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에 대한 생각 - 세계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데 우리의 식탁은 왜 갈수록 가난해지는가
비 윌슨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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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발전해감에 따라 ‘식사‘가 겪는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다양한 긍정적 사례 중에 ‘한국의 식단‘도 제시한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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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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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할 리 없는 미래에 관한 이야기,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내가 쓰는 이야기는 대부분 의도적으로,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도래할 리 없는' 미래에 관한 것들이다. (p.7, 저자 머리말)


얼마전까지만 해도, SF 소설은 미래를 예측하는 이야기, '공상과학' 소설이라 생각했었다.

최근 그 생각을 바꾸었다. SF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으며, SF란 장르가 그런 몇 개의 단어만으로 규정지을 수 없음을 알았다. 장르의 폭이 훨씬 넓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SF 작품들이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다루는 문제는 '현실'에 깊게 연결되어 있다.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의 머리말에서 저자도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미래를 예견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현실에 확대경을 가져다 대는 것'이라고.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며 내 머릿속에 가장 크게 자리한 관점은 '현실 반영'이었다.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던 건 아마도 이 때문이리라.

그러니 내용이 디스토피아로 다가가는 게 느껴지면 계속 속으로 되뇌었다. 이 이야기들은 절대, '도래할 리 없는' 미래에 관한 것들이라고. 작가가 인증했다고.

어쩌면 나는 '뒤에 남은 사람들'의 화자와 비슷한 인간이다. 우리가 물질 세계를 벗어나, 죽음도 초월해 한낱(너무 단정적인, 과격한 표현일지도 모른다고 한편으로는 생각하면서) 전기 신호가 되어 살아가다니, 아니 그걸 '살아있다'고 규정할 수 있는건가? 그러니 이 이야기들은 결코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어야만 한다.


세계 곳곳에서 삶이 영원히 이어졌지만, 사람들은 전보다 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함께 나이 들지 않았다. 함께 성숙하지도 않았다. 아내와 남편은 결혼식 때 한 선서를 지키지 않았고, 이제 그들을 갈라놓는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권태였다. (p.59, 호)


어째서 과학이 발달한 미래의 이야기는 디스토피아로 흐르는 것 같을까?

우리가 '현재'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다면, 다른 것을 잃을 수밖에 없는 걸까. 마치 물물교환처럼.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건네야 하는.

첫번째 에피소드였던 '호'에서는 아주 오랜 시간 살아가고 있는 여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녀가 살아온 세계는, 현재 우리가 원하는 생명 연장의 꿈을 현실로 이뤄냈다. 죽음을 초월한 영원한 삶. 신체적인 문제를 해결하자 정신적인 문제들이 생겨났다. 인간 대 인간의 교류는 죽음, 그러니까 '예기치 못한 이별'이라는 선택지가 사라지자 지극히 단조로워졌다.


"만약에." 나는 적당한 표현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우리가 단지 하루하루 어떤 알고리즘을 따르는 것뿐이라면? 우리 뇌세포가 단지 어떤 신호를 받아서 다른 신호를 찾을 뿐이라면? 우리가 생각이란 것 자체를 안 한다면? 내가 지금 당신한테 들려주는 이야기가 단지 미리 정해진 반응일 뿐이라면, 의식이 개입되지 않은 물리 법칙의 결과라면?" (p.160~161, 사랑의 알고리즘)


'사랑의 알고리즘'에서 주인공은 알고리즘을 만들어 마치 인간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작동하는 로봇들을 만들어내다 결국 인간들도 똑같이 알고리즘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의식'은, '자유의지'는 허상일 뿐인걸까? 이 이야기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관한 오랜 논쟁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스스로는 그게 진짜가 아닌 걸 알잖아." 엄마가 생각한다. "바로 그것 때문에 모든 게 완전히 달라지는 거야." (p.259,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떼가)


몇몇 이야기에서 스스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어떤 것을 우리가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느냐에 따라, 믿고 믿지 않느냐에 따라 세계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거짓말이라고는 안 했는데. 이야기란 건 말이지, 어떤 이야기든 간에, 네가 진실이라고 믿을 때에만 진실인 법이야." (p.286, 달을 향하여)


이 인식의 문제에 관한 것을 '달의 향하여'에서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옛 우화의 느낌이 나는 이야기와, 현실의 어떤 상황을 그려내는 듯한 이야기가 교차로 이어진다. 옛 우화 이야기는 현실의 이야기를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현실의 인물은 진실에 거짓을 섞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 이야기가 정말 진실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를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지을 상대가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할 이야기여야 하니까.

