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슬그머니 와“누군가의 어디를 따뜻하게 해준다”라고 한다.뿌연 필터를 낀 듯사물과 사람, 정서가 부드럽다.흐릿할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젠데.이를테면 ‘풀 뽑기’ 하다가 만난 뽑히기 전에 핀 ‘풀꽃 한 송이‘처럼 이름을 불러주지 못할 때.비문이 날리듯, 옛 필름에 낀 잡티가 흐르는 듯한 것이 좀 아쉽다.쭉 그러는 것은 아니라 화엄매나 함박꽃, 다래나무 등 이름을 지대로 불러주기도 한다.시인의 연세를 찾아보지 않아 모르겠으나, 노년의 자연스러운 온화가 그윽한 시집이다.
어머니 댁에 왔다.집정리를 하면서 책정리를 내게 맡기셨다.이미 여러 번 내보내고도 남은 선친의 책들또 버린다.그러다 잡은 책이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들이신 책이네.보고 가셨으려나.짧은 길이의 글들을 모았다.시와 문학, 문화유산을 두루 얘기한다.다 읽으려면 오래 걸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