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와인의 역사 한빛비즈 교양툰 5
브누아 시마 지음,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이정은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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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양툰 시리즈>를 읽으면서 교양을 톡톡히 쌓아가고 있다. 이젠 '만화'를 읽는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길 까닭이 전혀 없다는 것을 '교양툰'을 보면서 실제로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여전히 '만화형식'이 갖고 있는 부족함은 지적할 만하다. 만화형식은 어쩔 수 없이 '컷'과 '말풍선'의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가 그 '한계'를 벗어날 때, 만화만이 가진 장점이 더 없이 드러날 테지만, 아직까지는 '종이책'이 갖고 있는 한계점인 '수정'이 쉽지 않고, '첨가'하기 어려운 점과 함께 극복하게 된다면 우리가 꼭 가져야만 할 '교양'을 더욱 쉽고 재미나게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문이라도 '만화 교양책'을 더 자주, 더 많이 읽길 바란다.

 

  이 책은 <와인의 역사>란 책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포도주의 발효과정을 알기 쉽게 요점 정리한 지난한 역사책'이라고 소개할 수 있겠지만, 역시나 '만화형식'으로 그려내었기 때문에 조금은 어렵지 않고 술술 읽을 수 있도록 써내려갔다. 하지만 살짝 '와인'에 매료된 서술방식이 담겨 있기 때문에 다분히 '주관적인 평가'가 담겨 있고, 서양사람들이 갖고 있는 '와인'에 대한 자부심(?) 또한 살짝 곁들여져 있는 탓에 '와인 홀릭'에 가까운 책이 아닐까 싶다. 허나 와인을 즐기고 좋아하는 독자분들이라면 '상식'적인 면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지식을 선사할 것이 분명하다.

 

  인류에게 '술의 역사'는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이다. 인류를 흠뻑 취하게 하고 몽롱하며 알딸딸하도록 기분 좋게 만드는 '술'을 오래 전부터 즐겼기 때문이다. 술은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대개는 '농업혁명'과 관련이 깊다. 곡물이나 과일을 오래도록 저장하다가 우연히 부패가 아닌 '발효'가 된 술을 맛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맛이란 한 번 경험하게 되면 자꾸 찾게 되는 '중독성'마저 있었기에 인류는 '술'을 직접 담가 마실 수 있는 과정을 찾기 위해 큰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중독성 얘기가 나왔으니 '마약'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마약, 역시 술과 마찬가지로 감각을 둔하게 만들거나 환각 상태를 경험할 수 있기에 인류와 함께 발달하였지만, 의료용 '마취제'로 사용하는 한으로만 마약을 제한한 것에 비해서 술은 지금도 널리 즐기고 있다. 허나 둘 다 '과하면' 옳지 않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자, 이제 '와인'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 서양에서 만든 술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와인'과 '맥주'다. 전세계 시장에서도 주류계에서는 여전히 '와인'과 '맥주'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식사를 하면서도 즐기고, 의학적으로도 몸에 좋다고 알려진 '와인'이 더 사랑받고 있으며, 희귀한 와인의 경우에는 고가에 거래가 되고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왠지 '와인의 우세승'이 점쳐지곤 한다. 물론 '맥주'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소식이겠지만 말이다. 한때 일본에서 출간한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책 덕분에 우리 나라에서도 와인의 인기는 대단했으며, 지금도 와인 감별사인 '소물리에'는 고품격 전문가로 소개될 정도다.

 

  밝혀두지만, 개인적으로 건강상 '금주'를 하고 있으며 와인 특유의 텁텁하고 떪은맛 때문에 와인을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다. 한창 술을 마실 때에도 와인은 주머니 사정상 늘 관심밖이었다는 것도 한 몫 단단히 했다. 그래서 난 절대 '와인 예찬론'에 절대 찬성하지 않으며 동의하지도 않는다. 내 입에는 '막걸리'가 제격일 뿐이다. 암튼, 이 책은 '와인 예찬론자'에서 더 없이 즐거움을 전해줄 책이라는 것만 밝혀두려 한다.

