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2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20주년 개정판)
J.K. 롤링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수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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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에 이어 2권에서는 '마법사의 돌'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볼 작정이다. 익히 알다시피 <해리포터 시리즈>는 해리가 호그와트 마법학교 1학년부터 7학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 학년마다 해리와 그의 친구들이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데, 단순히 1, 2, 3...으로 나열하지 않고 각 학년마다 '고유의 제목'을 달아놓았다. 1학년은 '마법사의 돌', 2학년은 '비밀의 방', 3학년은 '아즈카반의 죄수', 4학년은 '불의 잔', 5학년은 '불사조 기사단', 6학년은 '혼혈왕자', 그리고 졸업반인 7학년은 '죽음의 성물'이라고 말이다.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제목만 읊어도 아련한 추억에 젖어들고 말 것이다. 다름 아니라 '제목'에서 해리가 겪게 되는 가장 중요한 사건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에서 언급한 제목은 줄거리는 물론 핵심 사건과 그 개요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로 작용하고 있어 꼭 알아둘 필요가 있다.

 

  1권에서 해리는 해그리드를 만난 뒤에 '다이애건 앨리'에서 입학 물품을 산 것을 기억할 것이다. 마법세계를 처음 경험하는 해리에겐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한 것이었지만, 그것을 갖기 위해 '마법세계의 화폐'가 필요했기 때문에 '그린고트'라는 도깨비 은행에 먼저 들른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곳에는 해리의 부모가 남긴 막대한 유산이 있었고, 해리는 더는 가난하지 않고 부유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1학년이자 열한 살밖에 되지 않은 꼬마 해리에게 그닥 많은 돈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최소한의 필요한 돈'만 꺼낸 뒤, 나머지는 금고에 남겨두었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해그리드가 덤블도어의 심부름이라면서 그린고트에서 찾아온 물건이 있었다. 2권 후반부에 밝혀지지만, 그 물건이 바로 '마법사의 돌'이었던 것이다.

 

  육신을 잃어버린 볼드모트는 다시 돌아오기 위해 '새로운 몸'이 필요했고, 완벽한 환생을 위해서 '마법사의 돌'이 꼭 필요했지만 해리 포터의 활약에 의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때 해리에게 힘을 보태준 것이 바로 '마법사의 돌'이 가진 원초적 힘이었고, 그 힘을 탐냈던 당사자인 볼드모트는 퀴렐 교수의 몸과 함께 사그라들게 되었다. 물론 볼드모트는 또 다른 계획을 세우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다. 암튼, 마법 초보자인 해리가 무시무시한 어둠의 힘을 내뿜는 볼드모트를 꺾게 만들었던 '마법사의 돌'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 돌은 오래전 '연금술사'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귀한 돌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실체는 없으며, 때문에 아무도 본 적도 없고, 형태도 알지 못하며 '돌'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지도 알 수 없는 '미지의 물질'이다. 하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연금술'에 꼭 필요한 재료였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그래서 '연금술'은 아직까지 누구도 실현시키지 못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핵심 재료인 '마법사의 돌'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마법사의 돌'은 실체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 어떤 물건이라도 '값비싼 황금'으로 만들 수 있는 핵심재료이긴 하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금술사라면 누구라도 '마법사의 돌'을 발견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더랬다. 그렇게 연금술사들의 지혜가 모이고 쌓여가면서 '마법사의 돌'은 점점 '현자의 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실체가 없는 '상상의 물질'이 되면서 연금술사들의 갖추어간 지혜가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당시 최고의 '지성'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따라서 연금술사가 황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황금에 못지 않은 '새로운 물질'과 '해박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으니 연금술사의 노력이 헛된 것만은 절대 아니었던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과거의 연금술이 오늘날에는 '화학'이라는 이름으로 재정립이 되었고, 현대는 '화학물질'이 없었다면 첨단제품은커녕 일상생활조차 누리지 못할 정도로 아주 중요한 학문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법사의 돌'이 가진 힘은 실현불가능한 일조차 거뜬히 해내는 힘으로 해석이 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이 책의 제목으로 '마법사의 돌'이 선정되었을 것이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 있으면 모두 이룰 수 있는 힘의 원천을 갖게 된다면 무슨 소원을 빌겠는가? 책속에서 해리는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아직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1학년 꼬마아이의 소원으로 너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는 그 힘을 그런 식으로 쓰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순리를 거스른 댓가를 톡톡히 치를 수밖에 없을 거라며, '죽은 자'를 되살리는 소원은 내려놓으라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볼드모트가 그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는 과정을 해리 포터는 쭉 지켜보게 된다. 물론 '죽음조차 초월하는 엄청난 힘'에 대한 무한한 동경은 가지게 되지만, 그보다는 친구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엄청난 힘'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대신 '사랑과 행복'을 얻게 되는 과정을 매 학년마다 꾸준히 보여준다.

 

  당신도 그럴 수 있겠는가? 죽음조차 초월하는 '최강의 힘'을 포기하고, 친구의 우정과 가족의 사랑,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우리는 여기서 '교훈'을 깨달을 수 있다. 어른들은 감히 '선택'할 수 없지만 해리와 그 친구들은 우정을 지키기 위해 '마법사의 돌'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욕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마법사의 돌'이 힘을 제대로 발휘한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해리가 아닌 어른들이 '마법사의 돌'로 해결하려 들었다면, 볼드모트의 부활을 저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어쩌면 '또 한 번의 마법전쟁'이 벌어지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성장 동화>를 읽다보면 의문이 드는 것이 있다. 어른들이 '직접' 해결하면 될 일을 가지고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아이들이 모험을 떠나고, 아이들이 악당을 물리치는...도대체 왜 '힘든 일'은 죄다 아이들에게 맡겨놓고 어른들은 무책임하게 '방관'만 하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해리 포터>를 읽다보면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른들은 일을 해결하기는커녕 사태를 악화시키기 일쑤라는 것을 말이다. 도무지 양보라는 것도 모르고 대화와 타협도 할 줄 모르며, 오직 싸우고 뺐고 이기는 것에만 열을 올리고마는 어리석기 그지 없는 족속이 바로 어른들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현명하다' 싶을 정도로 사건의 핵심을 파고들고, '욕심'을 포기할 줄도 알며 '싸움'을 멈출 줄도 안다. 아이들조차 알고 있는 이런 지혜를 왜 어른이 되어선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일까. 다음 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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