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3 : 만화로 배우는 서양사 - 중세를 지배한 로마 가톨릭교회의 역사 한빛비즈 교양툰 12
올리비에 보비노 지음, 파스칼 마냐 그림, 이정은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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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거의 모든 가치관의 척도는 '기본과 상식에 충실한가?'다. 그것이 정치든, 종교든, 도덕이든 심지어 인성이든 '기본과 상식'에서 어긋나면 '좋지 않게' 판단한다. 나이 어릴 적에는 이를 '나쁨'으로 판단했는데, 성숙해지니 조금은 유연해져서 '좋지 않음'으로 판단하고 있다. 왜냐면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모두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초식동물의 잡아먹히는 관점에선 육식동물이 '최악'이고 '공공의 적'이겠지만, 육식동물에겐 잡아먹는 관점에 '삶'이고 '일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치든, 종교든, 뭐든 간에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매우 중요한 법이다. 이런 의미에서 <로마 가톨릭교회의 역사>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을 살펴보려 한다.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서양 중세'에 대한 이미지는 [교회의, 교회에 의한, 교회를 위한 시대]였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그리스도교 공인 이후 십자군전쟁과 마녀사냥으로 귀결된 '중세 교회의 역사'는 오직 교회를 중심으로 두고 세상을 돌아버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오늘날의 교회를 이해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1000년 전에 벌어진 교회의 만행(?)이 오늘날까지 직접적으로 전해질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런 상관이 없을 줄 알았던 그때 그 일들이 지금껏 매우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줄이야...난 이것이 '종교의 힘'인지 '맹신의 힘'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그때 그 일들이 일어난 까닭을 주의 깊게 고찰함으로써 오늘날에 또다시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역사적인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특히, 십자군전쟁과 마녀사냥 말이다.

 

  초기 그리스도교는 '유대인'들이 믿던 '유일신 사상'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모세5경'에서도 살펴볼 수 있지만 유대인들은 자기 민족이 받는 박해와 설움에서 구원해줄 메시아를 기다렸다. 하지만 유대인으로 태어난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구원받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를 좁은 의미로 해석한 유대인들은 예수를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매달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예수는 다시 부활하는 기적을 선보이며 '그리스도교'가 세상에 널리 퍼지는 계기로 삼았다.

 

  이처럼 초기 그리스도교는 '사랑'을 전파하는 것이 전부였다. 원수조차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은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행위가 스스로를 부정하는 행위와 동일하다는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누가 너의 오른뺨을 때리거든 왼뺨을 내밀어라"라는 말씀의 뜻은 때리는 사람의 행위에서 볼 때, 상대의 오른뺨을 때리기 위해선 오른손을 손바닥방향으로 휘둘러야 하지만, 그 뺨을 때린 오른손으로 상대의 '왼뺨'을 때리기 위해선 왼쪽에 위치한 오른손을 '손등방향'으로 휘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 당시에 '부정(틀렸음)'을 나타내는 행위였으므로 예수의 말씀은 '스스로 틀렸음'을 깨달을 때 진정한 사랑을 깨우칠 수 있다는 의미였단다. 이런 복음은 예수의 제자들에게 전파되었고, '사도 바울'에 의해 더욱 널리 퍼지게 되고, 마침내 서로마 황제였던 '콘스탄티누스'에 의해 공인을 받고 '로마 가톨릭'으로 자리맺음 하게 된다.

 

  하지만 로마 가톨릭만 자리 잡은 것이 아니다. 동로마 방향에서는 '그리스정교회'가 자리 잡았고, 중동에서는 '이슬람교'가 훗날 자리 잡게 된다. 훗날 가톨릭이 '구교와 신교'로 갈라서게 된 개혁 뿐만 아니라 수많은 종파와 이단으로 '분화'되는 것으로 엄청난 대혼란이 찾아올 거라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지 않은가. 암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이처럼 '말씀(복음)'이 변질되고 왜곡되어 점점 본질과 다르게 된 까닭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는 말씀이다.

 

  그 까닭을 가장 잘 설명한 것은 공자님이셨다. "현자는 달을 가리키는데 바보는 손가락만 바라본다"는 말씀 말이다. 이는 세상의 모든 종교(사상)가 같이 겪고 있는 문제점이다. 말씀을 가장 잘 실현하기 위해서 인간이 만든 '원칙'이 애초의 말씀과는 사뭇 다른 뜻으로 해석되고 엉뚱한 방향으로 문제를 만들어 해악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건 완벽한 신이 아닌 불완전한 인간의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놉!! 나쁜 원칙은 바로 잡거나 없애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우리는 이를 종종 '개혁'이라고 부른다.

 

  종교가 세속화하고 정치권력과 결탁하며 경제적 특권을 누리며 타락해가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종교가 속세와 인연을 모두 끊고 '저 세상 텐션'으로만 나아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어차피 종교는 인간이 사는 곳에서 '쓸모'가 있는 법이다. 방법이 잘못되었다면 바로 고치고 원칙이 틀렸다면 바로 잡으면 된다. 또한, 종교는 높은 곳이 아니라 낮은 곳에 임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가진 자'를 위한 종교가 아니라 '못 가진 자'의 편에서 사회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 종교가 그러지 못할 때 어떤 사회든 대혼란이 찾아왔으며 헐벗은 자를 더욱 헐벗게 만들곤 했다.

 

  이 책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책이다. 성경에서 전해는 '말씀'의 진위를 따지며 중세의 교회가 행한 모든 일을 낱낱히 파헤쳤다. 역사가 가르치는 '밝은 면'도 있었지만, 반대로 역사가 감췄던 '어두운 면'도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진위논란'..다시 말해, '팩트 체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 역사전공이 아니다 보니, 이 책이 '거짓'으로 단정한 사안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책이 늘 진실만 말하지 않다는 '상식'선의 불확신이긴 하지만, 종교의 민감성을 감안했을 때, 함부로 속단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우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덕분에 더욱 좋았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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