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인은 형식이 도드라지게 시를 쓴다.사진으로 예를 들면 누구나 들이대면 절경일 장소와 순간인 내용 또는 대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오로지 자기만의 스타일을 추구한다. 평범한 대상을 건드리는데 독특한 스타일이 드러나는.그래서평이하지 않다. 술술 읽히지 않는다. 오래 머물러야 알게 되는 맛이 있다. 일흔이 넘도록 쓰고 있는 시가 그에게는“어둠에 갇혀 제 발치도 못 가리는 건시나 등대나 마찬가지!”그의 노년은“숲을 읽었으나 구실이 사라진 지금 나를 밀어 여기까지 오는 것은 다짐의 형식, 그 힘마저 소진해버리면 조락의 끝자리에서 허공이나 어루만질 뿐 나는, 숲을 지키는 텃새의 나중 이웃이 되어 황혼이 잦아질 때까지 이 가지에서 저 그늘로 날아야 한다“2부에 나오는 <너머>에 오래 머물렀다. “만나지 못한다고 이별은 아니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가 우리 모두를 바닥에 쏟아버리지만 실상은 너머로 간다는 것,”
1946년생그는“아직 낯선 강가를 서성이는늙은 소년”“존재라는 게 별거 아니”고 “아무것도 해줄 게 없다”는 것을 아는 노인.지구라는 ‘행려별에서’ “어느 날 젊은 여자에게 길을 묻다 개무시를 당하고는당장 내리고 싶”기도 하지만,“거리에서 길을 묻자 청년이 멀리까지 따라오며 알려준다나이 많으면 좋은 일도 많다”고 긍정하기도 한다.'설거지의 도'를 수행자처럼 노래하면서 "어떤 날은 이 일 말고 하는 일이 없기도" 한 정말 할 일 별로 없는 노인.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인이 되는 것"을 어려서부터 희망했고 "여태껏 그걸 잊은 적이 없"다.세는나이로 여든하나인 그는 여전히 자신과 세상을 돌아본다."나의 천성은 본래 고요하고 다정했으나이해가 나를 저열하게 만들었으며입으로는 남북과 동서와 좌우를 넘어서자는 나와내 편이나 우리 편이 아니면말도 섞기 싫어하는 나는 같은 사람이다살 일이 걱정이다"
60대를 앞둔 아저씨의 모습이 주로 나온다.교사의 모습 조금.노부모 얘기도 나오고.내용은 들여다볼 만한데스타일은 좀 구리다. 구수해서 좋다고 할 사람이 없지 않겠으나, 형식미가 덜한 느낌. 요즘 시 좋아하는 사람들은 쳐다도 안 볼 듯. 일상어가 가득하다.무엇보다 명랑한 중년을 자처하며 천방지축 똥꼬발랄을 내세웠는데 그닥 경쾌하지 않다. 폼을 좀 내면 더 좋겠다. 너무 밍밍하다.
어려선 좋아하는 시들 한 자 한 자 타이핑해
뽑아서 보내기도 하고
시집 선물도 종종 했는데
내 감동이 그쪽으로 시원하게 가는 일이 드물어
추천마저 뜸해진 지 오래다.
그러나 이 시집은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머니를 잃은 사람에게
한때 이해할 수 없던 아버지를 둔 이에게
완경기를 앞둔 이에게
그 사람 곁에 있는 자에게
인간 따위가 지구를 보호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것을 아는 이에게
생일이 돌아올 당신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