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본을 처음 본다.20세기 초부터 유행한, 그 인쇄된 딱지처럼 화려하고 조악한 표지가 있는 대중소설을 담은 책 부류를 가리킨다. 서간 용례 책 등 비소설도 조금 있다.표지가 참으로 유치찬란하다.몇 만부씩 팔리기도 한, 그야말로 20세기 초중반 대중들이 아주 즐긴 장르다.요즘의 아침 드라마로 이어졌을까.700쪽 조금 안 될 정도로 두꺼운 책인데, 대부분이 표지를 영인해 놓은 것이라 훌훌 훑어볼 수 있다.이 책은 딱지본의 내용이 아니라 표지에 주목해 표지를 선명하게 담았다.익히 알고 있는 고전소설류 말고낯선 제목의 책 몇은 그 내용이 아주 궁금하다. 딱지본 제작자들의 의도대로 쉽게 낚인다.아래 이미지넣기 한 책이 가장 궁금하다. ’쾌활 대포성’이라니. 명랑한 드라마일까, 함포 전쟁 드라마일까.1926년 초판의 1935년 재판이다.
멋지다.사랑한다는 말 않는, 북유럽 가계에 태어나조울증을 앓으면서도모든 것을 투쟁하야 얻을 수 있는 삶을 사는데도사랑과 위트와 학문의 성취를 놓치지 않는다.치열하다.이란성 쌍생아라고 표현한 학문 동지 빌이 아버지를 잃자그 슬픔의 위로를 현장 연구로 한다.과학자로 사는 것. 실험실 여자 랩 걸.
오랜만에 읽는다.35년생 시인이 98년에 낸 시집이니 시인은 세는나이로 예순넷이었다.3부까지 ‘고장난 사진기’, ‘한낱 잊혀진 옛얘기‘, ’아무렇게나 버려진 배’, ‘빈 찻잔에 찌그러진 신발과 먹다 버린 깡통들’ 등 우울한 시구들이 잦다. 율동감 없이 처지며 회고의 산문시들이 이어진다.4부가 좋았다.날카로운 관조가 있고, 애틋한 연대의 시선과 날카로운 현실 인식이 조화롭다.“노파가 술을 거르고 있다 굵은 삼베옷에 노을이 묻어 있다 나뭇잎 깔린 마당에 어른대는 긴 그림자 기침 소리, 밭은기침 소리들 두런두런 자욱한 설레임/모두들 어데로 가려는 걸까“- 노을 앞에서 62어디쯤 가고 계실까
과학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잘 통하는남자 동료가 나오는데로맨스가 형성되나 싶었다.매우 오랫동안 등장한다.그런데 아무런 썸도 없고 언급도 없이필자의 딴 남자와의 지나가는 연애 얘기로 경쾌하게 넘어간다.너무도 자연스러워서 감탄.번역서답게 이국의 식물명이 낯설어도 그쪽에서 부르는 이름을 밝혀 놓았던데,유독 필자의 박사논문 대상 나무인 Celtis occidentalis를 동아시아 원산인 팽나무(Celtis sinensis)로 번역했다. 그쪽 통용 명칭인 미국팽나무로 번역했으면 더 매끄러웠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