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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두고 내가 떠나간다 ㅣ 솔시선(솔의 시인) 18
이흔복 지음 / 솔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곤쇠아비동갑
을 난생 처음 봐 사전을 찾아보니 “나이가 많고 흉측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시인은 63년생으로 이 시집을 낼 때 갓 50이었는데, 예스러운 인생을 사시나 보다.
“요즈음 나는 부쩍 눈물이 많아졌다. 만물은 한참을 싹을 내고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시들고 마른다. 집을 버리고 어둠뿐인 집도 떠나야 할 애년艾年, 오래 살았다. 그러나 곤쇠아비동갑이다.” -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 1
대개 여기를 부질없다 느낄 때, 저기 가는 사람을 탈속이라 할텐데, 이흔복은 이미 승려다.
“나고 죽고, 죽고 나는 일 어렵고 어렵고 어려움이여. 나지를 말라, 죽지를 말라.
원효성사의 여실한 말씀이 그렇고, 그렇다.
나는 간다, 영영….. 간다.” -피리새 울어, 울어, 울음 운다 2
“무엇이 있고
다시 무엇이 있으리
내가 무엇하러 났느냐?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떠날 것인가?” - 한 나무 아래 사흘을 머물지 않는다
그래도, 개성 가득, 여기에 머무는, 아래와 같은 시가 더 좋다.
‘낮술’ 생각나는
세월 가고 세월이 가고
집들이 쓸쓸하다
길들이 무정하다
내가 그렇게 있으면서도 없는 없으면서도 있는 풍경, 아득하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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