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 한국사를 조작하고 은폐한 주류 역사학자를 고발한다
이주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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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다 시원하다.

 

바로 이주한 씨의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읽고 나서 든 느낌이다. 동북공정과 일제침략기의 식민사학의 허구성을 낱낱이 파헤치면서, 최종적으로는 현재 국내의 주류 사학계를 이끌어가는 세력에 대해 철저하게 비판하고 있는 이 책은, 언론과 - 그들이 지칭하는 - 재야사학계 그리고 실증과 과학적 분석에 기초한 수많은 학계의 연구를 외면한 채 이병도 교수의 논리에서 벗어나질 않고 있는 한국사에 대한 강한 경고장이다.

 

또한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조선상고사와 수많은 민족사학자들의 연구. 그리고 고려 및 조선 전기부터 전해 내려오는 역사책들을,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홍보간행물 정도로 밖에 취급하지 않고 있는 - 일부 - 학자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 나 역시 개인적으로 많이 공감하는 부분 - 식민사학계의 이론을 그대로 답습하는 학자들만큼 문제가 되는 몇몇의 진보학자들에 대해서도 그 논리적 허구성을 파헤치고 있다.

 

 

 

한국사와 고대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은 친구들이라면 누구다 맞닥들이게 되는 지점이 있다. 바로 한국의 상고사와 한단고기이다. 고조선 시대와 삼국시대 초기를 왕권이 발달치 못한 신화적 세계와 씨족사회정도로 치부하는 시선은 최근에는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상고사에 대해서는 식민사학, 동북공정, 사료와 검증이 가능한 지역(만주,중국 등)이 어려움, 고대사료에 대한 위서여부 등으로 인해 학자마다 견해차가 심한 걸로 알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한단고기인데, 우리가 기존에 알던 역사체계와는 너무나 달라서 일반인들이 쉽게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무작정 한단고기의 논리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환빠(예전에 KBS역사 스페셜에서도 한단고기와 관련된 논란이 방영된 적이 있다. - 유인촌 전 장관이 해설하였을 때)라고 부를 정도로 그 갈등의 간극은 심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논란에 앞서 가장 중요한 전제를 우린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먼저,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내용이지만 역사적 인식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의 확립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역사가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우쳐야 한다.

 

기억은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끔 한다. 기억이 없는 인간은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지키기 어렵다. 역사는 기억이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얼마든지 농락되고 누군가에 의해 지배당할 수 있다. 역사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그러나 역사를 기억하는 자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13페이지, 저자의 서문에서)

 

두번째는 우리가 지금 배우고 있는 한국사는 가. 거란, 려진, 몽골과의 치열한 전투 나. 고려말과 조선초의 교체기 다. 임진왜란 라. 대한제국과 일제침략기 에 의해 수없이 왜곡되었고 훼손되었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신라의 통일(?)과정과 백제와 고구려의 멸망까지 고려한다면 남아있는 사서와 유물들은 과거의 한국사를 제대로 조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기에 더욱더 한국의 역사를 밝혀보려는 진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제시대의 논리를 이어받은 이병도 교수와 그 논리가 계속해서 내려오는 이 시대에, 진서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참고적인 가치가 있는 서적들과 전해내려오는 민담, 구전을 통해서 과거의 한국사의 본모습을 찾는데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저 몇글자가 이상하다고, 또 기존에 알던 것과 다르다고 무조건 배척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 고대사의 주무대는 만주와 중국대륙에도 많았던 만큼 유적 탐사와 실증 연구에 정부의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역사 다큐에서도 자주 방영되었지만, 중국 정부가 고대 한국의 유적들을 훼손하거나 숨기는 일이 비일비재함은 익히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단대공정, 탐원공정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한국의 고대사를 강탈하고 있고, 일본 역시 독도 분쟁 및 위안부 분쟁 등을 통해 근현대사 왜곡을 시도하고 있으므로 이 부분에 있어서도 국가적인 대응기구가 있었으면 한다.

