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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탐정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나중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평점 :
여러 탐정들을 흉내내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부부탐정
최근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황금가지 판으로 다시 보고 있는데, 요즘은 토미&터펜스 커플이 등장하는 책들을 찾아 보고 있다.
<부부탐정>은 이 커플이 '블런트의 우수한 탐정들'이라는 국제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며 맡게 된 사건들이 중심이 되는 단편으로 구서되어 있다.
예전에도 참 재미나게 읽었떤 단편집이었는데, 그건 바로 베레스포드 부부가 각 사건을 대할 때 자신들이 아는 탐정들의 스타일로 해결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처음 읽었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는 탐정보다 모르는 탐정이 더 많지만, 토미와 터펜스의 사건 해결기를 읽다보면 책에서 소개하는 탐정들의 이야기는 또 어떨지 궁금해진다.
"매일 30분간 이 분야의 대가들을 만난다고나 해야 할까. 터펜스, 아무래도 우리는 이 방면에서 아직 아마추어야. 하지만 아마추어 수준에서라도 소위 말하는 '기술'을 배워둬서 나쁠 건 없겠지. 이 책들은 모두 이 분야의 거장들이 쓴 추리 소설이야. 나는 여러 방식을 시험해보고 그 결과를 서로 비교해볼 생각이야."
"흠...... 저는 이 탐정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지 종종 궁금했어요." (p.36)
가장 첫 에피소드의 경우는 탐정을 흉내내지 않으므로 제외하고, 그 다음 에피소드부터 추리소설의 탐정 이름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흉내내는 탐정은 다음과 같다.
'사라진 분홍진주'에서는 오스틴 프리먼이 창조한 탐정인 손다이크 박사와 그의 조수 폴턴.
'불길한 고객'에서는 발렌타인 윌리엄스의 오크우드 형제인 데스몬드와 프랜시스.
이어지는 에피소드인 '킹을 조심할 것', '신문지 옷을 입은 신사'에서는 이사벨 오스트랜더의 익명의 맥카티, 맥카티와 데니.
'사라진 여자'에서는 아서 코난 도일의 유명한 탐정인 셜록 홈즈와 왓슨.
'장님 놀이'에서는 클린턴 스태그의 장님 탐정인 손리 콜튼과 조수 시드니 템스.
'안개 속의 남자'에서는 G.K.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지폐 위조단을 검거하라'에서는 특별히 탐정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이 '에드거 월리스 식 사건'이라고 언급하는데, 이 에드거 월리스는 추리소설 작가이기 때문에 그의 작품 스타일과 닮은 사건이라는 것 같다.
'서닝데일 사건'은 에무스카 오르치의 구석의 노인과 그 노인에게 이야기를 듣는 기자인 폴리 버튼.
'죽음이 깃든 집'은 알프레드 메이슨의 하노드.
'완벽한 알리바이'는 알리바이 트릭을 주로 다루고 있는 프리먼 크로프츠의 프렌치 경감.
역시 두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하나의 이야기인 '목사의 딸', '레드 하우스'에서는 앤터니 버클리 콕스의 로저 셰링엄.
'대사의 구두'에서는 헨리 베일리의 레지널드 포춘과 벨 총경.
마지막 에피소드인 '16호였던 사나이'에서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 탐정 푸아로와 헤이스팅스를 흉내낸다.
전에 읽을 때는 단순히 탐정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단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느낀 것은 각 에피소드들의 성격이 그 에피소드에서 언급한 탐정들이 등장하는 소설의 스타일과 정말 비슷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인상깊은 것이 브라운 신부 스타일의 사건이었던 '안개 속의 남자'였다. 이전에 읽을 때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읽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몰랐는데, 지금은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모두 읽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 사건의 진상이 정말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읽을 때 느꼈던 느낌과 비슷했다. 그리고 셜록 홈스 스타일의 사건이라 지칭한 '사라진 여자'도 다시 생각해보면 시리즈 중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애거서 크리스티가 많은 추리 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작가였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렇게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어 아마도 그녀가 읽었을 추리소설에 그녀의 독자들도 관심을 가지게 한 것이 참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