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묶어 그것을 드러낸 제본이라 바닥에 쫙 붙게 펼쳐진다. 그런데 어느 쪽으로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 식으로도 읽고, 일본식으로도 읽힌다. 과거에서 현재로도, 현재에서 과거로 가도 읽힌다. 봄의 이미지와 어떤 그리움은 알겠는데, 서사는 잡히지 않는다. 내용은 개인적인 것으로 가득한데 설명이 없으니. 일부러 그런 것 같다. 모호는 신비로울 수 있으나, 갈피 못 잡는 자신을 까발리는 것에 그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소녀 둘의 사랑과 우정 사이 얘기도 있는 듯.
로뎅의 제자, 브랑쿠시의 ‘공간 속의 새‘가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산업용 물품이라고 관세를 부과받고 그것에 반하여 건 소송이 이야기의 주다.미국이 관세로 세상에 문제를 일으킨 역사가 오래되었구나.그나마 이 소송은 브랑쿠시의 손을 들어 주었다. 새랑 닮지 않아도 예술 작품이라는 것. 당연한 것의 공식적인 판결.재판 도중 미국 신문의 헤드라인이 재밌다. ”If it’s a bird, shoot it”판결 후 헤드라인은“It’s a bird!!!!”예술이 무엇인가. 예술이라면 예술이지. 그래서 평범한 사람은 기사와 같은 반응을 하게 된다.
그렇지이게 백무산이지말랑말랑 호락호락해져서는 안 되지형형한 눈빛으로삐딱하게 고개를 틀고쏘아붙여야백무산이지.“속에 구정물이 가득해서 이슬을 찾고 당장 숨이 차고 혼미해서 꽃을 찾고 인간성이 시궁창이라서 향기를 찾고영혼이 누더기라서 별로 기워야 했을 것 아니면 오염되기 쉬운 선천적 기형이라서 별과 이슬을 복용해야 하거나인간이 제 손으로 똥 푸는 일이 없어지고 자기가 싸놓고 제 것이 아닌 양 혐오하고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고상한 습성을 동물과 유일하게 구별되는 습성을 우리는 인간성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