 

세번째로는 정치적 논리에 역사가 휩쓸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대학교 스터디에서 한번 한국의 고대사 문제 및 동북공정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었는데, 왜곡된 역사적 실체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주류사학계 만큼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진보적인 정치인들이 바라보는 역사적 시선이었다. 과거사에 대한 강한 대응이나 독도문제에 대한 참여정부의 대응은 민족주의적이고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하므로 안된다는 의견이었는데, 이거야 말로 중국과 일본이 원하는 바가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히려 이 부분에서는 그당시 대학생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고 있던 조,중,( )신문사의 기획 보도가 더 인상적이었다. 오래전 일이어서 정확한 논점은 기억나질 않지만, 재야 사학계의 연구 및 비주류의 의견도 상세히 소개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경제적 신자유주의보다 정신적 신자유주의가 더 무서울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을 그 당시에 처음 했었다. 아, 물론, 역사적 진실을 밝히려는 진지한 태도 없이 정치적 쇼로 동북공정 이슈를 이용하는 일도 당연히 없어져야 하겠다.

 


 

 

이 책에 소개된 교수님들과 학자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 찬반보다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걸 엿볼수 있다. 아무래도 주류 사학계에 계신 분들은 논문 및 책이 많아서 더 학문적으로 이론적인 틀이 잡혀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실증적 연구와 직접 방문을 토대로 연구를 진행중인 교수님들의 사료가 더 논리적으로 보인다. 물론 사학을 좋아했지만 사학 전공은 아니므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건 큰 결례이므로, 이 정도로 소개하지만 저자의 책에 소개된 논조를 꼼꼼이 읽어보면 공감가는 부분이 많으리라 확신한다.

 

한번 더 말하자면,

 

1. 한국 고대사에 대한 주류사학계의 미지근한 태도에 대한 비판

2. 훼손된 한국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밝혀보려는 진취적인 노력이 필요함.

3. 주류 사학계의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에 대한 자기 모순에 대한 설명 ->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함

4. 국사를 바로 알고, 역사 의식 고취에 대한 일부 세력의 비판적인 시각에 대한 경계

 

에 대해서는 99% 공감한다.

 

중국 동북공정이 일때마다, 그리고 일본의 역사 왜곡이 있을 때마다 기존의 행위에 하나 더 추가해서 우리의 역사에 대해, 그리고 우리의 역사의 본모습을 찾는 노력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정말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훼손된 한국사의 문제점에 대해 심히 공감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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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모털리티 - 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
캐서린 메이어 지음, 황덕창 옮김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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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때 움찔했다. 10대 후반부터 죽을 때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이 소비하는 사람들을 어모털 족이라 일컫는다고 한 부분을 보면서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이 있는 듯 했다. 가령 - 중간 중간에 쉰 적은 있었지만 - 계속해서 책읽기. 때때로 서점에 들렸다가 사무용품 구경하기. 마지막으로 따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항상 무언가를 할 것까지. 22페이지에 적힌 "빡빡한 일정을 짠다. 그는 절대로 쉬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마치 나를 보고 말하는 듯 했다.

 

 

 

이 책은 새로운 인구문화적 트렌드인 어모털리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어모털리티란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인데, [나이의 혼란]을 시작으로 [과학의 도구]에 이르는 총 8장의 구성을 통해서 어모털리티 현상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메릴 스트립과 우디 앨런, 그리고 그의 할머니와 같은 어모털 족과 과학적 근거 및 생명공학 트렌드를 바탕으로 이야기하는데, 생각보다 꽤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했다.

 

사회상을 분석하고, 새로운 경제적 현상을 소개하는 책들이 으레 그렇듯이 결코 정답은 아니며, 저자의 주관적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리고 아직 정식으로 인정받았거나, 주류로 받아들여지는 이론도 아니므로 이를 정답처럼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그러기에 이런 책을 읽을 때는 한번 쯤 체로 걸러주는 작업을 거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내용중 공감과 비공감(틀렸다고는 생각치 않는다.)으로 나누어 소개해 볼까 한다.

 

공 감

 

ㅇ 앨런은 죽음이 자신의 삶에 침입하는 사태를 최고화하기 위해서 빡빡한 일정을 짠다. 그는 절대로 쉬지 않는다.

ㅇ 은퇴와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다. 은퇴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이 중요한 것이다.

ㅇ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 앨렌 랭거는 젊음을 유지하는 것은 마음의 상태임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ㅇ 아시다시피 태어난 해로 계산하는 나이가 있고, 생물학적 나이가 있는가 하면, 심리적 나이가 있죠.

