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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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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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10/27 -2025/10/31


이론물리학자인 카를로님의 산문집(?)

책의 사이즈는 작지만 내용이 어려워 읽기가 쉽지 않은 카를로 로벨리의 책을 이상하게 계속 읽고 있다. 

이번 책은 기존의 이론적인 부분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본인의 칼럼을 묶어놓은 듯한 책이다. 

연설하거나 기고한 내용을 묶어서 낸 책이라서 그런지 주제가 일관되지는 않는다. 대신 예전 책만큼 내용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래도 과학이야기는 어려웠다. 

의외로 서방과 미국을 비판한 이야기가 많은데 이 양반 이렇게 미국을 비판하다가 미국입국 금지당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과학자로서 현실을 눈감지 않고 열심히 사회와 소통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p22 누구나 평화를 말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먼저 이겨야 한다고 말을 덧붙입니다. 평화를 원한다고 하지만, 그 말은 당연히 승리한 후의 평화를 원한다는 뜻입니다.

p33 사포, 알카이오스, 아리스토텔레스, 테오프라스토스. 서정시와 관찰과학은 모두 현실을 묘사하고 사고하는 예리한 방식입니다.

p47 음악은 악보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음파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끝없는 일련의 과정에 있습니다.

p79 저는 가여운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한 합창에도 기꺼이 동참할 것입니다. 예멘인, 시리아인, 아프가니스탄인 등 피부색이 조금 다른 사람들을 모두 죽게 내버려두기보다 이 합창에 동참하기를 선택하겠습니다.

p99 냉정하게 따져보면 현실을 그 반대입니다. 막대한 군사력을 가진 서방이 국제적 불법의 편에 서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 사실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고,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도 있지만, 알고서 무시하는 것은 위선이며, 모르고서 무시하는 것은 심각한 판단 오류입니다.

p111 하늘에서 항상 같은 위치에 떠 있고, 스스로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구, 지구의 30일만큼 긴 낮을 만들며 하늘에서 천천히 도는 태양, 미묘하게 크기가 달라지는 별 등등. 정확한 달 천문학의 무수한 세부사항이 놀랍도록 자세하게 표현됩니다. 30쪽도 되지 않는 이책에는 무려 223개의 주석이 달려 있습니다. 엄청난 공을 들여 쓴 책인 것이죠.

p114 훌륭한 교사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정말로 어려운 일은 새로운 것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고 옛것에서 벗어나도록 이끄는 일이죠. 이것이 바로 케플러가 꿈에서 하려는 일입니다. 무엇이 명백하고 확실한지에 대한 우리의 감각이 틀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p122 움직이는 배에서 배의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움직이는 지구에서 지구의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것은 그야말로 위대한 수사학적 예술입니다.

p127 물리학 기초를 관측 가능한 양으로만 제한해 과학적 탐구를 형이상학적 가정들로부터 최대한 자유롭게 하자는 생각은, 양자역학의 토대를 마련한 하이젠베르크의 연구에 바탕이 되기도 합니다.

p147 지노 스트라다의 한 번에 한 사람씩도 모든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학교에서 꼭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솔직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어 대처법을 간단하게 보여줍니다.

p223 과학은 우리의 힘이고, 우리가 발견한 최고의 도구이므로 소중히 여겨야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크고 강하며 무심한 자연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연약합니다.

p239 좌파가 사회적 재균형을 보장하는 전통적 역할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사회적 불만을 이용하려는 우파의 유혹뿐입니다. 이는 결국 트럼프를 집권하게 만들고, 과거에 무솔리니를 등장시켰던 거대한 부와 정치적 사기의 동맹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p249 일반상대성 이론은 우리가 서로 다르다고 생각했던 두 실체가 실제로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이론입니다. 하나는 중력장으로, 전기장이 전기력을 전달하는 것처럼 중력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들어 있는 공간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시공간으로 실재가 살고 있는 집과 같은 것이죠.

p254 이 불확실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많은 과학자가 이를 자연의 실제 속성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즉, 작은 규모에서는 자연이 정말 무작위적으로 행동하고 과거가 미래를 명확하게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p269 순수 과학은 대학이 존재하기에 탄생하고 유지되며 성장합니다 .여러 연구소가 존재하지만, 그중 최고는 대형 대학의 부속기관인 경우가 많습니다.

