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논어 한마디 - 거친 물결에 흔들리는 삶을 잡아줄 공자의 명쾌한 해답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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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양권에 속해서이겠지만 여러 철학서들을 접해 보면 확실히 동양 철학서들이 서양 철학서들에 비해서 읽기가 좀 더 수월했고 이해도 좀 더 쉬웠다.

그중에서 특히나 '논어'는 공자 사상의 정수가 담긴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생, 삶, 처세, 정치, 예절 등 다방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짧은 문장으로 핵심을 꿰뚫는 부분이 인상 깊어 요즘도 종종 읽게 된다.

이번에는 어떤 내용이 나에게 의미 있게 다가올까?


不仁者不可以久處約, 不可以長處樂. 仁者安仁, 知者利仁

(어질지 못한 사람은 곤궁함에 오래 처할 수 없고, 즐거움에 오래 처할 수도 없다. 어진 사람은 어짊을 편하게 여기고, 지혜로운 사람은 어짊을 이롭게 여긴다)

짧게 끝날 줄 알았던 힘겨운 코로나 상황이 벌써 2년이 훌쩍 넘었고, 거기다가 요즘은 물가까지 오르며 우리 같은 일반인들의 삶은 고달픔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극단적인 사고나 범죄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여 언론에 오르내린다.

물론 이런 상황이 되기 전이나 혹은 상황이 이미 벌어졌을 때 범국가적인 혹은 사회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겠지만 결국은 삶이 곤궁하거나 고달프다고 느끼는 것은 개개인의 마음이다.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개인의 내면인 것이다.

"어진 사람이 된다면 우리는 외부 사물에 휘둘리지 않고 삶의 진정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즐거움은 내면의 것이기 때문에 가난하거나 부유하다고 해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朝聞道, 夕死可矣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중학교 한문 수업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문장을 처음 접했을 때 충격을 받았었다. 철 없기 그지 없던 어린 시절에도 그 무엇보다 중요한 생명을 포기할 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것이 과연 있을까? 진리가 그것일까? 진리는 무엇일까? 하는 물음이 연이어 생겨났다.

산업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질 만능주의에 빠지게 되었고, 내면의 풍족함이 아닌 외부의 풍요로움에 목을 매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생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목표와 목적이 같아져 버렸다.

돈이 얼마나 있으면 만족할 수 있을까? 아마도 지금 각자가 생각하는 금액에 도달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해 욕심을 부릴 것이다. 이런 삶의 도달점은 그리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 진리가 무엇인지 말과 글로써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마음을, 내면을 가득 채우는 것임은 분명할 것 같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는 뜻을 알고 도를 추구하는 사람인 척 행동한다면 최소한 마음속에 진리에 대한 경외심을 품게 될 테니 갈수록 경지에 가까워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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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화학이 답하다 - 시간과 경계를 넘나드는 종횡무진 화학 잡담 묻고 답하다 4
장홍제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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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헤리베비씨노프네...

화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고등학생 때 의미도 잘 모르면서 냅다 암기했던 주기율표가 생각난다. 원리를 이해하면서 공부했더라면 좀 더 재미를 붙일 수 있었을 텐데 당시 화학 과목은 평균을 깎아 먹는 가슴 아픈 과목 중의 하나였었다.

화학이 싫든 좋든 간에 이 화학은 인류 역사에 많은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책은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 조금 생소할 수 있는 화학을 인문학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책이다.


사극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바로 권력의 정점을 달리던 신하가 사약을 받고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는 신이다. 권력의 덧없음과 무상함을 보여주기도 하는 이 장면은 그 드라마틱한 특성으로 인해 단골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요소이다.

그 용도로 인해 사약을 사약(死藥)이라는 한자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왕이 하사한다고 해서 사약(賜藥)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니 조금 아이러니하다.

실제로 사약으로 처형당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무슨 재료로 어떻게 제조하였는지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다고 하는데 유력하게 거론되는 재료가 바로 투구꽃이다. 투구꽃은 뿌리에 매우 강한 독이 있는 식물로 아코니틴이라 불리는 독성 물질을 가지고 있다.

