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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미 비포 유 ㅣ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4년 1월
평점 :
판매중지
삶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다, 미 비포 유
어쩌다보니 요즘은 베스트셀러들을 e-book으로 자주 읽게 되는 것 같다. 이 책 역시 e-book으로 읽었다.
사실 난 이 책을 그다지 흥미있게 읽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로맨스 소설이라고 알고 있었고, 로맨스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니까.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부분에서, 결국 내 흥미를 끌어냈다.
한 남자가 있다.
아름다운 연인. 일적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그의 삶은 완벽했다.
그러나 그것들이 모두 단 한 순간에, 산산조각나버렸다.
한 여자가 있다.
하루하루 다를바 없이 흘러갈 것만 같았던 그녀의 평범한 삶에 균열이 생겼다.
그녀는,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버렸다.
책은 대부분 여주인공인 루(루이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루는 실업자가 된 후, 아무 자격도 없기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간병인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돌봐야하게 된 남자가 바로 남자주인공, 윌이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티격태격 어긋나기만 하지만, 결국 점점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또 속에서는 루의 시점 외의 다른 인물들의 시점이 나오기도 했다.
윌의 어머니인 카밀라, 루와 함께 윌을 간병하는 네이선, 윌의 아버지인 스티븐, 루의 여동생 카트리나.
이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들의 내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이야기 별로라고 생각했다.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로맨스를 제외한 다른 점 때문에, 이 책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삶에 관한 태도에 대한 관점이다.
윌과 루의 로맨스를 제외한다면, 이 책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윌의 '선택', 다른 하나는 루의 '변화'이다.
"당신만큼 지독한 속물은 처음 봤어요, 클라크."
"뭐예요? 내가?"
"혼자서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정해놓고 온갖 경험들을 아예 막아놓고 있잖아요."
"하지만 진짜 아닌 걸요."
"어떻게 알아요? 아무것도 안 해보고, 아무 데도 안 가봤는데.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길이 없었는데?" (책속에서)
여주인공인 루의 캐릭터는 꽤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다.
아주 젊다고도, 그렇다고 나이들었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자기 주장을 잘 하지 못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안정적인 선택만을 하려고 한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정해놓고 경험을 막는 것...
윌이 루에게 하는 말은, 쨍 하는 울림을 주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도전이 두려웠다. 낯선 것이 두려웠다.
미리부터 안될거라고 지레 짐작하고, 결정하고, 포기해버렸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지? 아무것도 안 해보고, 아무데도 안 가봤는데.
내 안에 어떤 모습들이 있는지 알아볼 기회조차 난, 스스로에게 주지 않고 있었다.
루처럼.
"지금이야말로 언니가 이 생각을 해야 할 때야. 지금이야말로, 언니가 좋든 싫든, 드디어 자기 인생에서 뭘 하고 살지 결정해야 할 때라고." (책속에서)
그렇기에, 루가 점점 변화해가는 것이 좋았다. 기뻤다.
루는 참 운이 좋았다. 인생을 바꿀 기회를 얻었으니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다소 판타지다.
하지만, 꼭 그런 기회가 있어야 삶이 바뀌는 걸까?
매일매일 똑같았던 일상에 변주를 주는 것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수많은 새로운 경험들이 존재한다.
그러고보니 이 책에서도 그랬다.
루가 하게 된 다양한 '새로운 경험' 중에서는 평소 보지 않던 장르의 영화보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정도는 큰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이잖아?
그렇게 루는 변화했고, 결국 그녀는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오로지, 그녀 자신만을 위한 선택들. 그녀가 원하는 선택들.
한편, 이 책에서는 다른 선택에 관해서도 보여주고 있다.
그건 바로, 윌의 선택이다.
루는 어느 날 우연히 윌이 선택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알게 된다.
모두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선택. 윌의 가족 역시 그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도록 끝까지 설득하려 한다. 루 역시 그랬다.
그런데, 네이선은 루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 친구가 행복하기를 세상 그 무엇보다 바라지만 나는... 나는 도저히 그가 하려는 일을 감히 내 잣대로 판단할 수가 없어요. 그건 그 친구가 선택할 일이에요. 그가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책속에서)
사지가 마비된 윌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선택. 그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안락사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입장이라서 윌의 선택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네이선이 말하려는 입장도 어느정도 이해는 되었다. 그래도... 난 역시 반대할 선택.
아무튼, 이 책이 생각과는 아주 다른 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었으며, 말도 안되는 기적같은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는 책이었기에 읽기를 참 잘했다,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물론 이 책을 통해 느낀 것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