p289 우리의 내면이 복잡한 이유는 뇌가 복잡하기 때문이지, 양자적 마법 때문이 아닙니다.

p299 평화는 한 번도 미국의 목표였던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직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즉 세계를 이끌 자신들의 신성한 권리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실상 한순가도 전쟁을 멈춘 적이 없습니다.

p305 이 이론의 정신적 아버지인 덴마크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물리학은 세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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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한 신의 흔적들 - 고고학으로 보는 고대근동의 성경이야기
이삭 지음 / PCKBOOKS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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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굴한 신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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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10/05 -2025/10/11


처음 제목을 보고 라엘리안 무브먼트 같은 UFO집단의 책인줄 알았다. 

책을 읽어보면 고대 이스라엘과 이집트 지역에서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고고학적으로 분석한 내용이다. 

그렇다고 창조과학같이 성경의 내용과 유적, 유물을 두들겨 맞추는 그런 류의 책은 아니다. 

고고학은 항상 바뀐다. 땅속에서 새로운 유물이 나오면 그 유물에 맞춰 내용이 수정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유적이 나와서 성경의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면 성경의 역사성이 더 드러나니 좋은 일이다. 그러나 고고학의 내용이 나와서 성경이 사실이 되는 건 아니다. 

어짜피 성경을 안믿고 싶은 사람에게는 또 다른 딴지를 잡을 수 있으니까.. 

고대 이스라엘에 대해 아직도 밝혀져야 할 사실이 참 많이 있구나 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p27 대략 기원전 1650년경 이방 땅들의 통치자들이라는 뜻을 가진 힉소스족이 이집트 원주민들을 나일강 상류로 쫓아내고 제15왕조를 수립했습니다 힉소스족은 100년 넘게 하부 이집트(나일강 델타 지역과 이남 지역)를 통치했지요. 이 시기, 나일강 하류 지역은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정체 체제를 확립합니다.

p41 최근 학자들은 호수 주변에서 발생하는 윈드 셋 다운이라는 독특한 자연현상으로 홍해의 갈라짐을 설명합니다. 윈드 셋 다운은 시속 100-110km에 달하는 강품이 장시간 불어 물이 해안에서 빠져 나가 해수면이 일시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입니다.

p87 기원전 1479년, 이집트 신왕조의 가장 위대한 파라오로 손꼽히며 이집트를 대제국의 지위에 올려놓은 투트모세 3세가 즉위합니다. 투트모세 3세는 고대 레반트, 시리아-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떠난 원정에서 카데쉬왕이 주도하는 가나안 연합군과 맞서 싸워 큰 승리를 거둡니다.

p110 가장 객관적인 측정 방법은 탄소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이지만, 실제 유적지 발굴 현장 지층에서 확보된느 탄화된 유물들이 순수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따라서 고고학자들은 연대를 측정할 때 주로 건축 양식과 토기 유형을 사용합니다.

p121 고고학은 지금까지 발굴된 자료들만을 토대로 역사적 가설을 제시하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고고학자들은 그 기존의 가설을 뒤집는 새로운 유물이 나올 경우 그 이전 가설을 폐기 처분해 왔습니다. 역사의 실체를 갈구하는 고고학자들이기에 새로운 증거를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p138 시리아-팔레스타인 지역의 신은 흔히 황소 위에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것으로 묘사되지요. 이것을 북이스라엘 종교에 적용해 본다면 금송아지나 금황소는 신의 의자 혹은 발판이나 발등상 역할을 감당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p177 베드로의 이 짧은 한 문장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로마 황제 숭배와 판 신 신앙, 팍스 로마나 시대 정신, 쾌락주의 가치관을 다 비판하는 급진적인 선언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반 로마 제국 사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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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알고 싶다 : 인상 카페 편 클래식이 알고 싶다
안인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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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이 알고싶다 - 인상카페

 : 안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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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10/19 -2025/10/26


재미있는 클래식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안인모님의 세번째 책..

이번 주제는 인상주의 시대의 작곡가들이다. 

현대와 가깝기 때문에 이번 작곡가들은 녹음본도 있고 사진도 있다. 

유명한 사람들인데 녹음본도 들을 수 있으니 신기하긴 하다. 

