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란 무엇인가 과학과 사회 4
롤랑 르우크 외 지음, 박수현 옮김 / 알마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어렵지만 알아갈수록 빠져드는 과학, 물질이란 무엇인가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는 것이다.

롤랑 셰어, 과학산업관 과학과 사회 학회장. (p.10, 여는글에서)

 

책의 시작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듯이,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속의 많은 일들이 과학적 시선을 들이대면 전혀 새롭고 흥미로운 현상들로 바뀌어 버린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들이 자꾸만 튀어나오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학문이기도 하다. 모르기 때문에, 더 알아갈 무엇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과학을 멀리하다가도 다시 찾아오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다시 과학 서적을 조금씩 읽고 있다. 특히 최근 알게 된 이 '과학과 사회' 시리즈는 최신 과학 경향들도 이야기하고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는 책들인 것 같다. 저번에 '기억'과 관련된 다양한 개념적인 과학에 대해 알 수 있었다면, 이번에 읽은 이 책은 '물리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3명의 저자가 3파트로 나누어 물리학을 소개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학자들이 이야기한 '물질'에 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고전 물리학, 그리고 현대 물리학에 이어 천문학에서 이야기하는 '암흑 물질'까지... 그야말로 '물질'에 속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그 개념이 변해온 과정에 따라 차근차근 하나씩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학창시절에 물리학은 과학 분야중 가장 어렵게만 느껴졌던 분야였다. 사실 천문학 분야가 가장 수학적 계산이 많은 분야이긴 하지만 지구과학의 한 분야로 다뤄졌기에 계산보다는 '별'의 신비에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반면 물리학은 실체가 없어 보이는 것을 계산하고 상상하고 가상실험을 하는 것들이라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아무래도 눈에 안보이는 것보다는 일단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있는 게 이해가 쉬운 법이니까. 그런데 그 때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이해했던 것들이 물리학 중에서도 비교적 오래된 개념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고나니 어쩐지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물리학에서 개념은 지속적으로 변화해왔던 것이다. 예를 들어 결코 쪼갤 수 없는 입자라고 하던 '원자'도 이제 좀더 쪼개질 수 있음이 밝혀졌다.

 

실체는 물질이 아니다. 또한 물질도, 에너지도 실체가 아니다. 실체는 사실 물리학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실체 개념의 형이상학적 중요성이 사라진 것은 전혀 아니다. (p.59)

 

이 책에서는 이렇게 알아듣기 힘든 말들이 쓰여 있다. 솔직히, 어렵다. 하지만 뭔가 자꾸 알고싶어진다.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구성요소들이 어떤 형식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가는 것이 바로 이 물리학이기 때문이다. 어떤 체계를 지니고 있는지, 아니면 반대로 완전히 불규칙적인 구조를 띄고 있는지. 계속해서 연구가 지속되면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들이 계속 발견되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다. 특히 '에너지'와 '물질'이 비슷한 연계성을 이룬다는 점이 가장 큰 충격이었다. 전혀 별개의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로 교환될 수 있다니. 역시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분야이다. 그 내용을 알아들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특히 이 책을 통해 흥미로웠던 것은 '양자이론'이라는 것이었는데, 이 분ㅇ는 가끔 신문 과학 면을 통해 접한 것 말고는 전혀 정보가 없어서 더 특이하게 느껴졌다.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정보들이 연결되는 '양자이론'. 특히 물질에 반대되는 특성을 가진 '반물질'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하지만 너무 알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던 찰나, 이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양자이론의 탐구 대상은 이런저런 특징을 가질 수 있고 질량과 전하가 서로 다를 수있지만 그 근본적인 성질만 고려하면 결국 모두 동일하다. 전자든, 광자든, 양성자든, 양자이론의 모든 소립자들은 단 하나의 동일한 범주, 즉 광양자의 범주에 속한다. 이에 대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물리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양자이론의 탐구대상은 그야말로 괴상하기 이를 데 없지만 적어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괴상하다......" (p.74)

 