'달의 향하여'는 좀더 현실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 '도래할 리 없다'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어쩌면 실제로 '있었을 법한'이야기였기에. 이야기 속에 액자 형식으로 들어간 우화는 오히려 액자 밖 이야기가 진실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이야기의 주제는 독자에게 충분히 전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분명 지어낸(거짓된)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일순간 진실을 담아낸 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우리는 결국 누구도 아닌 자기만의 이야기를 쓴다. 이로써 우리는 자기 운명의 저자가 된다. (p.11, 저자 머리말)


책 속의 모든 이야기는 1인칭 화자도 있고, 3인칭으로 서술하기도 했지만 결국 중심 인물들의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긴 삶을 보여주기도 하고, 삶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한 순간을 그려내기도 했다. SF란 장르가 다른 일반 소설과 거리감 있지 않음을 생각하게 했다. 결국 이 장르도 소설이고, 이야기다. 현실의 어떤 부분들을 확대해 깊게 들여다보고, 풀어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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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브레스 - 당신은 어떤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미나미 교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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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일상 속에서 평온하게 마무리할 수 있기를, 사일런트 브레스


"미토 군, 의사에는 두 부류가 있어. 알아?"

오코치 교수의 수수께끼 같은 질문이 또 시작되었다.

"치료할 줄 아는 의사와 치료할 줄 모르는 의사인가요?"

"아냐."

교수는 냉큼 부정했다.

"죽는 환자에게 관심이 있는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야." (p.287)


사일런트 브레스. 직역하면 '조용한 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조용한 일상 속에서 평온한 종말기를 맞는 것을 표현해 본 말'이라고 작품에 앞서 그 뜻을 적어두었다.

『사일런트 브레스: 당신은 어떤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까?』는 죽음을 선고받은 환자들을 마지막으로 담당하게 된 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더 이상 병원에서 진행하는 치료활동이 도움이 되지 않을 상황에 이른 환자들. 집에서 평온한 마지막을 맞기 위해 재택 방문 치료를 선택한 이들. 그 사연들을 하나씩 풀어낸다.


죽어가는 환자에게 의사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애초에 병을 못 고치는 의사에게 존재 가치가 있기나 할까. (p.49)


대학 병원에 근무하던 주인공 린코는 계열 병원인 '무사시 방문클리닉'으로 소속을 옮기게 된다. 그곳은 병원이라기보다는 작은 진료소에 가까운 곳. 재택의료에 집중하는 곳이다. 자신이 원했다기보다는 거의 떠밀리듯 옮겨간 새로운 직장에서, 린코는 지금까지 진료하던 환자들과는 전혀 다른 환자들을 마주한다. 죽음의 그림자가 선연히 보이는 환자들.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환자들.


"평화로운 치료만 하다 보면 말이지,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을 잊기가 쉬워. 하지만 낫지 않는 환자를 외면해선 안 돼.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으니까." (p.56)


의사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직업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정해진 수명을 억지로 늘일 수 없다. 억지로 숨만 이어가는 연명치료를 하기보다 차라리 인간다움을 유지한 채 마무리를 짓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

의학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모든 병이 정복된 것은 아니다. 무한한 생명은 아직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읽어본 병원, 의사 관련 작품들과는 약간 다른 결이 느껴져 신기했다. 아직 갈 때가 아닌 생명을 살리기 위한 사투, 끝없는 노력과는 반대되는 분위기. 차분하다. 끝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정리하는 이들과 그들이 마무리를 잘 하고 갈 수 있도록 적절한 양의 조치를 취하는 의사의 모습.

주인공이 일터를 옮기기까지 그런 모습을 알지 못한 것처럼,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생각치 못했던 장면들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아야코는 '죽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인생의 마지막을 '살기 위해' 돌아왔던 것이라고 린코는 생각했다. (p.86)


총 여섯 에피소드가 있고, 각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환자들을 마주한다.

'정신적 고통'에서는 저널리스트 지모리 아야코로, 말기 유방암 환자였다. 그녀는 첫만남부터 자신이 '죽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하며 건강에 좋지 않은 행동을 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녀가 떠난 후에 남겨진 부분을 통해 그녀의 진짜 마음을 어느정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이노반'에서는 22세의 근디스트로피 환자로 서서히 근육이 쇠퇴하는 질병을 앓는 아마노 다모쓰가 나온다. 그는 아야코와는 전혀 다른 성격과 행동을 보여준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밝은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결말은 안타깝고, 긴 여운을 준다.

'엠바밍'은 84세의 고가 후미에라는 여성과 가족의 이야기였다. 이 에피소드의 경우 환자의 가족간의 갈등에 대한 부분이 중점이 된다. 유산상속이나 연명치료를 시행할 것인가에 관한 갈등이다. 그런 점에서 죽음을 앞두고 고민하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였다.