그리고 그만큼 사료가 많아서인지 작곡가 한사람 한사람의 분량이 꽤 많다. 

책을 읽다보니 바그너만 나쁜 놈인줄 알았는데 드뷔시도 못지않게 나쁜 놈이었다.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르가 이야기했듯이 신은 왜 저런 난봉꾼에게 저렇게 아름다운 재주를 주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음악을 떼어놓고 생각한다 해도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나쁜놈의 음악이 너무 좋네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반면 드보르작처럼 모든게 사랑스러운 작곡가도 있다. 프라하에서 드보르작 박물관도 가보긴 했지만 책을 통해서 알게된 드보르작은 더더욱 친근감이 들고 좋다.. 

이런 맛에 음악책을 읽는다. 

20세기까지 작곡가들 내용이 와서 다음번 책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윤이상도 소개해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도 멋진 작곡가가 있다는 걸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p22 그가 칭찬한 음악가가 과연 있기나 할까요? 심지어 그는 살아 있는 작곡가에게도 악평을 쏟아냈어요. 브람스와 바그너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파이콥스키의 솜씨를 들어볼까요. “브람스는 무식해도 된다. 과대평가되었으니, 헨델은 삼류고, 베토벤의 현악 4중주는 혐오스럽다. 슈만을 존경하지만 그의 비평실력은 형편없다. 참. 바그너는 쓰레기다. 오직 모차르트만이 그의 우상이자 사랑이었어요. 결론은 모차르트 빼곤 다 쓰레기다였네요.

p36 그가 누비고 다닌 도시의 숫자보다 놀라운 건 여행길에 그가 써낸 곡들이에요. 차이콥스키는 작곡이 끝나자마자 짐을 싸서 여행을 떠났다가 공연할 때 돌아왔고, 공연이 끝나면 바로 작곡에 돌입했어요.

p64 라흐마니노프는 그 자리에서 무너지고 말아요. 그날 밤, 눈물 젖은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슬픔의 트리오는 12년 전 차이콥스키가 니콜라이 루빈시테인의 죽음을 슬퍼하며 쓴 피아노 3중주와 연결됩니다.

p90 우리는 종종 거장을 평범한 우리와는 전혀 다른 존재로 떠올리곤 하지요. 하지만 그 위대한 이름 뒤의 그는 손녀 앞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양복 단추를 세심하게 고르고, 연습실 한편에서 몰래 불안에 떨기도 합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위대한 음악가이기 전에 반전 매력이 넘치는 인간적인 사람이었어요.

p119 음악원에서 공부하던 말러는 이 감정을 음악에 담아내기 시작해요. 그 결과,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칸타타 탄식의 노래가 탄생해요. 말러는 직접 가사를 쓰며 이 곡은 나의 슬픔이 맺은 열매다라고 고백했어요.

p129 교향곡 1번을 완성한 후 말러는 한 악장짜리 교향곡을 작곡해 교향시 장례식이라는 제목으로 출판사에 보내지만 거절당해요. 이 곡은 결국 교향곡 2번 1악장의 옷을 입게 됩니다. 실패조차 자신의 음악 세계로 흡후해버리는 말러다운 방식이었죠.

p133 1893년 오스트리아 슈타인바흐의 아터제 호수에서 휴가를 보내던 말러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오지 작곡을 위한 작은 오두막을 짓기로 합니다. 마치 개인 독서실처럼 최소한의 공간과 도구만 갖춘 이 작곡 오두막은 말러에게 이상적인 창작 공간이 됩니다.

p145 그는 타고난 지휘자였어요. 말러가 손을 대면 오케스트라는 전혀 다른 소리를 냈지요. 해석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소리를 만드는 능력은 대단히 탁월했어요. 리허설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공포 그 자체였어요. 누구도 감히 말러의 카리스마를 뚫고 분위기를 흐뜨러뜨리는 행동을 할 수 없었지요.

p155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불협화음과 반음계를 독창적으로 사용해 음악사에 혁명을 일으킵니다. 마틸데 베젠동크와 열열한 사랑에 빠진 바그너는 자신의 사랑을 오페라의 비극적 사랑에 대입합니다. 말러는 이 오페라의 전주곡에 등장하는 사랑의 시선의 주제를 자신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와 5악장에서 재현합니다.