이 말을 한 '파인만'이라는 과학자도 어쩐지 익숙한 이름이라 반갑기도 했는데, 그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아직 수수께끼투성이인 양자이론의 탐구대상들. 그 것의 비밀을 하나하나 밝혀나가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비밀을 밝혀내면서 인간의 삶은 또 다른 방향으로 바뀌어 나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아직 전혀 그 존재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우주 속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지의 물질, '암흑 물질'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었다. 적어도 지구에 존재하는 물질은 시료채취라도 할 수 있는 반면,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은 여러 모로 파악이 힘들다. 미지의 물질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렇게 '물질이란 무엇인가'라는 하나의 의문에 대한 답을 한 권의 책을 통해 시대적으로, 다양한 이론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을 읽는 중간에 문제가 생겨서 온전히 집중해서 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때문에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을 계획이다. 물론 그때는, 다른 책들을 통해 좀더 과학적 지식을 쌓은 뒤에. 특히 양자이론이나 암흑물질에 대해서 좀더 안 뒤에 읽어보고 싶다. 어쨌거나 이 책을 통해 물리학이 사실은 엄청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역시, 시험이 관계되지 않는다면 학문을 탐구하는 것은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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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터
댄 헐리 지음, 박여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더 똑똑해지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스마터

 

요새는 뭔가 처음의 인상 그 이상의 결과를 주는 독서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 읽은 <스마터> 또한 그런 책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두뇌를 계발시켜 더 똑똑해지려는 방법들이 효과를 만들어내는지에 초점을 맞춰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두뇌 계발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되고, 최근의 다양한 연구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분야임도 알게 되었다. 저자의 '더 똑똑해지기 위한 도전기'가 아니라 '두뇌 훈련'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고나 할까.

SMARTER. 누구나 더 스마트해지고 싶어한다. 아니, 여기서는 스마터가 'SMART+ER'로 똑똑한 사람을 의미하는 건가? 어쨌든 똑똑하다는 것은 뭔가 우월한 기분을 준다. 최근에 '뇌섹남'이 인기를 끄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반적인 생각을 뛰어넘는 기상천외한 방법들, 그리고 폭넓은 지식을 뽐내는 사람들은 멋져 보인다. 그건 물질적인 것과는 달리 이러한 모든 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일까.

아무튼 저자는 더 똑똑해지기 위해, 스스로 다양한 두뇌 계발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앞부분은 저자가 수많은 두뇌훈련 방법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르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현재의 방법, 전통적인 방법, 미래지향적인 방법.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되어 있었다. 현재의 방법은 주로 컴퓨터를 이용한 두뇌 훈련이 많았는데, 이 훈련방식을 제공하는 몇몇 회사들이 있었다. 저자는 그 회사들에 찾아가 그 방법에 관한 연구와 사례등을 조사한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방법은 음식과 음악, 그리고 운동을 주로 권하는 내용이었으며, 마지막으로 미래지향적인 방법은 약물이나 의학적인 자극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대부분의 전통적인 방법은 들어본 적이 있었으나, 현재의 방식과 미래지향적인 방식은 처음 접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컴퓨터를 이용한 두뇌 훈련 중 연구 방법으로 이용되며 알려진 '엔백' 훈련. 저자는 엔백 훈련에 대해 설명하는데 저자가 장담했듯이 말로는 제대로 이해가 안된다. 그래도 실제 예시를 들며 소개하는 내용을 보니 점점 이해되는 것도 같았다. 아무튼 저자는 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면서 자신의 두뇌 능력이 향상되는지 시험하기로 한다.

방법을 결정하고 도전하는 중간중간 저자는 두뇌 훈련에 관한 다양한 이슈에 대해 조사하고, 관련된 인물들을 만난다. 그가 기자이기에 더욱 꼼꼼하게 조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저자가 행하는 두뇌 훈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측이 있는가 하면, 그 내용을 반대하는 측의 입장도 있었다. 저자는 일단은 긍정적인 측 쪽에 서 있는 듯 한데, 반대 측 입장도 전해준다. 독자의 입장에서 그 내용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두뇌 훈련 분야가 꽤 발전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찬성과 반대측 입장이 타당하게 보여서 갈팡질팡하게 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그 쪽 분야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아왔기에 한 쪽으로 결정을 내리기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원래 기술이나 지식 같은 것들은 끊임없는 논쟁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이 논쟁도 논쟁이지만, 사실 후반부에서 더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두뇌 훈련 분야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다운증후군 아이를 가진 부모들. 다운증후군은 염색체 중 돌연변이가 생겨서 일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사람들이다. 최근 의학기술의 발달로 태아가 태어나기 전에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다운증후군 아이를 출산하는 확률이 낮아졌다고는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제 의사 친구도 시설에 맡기라고 권하더군요. 아내와 나는 싫다고 했습니다. 우리 아들이라고, 우리가 돌볼거라고. 그때 그 결정이 우리 부부가 내린 최고의 결정이었어요. 아들은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을 주었으니까요. (p.278)