이 아코니틴은 대표적인 알칼로이드 물질이며, 체내에서 신경 신호를 전달해 생명 유지와 호흡을 비롯한 모든 조절에 작용하는 소듐 이온(Na+) 통로를 여는 작용을 하는데, 그 결과 호흡곤란과 신경 발작을 포함하여 심정지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부자(附子)라는 명칭으로 통용되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그리스 신화에도 등장하며 서양 역사적으로도 알렉산더 대왕, 아리스토텔레스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을 정도로 고대로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독성 물질의 대표 격으로 사용되어 왔다.


음악 관련 영화를 썩 좋아하지는 않은데 예전에 티브이에서 우연찮게 보았던 모차르트 영화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모차르트의 천재적인 능력을 잘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경쟁자인 살리에리와의 갈등 구조가 영화에 엄청난 긴장감을 불어 넣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어린 모차르트를 시기, 질투하는 살리에리에 대해 잘 이해가 안 가고 짜증이 났었는데 훗날 그것이 문학적, 영화적 허구였다고 하니 참 재밌는 현실이다.

실제로는 살리에리는 당대 최고 음악가 중의 한 사람이었으며,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 등 후대를 이끈 음악 거장들의 스승이자 우상이기도 했다. 거기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공동 작업한 곡도 발견되는 등 둘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어쨌건 젊은 나이에 요절한 모차르트의 죽음은 아직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

하지만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당시 구토 유발제로 많이 사용된 안티모니(Antimoni, Sb) 중독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체내에 들어온 독성 물질을 빼내는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이 구토나 배설이었고, 이 치료 방법에 가장 적합한 최고의 물질이 바로 안티모니였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화합물은 독성이 높아 인체에 유입되면 간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게 되는데 모차르트의 사망 전 증상이 안티모니 중독과 매우 비슷하여, 이 화합물로 사망하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다. 특히나 모차르트 생애 말년에 그를 담당했던 의사가 열을 내리기 위해 안티모니를 추가 처방했다는 기록이 있어 더욱 의심이 되는 상황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형태와 성질이 변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금'은 다른 금속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것은 세월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돈이 만능으로 불리는 요즘의 자본주의 시대에서도 금은 여전히 투자의 한 방편으로써 굳건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돈이나 귀금속 등 가치 있는 수단이 훨씬 적었던 과거 시대에는 금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이나 조직, 국가 등에서 금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다툼도 빈번하게 일어났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정적 자원으로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금속을 금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도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연금술'이다.

서두에 언급한 주기율표 상에서 금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원소를 금으로 바꾸기 위한 실험과 시도가 많이 있었는데, 특히 상온에서 비교적 쉽게 다룰 수 있는 납을 금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납은 매우 안정한 원소이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투입해야만 다른 원소로 변할 수가 있고, 설령 이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이 금의 가치를 훨씬 넘어설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고 하니 현실에서는 사실 불가능한 실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시 화폐로서의 금의 가치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불가능한 연금술을 가능하게끔 보이게 만드는 그럴듯한 사기가 판을 쳐 국가적으로 연금술을 금지했다고 하니 재밌는 역사다.

얼핏 생각해 보면 별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과학과 역사의 관계, 특히나 화학과 역사의 관계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밀접한 관계였고 서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지금의 과학과 역사의 관계를 먼 훗날 우리 자손들은 어떤 식으로 바라볼 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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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부자로 가는 4가지 습관 - 딸들에게 보내는 재테크 에세이
김병연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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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꿈이 '부자'일 정도로 자본주의 사회, 아니 인간 사회와 돈은 이제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관계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좀 더 젊었을 때만 해도 돈에 초연한 줄 알았는데 그것은 그만큼 돈이 필요한 나이가 아니었던 때라 그렇게 느꼈을 뿐 일상의 삶 속에서 '돈'을 단 하루도 생각하지 않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일까? 바로 돈이 있으면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해질 거라는 믿음이 밑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돈의 정의는 참으로 다양하겠지만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자유'라는 정의가 참으로 와닿는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돈이 없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의 제약이 참으로 많다. 의식주는 기본이고 교육, 문화, 여가생활 등등 무엇인가 즐겁고 재밌는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다.

