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
기타쿠니 고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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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작 있을까 궁금해지는, 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

 

고양이, 카페, 일상 미스터리.

이 세 가지 키워드만으로 관심을 끌어버린 <고양이가 있는 카페의 명언탐정>.

꽤 크게 기대하고 읽었음에도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다만 고양이나 카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독자라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둘의 비중이 큰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책에서 매력을 느낀 부분이 다른 쪽이었기도 하고.

화자는 도시오. 파릇파릇한 신참 변호사다. 이모 부부가 운영하는 고양이 카페의 옆 공간을 얻어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그의 동생인 '명언 오타쿠' 리쓰가 일을 돕고 있다. 도시오가 받은 의뢰에 얽힌 미스터리를 리쓰의 도움으로 풀어나가는 내용이다.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오는 의뢰니까 뭔가 어두운 면이 있는 건 아닐까 싶지만 전혀 아니다. 물론 국선 변호를 맡으면서 겪게 된 에피소드라던가 유언장 관련 에피소드는 내용 자체는 무거울 수 있을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어쩌면 캐릭터의 영향일 수도. 틈만 나면 명언을 이야기하는 리쓰말이다. 리쓰의 가끔 분위기 파악 못하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편한 마음으로 읽게 해주었다.

제목에서 말하는 '명언 탐정'이라고 할 수 있는 리쓰는 조금 독특한 캐릭터다. 진실을 파악하지만 명언으로 형에게 힌트만 건넬 뿐, 직접 해결하러 나서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애매한 포지션이다.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까, 조력자라고 해야 할까. 결국 이 책의 주인공은 도시오와 리쓰, 이 형제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위에서 언급한 이 책에서 매력을 느낀 부분이란 리쓰가 말하는 명언들이다. 책에 실린 네 편의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명언은 다양했다. 어쩜 그렇게 상황에 맞는 명언을 딱딱 내놓는지. 작가의 의도에 의한 것이니 당연한 것이려나? 그래도 신기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에피소드에 맞는 명언을 찾아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이다. 명언들이 다 흥미롭기도 했고. 그래서 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일본 작가들은 뭔가 신기하달까, 대단하달까. 무거운 미스터리와 가벼운 미스터리를 둘다 쓰는 작가들이 참 많다. 이 책의 저자도 소개를 읽어보니 꽤 다양한 분야의 미스터리를 써온 것 같은데... 이 책으로 도전했다는 일상 미스터리도 크게 나쁘지 않은 솜씨다. 일상 미스터리물이 있으면 더 읽어볼까 했는데 다른 분야라서 조금 고민이다. 이 책의 후속작이 나와 있을까? 나온다면 보고 싶다. 다음에는 고양이랑 카페에 관한 이야기도 조금 늘어나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고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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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의 위로
조안나 지음 / 지금이책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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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어지는 마음을 차곡차곡 쌓아올리게 한, 책장의 위로

이 책은 저자가 예전에 냈던 독서 에세이 <달빛 책방>의 개정판이다. 예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 책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탓일까? <책장의 위로>를 읽으면서 익숙함에서 오는 지루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차분함과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건 아마도 편집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글 한 꼭지마다의 편집이 깔끔하다. 글의 제목, 그 아래 왼편에 놓인 이미지와 오른편에 쓰인 다루는 책과 심야의 BGM 소개가 안정감이 있었다. 본문 아래편의 여백이 꽤 있는 편으로 주석이 덧붙여질때도 있지만 없을 때는 그냥 빈 공간으로 남겨두어 여백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본문이 끝난 뒤 덧붙이는 글귀들도 글씨체가 튀지 않아 좋았다. 아, 중간 중간 들어간 사진과 그 아래 뽑힌 글귀들도 적절해서 여운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편집이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은 느낌이 글과 잘 어울렸다.

전에 저자의 다른 독서에세이를 읽으면서 책 자체에 대한 내용이 조금 적지 않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장의 위로>는 초반에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판이라 그런지 비교적 소개하는 책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 더욱 읽고 싶어진 책도 많았다. 독서에세이를 읽을 때의 장점이자 단점은 이런 것이다. 읽고 싶은 책들이 자꾸자꾸 쌓이는 것.

애석하게도, 아니 혹은 다행스럽게도(?) <책장의 위로>에 소개된 책들 중에 읽은 책은 소수에 불과했다. 유명한 책들도 많이 소개하고 있었는데도. 그 중에는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아직 못 읽은 책도 있다. 조만간 읽어야할텐데.

 

아, 나도 이런 작품을 써보고 싶다. 쓸 수만 있다면 '쓰는 인생'에 목숨 걸 수 있을 텐데...... (p.161)

책 내용 중 이런 글이 있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건 내 생각인데, 생각했다. 이렇게 리뷰를 쓰면서도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그대로 표현해내지 못한다는 게, 이 책이 얼마나 괜찮은지 전할 수 없는 현재에 한탄한다. 저자는 '소설'에 대한 생각으로 이야기했겠지만, 에세이를 쓰는 것도 같다고 생각한다. '끌리는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니까.