p173 산다는 것은 죽음을 목격하는 동시에 죽음을 짊어지는 일입니다. 가족의 죽음뿐 아니라, 빈 음악원의 천재 음악가들의 이른 죽음까지도 지켜봐야 했던 말러, 그는 그 죽음의 짐을 음표로 풀어냅니다.

p193 그는 요제피나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연가곡집 사이프러스에 담아 그녀에게 바쳐요. 18개의 곡의 노래에는 첫사랑의 설렘, 갈망, 불안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사이프러스는 음악으로 고백한 그의 사랑이자, 끝내 닿지 못한 낭만적인 사랑의 일기장이었어요

p204 런던음악협회는 드보르자크를 지휘자로 초청하고, 드보르자크는 답례로 교향곡 7번을 작곡해요. 이 곡이 성황리에 초연되자 영국에서는 드보르자크를 다시 초청하고, 또 그는 새로운 곡으로 응답합니다. 그렇게 무려 8년간 영국과 드보르자크는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부르고 답하는 관계를 이어가요.

p223 그를 추모하는 문구는 아무리 봐도 생소합니다. 평범한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행복하게 살았던 위대한 음악가를 찾기란 꽤 어렵거든요.

p234 어느 날, 교실에서 드뷔시가 좋아하는 화음을 멋대로 연주하자, 화성악을 가르치는 에밀 뒤랑 교수가 피아노 뚜껑을 세게 닫으면 물었어요. “자네는 화성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선생님의 화성 원칙은 모르겠지만, 제 스타일과 음악은 이해합니다”

p244 로마의 부적응자 드뷔시는 결국 4년의 유학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2년 만에 로마를 떠납니다. 2년 후에 개최된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지요. 그는 그렇게 제도 밖으로 걸어 나옵니다. 그 자유 속에서 드뷔시라는 이름이 음악사에 선명히 새겨지게 됩니다.

p255 문제는 당시 드뷔시가 가비와 결혼식만 안 했을 뿐, 부부와 다를 바 없었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드뷔시는 가비와 동거 중인 상황에서 테레즈에게 청혼한 거죠. 이보다 더 나쁜 남자가 떠오르지 않네요.

p258 드뷔시는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준 쇼송에게도, 그리고 미망인에게도 조의를 표하지 않았어요. 6월 15일 거행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지요.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드뷔시는 친구의 죽음 앞에서 조의를 표하기보다는 거짓말과 구걸을 택하며, 세상 민항한 3일간의 에피소드를 남깁니다. 이 짧지만 강렬한 3일은, 우리가 알던 위대한 작곡가의 뒷모습에 잊을 수 없는 한 페이지가 되었네요.

p275 드뷔시의 음악 세계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실마리는 바로 문학, 그중에서도 상징주의 시입니다. 드뷔시의 음악은 인상주의보다는 상징주의에 가까워요. 보들레르와 말라르메 등 상징주의 시인들긔 감각적 언어에 큰 영향을 받았지요.

p295 라벨이 음악원에서 쫓겨난 건, 실은 음악원장 뒤부아가 라벨을 너무나 싫어했던 게 원인이었어요. 랄로와 뒤부아 원장에게 혹사당하며 라벨을 지쳐갑니다.

p346 사티의 눈에 교회 건물들이 들어옵니다. 예배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넋을 놓고 보며 중세의 건축과 역사, 그리고 신앙에 깊이 빠져들어요. 도서관에서 먼지가 수북이 쌓이 중세 시대 문서를 탐독하곤 했지요. 그리고 마치 사제가 된 듯 금용적으로 살기 시작해요. 모든 사리사욕이 없어진 사티는 파리의 무소유시스트가 되지요.

p348 사티의 대표곡이 된 짐노페디는 3박자의 아주 느린 곡으로, 두 번째 박을 좀 더 강조한 사라방드 풍이에요. 명상적인 선율 아래에서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진동하는 분위기를 풍깁니다. 단순한 반복으로 한없는 여백이 느껴지는데요.

p376 드뷔시! 라벨! 인상주의 스타일! 이젠 지겹지 않은가? 바다며 물의 요정이며 구름, 파도 다 지겹다. 하지만 사티는 사람들이 밟고 걷는 음악을 썼다. 단순성은 가장 큰 대담성이기도 하다.