그렇다 보니 자칫 이런 재미에 빠져들게 되면 자기 자본 없이 채무, 즉 부채의 함정에 빠져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현대판 노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자유를 박탈당한 살게 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인생을 생애 주기 전체로 봤을 때 돈을 벌어들이는 구간보다 쓰는 구간이 훨씬 더 김을 알 수 있다. 특히나 요즘처럼 평균 수명은 늘어났으나 정년은 예전과 비슷한 상황에서는 인생 후반부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노후의 삶의 편차가 엄청 커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20대 후반까지는 독립하기 전이라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독립하고 나서 실제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과 소득이 최고점을 찍을 때까지의 시점의 차이는 불과 10여 년에 불과하다. 40대 중반을 넘어서게 되면 소득은 감소하게 되지만 소비는 횡보 내지는 늘어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자녀와 건강 등이 그 변수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보다 젊었을 때 소득과 지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하며 중간중간 변화된 상황에 맞게 계획도 업데이트해 가며 보다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필요가 있겠다.



코로나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계 각국은 지난 몇 년 간 저금리에 기반한 양적 완화를 통해 시장에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해 왔고, 그 결과 지금은 인플레이션 또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 처지가 되었다.

외부에서 식사를 하거나 마트, 시장에서 장을 보면 물가 인상이 뉴스의 수치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경기는 어쨌건 상승과 하강 곡선을 반복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투자 계획을 세워야만 하는 것이다.

물가는 장기적으로 상승하므로 현재 시점의 돈의 가치는 시간이 흐른 미래에는 현재의 가치보다 줄어들게 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물가 상승률 이상의 투자 성과를 이뤄야만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돈을 불리는 재테크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들어오는 돈인 수입은 늘리고 나가는 돈인 지출은 줄이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좀 더 세분화해서 사칙연산에 대입하였는데,

+ 모으기: 사람의 힘으로 돈 벌기

x 불리기: 돈의 힘으로 돈 벌기

- 줄이기: 나가는 돈 줄이기

÷ 나누기: 나가면 돌아오는 돈 만들기

가 바로 그것이다.

지출을 줄이고 돈을 모아서 불리는 것은 많이 들어 익숙한 내용이지만 나누기에 대한 부분이 색다르다.

- 목표를 나누어 힘을 줄이자

- 소득을 나누어 습관을 기르자

- 시간을 나누어 배움에 투자하자

- 마음을 나누어 스스로 돕는 자가 되자

돈이란 물질적인 것에만 너무 국한하지 말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목표를 작게 나누어 설정하고, 시간을 나누어 배움에 투자하는 등의 방법론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특히나 행복한 부자가 되기 위한 핵심인 나누는 삶에 대한 아래 문구가 가슴속에 깊이 와닿는다.

"집은 살 수 있지만 가정은 살 수 없고, 시계는 살 수 있지만 시간을 살 수 없으며, 침대는 살 수 있지만

쾌적한 수면은 살 수 없고, 책은 살 수 있지만 지식은 살 수 없다. 명의는 살 수 있지만 건강을 살 수 없고,

지위는 살 수 있지만 존경은 살 수 없으며, 피는 살 수 있지만 생명은 살 수 없고,

섹스는 살 수 있지만 사랑은 살 수 없다."

- 마담 호 <<부의 시크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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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오브제 - 사물의 이면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궁리가 있다
이재경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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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 기술의 발달로 우리 주변에는 과거의 그 어느 시절보다 많은 물건들이 넘쳐난다. '풍요의 시대' 더 나아가 '공급 과잉의 시대'라고 불릴만하다.

하지만 이렇게 넘쳐나는 물건들도 허투루 만들어진 것들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오브제(Objet)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책은 설레는 사물들의 뒤를 밟은 작은 결과물이다. 사물의 뒤를 캐다 보면 고전부터 대중문화까지 인문의 다양한 분야가 두루 소환된다. 사물을 매개로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지식과 감상이 얽힌다."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 노트에 필기했었던 마지막 기억을 뒤돌아 보니 대학교 시절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컴퓨터의 발달과 온라인 문화의 형성으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글이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로 형상화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연필은 경도가 같아도 제조사마다 브랜드마다 필기감이 제각기라서 나만의 연필을 찾는 즐거움이 있다. 연필은 이제 완상, 동호, 수집의 대상이다. 도구에서 오브제가 됐다. 연필이 예술을 한다."

