친구 한 명 얻어서 대 만족 스러운 이번 주입니다. ㅋ

꼬마요정 2011-06-07 22:57   좋아요 0 | URL
와~ 멋진 생각을 갖고 계시는군요. 정말 괜찮고 훌륭한 노무사 되실 거에요~~^^ 전.. 지금 놀고 있어요..ㅜㅜ 재충전 하고 내년에 개업하려구요.. 지금이 이제껏 가져보지 못한 여유를 부릴 시간인데 그 여유를 맘껏 활용 못 하고 있어서 큰일이에요..

저 역시 루쉰P님이란 친구를 얻어서 무척 기쁘답니다.^^

루쉰P 2011-06-08 00:07   좋아요 0 | URL
하하 노는 것도 일이죠. 전 1년간 백수 생활을 해 본 경험이 있는지라 정말 돈 없이 쉬게 되면 인생의 막장을 경험합니다. ^^ 여하튼 쉴 때 정말 뭔가를 해 내실 수 있는 기회가 되셨으면 합니다. 쉬는 것도 기회거든요. 내년에 개업을 하신다니 그 때까지 정말 재충전 만땅 하실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ㅋ

근데 확실히 쉬신다고 하니 완전 부럽네요. ^^
 

리뷰를 읽다 보면 저마다 사람만의 독특한 숨결을 내는 것을 느낀다. 그 숨결을 느끼며 많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명문과 같이 잘 쓰여진 리뷰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난다. 

난 왜 저렇게 생각을 정리하지 못할까? 어쩜 저렇게 부드럽고 살살 넘어가게 잘 쓸까? 하는 마음이 계속해서 솟구친다. 

그리고 나는 혼자서 주접을 떠는 리뷰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을 해 본다. 다들 자기만의 고통, 눈물이 있고 힘듦이 있는데 나만 리뷰에 다가 그런 것을 주저리 주저리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마치 혼자서 모든 고통을 겪는 인간처럼 얼굴에 철판을 깔고 리뷰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가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리뷰를 그래도 계속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얼굴이 정말 두꺼운 편이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 리뷰를 쓰고 있는지도 자문해 보기도 한다. 사실 칭찬 받으면 자신의 몸이 상하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하는 습성이 있는지라. 리뷰를 읽어주신 분들의 댓글에 힘을 얻어 또 다시 자신의 상처를 파내 그곳을 즐겨서 보며 이 상처는 어디까지 파였는지를 굉장히 즐겁게 쓰는 성향이 있는 듯하다. 정말 변태일까?? 

재수 시절, 제기동에 있는 재수 학원을 다녔다. 전철을 타고 내가 살고 있는 오지를 벗어나 대학이라는 낭만이 가득찬 캠퍼스를 가고 싶다는 그 일념 하나로 감옥과 같은 재수 학원을 버티며 다녔다. 이 학원은 스파르타 식이어서 외출증이 없으면 밤 10시 이전에는 절대 나갈 수 없는 곳이었기에 정말 감옥 같았다. 

공고를 나와 인문계 고등학교의 공부를 모두 모르는 상태에서 선생들이 말하는 수업들은 모두 외계인들이 말하는 것 같았고, 돈은 없어서 학원비는 밀리기 일쑤라 눈치를 보며 학원을 다니던 것도, 같은 반에 있던 좋아하던 누나를 보며 가난한 집에서 기를 쓰고 학원을 보내 줬는데 누군가를 좋아하다는 감정을 지니고 있던 스스로를 증오도 했었다. 

자의반, 타의반의 지옥 속에서 유일한 즐거움은 이 학원 건너편에 있는 만화 학원이었다. 이 만화 학원에는 공고 동창생이자 나를 후루야 미노루라는 거대한 사상가와 만나게 해 준 기계과를 졸업한 만화지망생이 다니고 있었다. 그를 찾아가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 유일의 즐거움 이었던 것이다.

나와 똑같은 처지에서 공고를 와서 그곳 기계과에서 선반을 자르는 작업 등 기름 범벅이 되며 일 해도 이 친구의 꿈은 항상 딱 하나였다. 누가 봐도 대 감동하는 만화를 그리는 것! 

이혼한 어머니와 같이 살며 남동생을 하나 둔 이 친구는 자신이 만화를 그리기 위해 필요한 돈은 스스로 열정의 투쟁으로 벌었다. 야동을 컴퓨터에서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 일본 야동을 판매하는 시장으로 물주들과 같이 가서 독학으로 배운 일본어를 사용해 최고 퀄리티를 자랑하는 작품을 선정해 수수료도 받고,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을 다니며 보고 싶은 책도 구입하는 등 그야말로 오로지 자신의 꿈 하나만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렸다. 

그렇게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며 공고를 졸업하고는 만화 학원을 다니며 자신의 전문성을 키웠던 것이다. 

어느 화창했던 날, 그를 만나기 위해 거짓말로 외출증을 받아 이층의 만화 학원으로 올라갔다. 조용한 학원에서 수업을 받으며 그림 그리는 책상에서 펜으로 선을 그리는 열중하는 그의 모습과 그런 그를 비추는 햇살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 봤다. 

아! 저렇게 열정을 가지며 달리는 저 모습 정말 얼마나 멋진가! 저것이 인간이 사는 모습이지 않은가! 라며 말이다. 