p380 사티는 드뷔시의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어요. 훗날, 사티는 드뷔시와 끝내 화해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엘레지를 작곡해 조용히 그를 추모합니다. 예술가 사이의 질투와 동경, 사랑과 원망이 얽힌 이 이야기는 결국 1등은 한 명인 음악 세계의 잔혹 동화 같아요

p390 드뷔시는 자신만의 길을 가면서도 라벨과 사티의 성공을 달가워하지 않았어요. 그들의 삼각관계는 어딘가 뒤틀려 있어요. 나의 성공이 기쁘지 않은 친구와는 날을 세우며 절연하고 말지요. 그들도 자존심과 인정이 중요한 보통 인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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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나라 가야 여행기 - 내가 사랑한 가야,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잊혀진 나라 여행기
정은영 지음 / 율리시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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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기간 : 2025/10/11 -2025/10/20


알려지지 않은 나라. 가야..

우리나라 고대사는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많다보니 항상 신화에 쌓여있다. 

그러다보니 얼토당토 않은 사이비 역사가들의 허풍과 거짓말의 잔치가 계속 벌어진다. 

가야는 더더욱 안 알려진 나라.. 임나일본부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그런 가야를 탐방하는 책이 있다 해서 열심히 읽었다. 

저자는 가야의 영향력이 있는 지역을 매우 넓게 보았다. 

가야의 중심지인 김해, 부산, 고령, 함안 뿐만이 아니라 전주까지도 가야의 영향력 하에 두고 탐방을 했다. 

생각보다 많은 유물과 유적, 그리고 고고학적 성과가 있었다. 

순장이 있었던 고분도 발굴이 됐고, 많은 고분군과 토기, 철제류가 연구됐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을 구슬에 꿰어 보배로 만들고 있었다. 

반성한다.. 가야에 대해서 더 배워야갰다.. 

좋은 책을 읽어서 즐겁고 행복하다. 


p7 고고학의 목적은 화려한 유물 자체가 아니라 과거의 인간이다. 저자는 역사에 과잉된 내셔널리즘을 투영하는 것을 경계한다. 대신 수많은 무덤에서 사랑하고 때론 다투던 과거 사람들의 외침을 느낀다.

p29 흉노족 후손이 가야뿐만 아니라 신라를 이끌었다는 주장은 두 개의 비석 문무왕릉비와 대당고김씨부인묘명이 발견되면서 주목받았다. 문무왕릉비에는 흉노족 김일제의 후손이 7대를 이어 내려와라고 되어 있고, 대당고김씨부인모명에는 김씨 부인의 선조가 요동지방으로 피난하고 번성해진 김일제의 후손으로 소개되어 있다.

p40 봉황대가 바다였음을 알려주는 유적은 회현리 패총이다. 패총은 사람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데기 등 쓰레기들이 모여 있는 유적으로 그곳이 옛날에 바다였음을 알려주는 자리다. 봉황대의 회현리 패총은 특히 1907년 우리나라 최초로 고고학 발굴이 이루어진 곳으로 중요한데, 지금도 봉황대 아랫마을 입구에는 이를 기억하는 기념비가 서 있다.

p44 신화는 역사가 놓칠 수 있는 진실을 담고 있다.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여러 세대를 지나는 동안 사람들의 소망과 마음이 모여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역사와 함께 신화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p51 이곳의 발굴은 1969년부터 2008년 일단락되기까지 40여 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오랜 시간의 정성스러운 발굴 결과로 무덤만 총 20여기가 발견되었고 가야토기, 철제무기류, 갑옷, 금동관 등 1만여 점이 넘는 유물이 나왔다. 복천박물관은 복천동 고분에서 나온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1996년 개관한 곳이었다. 미지의 왕국으로 남아 있는 가야의 신비를 풀며, 고대 부산에 있었던 가야 문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p58 덧널무덤의 특징은 덧널의 흔적을 안타깝게도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다. 나무의 특성 때문에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껴묻거리만 있고 관의 흔적이 없을 때 고고학자는 이를 덧널무덥으로 추정한다. 덧널무덤을 볼 때면 자신을 자랑하지 않고 모든 것을 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오른다.

