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파트로 출,퇴근 하는 길은 광릉수목원을 정확하게 가로지른다. 매일 정확한 시각 아침 9시쯤 출, 퇴근을 하기에 수목이 우거진 이 길을 몇 달 전에 구입한 99년 산 마티즈를 타고 혼자서 신나게 달린다

차가 중고다 보니 카세트는 망가져서 혼자서 흥에 겨울 때면 주체를 하지 못해 노래를 흥얼거리곤 한다. 찬란한 햇살과 그 속에 울창하게 높이 솟은 나무들, 신선한 공기, 그리고 봄을 맞이해 솟아오르는 녹색 풀들의 화려한 색상 속에서 한층 기분이 업 되곤 한다.

오늘 출근 길, 왠지 기분이 업 돼 혼자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뚜비뚜빠빠 뚜비뚜빠빠 뚜삐뚜빠빠 빠아~

치잇! ‘웃어라 동해야주제곡을 흥얼거렸어.  

이 곳에 근무하며 드라마 폐인인 경비 반장님 덕분에 몇 달 동안 줄곧 드라마를 같이 본 탓이다. 경비 반장님 경비실에는 TV가 없어 변압실에 항상 정해진 시간에 오셔서 드라마를 보시는데 나도 같이 보다가 세뇌 당해 버렸다.

암튼 그렇게 출근해서 오자 마자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집 유아들에게 미끄럼틀은 절대 서서 타는 것이 아니라고 교육을 시켜줬다. (관리사무소 옆에는 어린이집이 있다)

콧물 흘리던 꼬마 한 명이 나에게

근데 아저씨는 누구에요?’

나는 백만불짜리 미소를 지어 보이며,

너희들의 수호천사란다

찡그리는 아이들의 표정을 뒤로 하고 쿨하게 내 근무지인 지하실로 가서 멍~때리며 앉아 있던 중.

소포가 왔다고 경비 반장님이 호출하셔서 가보니 큰 박스에 소포가 와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알라딘에 부활’ 1,2권을 신청했는데 두 시간만에 배달이 오다니 놀랄 일이다라고 생각하며 소포를 뜯으니 세상에 양철댁님이 보내주신 당신 인생의 이야기’ ‘유령이 쓴 책’ ‘통곡그리고 언제나 상큼발랄 레모나C 60’!!!

이 거대한 선물을 옆에서 구경하시던 경비 반장님

아니 왠 책이 이렇게 많아?’ 

 '네, 선물 받았어요.’

, 그래. 아가씨가 보냈나봐, 편지도 있고 정성이 가득해

, 절세 미인이세요. 마음도 되게 착하세요.’

내가 혼자서 중얼거리는 모습도 목격하고, 요새 옴진리교 책만 보고 있어서 걱정하시던 경비 반장님은 양철댁님의 선물 덕분에 내가 사람들도 만나고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판단하신 모양이다.

경비 반장님께 레모나C를 한 봉 나눠드리고, 이 소중한 책들을 들고서 양철댁님이 보내주신 소중한 편지도 읽어보며 오래 살아있기를 잘 했어라는 생각과 이런 과분한 선물을 받아도 되는지란 부끄럼움(이미 받아놓고서!) 그리고 사회는 아직 온정과 따뜻함으로 가득찬 세상이라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

선물이라 불리는 것, 받아 본지 몇 년만인가그것도 이렇게 정성이 가득한 선물을 말이다.

울컥하려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말 알라딘 서재에서 좋은 분을 만났구나란 생각을 했다.

난 이 세 권을 모두 돌파하겠다! 양철댁님 정말 감사합니다! 힘 낼께요! 그리고 보내주신 레모나처럼 언제나 상큼발랄하게 살께요! 

오늘 저녁에는 경비 반장님이 통닭도 사주신단다, 정말 퍼팩트하게 산뜻한 하루다! 

'자연이, 봄 햇살이 좋은 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넉넉하다는 게 아닐까요?' 

양철댁님의 이 편지글을 읽고 거짓말하지 않고 정말 눈물이 났다.

이 좋은 봄날, 이 모든 영광을 양철댁님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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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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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4-2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ㅠ.ㅠ
쑥스럽게스리...
하긴 누군가의 글이 참 맘에 들고, 그래서 독려하고 싶고, 그래서 내가 아는 좋은 책들을 같이 나누고 싶고 한 게 쑥스러워야 할 일은 아니죠~^^

맘 착한 절세미인, 저 부분은 정정 들어가셔야 겠어요.
그래야 제가 앞으로도 맘 놓고 무슨 일을 계획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근데 이 글도 참 맘에 들어서 추천을 날리지 않을 수가 없는걸요~^^

루쉰P 2011-04-23 00:34   좋아요 0 | URL
쑥스러워하시면 안 됩니다. 당당해 지셔야 해요! ㅋㅋ

인터넷은 실체를 보지 않습니다. 다만 글을 통해 느껴지는 그 사람의 마음을 보는거죠. 전 양철댁님의 마음이 그렇게 보여요. '절세미인에 착하신 분'으로 말이죠. 푸훗. 절대 수정할 수 없어용!!