 

이들은 어느누구보다도 자기계발의 구호를 책속의 문구로 남겨두는 게 아니라, 삶의 일부로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그들은 주류와는 동떨어져 있는 듯 하다. 가령, 사람들이 바라는 여유와 - 미디어와 대다수의 사람들이 술집에서 나누는 이야기 속의 -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어쩌면 그들은 일벌레처럼 보일 수도 있겠고, 무언가 특이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잘 보면 그렇진 않다. 나이와 편견을 극복하고 자존감을 높이려는 노력속에서 삶이 주는 선물을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늙어서까지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한다. 젊은이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항상 혁신을 가까이한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서 벗어나있지만 사랑에 대한 마음만큼은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다. 또한 이런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마인드로 항상 문제를 해결하려는 역동적인 시각을 갖춘 사람들이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점도 있다. 기존의 가치관과의 충돌로 인한 혼란과 여전히 사회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해자로 인한 부적응, 그리고 앞에 나열된 행동방식이 지나칠 경우 나타나는 문제점까지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각 장마다 상세히 소개되어 있으니 책을 참조해도 좋을 것이다.

 

비 공 감

 

ㅇ 라엘리언에 의해 설립된 클로네이드라는 회사는 나이가 들고 죽음을 맞이하는 불행한 운명에 대해 더욱 급진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ㅇ 이러한 경향의 근본 원인은 실업률이 늘어나고 적당한 거처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며, 어모털리티 역시 여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은 바로 생명공학적 수명 연장과 수술을 통한 젊음 찾기에 대한 설명이었다. 페이스리프트 시술에 관한 부분이라든지, 정자은행에 대한 설명은 아직까지 내가 생각하는 사고관으로는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저자 역시 이런 부분에 대해 찬성을 표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것들을 어모털리티 현상에 대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므로 거리감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또 신흥종교의 융성과 기존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탈출러시에 대한 부분도 아직까진 국내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듯 했다. 이 책을 통해 아모털 족이라는 새로운 고객군을 정의내리려 한다면,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마 무 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설명하고 있는 상당수는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트렌드의 일부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나이를 잊은"이라는 문구는 모든 산업에서 통용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나이를 잊게하는 화장품, 미용 기술, 동안 열풍. 나이를 잊은 열정, 도전 정신, 아웃도어 활동. 나이를 잊게 하는 라이프스타일, 패션, IT기술. 나이를 잊은 채로 서로 공존하는 세대간의 융합까지...

 

책을 읽으면서 "어모털리티"란 장점과 단점이 묘하게 결합되어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자칫 멈추지 않는 기관차처럼 돌진할수도 있고, 지나친 열망으로 인한 문제점도 있을 수 있다. 반면에 책의 마지막에 소개된 것처럼 착한 소비에 누구보다도 먼저 앞장설수 있고,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 마주할 용기를 가진 사람들일 수도 있었다.

 

저자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이슈가 되리라는 점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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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5 1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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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엔드 말리리아 (★★★★☆)

 

  - 생명을 구하는 착한 자기계발서라는 멘트가 마음에 들었다.

  -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분들의 공동 저작 프로젝트

  - 집중, 용기, 회복력이라는 테마를 통해 우리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책. 

 

2. 지금 당장 환율공부 시작하라 2 (★★★★☆)

 

  - 올해 읽을 계획인 책중의 하나인 지금 당장 환율공부 시작하라 2편.

  -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였고, 투자전략에도 사용할 수 있는 조언들이 듬뿍 담겨 있다고 한다.

  - 특히, 유로위기와 세계 각국의 양적완화에 대해  더 짚어볼 수 있을 책.

 

3. 왜 고장난 자유무역을 고집하는가 (★★★☆☆)

 

  - 자유무역과 이를 지지하는 모든 논리에 대한 반대편 주장을 들어볼수 있는 책.

  - 현대에 들어 많은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는 자본주의와 자유무역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자.

 

4. 유한킴벌리 이야기 (★★★☆☆)

 

  - 누구나 다 아는 기업의 진짜 이야기.

 

5. 국세청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세금의 진실(13년 개정판) (★★☆☆☆)

 

  - 저금리 기조에 필요한 절세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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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6 13: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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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하버드 마지막 강의, 마지막 질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지음, 이진원 옮김, 이호욱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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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때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나의 인생이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에 대한 자문이라..... 솔직히 말해서 대부분의 사람들도 자신의 삶이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자주 하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나에 대한 평판,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자신에 대한 평가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그러한 것을 넘어서는 부분에서의 삶을 바라보고 있다. 즉, 자기 자신이 냉철히 바라본 삶에 대한 반성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안정감과 성장성. 하고픈 일과 해야하는 일. 편안함과 고생. 보유와 투자. 불확실에 대한 과감함과 고정적인 수입에 대한 만족감 사이에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무엇이라고 판단해야 할까.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물음에 대한 저자의 대답이다.

