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힘 - 무엇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고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는가
폴 몰랜드 지음, 서정아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뜬금없지만, '고스톱' 얘기를 좀 꺼내보려고 한다. 기본적인 규칙은 '3점'을 누가 먼저 내는지로 승부를 결정 짓는다. 하지만 상대가 아직 3점을 낼 가능성이 낮으면, 더 점수를 올리기 위해 '고'를 외칠 수 있다. 반대로 상대가 3점을 낼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는, 안전하게 '스톱'을 외쳐 그동안에 얻은 점수만큼 판돈을 챙길 수 있고, 모험과 운빨을 믿는다면, 과감하게 '고'를 외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게임이다.


  이때, 기본으로 점수를 내는 방식을 따져보면 '광 3점(비삼광은 2점, 삼광은 3점, 사광은 8점, 오광은 15점, 광박(광이 없는 경우)일 경우엔 '광박(벌점 두 배)')', '띠 3점(청단, 홍단, 초단)', '고도리 5점', 그리고 '피 10장'부터 한 장당 1점씩(쌍피 2점, 쓰리피 3점 등) 점수를 계산하곤 한다. 이밖에도 점수를 내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그런데 '3점 점수'로 승부를 결정 지어 '선'을 가져갈 수 있지만, 3점 승리를 아무리 많이 가져간다고 한들 그다지 위협적인 승부를 지을 수는 없다. 2배 이상을 점수를 내기 위해선 '광박'이나 '고박', '흔들기', '폭탄', '멍텅구리' 등등 다양한 '바가지(덤터기)'가 겹치고 겹쳐야 위력적인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 이때 가장 위력적인 것이 바로 '피박'이다. 일단, 피로 점수를 내기 시작하면 자기가 돌아오는 차례마다 계속 '고'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규칙'에 따라 '원고=2배', '투고=3배', '쓰리고=4배'...그 이상도 부를 수가 있다. 물론 동네마다 '규칙(대부분은 '쓰리고'부터 2배로 친다)'이 다른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자, 이런 식으로 고스톱에서 7장의 패를 들고서 세 번째 차례만에 '피박'을 씌우게 되면 최소 8배 이상의 점수를 곱절로 부풀릴 수가 있다. 피박이 무시무시한 까닭이다.


  이 책은 '인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원천적인 힘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 국가의 흥망성쇠가 어쩌면 '인구'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전제를 깔고서 '통계학'을 바탕으로 풀어낸 책이기도 하다. 앞서 '고스톱'의 이야기를 꺼낸 것도 '피박'이 점수를 엄청나게 낼 수 있다는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 인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국가가 발전하는 속도로 빠르고, 전쟁시에도 강력한 힘을 실을 수 있으며, 국가경쟁력에서도 굉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뉘앙스를 엿볼 수 있다. 반대로 인구가 적어지면 그 위력도 정반대의 경우가 대단히 흔하다는 뉘앙스와 함께 말이다. 물론 '변수'가 많기 때문에 온전히 '인구의 수'만으로 일반적인 모델을 만들 수 없었지만, 그 메시지 만큼은 대단히 설득력이 높았다.


  다만, 이 책에서 보편적인 예로 설명한 것이 '유럽(서구)의 관점'에서만 쏙쏙 들어맞고, 그 이외의 지역과 국가에서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크게 어긋나는 경우도 많지 않은 편이긴 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는 너무나도 많다. 이 책의 쓰여진 것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져 '판데믹 상황'을 겪기 전에 쓰여진 까닭에 '판데믹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는데 아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유럽에만 집중한 데이터 분석으로 인해서 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 대륙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너무나도 단편적인 내용만 다루며 뭉뚱그린 결론을 내버린 점도 아쉽기 그지 없다. 물론, 이런 상황이 벌어진 까닭은 '데이터 부족' 때문이기 때문에 '유럽 이외의 지역'에 대한 데이터가 확보되는 시점에 '개정판'이 출간될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그 때에는 좀더 다각도로 접근한 '인구의 힘'을 펼쳐보일 것이기 때문에 자못 기대가 된다.


