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인문학 수업 : 멈춤 - 바쁜 걸음을 멈추고 나를 둘러싼 세계와 마주하기 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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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 한 꼭지씩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다면 어떨까? 인문학은 별거 아니다. 어떤 이는 '지적허영'을 만끽하기 위해서 <인문학책>을 읽는다고도 하지만, 그런 거창한(?) 계획 없이도 인문학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허나 인문학의 범주가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뭘 읽을지 고민스러운 것이 '일차적인 문제'일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그런 '일차적인 고민'조차 할 필요가 없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이라는 책이 있기 때문이다.

 

  제목에 '퇴근길'이라 쓰여 있어서 출근길에는 읽을 수 없는 책이 아니다. 요일마다 한 꼭지씩 읽을 수 있도록 낱개 포장(?)이 되어 있긴 하지만 하룻밤에 다 읽어도 무방하다. 주제도 다양하다. 깊이를 다룬 책인데도 내용이 어렵지 않고, 분량 또한 2~4장으로 가볍기 그지 없다. 이런 책을 두고도 <인문학책> 고르기가 너무 힘들다고 푸념하는 이들이 있다면 단언컨대 바보가 틀림없을 것이다.

 

  <퇴근길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이 책의 키워드는 '멈춤'이다. 1장의 주제는 '생존과 공존', 2장은 '대중과 문화', 3장은 '경제와 세계', 끝으로 4장은 '철학과 지혜'다. 하지만 어디에도 '멈춤'에 해당하는 꼭지는 없다. 그런데도 왜 '멈춤'일까? 혹시,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문구에서 영감을 얻은 것은 아닐까 싶다. 빠르게 질주를 하면 '결과'는 빨리 얻겠지만 '과정'의 즐거움은 즐길 수 없을 것이다. 경주를 하면 결승선만 보이고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의 짜릿한 영광은 누릴 수 있겠지만, 산책을 하면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내 주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여유도 생긴다. 그러면 '멈춤'을 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뒤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앞만 보고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속 현대들에게 뒤돌아볼 여유 따윈 없어진지 오래다. 아니 되돌아가는 것을 '퇴보'로 여기고 '실패'로 간주하며 심지어 '해서는 안 되는 일탈'로 치부할 뿐이다. 오로지 목표달성을 위해 '눈가리개'를 하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그 때문일까? 현대인들은 '행복지수'가 형편없는 수준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꼴찌를 따놓은 당상처럼 매년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최하위권이라는 얘기다. 행복은 '비교'를 해야만 비로소 인식할 수 있는 감정이다. 비교는 '두 개의 기준'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과거'와 '현재' 말이다. 물론 '난 행복해질 거야'라면서 미래를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암튼,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면 '행복'할 수 있다. 그 반대라면 '불행'하다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눈물 겨웠지만 먼 훗날에는 행복해질 거라고 다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행복이냐, 불행이냐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삶의 지혜를 통해서 부정도 긍정으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고, 긍정도 더 나은 기쁨으로 승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인문학>은 이렇게 소소하게 시작할 수도 있다. 엄청난 지식을 쌓은 다음에야 뭐라도 할 수 있다고 지껄이는 것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말이다.

 

  그럼 '인문학'을 즐기면 무엇이 좋을까? 해보지 않았으면 말을 말아야 한다.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딱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즐거움은 끝이 없다. 바다보다 넓고 하늘보다 높은 '인문학적 방대함'에 한 번 접하면 끝도 모를 즐거움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엔 '교양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시절을 보내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에 '전문지식인'들이 패널로 참여해서 나름의 지적정보를 꺼내주는 것만으로도 '고품격'이라고 느껴진다. 한때는 저질스러웠던 예능이 '인문학'과 만나면서 고품격 예능 버라이어티로 거듭난 프로그램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자 애초부터 '고품격'을 지향하는 교양프로그램이 예능적 요소를 띠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예 '전문지식인들'이 나와서 수다를 떠는 예능까지 나오고 있으니 말 다했다.

 

  어쨌든 우리는 살면서 알게 모르게 '인문학'을 접하고 즐기고 있다. 그런데도 그 원천이 되는 <인문학책>만 안 읽고 있는 셈이다. 정확히는 '읽는 사람'만 또 읽고 또 읽는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데 책만 펴면 졸음이 쏟아진다면서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인문학>에 도전하고 싶다는 용기를 내는 분들에게 적극 권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이 책 한 권을 다 읽고서 수다를 떠들어보길 바란다. 아니 그냥 퇴근길에 이 책을 손에 들고만 있어도 지적인 충만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짓말이라고? 그걸 간파했다면, 당신은 이미 인문학적 천재의 소질이 충만하다는 증거다. 책을 손에 들고만 있어도 '교양인'이 된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고 말이다. 그리고 책을 아무대나 펼쳐보면 다양한 인문학적 주제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주제를 만나도 당신을 푹 빠져들 것이다. 이건 '인문학적 매력'이다. 바쁜 도시의 삶을 잠시 잊고 그냥 푹 젖어들어도 좋을 것이다. 참 매력적인 책이니까 말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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