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영화 한컷
천수이 / 문학세계사 / 199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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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시인이다.
오규원의 해설이 있어서 들였다.
단문들을 툭툭 던진다.
잘 이어지지 않아 모자이크 같고
마치지 않은 시가 많다.
가다가 마는
이렇게 관형어로 자주 끝맺는
순간의 포착이 늘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 묘사와 전개가 약한 글에서는.

사리 浦ㅁ


뻘밭
세상 절인 냄새

갈매기 하나
그림처럼 날아 오른다

바람에 계단이 삐걱거리는
浦ㅁ 횟집 이층

떨어지는 해
술을 마신다

흑백 영화 한 컷
시꺼먼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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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백야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487
이윤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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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울한 관찰기.
눈은 어린 시절부터 쭉 화자가 살아온 농촌, 광산촌, 도시 변두리 등에 사는 사람들을 향한다.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구체도 지워서인지
시들이 비슷한 색깔이다.
추상적으로 느껴질 만큼.
살아가는 재미는 주목하지 않는다.
오로지 어둡다.
등단을 노리며 자기 괴로운 삶을 시의 대상으로 기괴한 언어와 시상을 섞는 등단작의 느낌이 난다.
당연히 그런 수준에 떨어지지는 않았다.
묘하게 안 읽히면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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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불광 vol.622 : 번뇌 타파, 불보살의 지물 - 2026.8
불광 편집부 지음 / 불광(잡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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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타일로 기획하니 색다르다.
힙한 불교? 뭐 그런 젊은 스타일.
게임의 언어로 지물이라는 주제를 풀어간다.
지물을 아이템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게임을 몰라 무릎을 탁 치지는 못했지만, 게임을 접한 이들이 읽으면 재밌게 볼 듯하다.
어저께 다 쓰러져 가는 절 몇 군데를 다녀와서 그런가
소멸과 번성이 함께하는 것이 또한 자연스럽단 생각이 든다.
잔잔하기만 한 바다가 어디 있겠는가.
썩어가는 바다가 왜 없으며.
화이팅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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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밭 ㅣ 창비시선 210
최정례 지음 / 창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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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의 상상처럼 매력적이지는 않다.
시집 곳곳에서 어린애가 소녀가 아가씨가 애엄마가 시공에 상관없이 툭툭 나와 말을 걸고 지나간다.

“그럴 리가 없는데도
어린 게
길가에 새파랗게
흔들리고 있었다”

“모른다
나는 이 책을 해독할 수 없”지만,

그 쓸쓸한 모습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아버지 막걸리 심부름을 가던 열살짜리 여자애에게 쏟아지는 아찔한 햇빛이 따갑다.
눈부시다.

그녀를 더 잘 알고 싶다.

黃日


걸어가다가
나무가
처녀애 같은 버드나무가
옆에 서 있었는데
외면했다
흐느적 섰었는데
그냥 지나쳤다
흥, 봄
표독스런 모래
바람아
이 봄을
건너뛸 수는 없겠니
비탈아
나를 흔들어줄 수 있겠니
어디서 누가 통곡을 하나
봄바다 위 돛배
조용히
기울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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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다시 쓰겠습니다 ㅣ K-포엣 시리즈 36
송경동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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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말해도 부끄러울 것 없는 이가
우리 곁에 있다.
뭉클해진다.

“잊을 수 없는 건
영광이 아닌 비참
뜻 세웠던 곳보다 마음 무너졌던
그곳이 세계의 중심
누군가의 눈물과 상처가 있는 곳
그곳이 이 세상에서 가장 선한 힘이 새로 돋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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