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6 : 지구 최고의 라이벌 - 어린이를 위한 호모 사피엔스 뇌과학 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정재승.차유진 지음, 김현민 그림, 백두성 감수 / 아울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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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고고학적으로 '동시간대'에 두 종의 인류가 존재한 것은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와 '호모 사피엔스'의 발굴이 최초다. 그 가운데 '현생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것을 확인했고,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는 멸종하고 말았다. 다시 말해, 호모 사피엔스가 현존하는 유일한 인류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사피엔스는 살아남고 네안데르탈인은 살아남지 못했던 것일까? 인류고고학적으로 남겨진 수수께끼인 셈이다. 물론 여러 가설이 세워졌고 널리 알려진 바다. 하지만 그 가운데 무엇을 '정설'로 삼아야 할지 '결정적 증거'는 아직 발굴하지 못했다. 그러면 가장 최근에 밝혀진 인류고고학적 사실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렌시스보다 육체적으로 현저히 왜소했다. 심지어 뇌의 총용량도 훨씬 작았기에 '피지컬'적인 면이나 '사이코'적인 면, 모두에서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렌시스보다 훌륭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객관적인 정설이다. 그런데도 '현생인류'로 살아남은 것은 더 월등한 네안데르탈렌시스가 아니라 사피엔스였다. 많은 학자들은 그 까닭으로 '사회성'을 들고 있다. 두 종의 뇌를 비교해보니 '시력'에 해당되는 후두엽은 네안데르탈렌시스가 훨씬 컸다. 이는 사냥 따위에 매우 출중한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실제로도 더 많은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육류고기'를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사피엔스는 후두엽은 비교적 작았지만, 상대적으로 감각기능을 담당하는 두정엽이 컸으며, 특히, 언어능력과 사회성에 관여하는 소뇌는 네안데르탈렌시스보다 8배나 더 컸다고 한다. 이는 사피엔스가 '사회성'이 두드러지게 뛰어났다는 결정적 증거가 보여진다.

 

  이를 바탕으로 네안데르탈렌시스는 개개인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10명 이상의 부족단위를 형성하지 못하였고, 이는 사냥이나 채집 등에서도 그리 뛰어난 결과를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새로 얻은 '지식축적'도 활발하게 이어나갈 수 없었을 것이라 짐작케 한다. 반면에 사피엔스는 개개인의 능력은 뛰어나지 않더라도 30~100명 단위의 부족을 형성하며 매우 활발한 집단생활을 했으며, 이들 사이에 축적된 지식이 발달한 '언어능력'으로 인해 더욱 활발하게 전파되고 전승되었을 것이고, 심지어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동족에게도 전파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는 증거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뇌용량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훨씬 더 똑똑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면, 인간보다 더 뇌가 큰 생물이 현생인류보다 더 번성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후두엽과 소뇌가 크기 때문에 사피엔스가 생존에 유리했다는 결론을 내리면, 전체 용적이 더 큰 네안데르탈렌시스가 사피엔스보다 훨씬 더 똑똑했다는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결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사회성'이 낳은 잔인한 결론을 추론했는데, 인류의 문화가 덜 발달한 초기 인류에 너무 많은 '비관적 상상력'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기에 역시나 정설로 삼기에 부족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동시대를 살았던 두 인류에게 닥친 결과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한 쪽은 번성했지만, 다른 한 쪽은 멸종하게 된 까닭을 말이다. 물론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할 것이고, 미래의 인류고고학자인 어린이들이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이렇게 풀리지 않은 숙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앞으로 어떠해야 할까?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아닐 때에는 우리보다 앞선 연구를 해온 '결과물'을 베껴오면 그뿐이었다. 투자 대비 회수비용이 턱없이 부족한 '기초학문'보다는 이미 밝혀진 연구를 결과를 토대로 '응용학문'에 투자하는 것이 손실을 줄이고 이익을 많이 챙길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발전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고 '기초학문'을 연구했던 나라들이 핵심기술을 허투루 알려줄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알려주어도 거의 손실이 없을 지식나부랭이만 찔끔찔끔 흘려줄 뿐, 진짜 알짜배기를 공짜로 알려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그런 '나부랭이' 지식을 가지고 지금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기적을 선보였다. 그런데 그 기적을 이룬 뒤에도 여전히 '남의 나라 기초학문'을 엿보면서 성장발전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단언컨대 '기초학문'에 대한 연구 없이는 '대한민국'이란 선진국을 성장발전시킬 도리가 없게 된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들이 그 어려운 학문에 도전해야만 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국가는 그 어려운 학문에 도전하는 어린이들에 대한 지원과 격려를 아껴선 안 될 것이고 말이다. 그렇기에 어린이들에게 학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책이 많이 선보여야만 할 것이다. 과학분야에서 정재승은 바로 그런 인물이다. 이제 과학을 넘어 '인류고고학', '인류생물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호기심 충전을 시도하는 이 책이 기대가 되는 까닭이다. 과연 10년 뒤에 주인공이 될 대한민국 어린이들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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