그는 나보다 더 가난해 하루 차비와 천원을 들고와 학원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저녁에는 다시 일을 하며 학원비를 벌었었다. 

근데 그 햇살 비추는 속에서 보여진 그 친구의 표정은 이루 말할데 없이 행복한, 돈이 없는 가난한 만화 지망생의 표정이 아닌 정말 천국이 있다면 그곳이라도 들어간 표정이었다. 

그 표정 속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대학을 가고자 하는 것일까? 무엇이 내가 공부를 하고자 만드는 것일까? 끝 없는 자각을 하게 만들었다. 꿈도 없이 대학만 가고자 하는 그런 짧은 인생을 탓하며 말이다. 

며칠 간 돌아다닌 다른 분들의 서재 속 리뷰에서 난 그 때 그 친구의 표정을 글로 발견을 많이 했다. 아무리 가볍게 쓴 글도 혹은 자신의 일상이라도 즐겁게 아주 즐겁게 쓰여져 있었고, 그리고 열정이 있었다. 

그래! 리뷰도 열정이다. 그리고 즐겁게 읽는 사람에 희망의 철학을 줄 수 있는 그런 리뷰! 그것을 써 보자라는 새벽의 변압실에서 컴퓨터에 앉아 결심을 한다. 

밑에 책들은 내가 리뷰를 써 볼 책들이다. 후훗 리뷰의 예고편인 셈이다.

 


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약속된 장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1년 04월 06일에 저장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1년 04월 06일에 저장



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slmo 2011-04-07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어의 정의를 잘못 알고 계신게 아닐까요?
자신의 상처가 어디까지 파였는지 반추해 볼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변태'라 부르지 않고 '도인'이라고 부르는 걸요~^^
님의 리뷰는 님의 상처를 다독이는 빨간약이 아닐까요?
좀 진부하지만 상처도 힘이 된다고 믿습니다~!!!

루쉰P 2011-04-07 13:04   좋아요 0 | URL
ㅋㅋㅋ '도인'이라 너무 감솨해요. 이거 너무 부끄러운데요. 빨간약이라고 한다면 완전 빨갛게 칠해서 불 태워드리겠어요. 아! 뭔가 양철댁님 덕분에 사명감이 팍팍 솟네요.

반딧불이 2011-04-08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리뷰에 대한 자책과 질투로 그보다 더 좋은 리뷰를 쓰시기 바래요.

루쉰P 2011-04-09 02:16   좋아요 0 | URL
흐흐흐 반딧불이님도 제 질투 대상 베스트 5에 들어갑니다. '궁극의 리뷰'를 쓰기 위해 오늘도 변압실의 불은 꺼지지 않고 밝아 있습니다. 아! 저 밝은 달이여!

cyrus 2011-04-08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에 블로그라는 공간에서 독후감, 즉 리뷰라는 걸 썼을 때 약간은 두려움을 가졌어요. 사실 알라딘 블로그한지 1년도 안 되었고, 인터넷에서 나의 생각이 담겨져 있는
글을 올린다는게 제 개인적으로 호의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구요,, 하지만 예전에
읽었던 책들의 수에 비하면 과연 내가 이 책을 읽고 무엇을 느꼈는지, 또는 무엇을 얻었는지 스스로 반성하면서 블로그는 나만의 사유를 위한 독서노트라는 마음을 가지면서
블로그질을 하게 되었어요,, 저도 블로그를 통해서 몇 몇 분들의 만남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알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었고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참 좋았던거 같아요,, ^^

루쉰P 2011-04-09 02:18   좋아요 0 | URL
아 그건 맞는 말씀이에요. 전 사실 익명성 제가 숨겨지는 것을 근거로 이렇게 못난 자신의 인생을 말하는 것 같아요. 주위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못하거든요. 제가 이렇게 서재를 만들어서 하고 있는지도 아무도 몰라요. ^^ 나만의 사유를 위한 독서노트가 참 맞는 말인거 같아요. 그래도 댓글이 없으면 너무 서운한 양면의 마음도 있죠. ㅋㅋ 미처 알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완전 공감이에요. 정말 어디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배워요. 앞으로 자주 들려서 배울께요. ^^

마녀고양이 2011-04-14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님, 위에 고르신 두권의 책은 전혀 희망적인 책이 아닌데요. ^^
저두 사놓았는데, 우리 리뷰를 쓰고 같이 비교하고 그래야겠네요.
아마 루쉰님이 먼저 쓰실 듯 해요.

글구.... 전 이대로의 루쉰님 글 좋은데요.
염려, 너무 감사드립니다.

루쉰P 2011-04-15 02:40   좋아요 0 | URL
ㅋㅋ 희망적이지 않은 책도 희망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어둠의 세계의 힘을 보여드릴께요. 지금 리뷰를 쓰기 위해 엄청나게 머리를 싸메고 있습니다. 크흑! 저도 마고님의 리뷰를 기다리며 있을께요. 지금 그대로의 글이 좋으시다니 완전 감사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 이 지구상에서 댓글을 서로 남겨주는 서재 동지인데 어찌 매정하게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암튼 절대 힘 내삼!

2011-08-17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8 0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