그런데 책에서 소개하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의 부모들은 두뇌 훈련으로 아이들의 상태가 개선되면 좋겠다고 보기도 했지만, 반대로 두려워하는 부분도 있었다.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해 개선을 하게 되었을 때,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들도 계속 가지고 있을까 하는 두려움. 그러고보면 '두뇌'를 다룬다는 건 다른 신체 부분들을 다루는 것보다 조금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두뇌는 신체 전반을 관장하는 기관인 만큼 기억 뿐 아니라 개개인의 성격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비관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고서,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이 두뇌 훈련을 통해 능력이 개선될 수 있는 방법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어떤 것이든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일은 어느 한 쪽에만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깊이 파고들어가다 보면, 정말 많은 사실들이 발견되고, 또 많은 문제들과 관련지어진다. 두뇌 훈련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절박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고, 동시에 그리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 결국 저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예정했던 기간 동안 충실하게 하려고 했던 두뇌 훈련 모두를 해내지는 못했다. 확실히 더 똑똑해지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다시 한 검사에서, 일부 능력은 떨어지기도 하고, 일부 능력은 오르기도 해서 전체적으로는 조금 나은 결과를 받아든다. 하지만 거기에 어떤 두뇌훈련이 효과를 발휘했는지는 모른다.

그래도 저자는 만족스러워한다. 두뇌 훈련을 하는 동안 악기를 새로 배우게 되고, 규칙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 등 생활 전반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두뇌를 계발시키는 것 그 이상의 결과를 받아든 것이다. 두뇌 훈련 방식들이 효과가 있었든 없었든간에, 해피엔딩. 무엇보다 저자는 자신이 더 똑똑해진 기분이라고 말한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책 속에서 <앨저넌에게 꽃을>이라는 책의 저자 대니얼 키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는 인간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나쁜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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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김용택의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 감성치유 라이팅북
김용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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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라이팅북,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일단 표지가 약간 특이하다. 양장인 듯 아닌 듯 두께가 미묘하다. 이런 두께의 양장본은 처음 접하는 것 같다. 뭔가 수제 책을 접하는 듯한 느낌도 들게 한 표지였다.

제목이 쓰여진 책장을 넘기면 작가의 말이 짧게 소개되어 있다. 아주 짧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말이다. 역시 시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은 '별'이라는 단어 때문에 더 끌린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을 보고 싶었던 이유도 제목에 들어간 '별' 때문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별'이란 말은 하나의 마법 같은 단어다. 그냥 막 끌려가게 되는 그런 단어.

작가의 말 뒤로 책에 대한 가이드가 소개되어 있다. 책의 구성은 왼쪽에 시 원문이 실려 있고, 오른쪽에 따라 쓸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형태이다. 그리고 시들은 몇 개의 부로 각기 묶여 있는데 그 부의 제목들은 김용택 시인의 시에서 인용한 구절이라고 한다. 잎이 필 때 사랑했네 바람 불 때 사랑했네 물들 때 사랑했네, 바람의 노래를 들을 것이다 울고 왔다 웃고 갔을 인생과 웃고 왔다 울고 갔을 인생들을, 바람이 나를 가져가리라 햇살이 나를 나누어 가리라 봄비가 나를 데리고 가리라,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멈추고 눈을 감고. 이렇게 네 개의 제목과 함께 어떤 내용의 시들을 모아 두었는지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본문에서 책의 저자 김용택 시인이 권하는 따라 쓰기 좋은 시 101편이 소개되어 있고, 거기에 더해 독자들이 뽑은 김용택 시인의 시 10편이 수록되어 있다. 총 111편이라니 꽤 많아 보이지만 그래도 역시 시라서 일반 책의 두께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따라 쓰기 전에 시를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너무나 유명해서 이미 알고 있는 시들도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몰랐던 시들이 훨씬 더 많다.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시들을 하나하나 골라 보았다. 이렇게 끌리는 시부터 하나하나 써내려가볼 생각이다. 제목 때문에 눈길을 끌었던 이병기 시인의 '별', 드라마에서 언급되며 굉장히 유명해진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아주 오래 전부터 줄곧 좋아하던 강은교 시인의 '사랑법'과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등이었다. 한편 해외 시인의 시도 중간중간 실려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시로는 굉장히 짧아서 단상 느낌이었던 요한 괴테의 '용기'와 거트루드 스타인의 '해답'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따라 써 본 시는 이문재 시인의 '도보 순례'였다.

