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명 고양이 시리즈
나이스 캥 그림, 김희진 옮김, 베르나르 베르베르 원작, 포그 각색 / 미메시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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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 <고양이>에 이어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의 모험이 펼쳐지는 <문명>이다. 아직 베르나르의 원작을 '읽기전'인 까닭에 두 작품이 얼마나 싱크로율이 높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 '차이점'은 곧 읽게 될 원작을 완독하는 순간 밝혀질 것이고, 내가 관심 높게 살펴본 것은 '스토리 진행'이었다.

 

  전작 <고양이>에서는 서로 다른 종족간의 '소통'을 꿈꾸는 암고양이 바스테트와 인간이 쌓은 지식을 고스란히 '수용'한 샴고양이 피타고라스가 파멸로 종지부를 찍은 인간의 문명을 '재건'하는데 성공하며 마무리 지었다. 한낱 동물에 불과한 고양이가 인간 스스로 파멸시켜버린 '문명'을 되살린다는 전개가 황당하긴 했지만, 나름 인상 깊기도 했다. 원래 '자기 머리'를 스스로 깎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이 만든 문명도 '인간이 아닌 존재'에 의해서 다시 스타일을 되찾을 수도 있겠거니 싶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문명>에서는 과연 그 문명이 '어떤' 스타일로 쌓여질지 보여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에 앞서 '문명'이 파괴된 원인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는 모양이었다. 동물실험에 참여했던 동물은 샴고양이 '피타고라스' 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끔찍한 실험에서 살아남은 동물들이 또 있었단 말이다. 바로 '알비노 생쥐'인 티무르였다. 오~티무르라니 <고양이>에서도 쥐떼를 이끌던 우두머리가 '캄비세스'였다. 그런데 그 캄비세스를 단박에 제거하고 새롭게 쥐떼를 이끌게 된 우두머리가 바로 '티무르'였던 것이다. 인간 '티무르'는 살아생전에 인간을 학살하는 즐거움(?)으로 살았다고 할 정도로 살육을 즐겼던 제왕이었다. 그런데 그런 '인간학살자'의 이름을 딴 생쥐가 '피타고라스'와 마찬가지로 '인류 문명으로 쌓은 지식'을 갖추었다니 위험수위가 이만저만이 아닌 셈이다. 생쥐 티무르는 '실험체'로써 얼마나 고통을 받았으며, 천신만고 끝에 탈출에 성공한 뒤에 인간에 대한 미움과 증오를 갈고 닦을 것이냔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티무르는 캄비세스와 마찬가지로 바스테트와 인간들이 머무르고 있는 섬을 '포위'하며 점점 보여오고 있었다. 티무르는 꽤나 지능적이란 증거다. 그래서 더욱 공포스럽고 말이다.

 

  이에 바스테트는 자신의 집사 나탈리와 피타고라스와 함께 '열기구'를 만들어 자신들을 도와줄 '응원군'을 청하려 탐색에 나간다. 분명 저 바깥 어딘가에 쥐떼의 공격을 아직 받지 않은 '공동체'가 분명히 존재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믿음은 곧 '실체'로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그 공동체가 여럿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긴 했지만, 순순히 손을 잡고 함께 '티무르'와 대항하는 공동작전에 나서게 될까? 설령 손을 잡았다고 해도 서로 다른 '종족간의 소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리고 인간들의 문명은 정녕 이렇게 멸망을 고하고 말 것인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암코양이가 펼치는 대활약이 점점 흥미로워진다.

 

  그런데 이쯤해서 '인류의 문명'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자.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인류는 새로운 문제를 맞딱뜨리게 되었다. 바로 '대멸종'이다. 물론 이 소설에서 지구온난화니, 기후변화니, 핵전쟁 같은 일들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유를 밝히지 않은 '내전'과 곳곳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인해 인류의 문명이 금세 위기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건 바로 인간들이 파괴한 도시를 점령한 '쥐떼의 공격' 때문이었다. 그렇게 도시를 점령한 쥐들은 인간들에게 치명적인 '페스트'를 퍼뜨렸고 말이다. 중세 유럽인구 3/4을 절멸시켜 '봉건사회의 기틀'을 무너뜨리고 '근대사회'로 혁신할 수 있게 된 분수령이었던 바로 그 '페스트'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2019년을 기점으로 '팬데믹 선언'을 하게 만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는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인류의 문명을 삽시간에 절멸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인류를 절멸시킬 시나리오는 여섯번째 대멸종이나 제3차 세계대전 같은 것보다는 '감염병'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제때에 '치료약'과 '백신'을 만들지 못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시나리오인 셈이다.

 

  결국, 베르나르의 상상력은 '인류의 절멸'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인류의 문명'이 인간의 대멸종 이후에도 존속할 것이라고 전망한 점이다. 바로 'USB를 꽂은 고양이'를 통해서 말이다. 고대부터 인간과 친숙하면서도 인류를 '집사'로 삼을 정도로 고귀하고 도도한 생명체인 '고양이'가 인류를 대신할 새로운 지배종족으로 선택한 셈이다. 실현가능성은 둘째치고 베르나르의 상상력 만큼은 정말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 비록 내게 '고양이'는 딱맞는 취향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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