저자가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많은 책에 관한 글을 읽어가면서 위시리스트를 차곡차곡 쌓았다.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던 작가의 책도 있는데, 책에 소개된 글을 읽으니 호감이 생겨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저자와 나의 독서 취향이 전체적으로 같은 취향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서 더 좋은 부분도 있었다. 새로운 스타일의 책을 만나봐야겠다, 용기를 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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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작가로 먹고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33가지 조언
록산 게이 외 지음, 만줄라 마틴 엮음, 정미화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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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균형잡기? 밥벌이로써의 글쓰기

 

<밥벌이로써의 글쓰기>는 서른 세 명의 작가들의 '작가로 먹고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처음 부분을 읽어나가면서 '충격요법인가?'하고 생각했다.

예술가의 빈곤한 상황-삶, 혹은 다른 분야와 관련해 겪는 어려움을 가감없이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처음만이 아니었다. 이 책 전체에서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분량이 결코 적지 않은데도 말이다.

문학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이야기일까? 라고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을 산산조각내는 차가운 현실을 제시한다는 사실이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 현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쓴 사람들이 건네는 생생한 조언과 경험담을 통해서.

 

이 책은 작가가 벌이는 예술적·경제적 투쟁에 대한 이야기지만 창작에 대한 영감과 공감, 인내의 이야기에 더 가깝기도 하다. 다시 말해 글쓰기에 대한 엄청난 애정을 품고 때로는 예술가로, 때로는 장사꾼으로 살아가며 경력을 쌓고 있는 작가들에 의한, 작가들을 위한 책이라 하겠다. (p.8~9, 머리말)

 

평론가들에게 문학성을 인정받은 작품이 다수의 대중에게 선택받는 경제적 성공까지 이뤄내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아니, 작가가 '글만 써서'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는 사례 자체가 찾기 어렵다. 신간이 나왔다 하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작가들은 한정되어 있다. 결국 책을 낸 많은 작가들은 글쓰기가 아닌 다른 수단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니면 빚에 허덕이거나.

'돈'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니 경제성도 고려해야만 한다.

 

이제껏 했던 모든 일을 통해 배운 단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일하는 삶이 글 쓰는 삶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삶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p.205)

 

직업에 관한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밖에서 막연히 바라보는 것과 현실에 큰 간극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어떤 직업이든간에, 실제로 겪어보기 전에는 모를 수밖에 없다.

<밥벌이로써의 글쓰기>를 읽으면서 전에 읽었던 모리 히로시의 <작가의 수지>도 떠올랐다. 작가 자신이 얻은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작가의 수입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였다. 그 책을 읽었을 때도 작가의 '현실'에 대해 느꼈는데, 이번에 그 '현실'을 더 강하게 느꼈다. <작가의 수지>의 저자는 다른 직업(교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리뷰에서는 작가들이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초점을 맞춰 썼지만, 다른 문제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괜찮은가 하는 논쟁. 아이를 낳은 여성 작가들이 겪는 어려움. 작가들이 겪는 소수자에 관한 차별, 성차별, 인종차별 문제들. 충격을 주며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주는 글.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그 글들을 쓴 이들이 모두 '작가'라는 사실이다.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경제적 어려움이나 다양한 차별, 부조리함을 겪어가면서도 그들은 글을 썼다. 

그러니 이 책은 역시 작가에 대한 '이상'도 녹아있는게 확실하다. '이 모든 어려움을 알고도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겨 봐야겠다면 그렇게 하세요. 그들도 그랬으니까!'

 

+덧. 어색한 문장과 띄어쓰기 오류가 눈에 띄어 아쉬울 때가 있었다.

p.21 그들 부부는 내가 그의 모국 이라크의 숙적인 이란 출신이었기 때문에 나는 입양했다며 웃곤 했다.

-이 문장을 몇 번을 읽었는데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p.71 돈에 대한 블로그 포스트는서서히 출산에 관한 내용으로 바뀌었다.

-띄어쓰기가 되어 있지 않았다.

p.119 그 책을 덕에 그럴듯한 작가처럼 보이길 기대했다.

-앞 문장을 토대로 생각해보니 '그 책을'이 '그 책들'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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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헤르만 헤세 지음, 추혜연 그림, 서유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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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일러스트에 끌려버리다, 데미안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경우. 거기 <데미안>이 포함될 줄이야. <데미안>을 처음 읽었을 무렵엔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위즈덤 하우스의 <데미안>은 내게 있어 세번째 <데미안>이었다.

읽기 쉽지 않았던 이 책을 또 한 번 보게 만든 것은 표지의 일러스트였다.

환상적이면서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눈을 잡아끌었다.

우아한 느낌의 두 사람. <데미안>의 가장 유명한 구절을 연상시키는 알을 깨고 나오는 날개의 이미지.

주인공으로 보이는 인물의 얼굴부근만 빛이 더 밝은 듯한 느낌도 좋았다.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내용과도 어울린다.

아름다운 표지. 그것은 특히 유명한 책들에 적용될 때 구매욕구를 크게 더한다.

