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멸종과 진화 한빛비즈 교양툰 31
김도윤(갈로아)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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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해서, 김도윤 작가의 전작에 비해서 '몰입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이런 얘기를 했다가, 저런 얘기를 했다가...한빛비즈 교양툰의 선봉을 맡아 대쪽이 갈라지듯 쭉쭉 펼쳐나간 <곤충의 진화>와 <공룡의 생태>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멸종과 진화>는 앞선 두 권의 책의 '연장선'이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위한 새로운 '도입부'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의 책에서 '진화'는 빼놓을 수 없는 화두이고, 이제 그 진화의 새로운 시작을 펼쳐내기 위해서 '멸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에 직면한 상황이다. 지난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그랬듯이 멸종은 '지구생명체'에게 치명적이었고, 특히 가장 번성했던 종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방식으로 지금껏 쭉 반복되었다. 그렇기에 이번 여섯 번째 대멸종은 현재 가장 번성하고 있는 '인간종'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안겨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인류의 절멸'일 것이다. 그래서 지질학적 분류로 오늘날을 '인류세'라고 부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어쨌든 대멸종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그 멸종의 시작이 '언제'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편이다. 소행성 충돌이 원인이라면 '지금 당장'일 수도 있고,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면 '수십 년 안'이라고도 보고 있으며, 초대륙의 등장이 원인이라면 '대략 5천만 년 뒤'가 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멸종의 원인은 '인간' 때문일 거라는 확신이 가장 뚜렷하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인간활동으로 인해 지구환경은 엄청나게 급격한 변화의 징후를 보이고 있으며,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마는 것이 '진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환경에 적응하면 살아남고 적응에 실패하면 죽고 마는 것이 '진화의 매커니즘'이란 말이다.

 

  그런데 이토록 급격한 환경변화를 '인간'이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은 것이 문제다. 마치 인간은 결코 멸종의 대상이 아니라는 듯이 환경변화의 원인들에 대해서 경각심조차 갖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이고, 이렇게 따뜻한 지구는 역설적이게도 지구를 꽁꽁 얼려버릴 '지구동결현상', 쉽게 말해 '빙하기'를 더 빨리 부른다는 말이다. 이처럼 급격한 환경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멸종'은 지금 빠르게 '진행중'인 상태다.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생물의 멸종은 '생태계의 다양성'을 파괴시켜, 멸종의 속도를 더욱 촉진시키는 것이 문제이며, 이렇게 다양성이 무너진 생태계에 '대멸종'까지 겹치게 되면 지구에 다시 생물이 번성하게 되기까지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임에 분명하다. 만약 그렇다면 대멸종이 휘몰아친 와중에도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들'의 생존마저 그 확률이 더욱 희박해질 수밖에 없으리라.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대멸종의 시나리오 속에서 인류조차 '생존'을 장담하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해보자는 말이다. 우리는 흔히 지난 역사를 통해서 미래를 예측해보자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면 지난 '대멸종'을 통해서 곧 닥칠 '지구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것도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지난 '대멸종'의 가르침은 바로 '멸종'이었다. 가장 번성했던 종들이 결코 피할 수 없었던 '종의 절멸'을 말이다. 인간도 그렇지 않겠느냔 말이다. 진화의 나무에서 수없이 갈라진 가지들 중에 더는 이어지지 못하고 끝을 맺은 '종의 운명'을 떠올리잔 말이다. 인간이라고해서 유유히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종의 진화'는 계속 이어지겠지만, 인류는 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쯤이나마 '겸손'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현재 인간이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할 때에 '환경적응' 같은 것들은 절대로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대멸종을 더 빠르게 부르는 현실 앞에서 깊이 깨달아야 할 '무엇'이 반드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생물 다양성을 지킨답시고 '멸종위기종 지정', '생태보존구역 설정', '치어 방류', '채식주의' 등등 열일하고 있긴 하지만, 고작 그런 일을 한다고 대멸종을 막을 수 있겠느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대멸종은 '인간의 힘'으로 결코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고 '최후의 순간'까지 막 살자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미 지난 대멸종 때에는 가장 번성했던, 가장 큰 피해를 보았던 종들은 그저 수수방관만 할 수밖에 없었지만, 현재 가장 번성한 인간종은 '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인간은 지구생물 가운데 유일하게 '자신이 가진 힘'으로 무엇이라도 해볼 능력을 갖춘 종이다. 그렇다고 대멸종까지 막을 수는 없겠지만, 급격한 환경변화에 최대한 잘 적응해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도 사실이다. 아쉽게도 인간종의 육체적 조건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는 나약함, 그 자체지만,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로 어떡해서든 대멸종을 이겨낼 힘을 쥐어짜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기술만 맹신해서는 결코 이겨낼 수 없다. 아무리 고도로 발달했을지라도 화산, 지진, 태풍 같은 자연적인 재해를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은 인간의 과학기술이 해내야 할 일은 '원래의 자연상태'를 유지시켜, '생물의 다양성'을 무너뜨리지 않고 지켜내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멸종과 진화>의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생태와 환경을 '복원'시키는 일을 가능케 할 것이다. 물론 그에 앞서 정신 좀 차리고 자연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부터 취하는 것이 시급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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