 

우리의 인생을 평가하기 위해,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우리는 현재의 모습을 냉철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이며, 어떻게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 가져가야 할 꿈들은 어떠한지 말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지금의 상황이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음을 알아차리느냐가 중요하다. 39페이지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자신에게 정말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절대 한눈 팔지 않고 목표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꿈이 사라지게 그냥 내버려두는 사람도 많다."  즉, 자신이 하는 업무를 하면서 목적없이, 보람없이 하는 것만큼 나쁜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어렵다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 그리고 장기적인 꿈을 향해 조금씩 달려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1. 내가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공하고 행복할까?

2. 배우자, 자식, 친척, 친구들과의 관계가 계속해서 행복의 원천이 될까?

3. 나는 성실한 삶을 살고, 감옥에 갈 일이 없을까? 

 

위의 질문들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부분을 옮긴 것이다. 그는 종강일 때마다 그동안 연구했던 이론들을 칠판에 적고, 동시에 위에 소개된 물음도 적는다고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일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지를 자문한다고 한다. 사실 질문 자체는 단순해보인다. 그리고 너무도 당연한 것이고, 우리가 바라는 것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러한 질문에 명확히 답하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나의 목표와 일치하면서, 도덕적이면서도 스스로 만족하기란 어느 누구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가족과의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단기적인 성과와 목표 달성에 올인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 자신의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조금씩 그의 경력과 직함은 올라가고 화려해진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가족과 관계에 투자하는 시간은 비례적으로 감소한다. 그리고 나중에 이러한 문제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을 땐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목표에 대한 설정과 그에 걸맞는 자원 배분, 그리고 꿈을 잃지 않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가족과의 관계와 아이에 대한 교육, 주변 사람들과 자신의 도덕적 가이드라인에 대한 견지다. 성공한 - 외적으로 보여지는 - 수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런 부분에 소홀히 함으로써 자멸하거나, 나락에 빠지는 경우를 종종 볼수 있다. 이는 바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각자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과정이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편적인 사실은 우리는 "내가 정말로 무엇이 되고 싶은가? 라는 질무에 답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만약 자신을 위해 스케치했던 모습이 옳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했다면 그 모습을 재고하라. 그러나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임이 분명해진다면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나는 내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의 모습이 옳은 건지 알아보기 위해 얼마나 강도 높게 집중했고, 이후 그 모습에 얼마나 전력을 다했는지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한다. 이런 시간을 정말로 가치 있게 만든 건 강렬한 집중이었다. 종이 위에 연필로 초안을 작성한 것이 화폭 위에서 유화 물감이 칠해지며 강력하게 변하는 중이었다....

 

책장을 덮고 나니 한동안 내 삶에서 부족했던게 눈에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절대적이진 않더라도 상대적으로라도 균형을 맞춰간다면 내 삶이 조금은 더 풍족해지겠다고 생각했다. 더 웃고 친절한 사람,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사람, 내가 스스로 정한 삶의 룰을 견지하는 사람을 가슴속에 담아둬야 겠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계속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음과 동시에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도 계속 쌓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20대때 생각했던 꿈들을 잃어버리지 않고 키워나가야 겠다고 다짐했다.

 

여러 모로 내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내 삶이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가 아닌, 나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자문. 그리고,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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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4 1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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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들 - 세계 최고의 독서가, 책 읽기의 즐거움을 말하다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주헌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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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걸렸다. 책을 다 읽기까지. 그리고 그 생각들을 정리할 시간까지. 무엇보다도 수많은 사유의 공간에서 내가 느낌 감정이 어떠했는지를 알아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을 읽다가 다시 덮고, 또 다시 읽기를 여러번. 평소 책을 많이 읽어왔지만, 이렇게 복잡한 생각을 떠올리게 한 작품은 오랜만이였다. 수많은 작가들과 인용문구. 수십년간의 독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사유의 조각들. 그리고 저자 - 알베르토 망구엘 - 의 삶의 흔적들까지. 가십거리만을 쫓아다니고, 가벼운 위트와 힐링이 주류를 차지하는 JPG 세상속에서, 책 한페이지를 꽉 채운 글귀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오랜만에 만난 TEXT 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누구나 자신이 책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다. 어릴적부터 좋아한 사람도 있고, 나이가 들어서 어떤 계기로 인해 뒤늦게 책에 빠지게 된 사람도 있다. 한때 책을 좋아했다가 바쁜 일상속에서 조금씩 멀어진 사람도 있고, 한 분야의 책만 고집해서 읽는 사람들도 있다. 이 모든 사람들 역시 자신만의 책읽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책이라는 호수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을 것이다. 