p69 일본의 역사학자들은 아라가야에 임나일본부가 있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함안을 샅샅이 뒤졌다. 1917년 일본의 역사학자 이마니시 류의 첫 발굴, 1918년 야쓰이 세이이치의 말이산 정상 13호분 발굴이 있었다. 이때 발굴된 유물들을 일본인들이 화차로 실어 가 남아 있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p76 이곳이 일본서기에 기록된 529년 안라고당회의 장소였다는 설이 있다. 안라고당회의는 당시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놀의하기 위해 신라, 왜, 아라가야, 백제가 함께 만난 국제회의로 알려져 있다. 그 회의를 위해 고당을 새로 지었다는 이야기다.

p87 소가야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가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의미의 작은 가야라는 설도 있고, 철이 많이 나는 쇠가야가 잘못 전해야 소가야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소가야가 언제 멸망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대가야 멸망했다는 562년경으로 짐작되고 있다.

p105 해 지는 광경의 아름다움이나 신의 아름다움 앞에서 문득 걸음을 멈추고 아! 하고 감탄하는 사람은 벌써 신의 일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다.

p117 해인사에는 대가야 시조 신화의 주인공인 산신 정견모주를 모신 국사단이 있다. 해인사의 국사단은 절을 구성하는 단순한 전각이 아니라 대가야를 지탱했던 성소이다.

p125 지방 박물관들은 흔히 고분을 끼고 있다. 고령의 대가야박물관, 김해의 대성동박물관, 고성의 고성박물관의 입지가 다 그러하다.

p143 일본서기에 512년 있었다는 임나4현 할양 기사는 조심스레 읽어내릴 필요가 있다. 임나 4현은 상다리, 하다리, 사타, 모루인데 호남 동부를 아우른다. 백제가 왜에 조공하며 임나 4현을 달라고 해서 주었다는 기록이다. 백제와 왜의 조공과 할양 부분은 왜곡되었지만, 6세기 초 호남 동부가 가야에서 백제로 넘어가는 일단의 과정을 시사한다.

p153 기억나는 것은 청정한 장수의 밤을 강타하는 시원한 물소리였다. 알고 보니 장수는 물의 마을이었다. 금강의 발원지이자 조선 태조 이성계의 우물지인 뜬봉샘이 바로 장수에 있다. 그날 밤 내가 들은 물소리는 깊은 소나무를 뚫고 나오는 세찬 빗소리 같았다.

p162 순천의 가야는 인디언 서머처럼 짧고 굵은 시간이었다. 순천의 가야는 5세기에서 6세기까지 채 100여 년이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 시기를 제외한 대다수 시간은 마한과 백제 문화권에 속했다.

p165 순천은 6세기 백제가 조공을 바쳐 임나5현을 요청하니 왜가 이를 허락했다는 문제의 임나4현으로 거론되는 곳이다. 일본서기의 기록이 맞다면 상다리, 하다리, 사타, 모루의 4현이 왜의 땅이었다는 얘기다. 상다리와 하다리는 여수, 모루는 광양으로 비정되고 사타가 바로 순천이었을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추정하고 있다.

p168 우리의 근대에 간송 전형필이 있다면,. 우리의 현대에는 한창기가 있다. 전시실의 카피가 말하듯, 한창기는 흉내 낼 수 없는 사람이다. 뿌리깊은 나무 박물관이 있어서 순천은 더욱 그리운 곳이 될 것 같다.

p192 우리나라 국보로 지정된 유물의 10퍼센트가 리움미술관 소장이다. 고미술은 4층 청자, 3층 분청사기, 2층 고서화, 1층 불교미술과 금속공예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고, 4층에서부터 한 층씩 계단을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동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층을 다 보는 것도 좋지만, 관심이 있는 층을 집중적으로 보는 것도 괜찮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거쳐 나눠보기 방식이다. 4층은 국보와 보물 천지다. 3층에는 호랑이의 눈빛과 털이 생생한 김홍도의 송하맹호도가 있다.

p202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와 관련된 모든 것을 수집하고 보존하고 전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탄생한 박물관이다. 가야가 생경했던 1998년 개관했으니 어느덧 20년이 지났다. 가야인의 삶과 생업, 전쟁과 사랑, 철의 제국과 해상강국 등의 모든 이야기를 다 담아놓았다. 김해, 함안, 부산, 창년 발굴 가야 유물들을 전부 포함하고 있다. 금관가야, 아라가야, 비화가야 등 가야 소국들의 유물을 함께 관람하며 서로의 양식과 특징을 비교해볼 수 있어 가야 문화 전반에 대한 조망이 가능하다.