시를 처음 마주했을 때는 올랐는데, 읽을수록 곱씹게 되는 느낌이 있었다. 투박한 듯 하면서도 은은한 매력이 풍기는 그런 느낌의 시이다.

 

아무튼 여기 실린 111편의 시를 하나하나 따라쓰면서 감성을 가득 충전하고 싶다. 그리고 책을 통해 시를 접한 시인들의 다른 시들도 찾아보고도 싶어진다. 숨어있는 매력적인 시들을 찾을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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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지음 / 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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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아쉬웠던 책, 내 옆에 있는 사람

 

큰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하는 건 너무나 위험하다. 오랜만에 이병률 작가의 여행 에세이 신작이 나온다고 해서 큰 기대감을 안고 읽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너무 기대를 했던 것은 역시 독이었을까. 그래도, 좋은 책이었음은 분명하다. 다만, 기대가 너무 컸고, 두께감이 생각보다 버거웠을 뿐.

여행 산문집이라고는 하지만, 여행에 대한 부분보다 산문집에 가까운 부분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그 점이 좋았다. 여행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자가 여행으로부터 얻은 생각들을 읽어가고 싶어서이니까. 그런데 이 여행 산문집은 조금 독특한 부분이 있다. 몇몇 부분에서는 여행을 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여행이 아니라, 평소 머무르고 있는 공간이 아닌 다른 곳에 갔을 때 느꼈던 일들을 풀어놓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 처음에는 그걸 여행이라고 볼 수 있나? 싶었는데, 그걸 여행이 아니라면 뭐라고 정의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결국 여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쨌든, 평소와 다른 공간에 가게 된 것이고, 또 그곳에서 색다른 체험을 하게 되었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여행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거기에 산문집에 가까운 글이었기 때문에 눈에 띄는 글들이 참 많았다. 잔잔한 느낌을 전해주는 글들. 깊은 공감을 끌어내는 글들. 가끔은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고, 멍하게 만드는 사연들도 있었다. 내가 여행을 간 곳에서 누군가는 일상을 살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내용이었던 것도 같다.

그런 수많은 글들 중에 단연 눈에 들어왔던 것은 표제작. 역시 표제작은 뭔가 다르다. 정말 짧았는데, 그 내용 전체가 너무 좋아서, 그대로 옮겨 적어본다.

 

이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요.

 

내가 사람으로 행복한 적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얼만큼의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내 옆에 있는 사람' 전문)

표제작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이 책에서는 '관계'에 대한 글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사랑, 그리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관계의 어긋나고 이어지는 것에 대한 생각들.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항상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일까. 홀로 어디든 떠나더라도 결국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두고 온 사람들과의 관계도 떠올리게 되기 마련이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두려우면서도 한편은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책을 읽어가게 되었다. 공감가는 글들을 읽으며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나와 많이 다른 사람 앞에서는 두렵다. 비슷한 사람하고의 친밀하고도 편한 분위기에 비하면 나와 다른 사람 앞에는 본능적으로 속을 여미게 된다. 그럴수록 나아 같은 사람을 찾겠다면서 여러 시험지를 들이대고 점수를 매기는 게 사람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기준과 중심들을 꺼내놓고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이해하는지 이해 못하는지를 시험하는 것은참 그렇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고 각자의 박자를 가지고 살며 혼자만의 시력만큼 살아간다. ('세상의 여러 맛을 보려고 사는 것 같아서' 중에서)

 

시간은 또 선택하게 합니다. 그 힘겨운 선택이 최선이 아니었음도 알게 합니다. 아무도 모르게 한 사람이 오고, 아무도 모르게 그 사람 속으로 걸어들어갑니다. 내가 만든 감정인데 그 감정은 문득 나를 아프게 합니다. 시간이 허무는 일입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거의 모든 일들이' 중에서)