몇 년 전에 우연찮은 기회에 만년필을 접하게 되면서 그동안 거의 잊고 지냈던 아날로그 감수성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만년필은 쥔 손, 연필을 쥔 손의 어색함에 신기함과 함께 참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구나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미래의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난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그리워하는 인간 본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연필이 주는 손맛과 종이와의 사각거리는 그 마찰음은 아날로그적 감성의 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커피를 좋아하고 즐겨마시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커피 사랑은 참 대단하다는 사실은 안다. 거리를 조금만 걸어 봐도 그 어느 가게보다 많이 보이는 게 바로 커피숍임은 우리의 커피 사랑이 다른 여느 나라 못지않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espresso는 이탈리아어로 '특급'이라는 뜻이다. 십여 초 만에 커피가 완성되는 추출 속도를 반영한 이름이다. 하지만 espresso에는 '특별히'라는 뜻도 있다. 에스프레소는 주문 순서대로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한 잔씩 뽑는다. 에스프레소는 커피 원두 50알을 가장 극적으로, 가장 알차게 소비하는 방법이다. 에스프레소는 다크초콜릿이나 블루치즈 혹은 청국장처럼 처음에는 충격적이지만 서서히 중독되는 기호다. 길들여진 기호가 다 그렇듯 한번 길들여지면 없이 살면 살았지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는 힘들다."

가끔씩 회사에서 직장 동료와 씁쓸한 커피 한 잔을 나누며 담소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커피의 마력을 조금씩 느끼는 것 같다. 요즘의 음료가 너무 단맛에 치중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중년의 나이에 인생의 씁쓸함과 커피의 그 씁쓸함이 묘하게 맞아떨어지며 동질감을 느끼게 해 준다.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좀 더 생긴다면 기가 막힌 경치의 해변을 배경으로 해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 한 잔을 곁들여 보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커피가 삶에 애착을 일으킨다는 저자의 표현이 마냥 과장되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여러 책들을 한꺼번에 읽다 보면 어디까지 읽었는지 갸우뚱할 때가 많다. 이런 상황을 여러 번 접하다 보니 최근의 전자책이 주는 편의성에 가끔씩 매료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책은, 독서는 앞에서 언급했던 연필과 마찬가지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내려놓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오브제이다.

이러한 상황에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바로 책갈피이다.

지금은 과거보다 좀 더 문명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예전에는 서점이나 문구점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책갈피를 더 이상은 볼 수 없게 되었다.

특히나 이성이 선물해 주는 잘 마른 빨간 낙엽의 책갈피는 단순한 책갈피를 넘어서 사랑의 매개체, 추억의 공유물 역할까지도 담당한다.

"우리는 시간을 잡아두듯 책에다 읽던 자리를 매인다. 앤 패디먼(Anne Fediman은 <<서재 결혼시키기 Ex Libris>>에서 책을 읽다가 엎어두는 것이 일시정지 버튼이라면 책갈피로 책을 닫는 것은 스톱 버튼을 누르는 것이라고 했다."

책을 다 읽으면 더 이상 그 낙엽 책갈피는 책에 자리를 매김 할 수 없기에 추억도 함께 날아갈까 봐 일부러 천천히 읽으며 시간을 잡아두고 싶었던 아련했던 기억이 소환된다.

감성과 추억이 깃든 사물은 사물 그 자체의 영역을 넘어선 설렘을 우리에게 주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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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는 말투, 거리감 두는 말씨 - 나를 휘두르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책
Joe 지음, 이선영 옮김 / 리텍콘텐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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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고 어렸던 학창 시절만 해도 친구들과의 가벼운 언쟁이 있을 수 있었지만 인간관계에 대해 딱히 큰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은 없다.

아닌 경우도 분명 있겠지만 학창 시절에는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니 성인이 됐을 때보다는 좀 더 순수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반면에 성인이 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게 되고 학창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넓은 범위와 예상치 못했던 인물들을 여러 다양한 경로로 많이 만나게 된다. 대부분 바탕에는 업무와 이익이 바탕이 되다 보니 확연하게 인간관계에 대한 순수성이 떨어지게 된다.