  암튼, 책 내용을 정리하면, 인구가 늘어날 때 부흥하고 줄어들 때 쇠락해진다는 '기본 공식'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많은 부분을 '영국'을 예로 들고 있는데,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부터 현재까지 인구의 추이를 살펴보면, 영국이 '대영제국'으로 거듭났다가 서서히 힘을 잃고 현재의 '브렉시트'까지 처하게 된 상황이 여지없이 '인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쉽게 말해서,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던 시대에는 '높은 출산율, 높은 사망률(특히, 영아사망률)'로 인해서 인구의 수가 좀처럼 늘지 못했는데, 과학과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높은 출산율, 낮은 사망률(특히, 영아사망률이 현저히 줄어듬)'로 인한 '인구의 증가'로 인한 국가발전이 대단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 '이민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엄청나게 국외로 영국인들이 빠져나가는데도 여전히 '인구'가 증가할 정도 '높은 인구증가율'을 보여줄 때, '대영제국'의 위상도 높아지더라는 얘기다. 그 이후에는 '출산율'이 낮아졌음에도 인구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여주었단다. 바로 수많은 '이민자'가 유입되었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인구의 수'를 늘리는 변수가 여러 가지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영국이 이처럼 '인구 증가에 의한 국력신장'을 보여줄 때, 이웃 나라인 '프랑스'는 인구의 변동이 거의 없어서 국제적으로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스페인의 경우에는 늘어난 식민지를 다스릴 '스페인의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바람에 그 많던 식민지를 모두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점에 방점을 찍으며 '인구의 힘'이 얼마만큼 중요한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을 풀어나갔다.


  특히, '인구의 힘'을 잘 엿볼 수 있었던 것은 두 차례나 일어났던 '세계대전'이었고, 이때에도 끝내 승리를 거둔 쪽을 조심스럽게 원인분석 하면, 역시나 '인구가 많았던 쪽'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이 소련과의 승부에서 결정적인 패배의 원인도 '쪽수로 밀어붙인 소련'이 수많은 희생자를 낳고도 더 많은 참전 군인의 수로 인해서 기술적으로 뛰어난 독일을 압도할 수 있었다고 분석하였다. 마치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유엔군이 승리의 목전에서 중공군의 개입으로 인해 '1·4 후퇴'를 했던 뼈아픈 경험이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 당시에도 중공군의 '인해전술'이 얼마나 위협적이었는지는 어렵사리 탈환한 수도 서울을 다시 내어줄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상황과 잘 매칭이 된다.


  이처럼 우리에게 '인구의 힘'이 피부로 와닿는 예는 바로 '중국'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중국의 힘'이라고 읽힐 정도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으면 '중국의 힘'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현재 중국의 인구 증가율은 정점을 찍고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며, 비공식적으로 '인도의 인구수'보다 적다고 분석할 정도였다. 그런 까닭에 우리가 느끼는 '인구의 힘'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이 책을 쓴 저자가 '유럽인(영국과 독일 국적)'인 까닭에 유럽인의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닐런지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그런 의심은 '중국의 예'보다 '일본의 예'를 더 상세히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도 해볼 수 있다. 아직까지도 서구인들의 시각에서 '아시아의 중심'은 일본인 탓이다. 그 때문에 '한국인'이 보기에 이 책의 신뢰도가 조금은 떨어지지 않는가 싶다. 적어도 '동아시아인'들의 시각에서는 일본보다 중국의 영향력을 더 높이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주는 메시지까지 의심할 것은 못 된다. 분명 '인구'와 '역사'의 관계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구의 수가 늘어날수록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도 '역사적인 관점'에서 그닥 틀린 표현도 아니고 말이다. 굳이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룩셈부르크'가 아무리 국민소득이 높은 편이라고 해도 '인구의 수'가 현저히 낮기 때문에 '국제적인 위상'도 마찬가지로 낮다고 말이다. 아시아에서 적절한 예는 '싱가폴'이 아닐까 싶다. 싱가폴이 아무리 소득 상위 국가라고 해도 '미니국가'라는 국제적인 위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력'과 비례관계가 있는 '인구수'를 늘리는 정책을 각 나라마다 고심하고 있지만, 오늘날에는 선진국일수록 '출산율'도 낮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또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런지 자못 궁금하다는 '열린 결말'을 이 책은 내리고 있다. 현재처럼 '판데믹 시대'를 겪고 난 다음에 벌어질 일도 '인구의 힘'과 얼마나 상관관계를 보여줄지 궁금한 대목이기도 하다. 인구가 많을수록 '코로나19'도 잘 극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일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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