 

  다시 돌아와서, '와인 예찬론자'가 아닌 나로서는 와인이 그리스도교의 비호 아래 '중세시대'에도 꾸준히 제조되어 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흔히 독실한 신앙을 가진 분들은 '금주'를 권하기 마련인데 중세 그리스도교에서는 '와인 제조법'을 교회가 지켜왔던 것일까? 오히려 황제가 다스리던 지역에서는 '제조법'을 잊어버려서 교황의 덕(?)이 아니었다면 오늘날까지 '와인'이 전해지지 않았을지도 몰랐으며, 지금도 유명한 '고급 품종'이 일찍이 개발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점은 의아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그저 '와인의 맛'이 대단히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심지어 <성경>에서도 예수가 맹물을 와인으로 바꾸는 기적(!)을 선보였기 때문에 교회가 그토록 독실하게 '포도의 재배'와 '와인 숙성'에 열심이었다고 불경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유럽과 인근 지역이었던 '아랍권'에서도 <꾸란(말씀)>에 적혀 있길, "매일매일 마셔도 좋지만, 과하게만 마시지 말라"고 했다며 '와인'을 마시는 것을 금기시 하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불교의 영향으로 '곡주(청주)'가 보편화 되었고, 역시나 술을 멀리 하라는 가르침 덕분에 포도는 싱싱할 때 먹는 '제철 과일'로 여겼던 터라 '와인'이 일찍이 전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가 깜빡 잊고 적지 않은 것이 있는데, 동양에서는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오히려 덕담에 가까울 정도로 '술에 관대한 성향'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과실주'보다 '곡주'가 더 널리 애용된 까닭을 '술맛'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살짝 몰아가는(?)는 것은 저자의 인식 부족으로 보일 뿐이다. 아니면 '와인 예찬'을 하다보니 와인을 대접으로 마시는 한국인을 무식의 소치로 여기는 오만함이거나 말이다.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와인'에 관한한 한국을 언급한 내용이 전혀 없다. 중국과 일본까지만 살짝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암튼, 오늘날까지 대단한 '와인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유럽인(특히 프랑스인)에 대한 집중적인 설명이 무척 아쉬울 따름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이 '친환경적 와인 생산 방식'이었다. 세계대전을 치르고 난 유럽에서는 다시금 '포도재배'와 '와인 생산'에 열을 올렸는데, 이때 빨리 생육하기 위해서 '화학비료'를 첨가한 것이 문제되었단다. '화학비료' 덕분에 더 빠르고 더 많은 포도 생산을 할 수 있었지만 '와인의 맛'은 물론, 건강에도 해로운 성분이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충을 잡기 위해 'DDT(살충제)'를 뿌린 결과는 상상 이상의 해악을 끼쳤을 뿐이었단다. 그로 인해 '유기농 재배'와 함께 '유기농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한 덕분에 오늘날에는 더 맛좋은, 더 건강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단다.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도 더욱 좋아질 예상이며, '기후변화'에도 끄떡 없는 '포도재배'와 '와인 생산'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란다.

 

  하지만 이 책을 덮을 즈음에는 '와인'에 대한 생각보다는 우리 나라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이 들었다. 술에 관한 한 우리는 그 어떤 나라나 그 어느 민족보다 우수(?)한 까닭에서다. 우리도 '한국식 와인'인 <복분자주>를 전세계 시장에 퍼뜨릴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전통 청주(맑은 술)와 탁주(거른 술)가 좀 많으냔 말이다.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음주량'도 자랑거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또한 절대 빠질 수 없는 '막걸리' 역시, 세계화를 거치면 세계인들의 사랑을 흠뻑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진짜 막걸리는 '만든 지 사흘만'에 다 비워야 하니 얼마나 유니크하냔 말이다. 이런 술맛을 세계에 맛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막걸리의 역사>가 출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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