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 관한 것은 우연히만 알았으면 좋겠어 - 한 올 한 올 나만의 결대로 세상에 적응해나가는 극세사주의 삶에 관하여
김지수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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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세사주의 삶을 사는 이야기, 『서로에 관한 것은 우연히만 알았으면 좋겠어』


나는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생각만큼 예민한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부분은 공감했지만 어떤 부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며, 타인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도  『서로에 관한 것은 우연히만 알았으면 좋겠어』의 많은 부분이 마음에 닿았다.

초반부부터 눈길을 잡는 글들이 있었다.

감정의 동요와 변화를 들키는 일. 어느 게 더 싫은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둘 다 싫다. (p.15)

어릴적부터 그랬고, 지금도... 감정과 마음의 변화를 보이는 게 싫다. 두렵다.

공감에서 비롯된 높은 호감을 가지고 읽어갈 수 있었다.

밝은 이야기라고 하기엔 어려운 글이지만, 너무 깊게 침잠하는 것도 아니기에 읽기 힘들지 않다.

공감한 내용이 꽤 있었지만, 아닌 부분이 있었기에 오히려 읽기 좋았다.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읽을 수 있었으니까.

책 후반부에서 저자가 말하기도 하는데, 적당한 거리감이 있어야 편안하다.

직접적인 인간관계에서의 이야기였기만, 적어도 내겐 책을 읽을 때도 이 '거리감'이란 게 필요하다.

세상은 너무 긴밀하다. 우리는 조금 더 멀어질 필요가 있다. (p.180)


아마 내 인생에 눈물 없이 지나가는 날은 단 하루도 없을 것이다. 마음이 개운해지거나 살아갈 힘이 생기지는 않는다. 울어서 남는 것은 맹맹한 코와 두통뿐, 세상은 또 얼렁뚱땅 살아진다. (p.63)

눈물을 많이 흘린다는 건 조금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

글을 읽다보면 그럴 수도 있긴 하겠다...라는 생각은 들었다.


생각을 흘려보내기 위해 나는 다시 한번 공들여 기억을 꼭꼭 씹는다. 

그러나 씹어도 씹어도 역류하는 건 생각뿐이다. (p.74)

늦은 밤, 기억을 떠올리며 걱정을 하는 부분도 공감했다.

평소와는 달랐던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

누군가는 사소하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을 붙잡고 고민하는 모습.

아무렇지 않게 털어내면 좋은데, 신경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걸.


나는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자기기마저 다 꺼놓은 채 완벽한 고요 속에 유영하는 시간이 절실하다. 한 마디도, 정말 단 한 마디도 나누고 싶지 않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조차 하고 싶지 않다. 눈을 찡긋거리거나 손을 흔드는 것도 싫다. 나는 홀로 있는 세상을 원한다. (p.129)

어쩔 땐 그냥 집에 있고 싶다. 사람들을 만나면 그만큼 소진된 에너지를 집에서 충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p.216)

코로나 시기를 거쳐오면서 점점 예민해진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걱정거리가 늘어나면서 편안함을 누릴만한 마음의 공간이 부족해진게 아닐까.

예측할 수 없는 타인의 존재가 오로지 혼자 지내는 시간을 원하게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고요하게, 멍하니 있는 시간. 뇌에 휴식을 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살아가기 위해서, 그렇게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


가끔 갈등은 버겁다. 감정이 들고, 시간이 들고, 노력이 든다. 사는 게 바쁘면 무슨 소용인가 싶고 고개를 돌려 모른 척 하고 싶어진다. 나의 마음을 짚어보고, 상대에게 전달하고, 마음에 귀를 기울여, 또다시 생각하는 일련의 과정. 풀리지 않는 대화에 간 떨어지는 일 없이 그저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지속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다. 천성이 그런 사람인가보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p.238)

부제에 있었던 '극세사주의 삶'이 무엇인지, 책을 읽으며 세밀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부분들이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공감하고 위로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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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책방
박래풍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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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베스트셀러를 16세기 조선에서 판다?! 『조선책방』


팩션을 즐겨 읽진 않는다.

실제 역사 내용을 계속 겹쳐 읽게 되기 때문이다.

팩션인 『조선 책방』을 읽어보기로 한 것은, 이 책이 '서점'을 중점으로 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책띠에 적힌 메인 카피에 끌린다.

'16세기 조선에서 21세기 베스트셀러를 팔고 있습니다'

21세기의 베스트셀러는 시공간을 초월해 16세기 조선의 독자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흥미로운 상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선우의 머리는 핑 돌았다.

'21세기의 베스트셀러를 16세기 조선에서 판다.'

생각만 해도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p.116)


춘천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선우는 동료 직원인 김 대리(이름은 연희)와 군부대로 책을 납품하러 가던 중 도로가 무너져 사고가 난다.

깨어나보니 그곳은 조선, 중종 시대.

조선 선비 '기남'을 만난 두 사람은 조선 시대에 적응해가게 되고, 나비효과들이 이어지며 조선 최초의 민간 서점을 열게 된다.

