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이별 문학과지성 시인선 489
류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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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악 가득한 80년대 사람을 보는 듯하다.
무슨 애인이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많이 등장하는지 모르겠다.
아내도 있고, 삶의 고단함도 있는데.
느닷없는 똥폼도 잡고.
그런데 묘하게 끌리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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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조선 - 시대의 틈에서 ‘나’로 존재했던 52명의 여자들
이숙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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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놀라운, 조선 여인들의 삶이다.
다행한 삶보다는 불행이 다수.
정약용의 평생 지기로 나름 행복하게 산 부인
바로 뒤에 버림 받은 첩실이 등장.

숱한 삶 중 한 분, 옥비.
15세기 함경도 경원의 관비. 그녀는 열심히 살아 양반의 첩이 되어 진주에 정착, 영면.
그런데!
선조 그 자가 왕이던 때에 ‘옥비의 난’ 발생. 이미 죽은 옥비가 일으킨 변란이 아니고, 옥비를 이름으로 국가가 일으킨, 기괴한 사태.
조선 초기에 북방에는 사람이 살지 않으려 하니 이주 우대. 그러나 금세 관리들의 폭압 때문에 백성들의 탈주가 심해지고, 임란 전 선조의 명. 도망친 것들 다 원위치 시켜라.
옥비는 이미 죽은 지 오래이지만, 당시 관비 명부에 그 이름이 남아 있어서 모계를 따라 자식의 신분을 결정하는 ‘종모제(從母制)‘에 따라 당시 법적으로 노비인 그 후손들을 다시 원위치로 보내라는, 국왕의 지엄한 명령.
3세대 지나 옥비의 후손들이 진주 일대에 살고 있었을 터.
색출당한 수백명이 느닷없이 함경도로 끌려가며 기존의 삶이 뿌리뽑혀 울부짖었다고 한다.
필자의 논평.
‘우리 가운데 그 누가 옥비의 피로부터 자유롭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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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을 기다리는 시간
황규관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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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동자.

“불투명한 건 미래만이 아니다
오지 않은 건 평화만이 아니다
… 우리 이제 분열하자
만국의 노동자여, 분열하자
하나에서 여럿으로
소음에서 새벽으로
거리에서 냇물로, 분열하자” 63 <만국의 노동자여, 분열하자>
고 외치는 사람.

노동자의 희망이
“저 공장 안에서 돌아가는 기계처럼
누군가 규정해놓은 시간처럼
대지와 숲과 냇물에 넘쳐나는 쓰레기처럼
어떤 설렘도 노래도 기도도 아니라면
생존을 위한 왜소한 안정이라면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이라면” 84 <우리의 희망>
자신들도 “구제역에 걸린 가축일 뿐,” “저들이 우리에게 강매한 상품일 뿐”이라면서 거부한다.

그래서 그는 <새해 아침에>도 ”어느새 고난에 익숙해“져
”복과 성공과 빛남을 모르겠다
뼈저린 시간과 타락과 오류가 남긴 흉터만
변함없이 끓고 있다
좀 더 가야 할 참극만 남아 있다
/오, 신음 같은 사랑이 울먹이고 있다“ 97

그래서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일까
그는 과학적이고 불교적인 인식을 한다.
”우리는 먼지로 이루어진 존재다
…자고 일어나서 남긴 것도 뿌연 먼지뿐
아무것도 아닌 먼지 탈탈 털어보면
바람 따라 눈앞에서 사라지는 먼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먼지
/그게 바로 우리의 부분들이고
또 돌아가게 될 미래다“ 117 <먼지>

‘벌레를 보면 진저리를 치는 아이들’을 위해 줄 쳐놓은 거미를 며칠 버티다 없애주면서
”저 별무리에서 잠시 이 별로 내보내진 우리도
목적 없는 희뿌연 벌레에 불과하므로“ 51 <희뿌연 벌레>

이 세상은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
”속도가 생활이고
속도가 사랑을 규정한다
/고속도로 바닥에 피투성이로 버려진
짐승의 울음은, 그러므로
/속도가 속도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은 흔적이다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은
생생한 자기 증명이다“ 53 <고속도로>

그 맹렬한 속도의 소음을 돌아본 그는
‘구월 바다를 가득 채운 제자리걸음’을 하겠다고 한다. ‘줄 맞춰 소풍 가는 코스모스를 빠르게 지나’치지 않겠다고 한다. ‘고통 없는 즐거움과 해찰 없는 진보를 입고 마시고 셈하’지 않고, ‘세상을 품으려는 번민’과 ‘뜨거운 관능’으로 살겠다고 한다. 114-115 <소음의 정체>





꽃은 내가 모르는
어두운 세계에서 오고
나라는 의미는 꽃이 피운 것

그러나 동시에 무지이므로
나는 첩첩산중의 불빛 한 점,
위태로운 숨결이다

여기까지 온 것도
꽃의 침묵,
그게 나를 떠나게 한다

나를 머물게 한다

그리고 저물게 한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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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머무는 느낌 간드레 시 3
이윤학 지음 / 간드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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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와 묘사가 주를 이루며, 모호를 내세우는 시들이다.
전원에 산 지 10년쯤 되었다고 하는데, 거기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흑백사진처럼 담는다. 대개 어둡고 추하고 서러운 모습이다.

1부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몇 소개하면,

대형견을 묻는 남자의 아이의 머리를 젖비린내 나는 품에 안고 잠이 든 여인 17

젖먹이를 둘러업고 새벽마다 엄마 산소에 다녀오는 새댁 18

죽은 사람 애를 가진 여자 22

식물인간이 된 그의 뒷전에 서서 메밀들길 걷고 싶은 외동딸 23

의처증이 심해진 풍 맞은 남편 둔 로즈가든 여사장 26

노름을 끊는다는 남편을 이번에도 물끄러미 지켜보는 사람 27

집 나간 전처의 장롱 문짝을 떼어 산촌으로 가져온 그 28

스물둘 입동에 돌무덤에 아이를 묻은 환갑이 지난 나 29

등등이다.

25쪽, 화강토 덮인 암반에 똬리 튼, 앉은키로 살아온, 가늘고 짧은 침엽 단 소나무 무리로 상징되는 존재들이다.

흑백사진이 또렷하게 형상화되기도 한다.

“비둘기 떼가 기고 있었다
버스정류장 턱밑 도로에서
뻥튀기를 수거하고 있었다
/급브레이크를 밟은 버스
앞바퀴에서 펑크가 났다
/비둘기 눈알이 날아왔다
아이의 이마에 으깨졌다” <진공상태> 108

그러나 대개 과한 모호함으로 덧칠되어 있다. 심지어 퀴즈를 낸다.

“숨넘어가는 할아버지
손목시계를 끌렀다
아버지 사타구니에
냅다 집어던졌다” <부엉이> 87

이 장면이 부엉이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
퀴즈 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모호함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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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8 - 헌종.철종실록, 개정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8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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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할아버지 순조와 단명한 아버지 효명세자에 비해
헌종은 안동 김씨 세력을 긴장시킬 만큼
세도정치에 대항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그마저 요절.
막후에서 은근한 영향력을 행세하던 김조순에 비해
그 자손대의 안동 김문은 왕비를 전부 자기 가문에서 들이는 등 대놓고 권력을 농단, 백성은 거덜.
민란이 나자 강화도령 철종이 삼정의 문란을 바로잡고자 나섰으나, 지지기반도 없고 그러니 추진력도 희미해지고
차차 망국의 수렁으로.

종이를 뚫고 나오는 시선이 있고, 익살스러운 그림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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