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최근작을 들고 나온다는 것이꺼내보니 서릿길이다눈 온대놓고 겨울비나 추적추적안부와 근황을 적는다.”출근길에 문득, 국화가 피었구나.나는 늘 무언가에 사로잡혀 산다.산당화 열매 몇 개 노오랗게 익어 있고,당신의 작은 어깨 너머에서,낙엽들은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안부 4“더운밥 한 그릇고추장에 썩썩 비벼,고들빼기 김칫가닥 밥술마다 걸쳐가며,게눈 감추듯, 게눈 감추듯, 싸악 비우고콩나물국 한 그릇후루룩 마신다.“ - 근황
“못에 찔렸다, 피 난다”- <해피랜드>인도네시아 최대 쓰레기 매립장에서 힘겹게 살다 8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난 프란시스“2009.4.8-비정규직, 계약해지 노동자 자살……..2018.6.27-복직 대기자, 생계 곤란, 정리해고 이후 지부 간부 역임, 복직 투쟁에 적극적 횔동, 해고자 복직 길어지자 지택 근교 야산에서 목을 매 지살.”- <내기 사는 세상을 봤다>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후 줄지어 죽은 노동자와 가족 서른 명“히말라야 머리가 깨지고 알프스 가슴이 풀어 헤쳐지고 있다울지 마라 나를 위해 울지마라, 남극 빙하가 피눈물 겹겹 흘 리고 있다시베리아가 불타고 있습니다”눈물이 난다해피랜드다
읽다 보면 현대시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행갈이나 담고 있는 내용이나 시랑 다를 바 없다.시 읽는 것 말고시집에서 푸나무 나오는 구절 수집하는 것도 취미다.그래서 내 스타일이 아니어도 식물이 대상인 시가 있으면 넙죽넙죽 읽는다.대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훑어보다 제자리에 두고 온다.그런데 이 시조집은 갈수록 좋아져서 들고 나왔다.제주에서 사는 생활인의 면모, 자식 건사의 어려움, 제주의 풍물 들이 진솔하게 나오고,4•3이 그려진다. 과하지 않은 슬픔이단단하게 도사린 분노가시조답게 절제되어 표현되어 있다.이런 것을 시라고 부른다.
우묵개 동산- 4•3여기, 종착지이유 없는 生의 끝점더 이상 갈 수 없어돌아선 뒷덜미에서늘히남은 눈빛들쑥부쟁이 또 핀다 - P83
절판됐었는데, 은근슬쩍 4쇄가 얼마 전에 나왔다.<모험소년>만큼은 아니지만,미츠루의 단편은 참 좋다.풋풋한 이야기들그 아련하고 고운 막 시작되는 연애들.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연앤데 합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못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아 부러운 것들. 질질 짜도 그때가 행복한 것을 모르는.책이나 보고 만화나 영화 따위를 봐야만 하는 시절이 금세 온다.
“석바위 사거리 수다방에서 하룻밤만 자주면 문단에 데뷔시커주겠다며 성 상납을 요구하던 사람 유명한 문예지에 작품을 실어주고 등단시켜 시인으로 만들어주겠다며 돈 2백만 원을 요구한 유명했던 노동 시인”- 미투 첫 연그 시인에 대해 글을 써야 해서 찾아 읽는다.조혜영 시인은 급식노동자라 부르기도 하는 조리 실무사.노동운동가이자 노동시인학교에서 애들 밥을 만드는 중노동에 시달리지만, 아줌마 소리나 듣는 노동자.AI가 노동해방을 설명해 주는 시대.‘폭력배 구사대’에게 ’지하실로 끌려가‘ ‘젖가슴을 주무르며 웃던 사내‘와 샛바람에 떨지 말라고 솔을 노래하던 ‘노동시인‘이 다를 바 없으니‘인간의 길‘은 아! 인간은 짐승에 불과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