이름하여 '조선 책방'. 유생들이 찾을 만한 책 뿐 아니라 함께 조선 시대로 넘어온 21세기 책들을 번역해 판매하기로 한다.

기존과 다른 도서 진열 방법, POP 같은 현대 서점의 판매 전략까지 활용하며 점차 인기를 끌게 된다.

그러자 이를 경계한 세력이 그들을 견제하기 위한 서점을 개업하는 것을 비롯해 음모를 꾸민다.


중간 중간 소설이라는 느낌이 덜한 부분이 있었다.

서점 시스템 관련 이야기가 그렇다. 전문적인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현대적인 시스템과 조선 시대라는 배경 사이에는 이질감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조선 시대에 맞춰 살짝 명칭 같은 부분에 변화를 준 것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현대의 서점 운영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식으로 풀어낸 부분도 몰입감을 다소 깨트린다.

그래도 21세기의 책을 읽는 독자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조선 책방에 찾아와 21세기 책을 추천받게 된 다양한 역사 속 인물들. 그들의 상황에 맞는 책을 추천하는 주인공 일행의 '책 큐레이션'을 살피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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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드 오브 퓨처 안전가옥 FIC-PICK 1
윤이나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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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 로맨스 단편집, 『무드 오브 퓨처』


안전가옥의 새로운 시리즈인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 'FIC-PICK'의 첫번째 책, 『무드 오브 퓨처』.

책 소개에 있던 '다섯 작가의 근미래 로맨스 단편소설을 엮은 작품집'이라는 설명에 흥미를 느꼈다.

다양한 작가와 작품 스타일을 만나볼 수 있는 앤솔러지인 것이 좋았고, 로맨스는 즐기지 않지만 SF가 붙었다면? 읽어보고 싶어진다.

표지의 보랏빛 바탕 안에 묘하게 나타나는 하트 무늬도 인상깊다.


책에 실린 다섯 작품의 작가진의 이력은 다양하다. 소설만 쓰던 작가도 있지만, 다른 장르의 글을 쓰던 작가도 있다. 영화, 연극, 드라마, 에세이 등 다른 장르를 쓰던 작가들이 쓰는 SF 로맨스는 색다를 수밖에 없다.


처음 실린 윤이나의 '아날로그 로맨스'는 통역기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통역기 없이 무인도에서 펼쳐지는 리얼리티 연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의 모습을 담았다. 그곳에서 예전 남자친구와 재회하게 되는 화자의 이야기. 화자가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고 리얼리티 연애 서바이벌이라는 소재도 흥미가 생기지 않아 읽기 힘들었다. SF보다는 로맨스 요소가 더 많다 느껴졌기에 더 읽기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두번째는 이윤정의 '트러블 트레인 라이드'. 남겨진 이들이 세상을 떠난 이들의 추억을 담아 의뢰하는 주문 제작형 안드로이드의 이야기다. 추억을 학습하는 안드로이드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누군가의 위로가 되기 위해 탄생한 인공지능. 그 인공지능이 학습을 통해 자아를 느끼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공지능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주하게 되는 가장 흔한 논의점. 그 문제를 따스한 느낌으로 잘 풀어냈다고 느꼈다.

세번째는 한송희의 '사랑도 회복이 되나요?'로 기분을 조절하는 약 '비타무드'의 부작용에 대해 파고드는 남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부작용인 줄 알았던 증상들은 어떤 진실에 다가가게 한다.

네번째는 김효인의 '오류의 섬에서 만나요'. 현실에서 상처 입은 이들이 가상현실에서 치유하는 이야기. 오류의 섬에서 만난 주인공들은 서로를 도와가며 트라우마에서 벗어난다. 마지막 결말 부분이 좋았다.

마지막은 오정연의 '유로파의 빛을 담아'다. 지구와 우주 사이에서 편지를 주고 받는 이야기. 우주가 주는 아득함의 이미지와 서신 교류라는 아날로그의 느낌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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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 내 손안의 도슨트북
SUN 도슨트 지음 / 서삼독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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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을 직접 보고 싶어진다, 『이건희 컬렉션』


예전엔 전시를 종종 보러 가곤 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게 되면서 뜸해졌다.

자연히 전시 관련 소식을 챙겨 보는 것도 놓게 되었었고.

'이건희 컬렉션'에 속한 작품들의 대규모 기증에 관한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몇 작품이 어디에 기증되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화제가 되었던 미술품 기증이었기에, 궁금해졌다. 이게 『이건희 컬렉션』을 읽은 이유다.


도록 느낌의 책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전시도록과는 차이가 있다.

이건희 컬렉션이 워낙 방대한 양이니만큼, 이 한 권에 다 담아낸 것은 아니고 대표적으로 몇 작가를 골라 작품을 소개했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 외국 작가의 작품으로 파트를 나누었다.