'케샨병'은 산속에서 발견된 아이 다카오 하나코의 이야기였다. 말을 하지 못하고 보행 장애와 심근증 증상을 보이는 소녀는 비밀을 품고 있었다.

'장기생존자'는 주인공의 스승이기도 했던 의대의 명예교수 곤도의 이야기였다. 그는 현역에 있을 때는 적극적인 치료를 지향했고 그만큼 실력도 있었기에 존경받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췌장암 말기임을 알게 되자 치료를 거부하고 집에서 마지막을 지내는 걸 선택한다. 그런 그가 외출해서 여러 사람들을 찾아간다. 알고보니 그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존재했다.


"미토 군, 다시 한 번 말해 두지. 죽음은 패배가 아니야. 평온하게 보내드리지 못하는 거야말로 우리의 패배지." (p.364)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아버지를 재택에서 간병하기로 결정한다.

소설 초반부터 주인공의 아버지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은 여러 차례 언급되고 있었다. 주인공 린코는 여러 환자들을 만나면서, 단순히 삶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스스로 원하는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아버지가 마지막이 가까웠다는 선고를 받게 되자, 재택 간병이라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었고, 평온하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이 마지막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주인공이 성장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죽음을 앞둔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만큼,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에 대해 깊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부제인 '당신은 어떤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까?'라는 물음에 나는 어떤 답을 낼 수 있을까. 어떤 답을 내고 싶은 걸까.

띠지에 적힌 이 책의 출간 비화에 따르면, 저자는 의사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자 독학으로 의학을 공부하다 재미를 느껴 33세에 대학 의학부에 입학했다. 졸업 후 대학 병원에서 근무하고, 40대에 연수의 생활을 보내며 소설 습작까지 했다. 그렇게 55세에 비로소 이 책, 『사일런트 브레스』로 작가 데뷔를 한 것이다. 전문적인 부분은 물론이거니와 삶을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 노력들이 이야기 속에 담겨 있기에 진지함이 배어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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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보이지 않아도 태도는 보인다
조민진 지음 / 문학테라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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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흔들릴 때 붙잡아줄 마음가짐에 대하여, 진심은 보이지 않아도 태도는 보인다


『진심은 보이지 않아도 태도는 보인다』는 JTBC에서 16년째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의 두번째 에세이다.

첫 책은 휴식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책은 휴식 이후 다시 돌아온 일터에서의 삶과 마음가짐을 이야기한다.


결국 우리는 계속해서 일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 발전하기 위해 계획한 게 있다면 열심히 해야 한다. 뭔가를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시간이 쌓이면 열심히 하는 자세가 습관이 된다. 열심히 하는 습관은 우리가 일을 더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p.35)


지금의 일을 선택한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적성을 고려해 고른 일이어서, 하고 싶은 일이어서 선택한 경우도 있지만,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능력치와 상황에 맞춰 적당히 취직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간에 한 번 일을 시작했다면 계속해서 일하는 것을 지향하게 된다. 그만큼의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 시간 일을 해내가는 건 쉽지 않다.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낯설고 서툰 능력을 다듬어 능숙해지게 하는 노력, 빠르고 끊임없는 변화에 따라 한층 성장하기 위해 쌓아야 하는 시간들. 그 노력과 시간들을 이어가며 일에 대해 알아간다. 그러다보면 일에 더 관심을 가지고, 흥미도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말이다.


노력하는 사람은 결국 즐기게 된다. 결국 잘하게 된다. 그리고 잘하는 그 일을 당연히 오래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p.35~36)


잘하면 좋아하게 된다. 좋아하면 잘하게 된다. 그리고 좋아하면서 잘하기까지 한다면 그 일을 오래오래 하고 싶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열심히 일하자는 다짐을 제대로 실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많은 다짐들이 그렇듯, 꾸준한 실천이 어렵긴 하지만, 노력해야 한다.


직장은 늘 유연성을 요구한다. 내가 절대 하지 않을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p.59)


그러나 익숙해진 일을 계속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익숙해졌다 싶을 때 인사이동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자신의 성향과 거리가 있는 일을 맡을지도 모른다. 회사는 내 사정을 고려해주는 존재가 아니니까. 한 분야의 일만 하게 되는 회사는 없다. 저자도 방송에 나오는 기자 일을 한 적도 있고, 뒤에서 서포트하는 데스크 업무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상실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했다고 했다. 모든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듯, 모든 회사 업무에 있어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을 것이다. 모든 업무가 잘 돌아가야 회사도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일터가 소중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이다. 집은 피곤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다시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자신을 정화시키고 리셋해주는 곳이다. (p.132)