그러고보니 이 책에서는 페이지수를 적어둔 부분이 없었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페이지수가 적혀있지 않은 책들을 만나게 된다. 왜 없을까? 물론 숫자가 없는 것이 깔끔해 보일 때도 가끔 있지만, 기억해두고 싶은 글이 많을 때 페이지수를 적어두곤 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엔 조금 불편할 때가 있다.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정말 마음에 드는 글들만 고심해 선별해서 열심히 따라적게 되기도 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좀더 관계에 대해, 삶에 대해 알게 된 후에. 그렇다면 또 다르게 읽힐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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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터링 아트 컬러링북 - 네이처 테라피 레터링 아트 컬러링북
류보미 지음 / 지콜론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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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봄을 추억하며, 레터링 아트 컬러링북

오랜만에 또다시 컬러링북을 만났다. 이번에 알게 된 컬러링북은 <레터링 아트 컬러링북>.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일지 조금 헷갈린다. '레터'라는 것에서 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 글씨가 떠오르기도 한다.

표지 한가운데에는 색색의 꽃그림이 '봄'이라는 글씨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무색의 꽃 그림들. 꽃 글씨 옆에는 작게, '피어날 봄'이라는 글이 적혀져 있다. 이 책이 봄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했다.

 

본격적으로 컬러링을 하기에 앞서,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설명이 조금 길게(!) 쓰여 있었다. 그 설명에서는 이 책을 기존의 컬러링북과 조금 다르게 활용할 수 있음을 소개하고 있었다. 기존의 컬러링북이 색칠 도구, 그러니까 색연필, 수채색연필, 사인펜, 수채화 물감, 크레파스 등등을 활용해 색칠하는 것에서 끝났다면, 이 컬러링북은 거기에 새로운 재료를 더할 것을 제안한다. 그건 바로 자연에서 가져온 실물과 사진이다. 이것들을 마치 콜라주 하듯이 붙여서 더 자연적인 느낌을 살리라는 것이었다. 책에 있는 그림은 전체적으로는 그림이지만 그 안에 글자가 있는데, 이것이 실물과 어우러지면서 더 큰 효과를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로 설명한 것에 이어서, 그림 예시가 이어졌다. 단계별로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보여진다. 그런데 옆에 소개된 글에서는 분명 쉽다고 나와있는데... 막상 그림을 보면 절대 나는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수준의 그림이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봄이 느껴진다. 꽃과 나비, 그리고 배경의 은은한 수채화까지... 이런 수준까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봄'이라는 글자의 이미지가 잘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이어지는 컬러링 일러스트들은 모두 '봄'이라는 글씨가 보이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요정의 얼굴 모습이 포함된 일러스트였다. 붉은 빛의 꽃들과 노랑 머리의 요정 얼굴, 그리고 나머지는 초록빛으로 구성해보았더니 나름 마음에 드는 일러스트가 되어 기분이 좋았다. 봄의 따스함과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외에도 '봄'이라는 글자를 만들어내는 일러스트가 가득한 책이었다. 글씨 가장자리에 다른 그림들이 가득 그려져 있어 좀처럼 알아보기 힘든 글씨도 있었지만, 하얀 배경에 '봄'이라는 글씨를 만들어 내서 색칠하지 않고도 눈에 잘 들어왔던 일러스트들도 있었다.

 

'봄봄'이라는 작은 글씨 둘로 이루어진 페이지도 있었는데, 어쩐지 동명의 소설이 생각나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한 개만 있는 것보다 글씨 크기가 작아서 앙증맞게 보이기도 했다.

봄이 이미 지나간 지 오래지만, 이 컬러링북을 색칠하면서 지나가버린 봄을 추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따스하고, 아름답고 풋풋함이 느껴지는 계절. 무엇보다 아름다운 꽃과 잎사귀들이 가득한 자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계절임을 생각하게 했다.

언젠가 그림 솜씨가 더 나아진다면, 꼭 예시 그림처럼 수채화 배경까지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지금은 물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뒷장을 망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채화에는 도전을 못하고 색연필만 사용 중이지만 말이다.

컬러링북의 세계는 굉장히 다양한 것 같다. 그리고 무색의 세계를 색깔이 있는 세계로 만들어나가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그나저나, 이 시리즈는 여름과 가을, 겨울도 만들어질까? 어쩐지 봄이 있으니 다른 계절도 나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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