소개한 한국 작가진은 김환기, 유영국, 박수근, 나혜석, 이중섭, 장욱진, 김홍도, 정선이다.

가장 보고 싶은 작품은 이중섭의 <황소>다. 어릴적 교과서에서나 보던 작품인데 실제로 보면 얼마나 멋질까! 책에 실린 도판이나 온라인으로 보는 건 실물을 보는 것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오래전 보았던 전시에서 봤던 명작들. 그때의 느낌은 생생하다. 왜 실제로 봐야하는지 알 수밖에 없다고나 할까. 붓터치. 질감. 크기.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달라지는 느낌들. 실제로 보면 <황소>의 역동적인 모습이 생생하겠지.

김홍도의 <추성부도>는 책에 실린 이미지를 보고 궁금해졌다. 그 묘한 분위기를 큰 실제 버전으로 느끼고 싶었다.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말해 무엇하랴. 국보지정 작품인데다가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한번쯤은 봐야하지 않나 싶다.

국내 작가의 작품은 이렇게 셋이 가장 궁금했지만 다른 작품들도 물론 궁금하다. 점을 하나하나 찍어서 색채를 만든 김환기의 작품도 실제로 보면 크기가 커서 압도적인 느낌이 있을 것 같다. 유영국, 장욱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책에 실린 그림을 보니 실제도 좋은 느낌일 것 같다. 나혜석의 작품도 질감과 실제 생감이 궁금하다.

외국 작가는 파블로 피카소,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마르크 샤갈, 폴 고갱,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이 있었다.

이 중 가장 궁금한 건 모네의 수련 연작인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모네 특유의 붓터치가 좋다고 생각한다. 강가에서 일몰을 바라본 적이 있었는데, 그날 따라 수면에 빛이 반사되는 모습이 딱 모네의 그림 같았었다. 그 후로 모네의 그림이 좋아졌다. 오랑주리 미술관을 가기는 어려우니 우리나라에서 수련 연작 작품을 하나라도 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도 기대한다. 르누아르의 그림을 원래 좋아싸는데, 소재인 '책 읽는 여인'도 너무 좋다.

마지막으로 폴 고갱의 <파리의 센강>도 궁금하다 고갱 특유의 화풍과 소재가 아닌 초기작이라 오히려 끌린다. 고갱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그림은 실제로 보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그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다. 다만 이 책이 이건희 컬렉션 전체에 대한 해설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작가와 해당 작품에 대한 설명을 풀어낸 책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건희 컬렉션 전시가 보고 싶어져서 검색을 해보니 예약을 해야하는데 연일 매진 사례라 전시가 끝나기 전에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연장되었다고 하는데... 늦게 알아서 아쉽다. 남은 기간 중에라도 보러갈 수 있도록 열심히 예약 도전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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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 몸과 마음을 쭉 펴는 시간 딴딴 시리즈 4
이소 지음 / 인디고(글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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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의 매력을 다시 떠올리다, 『검도: 몸과 마음을 쭉 펴는 시간』


딴딴 시리즈는 1권이었던 수어편으로 알고 한 권, 두 권, 세 권, 그리고 네 권째까지 읽게 된 글담 출판사의 에세이 시리즈다.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썸띵을 찾아낸 이야기들.
앞서 읽은 세 권도 괜찮았었는데, 이번 주제가 검도라 흥미가 솟았다. 어릴 적, 검도를 배운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공감하고 추억을 되살리며 읽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예상은 반쯤만 맞았다.

공감도 했다. 추억도 떠올렸다. 다만 그 주체가 좀 달랐을 뿐.


앞서 말했듯 내가 검도를 배운 건 어릴 적이다. 반면, 이 책의 저자는 성인 여성이다. 그것도, 대학 시절부터 스무 해 가까이 검도의 길을 걸어왔다. 검도를 대하는 마음에 다른 부분이 있을 수밖에. 그런데 또 묘하게 공감하게 되는 것이, 어린 시절 함께 수련했던 성인부 사람들이 떠올랐던 거다. 아이들과는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생활 속에 검도 수련을 해나가는 글쓴이의 모습. 어쩌면 그때 그 분들이 이런 마음으로 검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오랜 기간 검도를 수련한 이의 글이기 때문인지 검도의 동작이나 기술적인 면보다는 마음가짐과 생각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부분이 좋았다. 아는 부분이 나올 때는 물론 반가웠지만. 그보다 검도를 수련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내용이라 좋았다. 더디지만 차근히 나아간다. 검도의 매력은 그런 부분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검도를 진심으로 좋아하며 수련하는 모습을 읽어가다 보니 나도 몸과 마음을 쭉 펴는 시간을 갖고 싶어진다.

글만 있는게 아니라 중간중간 만화 형식의 에세이도 있다. 이미지들이 몰입감을 높인다. 호구 쓴 모습을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검도의 매력들을 떠올리게 된다. 좀더 꾸준히 했으면 좋았을걸. 그래도 책을 통해 편안한 마음으로 검도를 마주할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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