p210 굴가마라는 토기 기술의 혁신을 이끌어낸 가야인들의 과학정신도 대단하지만, 가야토기는 다양성에서 더욱 빛난다. 여러 가야 소국이 연맹과 네트워크로 작동한 정치체를 운영했던 것의 문화적 결과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데서 창조성과 다양성이 꽃핀다.

p226 5세기 죽막동은 대가야가 중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으나, 그 땅의 주인은 백제였다. 그 백제 땅에서 주변국의 토기들이 다양하게 출토되었다. 백제, 가야, 왜의 토기, 금세공품, 철기들이다. 이 유물들이 서로 섞여 투명박스 안에 전시되어 있었다. 국적이 다른 유물들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이곳은 국제 해양 제사가 열린 곳으로 알려지게 된다. 풍어와 해상의 안전, 나라의 평안에는 국경이 따로 없다.

p228 순장은 원래 스키타이, 흉노 등 북방 유목민들의 풍습이었다.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스키타이족의 순장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스키타이 왕이 죽으면 왕의 시신을 안치한 후 왕의 후궁, 술따르는 사람, 요리사, 마부, 집사를 각 한 명씩 죽여 순장했다. 그 왕의 1주기가 되면 왕의 시종 50명과 말 50필을 죽여 이들을 서로 연결해 무덤 주위에 빙 둘러 배치한다. 마치 50명의 기마병이 죽은 왕을 호위하고 있는 느낌이다.

p243 아요디아가 아유타국으로 지목된 데는 쌍어문과 허황옥을 일생에 걸쳐 좇은 두 연구자의 공이 크다. 아동문학가이자 삼국유사 연구자인 이종기와 고고학자이자 한양대학교 교수였던 김병모다. 이종기가 펜클럽대회 참석차 들른 아요디아에서 쌍어문을 발견했듯이, 김병모 또한 아요디아에서 쌍어문을 찾았다.

p257 아내이자 엄마로 살면서 나라가 부를 때 갑옷과 투구를 쓰고 참전한 주체적인 가야 여성을 대성동박물관에서 만났다. 특히 57호분 순장녀들이 여전사들이었음을 보다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는 홀로그램을 만날 수 있었다.

p262 죽음을 앞두고 그는 나라를 구하지 못한 몸이 어찌 흙 속에 묻힐까. 차차리 돌로 덮어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자손은 구형왕의 유지를 받들어 돌무덤을 만들었다. 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7층의 돌무덤이 되었다.

p273 그는 1961년 북한 노동당의 기관지 로동신문에 우륵의 음악 활동이라는 글을 남겼다. 진흥왕이 낭성에 이르러 우륵과 제자를 불러 하림궁에서 연주를 들은 해 551년을 기점으로 141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글을 썼다고 한다. 진흥왕과 우륵의 역사적 만남이 북한 땅에서도 기억되고 있다.

p287 무엇보다 가야를 하나로 묶는 기능은 건국신화가 했을 듯하다. 가야에는 두 개의 건국신화가 있다. 금관가야 중심의 것은 삼국유사에 수록된 수로왕의 구지봉 신화다. 지금의 김해 땅에 있는 얕은 언덕, 구지봉에 6개의 황금알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 알에서 6명의 동자가 깨어났다. 그 중 가장 먼저 깨어나온 동자가 금관가야의 수로왕이 되고, 나머지 다섯 동자는 다섯 가야의 왕이 되었다. 또 하나는 대가야 중심의 건국신화인데 조선시대 진증동국여지승람에 신라 말기 최치원이 쓴 석이정전의 내용으로 소개되었다. 가야산의 여신 정견모주와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 이비가지가 만나 형제를 낳는다. 뇌질주일과 뇌질청예다. 뇌질주일은 대가야 시조 이진아시왕이고 뇌질청예는 금관가야 시조인 수로왕이다.

p304 하워드 카터가 왕의 계곡에서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했을 때 수천년의 시간 동안 마른 한 묶음의 꽃다발을 만나게 되었다. 무엇일까. 어린 나이에 홀론 된 왕비가 남편인 투탕카멘에게 바치는 마지막 선물이지 않을까. 이렇듯 무덤은 남은 자들이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선물이 그윽한 곳이다.

