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책들을 한꺼번에 읽다 보면 어디까지 읽었는지 갸우뚱할 때가 많다. 이런 상황을 여러 번 접하다 보니 최근의 전자책이 주는 편의성에 가끔씩 매료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책은, 독서는 앞에서 언급했던 연필과 마찬가지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내려놓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오브제이다.
이러한 상황에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바로 책갈피이다.
지금은 과거보다 좀 더 문명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예전에는 서점이나 문구점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책갈피를 더 이상은 볼 수 없게 되었다.
특히나 이성이 선물해 주는 잘 마른 빨간 낙엽의 책갈피는 단순한 책갈피를 넘어서 사랑의 매개체, 추억의 공유물 역할까지도 담당한다.
"우리는 시간을 잡아두듯 책에다 읽던 자리를 매인다. 앤 패디먼(Anne Fediman은 <<서재 결혼시키기 Ex Libris>>에서 책을 읽다가 엎어두는 것이 일시정지 버튼이라면 책갈피로 책을 닫는 것은 스톱 버튼을 누르는 것이라고 했다."
책을 다 읽으면 더 이상 그 낙엽 책갈피는 책에 자리를 매김 할 수 없기에 추억도 함께 날아갈까 봐 일부러 천천히 읽으며 시간을 잡아두고 싶었던 아련했던 기억이 소환된다.
감성과 추억이 깃든 사물은 사물 그 자체의 영역을 넘어선 설렘을 우리에게 주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