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알고 싶다 : 인상 카페 편 클래식이 알고 싶다
안인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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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이 알고싶다 - 인상카페

 : 안인모

 : 위즈덤하우스

읽은기간 : 2025/10/19 -2025/10/26


재미있는 클래식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안인모님의 세번째 책..

이번 주제는 인상주의 시대의 작곡가들이다. 

현대와 가깝기 때문에 이번 작곡가들은 녹음본도 있고 사진도 있다. 

유명한 사람들인데 녹음본도 들을 수 있으니 신기하긴 하다. 

그리고 그만큼 사료가 많아서인지 작곡가 한사람 한사람의 분량이 꽤 많다. 

책을 읽다보니 바그너만 나쁜 놈인줄 알았는데 드뷔시도 못지않게 나쁜 놈이었다.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르가 이야기했듯이 신은 왜 저런 난봉꾼에게 저렇게 아름다운 재주를 주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음악을 떼어놓고 생각한다 해도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나쁜놈의 음악이 너무 좋네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반면 드보르작처럼 모든게 사랑스러운 작곡가도 있다. 프라하에서 드보르작 박물관도 가보긴 했지만 책을 통해서 알게된 드보르작은 더더욱 친근감이 들고 좋다.. 

이런 맛에 음악책을 읽는다. 

20세기까지 작곡가들 내용이 와서 다음번 책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윤이상도 소개해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도 멋진 작곡가가 있다는 걸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p22 그가 칭찬한 음악가가 과연 있기나 할까요? 심지어 그는 살아 있는 작곡가에게도 악평을 쏟아냈어요. 브람스와 바그너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파이콥스키의 솜씨를 들어볼까요. “브람스는 무식해도 된다. 과대평가되었으니, 헨델은 삼류고, 베토벤의 현악 4중주는 혐오스럽다. 슈만을 존경하지만 그의 비평실력은 형편없다. 참. 바그너는 쓰레기다. 오직 모차르트만이 그의 우상이자 사랑이었어요. 결론은 모차르트 빼곤 다 쓰레기다였네요.

p36 그가 누비고 다닌 도시의 숫자보다 놀라운 건 여행길에 그가 써낸 곡들이에요. 차이콥스키는 작곡이 끝나자마자 짐을 싸서 여행을 떠났다가 공연할 때 돌아왔고, 공연이 끝나면 바로 작곡에 돌입했어요.

p64 라흐마니노프는 그 자리에서 무너지고 말아요. 그날 밤, 눈물 젖은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슬픔의 트리오는 12년 전 차이콥스키가 니콜라이 루빈시테인의 죽음을 슬퍼하며 쓴 피아노 3중주와 연결됩니다.

p90 우리는 종종 거장을 평범한 우리와는 전혀 다른 존재로 떠올리곤 하지요. 하지만 그 위대한 이름 뒤의 그는 손녀 앞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양복 단추를 세심하게 고르고, 연습실 한편에서 몰래 불안에 떨기도 합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위대한 음악가이기 전에 반전 매력이 넘치는 인간적인 사람이었어요.

p119 음악원에서 공부하던 말러는 이 감정을 음악에 담아내기 시작해요. 그 결과,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칸타타 탄식의 노래가 탄생해요. 말러는 직접 가사를 쓰며 이 곡은 나의 슬픔이 맺은 열매다라고 고백했어요.

p129 교향곡 1번을 완성한 후 말러는 한 악장짜리 교향곡을 작곡해 교향시 장례식이라는 제목으로 출판사에 보내지만 거절당해요. 이 곡은 결국 교향곡 2번 1악장의 옷을 입게 됩니다. 실패조차 자신의 음악 세계로 흡후해버리는 말러다운 방식이었죠.

p133 1893년 오스트리아 슈타인바흐의 아터제 호수에서 휴가를 보내던 말러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오지 작곡을 위한 작은 오두막을 짓기로 합니다. 마치 개인 독서실처럼 최소한의 공간과 도구만 갖춘 이 작곡 오두막은 말러에게 이상적인 창작 공간이 됩니다.

p145 그는 타고난 지휘자였어요. 말러가 손을 대면 오케스트라는 전혀 다른 소리를 냈지요. 해석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소리를 만드는 능력은 대단히 탁월했어요. 리허설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공포 그 자체였어요. 누구도 감히 말러의 카리스마를 뚫고 분위기를 흐뜨러뜨리는 행동을 할 수 없었지요.

p155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불협화음과 반음계를 독창적으로 사용해 음악사에 혁명을 일으킵니다. 마틸데 베젠동크와 열열한 사랑에 빠진 바그너는 자신의 사랑을 오페라의 비극적 사랑에 대입합니다. 말러는 이 오페라의 전주곡에 등장하는 사랑의 시선의 주제를 자신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와 5악장에서 재현합니다.