 

어렸을 적 즐겨 읽었던 책을 꼽으라면, 몇 권이 떠오른다. 유진출판사의 "마법사의 모자와 무민"과 "찰리와 초콜릿 공장". 꼬마니꼴라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어린왕자와 제목이 잘 기억나질 않는 환경만화책. 계몽사의 디즈니 명작만화 시리즈와 만화 한국사,세계사,위인전, 그리고 백과사전까지. 정말 -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 책장이 닳도록 읽었던 것 같다. 그 영향 덕분인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지금까지도 챙겨보게 되고, 그외 다양한 애니메이션에도 항상 관심을 두게 되었다. 역사책 덕분에 사극, 역사 다큐, 초고대문명 등으로도 관심을 넓혔고, 학창시절 국사 과목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계몽사 백과사전 10권 덕분에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건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아동용으로 나온 것이라 글자도 컸고, 항상 삽화와 사진이 곁들어져 있어서 질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삽화가 곁들어진 책들은 지금도 내가 책을 고를때 중요하게 판단하는 기준의 하나이다. 

 

"나는 어떤이가 책을 읽어내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의 해석에서 자신의 자아상을 찾아내는 것을 경계하는 편이다."

"누구도 어떤 책이 어떤 경우에 적합한지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해석의 한계는 상식의 한계와 일치한다. 우리는 상식의 한계를 넓히기 위해 애써야 하며, 그 비결이 바로 끝없는 독서에 있다."

- 본문 중에서...

 

체 게바라를 시작으로 브루스 채트윈의 "파타고니아"가 소개되고, 헤리 데이빗 소로우의 문구가 등장한다. 돈 키호테는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소재이며, 카프카의 작품과 단테의 "신곡" 역시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저자의 독서와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연결고리인 보르헤스는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고, 어렸을 적부터 자주 읽었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각 장의 서문을 빛내준다. 그 외에도 수많은 책들과 그 속의 등장인물, 그리고 작가들이 4백여 페이지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사실, 처음 읽을 때는 많이 답답했다. 그리고 더 답답한 건 저자의 글과 그 감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나의 독서력. 고등학교 때 언어영역 지문에서, 집에 있는 책장에서, 그리고 다양한 북 리뷰를 통해 한번쯤 접했던 것이지만, 자유자재로 이를 글감의 소재로 사용하는 저자의 솜씨와 독서력을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다. 몇 번 보고, 책장을 천천히 넘겨가면서 비로소 그 의미가 다가오기 시작한 것 같다.

 

이상적인 독자란 무엇이고, 제대로된 책읽기란 어떤 것일까? 저자는 적지 않은 페이지를 할애하며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변을 소개한다. 이상적인 독자는 책을 끝까지 일기를 바라는 동시에, 그 책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여백에 쓰인 글은 이상적인 독자라는 증거다....이상적인 도서관에서는 모든 페이지가 첫 페이지이고, 어떤 페이지도 마지막 페이지가 아니다....(본문 중에서..)

 

이 같은 저자의 정의는 우리에게 해답은 커녕 더 큰 물음만 안겨준다. 홀로코스트를 바라보는 유대인의 시선은 기존에 보던 책들과는 사뭇 다르다. 피노키오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뽑아낸 감정의 덩어리는 평소에는 쉽게 접하기 힘든 심연의 물고기와도 같았다. 그 와중에 등장하는 보르헤스와의 만남과 그와의 교류는 독서의 범주에서 벗어나면서도, 결국 인생은 배움의 연속, 생각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답이 아닌 과정이, 시점이 아닌 흐름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었던 줄과 접어둔 페이지를 다시 보니 그 때 왜 여기서 감정의 순간을 정지시켜 둔 건지 모르겠다. 다시 읽어보니 그 때 그 느낌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다행이도 동그라미 쳐둔 단어와 형광펜의 고리가 그 때의 느낌의 근거를 유추하게 한다. 어려운 책이었지만 즐거웠고, 빽빽한 내용이었지만 세상 모든 곳을 향해 열려 있었다.

 

이건 책이 아니다. 무한한 사유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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