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타일로 기획하니 색다르다.힙한 불교? 뭐 그런 젊은 스타일.게임의 언어로 지물이라는 주제를 풀어간다.지물을 아이템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게임을 몰라 무릎을 탁 치지는 못했지만, 게임을 접한 이들이 읽으면 재밌게 볼 듯하다.어저께 다 쓰러져 가는 절 몇 군데를 다녀와서 그런가 소멸과 번성이 함께하는 것이 또한 자연스럽단 생각이 든다. 잔잔하기만 한 바다가 어디 있겠는가. 썩어가는 바다가 왜 없으며.화이팅불교
빨강머리 앤의 상상처럼 매력적이지는 않다.시집 곳곳에서 어린애가 소녀가 아가씨가 애엄마가 시공에 상관없이 툭툭 나와 말을 걸고 지나간다.“그럴 리가 없는데도어린 게길가에 새파랗게흔들리고 있었다”“모른다나는 이 책을 해독할 수 없”지만,그 쓸쓸한 모습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아버지 막걸리 심부름을 가던 열살짜리 여자애에게 쏟아지는 아찔한 햇빛이 따갑다.눈부시다.그녀를 더 잘 알고 싶다.
黃日걸어가다가나무가처녀애 같은 버드나무가옆에 서 있었는데외면했다흐느적 섰었는데그냥 지나쳤다흥, 봄표독스런 모래바람아이 봄을건너뛸 수는 없겠니비탈아나를 흔들어줄 수 있겠니어디서 누가 통곡을 하나봄바다 위 돛배조용히기울었다 - P80
아직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그렇게 말해도 부끄러울 것 없는 이가우리 곁에 있다.뭉클해진다.“잊을 수 없는 건영광이 아닌 비참뜻 세웠던 곳보다 마음 무너졌던그곳이 세계의 중심누군가의 눈물과 상처가 있는 곳그곳이 이 세상에서 가장 선한 힘이 새로 돋는 곳“
정말 온갖 것들을 다룬다.노래는 아니고, 거리를 두면서 화자 아닌 오만 오브제를 얘기한다.대체로 냉소적이다.정서가 거의 드러나지 않아서 매우 건조하다.“모두 그러하다 버림받은 섬처럼 외로운 표정들로 어제의 신문을 옆구리에 끼거나 바람막이로 세우고 시위자들처럼입들을 앙다문 채 차츰 남의 라면 국물처럼 밝아오는 수평선을 바라본다” 18“의자는 기다리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버티며 늘 지난 일처럼 앉아 있다” 57쓸씁할 정도로 쓸쓸할 수밖에 없다
아주 얇다.당시 시집을 낸 지 1년도 안 됐는데, 새 지역 출판사와의 인연으로 시인의 고향 고령과 관련돤 시들을 모아 낸 시집이라 그렇다.마지막에 실린 산문 한 편도 그저 고향에 있는 암각화를 얘기할 뿐, 특색이 없는데 실려 있다. 구색 맞추기 버거운 냄새가 진동한다.그렇다고 허투루 쓴 시들만 있느냐. 그럴리가. 이하석인데. 촘촘하다. 사유와 언어가. 고향이라는 소재에 강하게 속박되어 답답할 수 있을 시집이 오히려 길지 않은 시들로 경쾌하면서 시원하다.“시상에는 꽃질*만 있는 기 아인기라 돌질도 가시질도 우짜든동 비키지 말거래이니는 말하는 기 시인이다만 시인이라고 딴말 할 수는 없는기라 저 들 당글 그릇 살 돈도 벌어가믄서 해야제우짜겠노내사 자꾸 한 입으로 두말 했뿌렀네 그러타꼬 둘 다 틀린 말 아이끼네 다 니가 알아서 할 일이제”* 꽃질: 필자의 고향마을 이름. 화곡으로 불렸다. 이 곳에서 는 길을 〈질>이라 한다.- <어무이 말씀>모든 예술가들의 질곡, 숙명.시인은 어떻게 풀어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