같은 책을 다시 읽는 이유에 번역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출판사마다 번역한 이가 누구냐에 따라 글의 표현이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책일수록 다양한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한다.

아직 비교해서 읽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번역을 다르게 해서 읽으면 어렵게 느껴졌던 책을 조금 수월하게 읽을 수 있기도 하다.

표지도 그렇지만 위즈덤하우스의 <데미안>은 전반적인 편집이 마음에 드는 책이다.

안의 편집도 깔끔했다. 글씨 크기와 여백의 크기가 적절해 가독성이 좋았다.

그리고 내용. <데미안>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

그건 번역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 책 자체가 쉽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화자이자 주인공인 싱클레어는 데미안과의 만남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걷게 된다.

책 속의 화자가 그랬듯이, 데미안을 다시 만날 때마다 한걸음씩 나아가는 느낌이 든다.

<데미안>에서 싱클레어와 데미안이 나누는 대화, 에바 부인과 그들의 대화는 상징적인 내용이 있어 어렵다.

그러나 예쁜 일러스트가 간간이 있어서 읽는 어려움을 잠시 잊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어 좋았다.

그래도 벌써 세 번째 읽는 데미안이건만 아직도 잘 모르겠는 부분이 많다. 마지막의 결말도 갑작스런 느낌이 들었다.

아직 알을 깨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데미안을 다시 또 읽어야 하는 모양이다.

"새는 힘겹게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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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2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김민지 그림, 김양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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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오즈에 대해 생각하다, 오즈의 마법사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10주년 기념 리커버북 네번째 책으로 <오즈의 마법사>가 출간되었다.

다른 리커버북이 그랬듯, 다소 톤다운된 색감이 어른스럽게 느껴진다.

앞서 나왔던 세 권의 책-순서대로 <빨간 머리 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 왕자>-의 표지가 각각 초록빛, 붉은빛, 보랏빛이어서 색이 계속 다르게 나오는 걸까 싶었는데 <오즈의 마법사>의 표지가 보랏빛인 걸 보니 그건 아닌 듯 싶다.

 

 

<오즈의 마법사>는 '오즈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캔자스에 살던 소녀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환상의 나라 오즈에 가게 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험을 하게 되는 내용이다.

도로시는 도움을 받기 위해 마법사 오즈가 사는 '에메랄드 시'로 가는 도중 차례로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사자와 만나 그들이 원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일행이 된다. 에메랄드 시로 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새로 사귄 세 친구들의 적절한 활약으로 도로시는 무사히 오즈와 만나게 된다.

그러나 오즈는 서쪽 마녀를 물리치고 와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고, 도로시와 친구들은 우여곡절 끝에 그 조건도 완수한다.

다시 돌아온 그들은 오즈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지만, 다행히 세 친구의 소원은 이룰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도로시는 캔자스에 돌아가지 못하게 되고, 남쪽나라에 사는 마녀 글린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한다.

글린다는 도로시가 신은 은구두의 마법의 힘을 알려주었고, 그렇게 도로시와 토토는 무사히 집에 돌아오게 된다.

 

다른 많은 세계 명작들처럼, <오즈의 마법사>도 다양한 출판사의 책으로 여러 번 읽었다.

그 기억이 쌓이고 다시 또 쌓여 읽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부분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이번에는 도로시의 모험 이야기보다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집중해 읽었다.

특히 오즈가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사자의 소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허수아비는 '뇌'를 원한다. 양철나무꾼은 '심장'을 원한다. 사자는 '용기'를 원한다.

사실, 그들은 이미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 도로시와의 모험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책을 찾는 건 허수아비이다. 양철나무꾼은 녹슬지 않게 주기적으로 닦아줘야 할 정도로 눈물을 흘릴 수 있다. 사자는 도로시 일행을 위협하는 괴물에 당당히 맞선다.

마법사 오즈는 그 사실을 알려주지만, 허수아비와 양철나무꾼과 사자는 '눈에 보이는 것'을 원했다.

결국 오즈는 재치를 발휘해 뇌와 심장과 용기를 선사한다.

전에 읽었을 때는 오즈가 진짜 마법사가 아닌 '가짜'라는 반전이 강렬해서 사기꾼의 이미지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읽어보면 그가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도로시를 도우려는 것을 봐도 그렇다.

그가 이 책의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목이 <오즈의 마법사>인 것은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마법사 오즈와 세 친구의 대화는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이미 가지고 있는데 먼 길을 돌아 찾아다니는 모습. 눈에 보이는 무언가로 증명해야 인정하는 모습. 그런 건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사례니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오즈의 마법사>는 다양한 상징들이 담겨 있는 동화라는 이야기도 있다. 예를 들면 도로시 일행이 걷는 '노란 벽돌길'은 금본위제로 바뀌는 사회상을 담아낸 것이라는 점. 파고들면 다양한 의미가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읽은 리커버북은 표지와 판형은 바뀌었지만 안의 일러스트는 그대로라 동화의 느낌이 여전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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