마음가짐을 붙잡아 보는 것과 별개로 일터는 피곤이 쌓일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일을 한다는 건 그런 거니까. 그렇기 때문에 쉬면서 지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공간인 집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집에서 충분한 재충전을 하고, 일터에서 할 일을 묵묵히 해내가며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본다./


전진과 후퇴, 성공과 실패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게 삶의 제 모습이다. 신이 아닌 우리는 때때로 길을 잃고 방황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잠시 쉬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낼 수만 있다면 단 한 번 주어지는 생의 여행에 실패하진 않을 것이다. (p.196)


일하다가 힘들다, 지친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한 번 노력해보자고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로 채워져 있는 책이었다. 일방적인 조언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자신의 경험도 곁들이며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을 정리해 쓴 부분들이 좋았다. 각 글들의 양도 많지 않은, 적당한 분량이다. 차례를 보고 마음이 끌리는 글을 그때 그때 한두 편씩 읽어본다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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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중한 나의 텃밭 - 텃밭 중심 라이프
정원 지음 / 피그말리온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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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가을까지 텃밭 중심 라이프! 작고 소중한 나의 텃밭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회색빛 건물 사이 아스팔트 길을 걸어다니며 생활하다보면 자연이 그리워진다.

숲세권, 팍세권(공세권)이 집을 구할 때 고려하는 요소로 떠오르는 것도 자연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자연을 가까이 하고 싶어하는 가족들은 아이들이 있는 경우도 많다. 삭막한 세상이 아니라, 많은 변화를 품고 있는 자연을 아이들이 마주하며 좋은 경험들을 많이 쌓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여가를 즐기는 삶을 추구하는, 인식의 변화. 주말 농장을 신청해 작물들을 기르고, 공동으로 땅을 빌려 작게 텃밭을 만들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공동체에 참여해본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베란다에 조그맣게라도 텃밭을 만들어 농사짓는 '도시농'들이 많아졌다. 관련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도시농'이란 단어가 익숙한 단어가 되었음을 느낀다.

이번에 읽은 『작고 소중한 나의 텃밭』도 이 시류에 닿아 있다. 텃밭 농사 5년차인 저자가 봄부터 가을까지 텃밭 농사 지은 이야기를 일기처럼 날짜의 흐름에 따라 차곡차곡 담아냈다. 각 날짜별 에피소드의 끝에 '농사의 말'이라는 부분도 실어 좀더 '농사' 지식에 가까운 내용을 추가로 담고 있다.


텃밭이 나를 새로이 규정해간다. 새로운 연인을 만나면 사람이 변하거나 새롭게 규정되듯이 나는 이 텃밭에서 새로운 사람이 되어간다. (p.139)


책 속 이야기에 친근감을 느끼고 공감한다.

가족이 공동 텃밭에서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기에 종종 나도 텃밭 농사를 도우러 가곤 하기 때문이다. 아직 완연한 도시농이 되었다 할 수는 없겠지만. 도시농 수습생 정도의 수준이다. 그래도 텃밭이 나를 새로이 규정한다는 느낌을 알 것 같다.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땅을 고를 때 농기구를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자주 먹는 작물의 뿌리, 잎, 열매, 꽃들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수확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크기의 작물을 수확하면 되는지. 물은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

그리고 초보일지라도 공감 100퍼센트인 이야기들이 있었다.


씨앗 뿌려놓고 싹이 나오는데 무슨 싹인지 몰라 애태우던 경험.

밭을 가꾸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일이다. (p.78)


정말 그렇다. 작은 땅이지만 다양한 작물을 심어 두었기 때문에 어느 공간에 무엇을 심었는지 그림을 그려두거나, 팻말을 꽂아야 한다.

게다가 난 아직도 잡초와 작물의 어린 싹을 구별하지 못해서 봄에 싹이 나면 항상 물어본다. "이거 뽑아도 되요?"


텃밭 농사를 시작한 뒤로 달라진 것 하나는 날씨 변화에 민감해졌다는 것이다. (p.80)


또 다른 공감포인트는 날씨. 날씨를 고려해 텃밭을 방문하게 되기 때문이다. 맑은 날이 계속되면 텃밭에 물을 주러 가야 하고, 너무 비가 많이 와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예전엔 날씨에 무심했는데, 이젠 매일 날씨를 확인해본다.


처음에는 몰랐던 일, 미숙할 때는 몰랐던 일, 낯설었던 일, 내 것이 아니었던 일들이 나의 세계로 서서히 편입되고 있었다. (p.143)


자연을 오감으로 선명하게 느낀다. 완성품만 봐왔던 채소들의 성장과정을 생생하게 마주한다. 

텃밭은 나의 세계를 더 넓게 만들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며, 경험을 되새겼다.

텃밭 농사가 힘든 부분도 있지만 해보면 넘치도록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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