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시집 제목에도 나오고, 시인이 오랫동안 머무는 지리산 자락 어딘가에 두텁나루숲이 있다.거기 머물며 자연을 바라보고, 관조하는 삶이 여전하ㄴ 줄 알았는데, 4부 도입부에“슈리슈리 아난다무르띠”의 ‘말씀’을 담은 책을 읽고 울림이 커서 쓴 시들이 4부에 담았다는 말이 나온다.앗. 이것은 한 종파에 입문한 자의 뜨거운 고백.비록 그것이 사랑과 헌신과 빛이라도 신앙 고백은 신앙을 공유하는 곳에서 쓰임이 있는 것.모든 서정시가 부르짖는 ‘당신’에게 얘기하면 되었을1인칭 자기만의 고백을 대놓고 들이대니매우 불편하다.우리가 문학을 읽는 것은 1인칭 수기를 보는 것과 다르다. 만해가 님을 읊을 때, 그 님이 만해만의 것이 아니고, 백석이 팔원에서 손등이 터진 아이를 보며 훌쩍일 때, 나도 울며 그 아이가 일제 또는 이스라엘 또는 가부장의 박해를 당하는 보편과 특수를 겸하는 것이 문학이다.자연을 읊는 것이 ‘아난다 마르가’가 되자 문학의 색을 잃고 만다. 여러 아름다운 구절들이 그 빛을 잃었다.
그의 최근작을 들고 나온다는 것이꺼내보니 서릿길이다눈 온대놓고 겨울비나 추적추적안부와 근황을 적는다.”출근길에 문득, 국화가 피었구나.나는 늘 무언가에 사로잡혀 산다.산당화 열매 몇 개 노오랗게 익어 있고,당신의 작은 어깨 너머에서,낙엽들은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안부 4“더운밥 한 그릇고추장에 썩썩 비벼,고들빼기 김칫가닥 밥술마다 걸쳐가며,게눈 감추듯, 게눈 감추듯, 싸악 비우고콩나물국 한 그릇후루룩 마신다.“ - 근황
“못에 찔렸다, 피 난다”- <해피랜드>인도네시아 최대 쓰레기 매립장에서 힘겹게 살다 8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난 프란시스“2009.4.8-비정규직, 계약해지 노동자 자살……..2018.6.27-복직 대기자, 생계 곤란, 정리해고 이후 지부 간부 역임, 복직 투쟁에 적극적 횔동, 해고자 복직 길어지자 지택 근교 야산에서 목을 매 지살.”- <내기 사는 세상을 봤다>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후 줄지어 죽은 노동자와 가족 서른 명“히말라야 머리가 깨지고 알프스 가슴이 풀어 헤쳐지고 있다울지 마라 나를 위해 울지마라, 남극 빙하가 피눈물 겹겹 흘 리고 있다시베리아가 불타고 있습니다”눈물이 난다해피랜드다
읽다 보면 현대시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행갈이나 담고 있는 내용이나 시랑 다를 바 없다.시 읽는 것 말고시집에서 푸나무 나오는 구절 수집하는 것도 취미다.그래서 내 스타일이 아니어도 식물이 대상인 시가 있으면 넙죽넙죽 읽는다.대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훑어보다 제자리에 두고 온다.그런데 이 시조집은 갈수록 좋아져서 들고 나왔다.제주에서 사는 생활인의 면모, 자식 건사의 어려움, 제주의 풍물 들이 진솔하게 나오고,4•3이 그려진다. 과하지 않은 슬픔이단단하게 도사린 분노가시조답게 절제되어 표현되어 있다.이런 것을 시라고 부른다.
우묵개 동산- 4•3여기, 종착지이유 없는 生의 끝점더 이상 갈 수 없어돌아선 뒷덜미에서늘히남은 눈빛들쑥부쟁이 또 핀다 - P83
절판됐었는데, 은근슬쩍 4쇄가 얼마 전에 나왔다.<모험소년>만큼은 아니지만,미츠루의 단편은 참 좋다.풋풋한 이야기들그 아련하고 고운 막 시작되는 연애들.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 연앤데 합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못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아 부러운 것들. 질질 짜도 그때가 행복한 것을 모르는.책이나 보고 만화나 영화 따위를 봐야만 하는 시절이 금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