사회생활은 곧 조직 생활과도 같아서 수직적인 계층 구조를 많이 띄다 보니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거기다가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착한 사람 증후군'을 가지고 있어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잘 받아주는 등의 행동이 인간관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 속 마음은 분명히 스스로에게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지만 많은 경우 이 속마음을 직접 상대방에게 표현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거부 의사를 전달했을 경우 상대방과의 관계가 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가까이 가려고 할까요? 그것은 인간관계는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확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도 그럴 수 있습니다. 상대로부터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 느꼈을 때도 '나의 친밀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나를 더 자주 보여주면 잘 될 것이 틀림없다.'라고 믿고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려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이 더욱 휘둘리는 원인이 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아닐까요?"

책에서 말한 얘기가 정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관계가 중요한 현대사회에서 인간관계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더라도 도리어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더 다가가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특성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상대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가스라이팅'이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구조는 악순환의 고리일 가능성이 커 점점 더 수렁으로 빠지게 되고 시기 상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폭발하고 마는 시간폭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한 상황이 되기 전에 우리는 스스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은 당신을 휘두르는 사람을 곤란하다고 생각할 뿐 싫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싫지는 않다.'라고 생각하면, '그저 그렇다.'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됩니다. 그런 무의식의 분류에 따라 좋아하니까 더 가까워지고 싶다, 가까워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이제 '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고 자문할 때 '보통'이라고 확실히 자답할 수 있도록 합시다. '아니, 조금은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그렇지 않아?'라고 물어도 '아니, 완벽하게 보통이야.'라고 단언하는 것입니다"

이분법적 사고로 인간관계를 정의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좋은 사람' 아니면 '나쁜 사람'으로 관계를 분류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상대방도 그렇게 여길 거라 생각하고 나쁜 사람으로 인식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각인을 새기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들어주면 나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해 줄 거야', '내가 더 노력하면 더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을 거야'라는 착각 속에 빠져 있다.

하지만 관계를 무 자르듯 깔끔하게 두 가지 분류를 나눌 수는 없다. 좋은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이 있으면 보통인 사람도 있는 것이다. 보통과 좋은 사람 사이의 관계도 있을 수 있고 당연히 보통과 나쁜 사람 사이의 관계도 있을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관계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법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당신에게 잘못이 없다면 거절한 뒤 일부러 먼저 연락을 하거나 상대를 만나러 갈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만일 거절하는 시점에서 당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해도, 그 시점에 사과하면 그걸로 그 일은 끝난 것이고, 두고두고 그 일에 대해 질질 끌어도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화를 시작하면 됩니다... 거절이라는 행위를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언제나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거절한 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을 건네는 것입니다. 마치 거절하는 일이 나에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표정을 하고 말을 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애초에 상대방이 무언가를 부탁하거나, 권유하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이고, 그것을 거절하는 것 또한 당신의 권리입니다... 상대의 반응이 탐탁지 않아도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겠다고 생각하고, 굳이 자신의 탓을 하지 말고 평소처럼 행동하는 것입니다. 상대의 언짢은 얼굴도 일종의 연기입니다. '얼마 전에 당신에게 거절당해 상처받았습니다. 미안하다고 느끼세요. 사과하세요.'라고. 그런 표정에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도 마찬가지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를 이어나간다면 그대로 그 관계를 이어가도 좋습니다. 만약 당신이 말을 걸어도 언짢은 듯이 행동한다면 자연스럽게 그 관계를 놓아주세요.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감정을 굳이 신경 써주려 하지 않는 둔감함입니다."

어렵게 거절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뒤의 대처(행동) 또한 중요하다. 힘을 내서 용기를 내서 상대방의 불합리한 부탁을 거절했지만 오히려 거절한 당사자가 상대방이 안 좋은 기분을 느끼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만큼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여린 마음이 기본 성격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책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과감하게 둔감해질 필요가 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상대방을 평상시처럼 대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언짢아하거나 싫은 내색을 한다면 이 관계는 더 이상 깊게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자명해지는 것이고 상대방도 평상시처럼 대한다면 나와의 관계를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이니 이 사람과는 좀 더 알아봐도 괜찮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감함과 둔감함이다. 이어질 인연이 있다면 더한 시련에도 이어지는 것이 인연이고 연이 없다면 아주 사소한 일에도 끊길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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