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층 나무 집 456 Book 클럽
앤디 그리피스 지음, 테리 덴톤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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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집이 39층에 다다르고 나서야 '교훈'을 들먹였다. 모르긴 몰라도 항간에 떠도는 지적질을 많이 받은 모양이다. 작가가 말이다. 나도 1, 2권에서 아이들이 읽는 책인데도 '교훈'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질을 좀 했더랬다. 물론 '재미'를 추구하는 책에서 '교훈' 운운하는 것은 하릴없는 짓이라 생각하지만서도 '아이들의 즐거운 상상놀이'로 치부하기에는 '앙팡 테리블'하기 때문이다. '앙팡 테리블'이란 직접 풀이하면 '귀여운 악동'쯤으로 뒤칠(번역할) 수 있지만, '짓궂은 짓만 골라하는 골칫덩어리'로 뒤치는 것이 더 합당할 것이다.

 

  근래에 '소년법을 없애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아이들의 범죄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수박서리', '참외서리'처럼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에 저지른 철없는 짓을 '형법'으로 다스리는 것보다 '훈계'로 다스리는 것이 더 낫다는 취지에서 '소년법'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허나 지금 '어린이들'이 저지르는 장난(?)은 거의 범죄수준에 가깝다. 편의점의 기물을 파손하고도 죄송하다는 말도 없이 냅다 내빼는 아이들이 있고, 소위 '있는 집' 자식들이 부모의 권세를 믿고 적반하장으로 어른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짓도 서슴지 않으며, 심지어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형량이 가볍다는 것을 악용하여 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구는 태도가 '정도'를 넘어섰기에 하는 말들일 게다. 이처럼 '어린이(미성년자 포함)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는 이때에 '교훈'도 없이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해서 말썽을 부리는 책이 웬말이냔 말이다.

 

  물론, '잔혹 동화'를 어린이에게 읽히는 것이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이론을 다들 아실 것이다. <백설공주>나 <신데렐라>에서 계모가 아닌 친엄마가 자신의 딸에게 독사과를 먹여 죽이려 하고, 왕자님의 내놓은 유리구두에 커다란 발을 넣기 위해 발가락을 자르고 뒤꿈치를 자르며, 끝내 비둘기에게 두 눈을 쪼인다는 내용이 아이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다는 이론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으로 '교훈'을 주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고 본다.

 

  어린인들이 봐야 할 책에는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해줄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용납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용납하지 않고 '처벌'하는 기준은 무엇인지도 잘 알려줘야만 한다. 이를 '교훈의 필요성'이라는 말과 '상상의 자유'라는 말로 함부로 포장해서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어선 곤란하다. 따라서 이 책에서 말하는 '교훈'이라는 개념은 매우 불합리하다. 왜냐면 애초부터 찾아볼 수 없는 '교훈'을 소재로 삼아 또다시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모방심리'가 굉장히 강하다. 아이들이 동경하는 '나무집'에 대한 상상력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규범'조차 거스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두 명의 주인공인 앤디와 테리는 엉뚱하다 못해 거의 범죄 수준의 장난을 저지른다. 이를 테면, 나무집에 만들어놓은 '절대로 다시 나올 수 없는 미로'에 누군가가 죽었는데, 그 누군가가 '아는 사람'이었다는 설정인데도, 그저 그런갑다 하고 얼렁뚱땅 넘어간다. 일말의 죄책감이나 이런 것은 만들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은 찾아볼 수 없다. 1권에서는 친구의 고양이를 13층 나무집에서 떨어뜨리는 장난을 치자, 떨어지는 고양이에게 날개가 돋아나서 '날개 달린 고양이(고양새)'가 되었다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한편, 3편에서도 어김없이 '큰코 사장'이라는 출판사 사장이 마감기일을 지키라고 호통을 치면서 '단 하루'만에 원고를 마감하라고 독촉을 한다. 그래서 앤디가 '책 만드는 기계'로 단 하루만에 책을 완성하려고 이것저것 설정했다가 '설정'에 충실한 책 만드는 기계가 '자기 책'을 보호(?)하기 위해서 주인인 앤디와 테리를 나무집에서 내쫓는 것으로도 모자라 생명까지 위협하게 된다. 그래서 앤디는 '뭐든지 없애버리기 박사'를 찾아가서 말썽을 일으킨 기계를 없애려고 하지만, 결국 온 우주를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런 다음에 다시 '세상을 재창조'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상상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스펙타클한 즐거움을 선사하곤 한다.

 

  이처럼 대략의 줄거리를 보면 큰 문제는 전혀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속에서 '인명 경시 풍조', '동물애호가를 희화하는 장면', '막연히 자본주의만이 유일한 가치'이며, '그것을 충족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설정 등이 문젯거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들이 웃고 즐겁게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이러한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아무 거리낌없이 '모방'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이들도 나름의 '필터링'을 갖췄기 때문에 '이런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즉, '개념 있는 아이들'은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위에도 '소년법'을 적용해도 아무런 말썽을 피우지 않는 모범생들이 많지 않느냔 말이다. 허나 걱정스러운 것은 '철없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 경우다. 아직 '가치관'도 형성하지 못한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깔깔거리다 친구들에게 혹은 어른들에게 저지른 장난이 '범죄'에 해당하는 일이라면 어쩔 셈인가.

 

  이런 걱정을 '하늘이 무너질 걱정'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철없는 건 당연한 일인데, 무슨 걱정을 사서 하느냐고 비난한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이 책'보다 더 무시무시한 내용이 담긴 '너튜브'를 보면서 따라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는가? 얼마전에는 부모님이 '전세금'으로 마련한 1억 8천만 원을 자신이 좋아하는 BJ에게 '별풍선'으로 쐈다가 우여곡절 끝에 돌려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런 일을 저지른 아이는 '별풍선'을 많이 쏠수록 '자본주의적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서 자신도 그걸 누려보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나마 일찍 여론이 형성되고 '해당 BJ'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다는 결론에 다달아서 다행이었지, 행여라도 돈을 잃어버리고 법정소송까지 가게 되었다면, 한 집안이 쑥대밭이 되어 버렸을 일이지 않은가 말이다. 도대체 '누가' 그 아이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었느냔 말이다. 어른들의 철없는 '우스꽝스러운 짓거리들'이 그 아이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준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재미나게 읽다가도 문득문득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접할 때마다 '이 부분은 부모님의 지도가 필요한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 흔한 [절대 따라하면 안 됩니다]라는 '경고문구'라도 달아놓았으면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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