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소년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기성세대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행동을 보며 일컫는 말이 '신인류'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신인류의 범주에 든 청소년들도 '세대차이'를 느낄 정도로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자 순차적으로 X세대, Y세대, N세대 등등으로 부르더니 오늘에 이르러서는 새천년을 일컫는 '밀레니엄'의 M과 가장 최근의 청소년을 이르는 Z세대를 합쳐 'MZ세대'라고 묶어 부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자신들을 그렇게 부르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자신들을 '별종'이라고 바라보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인 듯 싶다. 이렇게 과거의 기성세대와는 달리 자신의 정체성에 스스럼없이 자기 의견을 밝히는 청소년들에게도 고민이 있을까?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럼 무얼까? 하지만 그 고민이라는 것이 대단히 많고 다양할 것이기 때문에 한 가지만 딱 꼬집어서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 가운데서도 '도벽'과 '이혼'으로 자기 고민에 빠진 두 청소년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문제아 학생'으로 낙인 찍힐만 한 사안을 슬기롭게 문제해결하는 청소년과 어른들의 현명한 해결 방법에도 관심을 두면 좋을 책이기도 하다. 부족할 것 없이 풍요로운 요즘 세대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남자주인공은 고등학생으로 특별한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 예민한 감각을 소유한 덕분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원하는 물건을 훔쳐낼 정도로 손이 재빠른 친구다. 그래서 주인공은 남다른 손재주로 친구들의 값나가는 물건들을 훔쳐서 되파는 방식으로 돈을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그렇다. 주인공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지만 '도둑놈'인 셈이다. 그는 별로 훔칠 마음이 없지만 재주가 비상한 손이 제멋대로 움직여서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사이에, 아니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할 사이에 그 물건이 자기 수중에 있을 정도로 뛰어난 재주지만, 변명할 것도 없이 그냥 '도둑질'을 한 것이다. 정말 나쁜 짓이지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고, 심지어 잃어버린 주인조차 주인공을 도둑으로 몰지 않을 정도로 친구들과도 사이가 좋은 학생이었다. 그렇다고 겉과 속이 다른 '나쁜자식'은 절대 아니다. 스스로도 반성할 정도로 양심은 있지만, 누구도 자신을 꾸짖고 추궁하지 않으니 반성을 하고 용서를 구할 방도를 모른채 세월이 흘러 고등학생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결국 친구들에 의해서 도둑질을 하는 현장이 발각되고 말았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여자주인공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이혼가정으로 남다른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부부사이가 원만하지 않아 부부싸움이 끊이지 않아서 끝내 이혼을 하고, 여자주인공은 엄마와 살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재혼을 해서 새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여기까지는 별탈이 없는 그저 평범한 가정으로 보이지만, 정작 문제는 '친아빠'가 일으킨다. 엄마를 뻔히 두고서 바람을 폈던 친아빠는 이혼을 한 뒤에도 딸에게 연락을 하며 애정표시를 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어릴 적에 자신을 돌보지 않고 밖에 나가 엄마 아닌 여자와 불륜을 저지른 기억이 생생한 까닭에 친아빠의 애정표시가 달갑지 않다. 그래서 친아빠에게 화를 내는대도 그때뿐, 또다시 연락을 하면서 아빠의 집으로 초대를 한다. 그 집에는 엄마의 물건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데, 그런 집에 엄마 아닌 여자를 끌어들여 생활을 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도, 감수성이 한창 예민할 여자주인공을 번번히 초대를 해서 주인공의 속을 긁다 못해 들끓게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주인공은 반친구들과 함께 친아빠의 집을 털러 가는데,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어린이들조차 어리다고 무시하면 안 되는데, 하물며 훌쩍 커버려 어른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린 청소년들을 무시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고민을 하찮게 여기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다루곤 한다. 도벽을 멈출 수 없는 남주와 친아빠의 물색없는 애정공세에 빡쳐버린 여주의 고민이 정말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가? 똑같은 문제를 '어른'에게 대입을 하면 심각하지만, '청소년'이기 때문에 그닥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학생이기 때문에 어른처럼 완전한 책임을 묻고,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처벌을 하는 수준은 아니고, 그보다 낮은 수준에서 다루긴 할 것이다. 그렇다고 '문제', 자체가 대수롭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제목에 그 해답을 담아놓은 듯 하다. 자신의 심정을 솔직히 털어놓는 '고백'이라는 단어 앞에 '가시'를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목에 조그만 가시가 걸리면 정말 불편하듯 '고백'이라는 가시가 단단히 박혀 있어서 고민을 말하지도 못하고 안 하지도 못하는 괴로움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흔히 청소년들은 말 못할 고민을 가슴에 담고서 끙끙 앓기도 한다. 대부분의 고민은 시간이 해결해주고, 때로는 망각이라는 해결법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자못 심각한 고민에 빠져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는 애꿎은 청소년들도 대단히 많을 것이다. 그런 청소년들에게 적절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그럼, 그 손길 가운데 가장 현명하고 좋은 것은 무엇일까? 고민이나 문제가 생길 때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같은 어른들이 척척 해결해주는 것일까?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겠지만, 어른들의 해결법이라는 것이 으레 물색없이 학생들의 '자존감'을 짓밟고, 해결은커녕 '마음의 상처'만 주는 터무니 없기도 하니, 마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위와 같은 남주와 여주의 고민도 '형사처벌'과 '접근금지명령'과 같은 강압적이고 끔찍한 결말로 끝맺는 어른들이 많을 것이기에 현명한 방법은 더더군다나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란? 마음에 맞는 친구끼리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청소년들끼리 공감할 수 있는 정의로운 방법으로 해결하고,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는 서로 보듬어주는 지혜를 발휘하는 등 친구의 잘잘못까지 품어주어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찐한 우정이 참으로 좋은 방법일 것이다. 어릴 적엔 누구나 거짓말도 하고, 일시적으로 탐이 나서 친구의 물건을 훔치기도 하고, 견딜 수 없는 아픔과 상처로 남을 더욱 아프게 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 등 삐뚫어진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이를 두고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하고, 미성숙한 인격체라고도 한다. 그렇기에 잘잘못을 가리고 처벌을 하기 이전에, 잘못을 뉘우치고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며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훈육을 곁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주체가 어른일 때에는 부작용을 낳기 일쑤다. 그렇기에 친구들끼리 찐한 우정으로 잘못을 감싸주고 뉘우칠 '기회'를 통해서 잘못을 바로 잡는 방법이 꼭 필요한 법이다.

 

  왜냐면 모든 일에는 '결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원인'이 반드시 동반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그 인과관계가 말도 되지 않고 엉뚱하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처벌에 앞서 스스로 반성하고 고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때로는 가시가 박힌 듯 '말하지 못할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그럴 때에도 먼저 한 발 다가가 '관심'을 기울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어른들은 이미 알고 있다. 자신들도 '청소년 시기'를 겪어봤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이들의 생뚱맞은 말과 행동이 '무슨 이유' 때문에 나온 것인지 살짝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늠조차 할 수 없기에 '신인류'라고 부를 지경에 다달았지만, 그래도 한 발짝 다가가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현명한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꼰대처럼 "~라떼는 말이야"는 말부터 늘어놓지 말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