p173 산다는 것은 죽음을 목격하는 동시에 죽음을 짊어지는 일입니다. 가족의 죽음뿐 아니라, 빈 음악원의 천재 음악가들의 이른 죽음까지도 지켜봐야 했던 말러, 그는 그 죽음의 짐을 음표로 풀어냅니다.

p193 그는 요제피나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연가곡집 사이프러스에 담아 그녀에게 바쳐요. 18개의 곡의 노래에는 첫사랑의 설렘, 갈망, 불안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사이프러스는 음악으로 고백한 그의 사랑이자, 끝내 닿지 못한 낭만적인 사랑의 일기장이었어요

p204 런던음악협회는 드보르자크를 지휘자로 초청하고, 드보르자크는 답례로 교향곡 7번을 작곡해요. 이 곡이 성황리에 초연되자 영국에서는 드보르자크를 다시 초청하고, 또 그는 새로운 곡으로 응답합니다. 그렇게 무려 8년간 영국과 드보르자크는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부르고 답하는 관계를 이어가요.

p223 그를 추모하는 문구는 아무리 봐도 생소합니다. 평범한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행복하게 살았던 위대한 음악가를 찾기란 꽤 어렵거든요.

p234 어느 날, 교실에서 드뷔시가 좋아하는 화음을 멋대로 연주하자, 화성악을 가르치는 에밀 뒤랑 교수가 피아노 뚜껑을 세게 닫으면 물었어요. “자네는 화성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선생님의 화성 원칙은 모르겠지만, 제 스타일과 음악은 이해합니다”

p244 로마의 부적응자 드뷔시는 결국 4년의 유학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2년 만에 로마를 떠납니다. 2년 후에 개최된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지요. 그는 그렇게 제도 밖으로 걸어 나옵니다. 그 자유 속에서 드뷔시라는 이름이 음악사에 선명히 새겨지게 됩니다.

p255 문제는 당시 드뷔시가 가비와 결혼식만 안 했을 뿐, 부부와 다를 바 없었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드뷔시는 가비와 동거 중인 상황에서 테레즈에게 청혼한 거죠. 이보다 더 나쁜 남자가 떠오르지 않네요.

p258 드뷔시는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준 쇼송에게도, 그리고 미망인에게도 조의를 표하지 않았어요. 6월 15일 거행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지요.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드뷔시는 친구의 죽음 앞에서 조의를 표하기보다는 거짓말과 구걸을 택하며, 세상 민항한 3일간의 에피소드를 남깁니다. 이 짧지만 강렬한 3일은, 우리가 알던 위대한 작곡가의 뒷모습에 잊을 수 없는 한 페이지가 되었네요.

p275 드뷔시의 음악 세계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실마리는 바로 문학, 그중에서도 상징주의 시입니다. 드뷔시의 음악은 인상주의보다는 상징주의에 가까워요. 보들레르와 말라르메 등 상징주의 시인들긔 감각적 언어에 큰 영향을 받았지요.

p295 라벨이 음악원에서 쫓겨난 건, 실은 음악원장 뒤부아가 라벨을 너무나 싫어했던 게 원인이었어요. 랄로와 뒤부아 원장에게 혹사당하며 라벨을 지쳐갑니다.

p346 사티의 눈에 교회 건물들이 들어옵니다. 예배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넋을 놓고 보며 중세의 건축과 역사, 그리고 신앙에 깊이 빠져들어요. 도서관에서 먼지가 수북이 쌓이 중세 시대 문서를 탐독하곤 했지요. 그리고 마치 사제가 된 듯 금용적으로 살기 시작해요. 모든 사리사욕이 없어진 사티는 파리의 무소유시스트가 되지요.

p348 사티의 대표곡이 된 짐노페디는 3박자의 아주 느린 곡으로, 두 번째 박을 좀 더 강조한 사라방드 풍이에요. 명상적인 선율 아래에서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진동하는 분위기를 풍깁니다. 단순한 반복으로 한없는 여백이 느껴지는데요.

p376 드뷔시! 라벨! 인상주의 스타일! 이젠 지겹지 않은가? 바다며 물의 요정이며 구름, 파도 다 지겹다. 하지만 사티는 사람들이 밟고 걷는 음악을 썼다. 단순성은 가장 큰 대담성이기도 하다.

p380 사티는 드뷔시의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어요. 훗날, 사티는 드뷔시와 끝내 화해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엘레지를 작곡해 조용히 그를 추모합니다. 예술가 사이의 질투와 동경, 사랑과 원망이 얽힌 이 이야기는 결국 1등은 한 명인 음악 세계의 잔혹 동화 같아요

p390 드뷔시는 자신만의 길을 가면서도 라벨과 사티의 성공을 달가워하지 않았어요. 그들의 삼각관계는 어딘가 뒤틀려 있어요. 나의 성공이 기쁘지 않은 친구와는 날을 세우며 절연하고 말지요. 그들도 자존심과 인정이 중요한 보통 인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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