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2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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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물 김윤희와 가랑 이선준의 로맨스가 더욱 뜨거워졌다. 아직 가랑은 대물의 본모습이 '여자'인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뜨거워지는 몸'만이 사랑의 화살표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지만, 가랑의 이성은 '남색(男色: 동성애)이면 안 된다'고 경고등을 밝히고 있는중이다. 한편, 대물 김윤희는 여전히 가랑에게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오롯이 지키고 있다. 하지만 본모습을 감추고 있는 실정이라 그 애뜻한 마음을 속시원히 밝히지 못하고, 그저 가랑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어차피 '당색(선준은 '노론', 윤희는 '남인')'이 서로 달라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핑계로 좋아한다는 마음만 감춘 채 좋아한다는 티는 내고 다녔던 것이다.


  선준과 윤희의 사랑이 무르익어갈 즈음에 여림 구용하와 걸오 문재신은 우연찮은 계기로 대물 김윤식이 '여자'임을 알게 된다. 놀라움도 잠시 그간 허물없는 동무지간으로 지냈던 터라 나름의 우정 때문이라도 대물의 정체를 밝힐 생각은 없었다. 도리어 김윤희로 인해서 서로의 당파가 다름에도 친우지간으로 지냈을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며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는 비밀이 되어 버린 셈이다. 그 비밀은 정작 '대물' 자신도 알지 못했다. 이미 자신의 본모습이 여자인 것을 들통났는데도 계속 남자행세를 하는 것을 그저 귀엽게 바라볼 뿐이었다.


  물론 달라진 점도 있었다. 걸오가 어느새 '대물'을 짝사랑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이에게는 여전히 '미친 말' 걸오였지만, 대물에게만은 살랑살랑 얌전한 조랑말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대물의 사랑은 이선준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않을 뿐이다.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두고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아픔은 무엇으로 달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 '사랑의 화살표'가 잘못 방향을 잡은 이들은 더 있다. 바로 대물을 짝사랑하는 초선과 선준을 짝사랑하는 부용화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랑이 변함없음을 확고히 보여주지만, 그 사랑의 주인공들인 선준과 윤희는 자기들끼리 서로 사랑하느라 애달프기만 하다. 더욱 괘씸한 것은 선준과 윤희가 자기들끼리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하면서 초선과 부용화를 헷갈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랑의 감정에 있어서 '노선'을 확실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법이고, 가장 중요시 하는 예의일텐데, 선준과 윤희는 그 확실한 노선을 스스로 밝힐 수 없는 '사정' 때문에 그 옆에서 '사랑의 깜빡이'를 켜고 있는 초선과 부용화를 더욱 불쌍하게 만든다.


  이런 '엇갈린 사랑'은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지켜보는 관중이나 재밌지, 당사자들은 피말리는 상황의 연속일 뿐이다. 어디 그뿐이면 다행이다. 사랑의 감정이 크면 클수록 '틀어진 사랑'만큼 무서운 복수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초선에게 이별을 고하는 윤희는 '없는 꼬추'를 잘릴 형국에 빠지고, 선준은 마음에도 없는 혼사를 거절했다가 '홍벽서'로 모함을 받아 고초를 겪게 된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선준과 윤희는 서로의 마음과 본모습을 확인하고 사랑을 맺게 되는데...과연 그 둘의 사랑이 아무 탈없이 맺어지게 된 것인가. 두둥~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는 둘의 사랑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원작 소설'에서 보여준 애달픈 사랑이야기를 느낄 수가 없다. 다만 '비주얼'적인 면에서 잘생기고 어여쁜 두 남녀가 보여주는 로맨스에 푹 빠질 수 있었기에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영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로 전해 듣는 것이 더 감질나고 애간장을 녹이기 마련이다. 이제 무대는 '성균관'에서 '규장각'으로 옮겨간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는 또 어떤 맛일지...이미 알고 있지만, 새삼스레 모른 척 엿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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