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시인의 나이 서른다섯에 낸 두 번째 시집이다.그뒤로 2000년대 초반 어린이를 위해 고전을 각색한 책이나 위인전을 낸 것 말고는 작품도 삶의 자취도 찾지 못했다.너무 일찍 늙어버린 느낌세상을 다 산 태가 나 싫다가도치열한 20대의 다채로운 모습을 재주 좋게 빚어낸 시에 감탄하기도 했다.어떻게 무르익어갈까 궁금한데시를 버렸나뭐 다른 걸 버렸나
감자호밋날도 쉬어가던 꽃망울 속 줄기 아래식솔처럼 올망졸망 영그는 고난이 있었습니다. - P70
실로 묶어 그것을 드러낸 제본이라 바닥에 쫙 붙게 펼쳐진다. 그런데 어느 쪽으로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 식으로도 읽고, 일본식으로도 읽힌다. 과거에서 현재로도, 현재에서 과거로 가도 읽힌다. 봄의 이미지와 어떤 그리움은 알겠는데, 서사는 잡히지 않는다. 내용은 개인적인 것으로 가득한데 설명이 없으니. 일부러 그런 것 같다. 모호는 신비로울 수 있으나, 갈피 못 잡는 자신을 까발리는 것에 그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소녀 둘의 사랑과 우정 사이 얘기도 있는 듯.
로뎅의 제자, 브랑쿠시의 ‘공간 속의 새‘가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산업용 물품이라고 관세를 부과받고 그것에 반하여 건 소송이 이야기의 주다.미국이 관세로 세상에 문제를 일으킨 역사가 오래되었구나.그나마 이 소송은 브랑쿠시의 손을 들어 주었다. 새랑 닮지 않아도 예술 작품이라는 것. 당연한 것의 공식적인 판결.재판 도중 미국 신문의 헤드라인이 재밌다. ”If it’s a bird, shoot it”판결 후 헤드라인은“It’s a bird!!!!”예술이 무엇인가. 예술이라면 예술이지. 그래서 평범한 사람은 기사와 같은 반응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