p314 고고학자 강인욱은 고고학 여행에서 무덤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사랑이라고 했다. 작별을 준비하면서 가야인들은 토기를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냈다.

p321 신라의 탈해왕이 된 석탈해는 철기 집단의 수장이라는 추정이 우세한데, 기록에 보면 석탈해가 가야에 와서 수로왕과 술법을 겨루는 장면이 있다. 이 술법 싸움을 석탈해와 수로왕의 철기 집단 사이의 패권 다툼으로 보는 해석이 우세하다. 캄차카반도에서 이주한 석탈해 중심의 철기 집단이 먼저 이주해온 김수로왕의 철기 집단에 싸움을 걸었다가 패배하고 결국 신라로 갔다는 해석이 있다.

p341 1970~1980년대 한국 고고학은 일제강점기의 어둠을 넘어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다. 가장 드라마틱했던 발굴은 1977년 고령 지산동 고분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순장이 이루어졌음을 알게 한 고고학계 일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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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 식물학자가 자연에서 찾은 풍요로운 삶의 비밀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존 버고인 삽화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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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 로빈 월 킬머러

 : 다산초당

읽은기간 : 2025/10/02 -2025/10/04


특이한 책을 읽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식물학자의 책이다. 

책을 읽는데 새나 식물에 '님'자를 붙여서 이야기해서 내가 모르는 새로운 종들을 말하는 줄 알았다. 알고보니 저자는 자연의 생명체에게도 님자를 부치며 존대한다고 한다. 

인류를 위해서건, 생태계를 위해서건 자신을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존경심이 책에 듬뿍 담겨 있다. 

분명 식물학자의 책인데 자연주의자의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 난다.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지구와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으로 식물과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멸종할때까지 지구를 파괴하고 살아가겠지만 조금이라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자연을 존중하는 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 


p14 서비스베리님 같은 절기 식물은 토착민이 철마다 식량을 찾아 거주지를 옮길 시기를 정하는 데 중요하다. 토착민은 자신에게 맞게 땅을 바꾸지 않고 땅에 맞게 자신을 바꾸었다.

p19 이런 감사에는 고맙습니다라는 공손한 말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무의식적 습관인 예의가 아니라 자신이 땅에서 빚지고 있다는 깨우침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p22 언제나 더 소비하라고 부추기는 경제에서는 충분함을 인식하는 것이 급진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p27 풍요의 연료는 물질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순화시키는 것이다

p48 밸러리는 경제학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어 한다 “삶을 지탱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스스로를 조직화하는 방법이지. 필요한 것을 어떻게 마련할지 궁리하는 방법이야” 나도 이쪽 설명이 더 맘에 든다

p52 선물 경제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재화와 금전이 아니라 감사와 연결이다. 선물 경제에는 직접적 교환이 아니라 간접적 호혜를 위한 사회적, 도덕적 계약 체계가 포함된다.

p67 안전을 보장하려면 호혜성의 유대를 길러야 한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선물은 건네질 때마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에게서 새로운 영적 삶을 낳으며 이를 통해 되살아나고 새로워진다라고 말했다

p91 이런 행동을 보면 그들에게는 팻말 도둑 대련이나 지구 파괴자 대련과 같은 칭호를 붙여야 마땅하다. 그들은 모두 도둑이다. 우리가 주키니호박을 나눠 주는 동안 우리의 미래를 훔치는 자들이다

p92 울새님과 애기여새님이 배를 채우는 광경을 보고 있으려니 선물 경제에서는 풍요가 형제의 뱃속에 저장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p96 진화는 네가 원하는 게 충분하지 않으면 다른 것을 원하면 돼라고 말한다. 결핍을 회피하기 위한 이 전문화는 눈부식 다양한 생물 다양성으로 이어졌다. 각 종은 다름으로써 경쟁을 피한다. 존재 방식의 다양성은 경쟁의 폐해를 막아주는 해독제다

p115 도넛 경제학 모형에는 가족 돌봄과 자원봉사, 정원 가꾸기 같은 무급 노동의 생산성이 포함된다. 번영의 이 요소들은 스프레드시트에는 결코 기재되지 않지만 우리의 안녕에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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