노이에자이트 2011-04-22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세미인이라...궁금 궁금.

루쉰P 2011-04-23 21:43   좋아요 0 | URL
전 항상 궁금을 유발하는 능력이 있는 듯 해요. 하지만 양철댁님이 절세 미인이라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sslmo 2011-04-23 15:28   좋아요 0 | URL
'확실'이 아니라 '확신'이신게죠?
이 동네의 안녕을 위하여 절대로 실물을 들이밀면 안되겠네요~^^

루쉰P 2011-04-23 21:44   좋아요 0 | URL
이 동네의 안녕을 위해서는 제가 더 실물을 들이밀면 안 됩니다. 제가 그런 면에서는 양철댁님 보다는 위에요. (아, 이 오만함 ㅋㅋ)

쉽싸리 2011-04-22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정도의 일화군요!

명랑한 루쉰P(지금보니까 대문자네요?)님의 말씀과 행동에 비나리는(던)오늘이 차라리 개운합니다.

루쉰P 2011-04-23 00:3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글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된다는 것이 참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게다가 그런 글을 읽어 주시고 개운하다고 하시는 분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구요. ㅋㅋ

마녀고양이 2011-04-2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축하드려여, 루쉰님!
그런 깜짝 선물을 받으시다니 기분 좋으셨겠어요. ^^

그런데 말이죠, 수많은 누님과 형님 앞에서 오래 살기를 잘 했어라는
깜찍한 멘트를 날리실 수 있는겁니까! 버럭! 흐흐.

루쉰P 2011-04-23 21:52   좋아요 0 | URL
완전 기분 울트라 캡 숑 좋아요. ^^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얼굴도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정말 제 친누이처럼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할 뿐이죠.
저에게는 '사자'님이라고 소중한 친구 분이 계시거든요. 몇 년부터 인터넷으로만 만난 분인데 항상 저에게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그런데 이렇게 알라딘 서재에서 마고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을 만나서 너무 감사할 뿐이에요. 이거 뭐라도 해서 보답해 드려야 하는데...

그리고 아무래도 오래 살기 잘 했어보다는 오래 서재 들어 오길 잘 했어로 바꿔야지 안 혼날 듯!!

감은빛 2011-04-28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근길이 광릉수목원을 가로지른다니!
엄청 부러운 출근길이예요!
차가 99년산이라면, 양호한거 아닌가요?
저는 96년산을 몰고 다닌답니다.
아직 쌩쌩하니 잘 달립니다.

오랫만에 루쉰님이 밝은 글을 올린 것 같네요!
선물 받으신 거 축하드립니다!

루쉰P 2011-04-29 10:47   좋아요 0 | URL
아주 고요한 길이에요. 외계인에 납치되어도 좋을 정도로 고요해요. 96년산이라니 대단하신데요. ^^ ㅋㅋ

선물 받아서 너무 좋아용. 저는 밝은 글, 태양 광선과 같은 글을 쓰고자 결심하고 있습니다. 푸훗.

cyrus 2011-04-28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서재 들렸는데 저 역시 기분 좋게 만드는 글을 읽게 되었네요.
아무래도 시험이 끝나서 그런걸까요? 저도 요즘 하루하루가 기분이 좋고
긍정적인 마음이 샘솟네요 ㅎㅎ
뭐니뭐니해도 책을 친분이 있는 분들에게 공유하고 나눠준다는건 참 좋은거 같아요.

루쉰P 2011-04-29 10:48   좋아요 0 | URL
기분 좋으시다니 저도 흐뭇합니다. 이 모든 것이 양철댁님 덕분 ㅋㅋ. 시험이 끝나면 긍정적이 될 수 밖에 없어요.

맞아요. 책을 혼자서 읽은 저로서는 양철댁님의 저런 모습 속에서 이기적 자아를 반성해요. ^^

pjy 2011-05-0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절세미인에게 선물받으시는 루쉰P님은 멋쟁이 우후훗~~

루쉰P 2011-05-06 20:29   좋아요 0 | URL
아무나 그런 행운을 가지는 것은 아니죠 크흑!! 또 다시 감동의 눈물이..

2011-05-2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읽고 저도 양철댁님께 반했어요~, 편지 울컥 부분에서 저도 울컥. ^^
오래 살 만한 세상, 화이팅!

루쉰P 2011-05-22 09:05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분이에요. 양철댁님은 ^^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화이팅!!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