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1 : 국내편 퇴마록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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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엔 넉넉치 못한 형편이라 '무엇'을 소장하기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용돈이랄 것도 없던 시절이라 '통학버스'를 타기 위해 매달 받던 차비를 아껴서 소설책을 사모으곤 했다. 그 첫 책이 바로 '김용의 <영웅문>'이었고, 대학시절 알바를 하면서 틈틈이 모았던 책이 바로 '이우혁의 <퇴마록>'이었다. 이 두 시리즈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내 책꽂이에 소중히 꽂혀 있다. 2만 권에 육박하는 책들 사이로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말이다. 그 시절에는 닳도록 읽었던 터라 그 내용이 지금도 줄줄 외울 지경이지만, 이번에 출판사를 옮겨서 새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자...그 소식조차 벌써 10년이 흐른 지금이지만...암튼, 옛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읽으려 한다.

 

  <퇴마록> 국내편은 다른 편에 비해서 비교적 짧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 몰입도라고 할까? 세계관이라고 할까? 아무튼 그 무엇이 살짝 빗겨나면서 마치 정리정돈이 되지 않은 방문을 여는 듯한 느낌처럼 매우 어수선한 느낌의 이야기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박신부를 비롯한 '4명의 퇴마사'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캐릭터'가 무엇인지 소개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국내편이 두 권(애초에는 세 권)이나 배정되었는데도 한결(?) 같이 퇴마사들의 특징과 능력의 '소개'만하고 있는 느낌은 좀 너무 많다 싶을 정도다. 이후에 이어질 '세계편'이나 '혼세편', 그리고 '말세편'처럼 각각의 퇴마사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를 통해서 무럭무럭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국내편'도 진행이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1권의 마지막에 소개된 <생명의 나무> 편은 국내편 가운데 백미라고 할 수 있다. 4명의 퇴마사들이 모두 등장해서 '흑마술'을 퇴치하고 사이비종교인 '브리트라(뱀)교(사악한 뱀을 숭상하며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사악한 종교)'의 악행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아주 인상 깊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2권에서도 이어질텐데, 너무 짧게 이야기가 마치는 경향 때문에 매우 아쉬울 따름이다.

 

  어찌 보면 이런 아쉬움은 작가 이우혁이 '실험정신(?)'으로 국내편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세계편' 이후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느낌이 확 다가온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편은 매번 '단편적인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어놓고서는 세계편부터는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하고서 매력적인 퇴마사들이 전세계의 악령들을 잠재우고 인간세상의 평온을 위해 죽을 위기를 숱하게 넘기는 화려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퇴마록>을 사랑하는 독자일수록 '국내편'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아직까지 '한류열풍'이 전세계를 강타할 것이라 아무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80~90년대를 배경으로 쓰여진 '한국의 퇴마록'이 장엄하게 펼쳐지지 못했다고 투덜대는 것도 남우세스러울 따름일 것이다. 그 시절을 살아본 세대는 <국내편>만으로도 충분히 <퇴마록>의 매력에 흠뻑 젖기에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아직 '판타지 소설'이 유행하지도 않던 국내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무속신앙'을 기반으로 온세상의 악령과 마신 들과 맞서 싸우며 인간세상을 어지럽히려는 사악한 세력에 맞서 당당히 싸우는 퇴마사들의 모험담,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매혹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 살았던 이들이 조잡한(?) 귀신들의 등장만으로 '납량(한 여름의 더위를 피함)'하였으니 '국내편'에 등장하는 퇴마사들의 귀곡성에 얼마나 열광했겠느냔 말이다. 그리고 곧이어 펼쳐진 '세계편'부터 '말세편'까지 우리들에게 '납량의 품격'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는지도 모른다. 지금 세대들은 '납량특집'이라는 개념조차 없어진 것을 생각하면 '대한민국 공포소설의 차원'을 달라지게 만든 주인공이라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제 겨우 1권을 읽었을 뿐이다. 빠르게 '국내편'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퇴마록이 펼쳐진 '세계편'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연일 강추위로 영하의 날씨를 겪고 있지만 '서늘한 기운'이 충만한 <퇴마록>이란 '납량특집'속으로 빠져들 예정이다. 다음 편에선 우리나라의 신앙인 '무가', '도가', '불가'를 관통하는 '밀교'와 엑소시즘을 행하는 '가톨릭의 퇴마록'에 대해 나불거려볼 예정이다. 한때는 신비적인 '오컬트의 세계'에 푹 빠져지냈던 터라 아는 것은 많은 편인데...술술 풀어낼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힘 닿는데까지 열심히 써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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