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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중한 나의 텃밭 - 텃밭 중심 라이프
정원 지음 / 피그말리온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봄부터 가을까지 텃밭 중심 라이프! 작고 소중한 나의 텃밭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회색빛 건물 사이 아스팔트 길을 걸어다니며 생활하다보면 자연이 그리워진다.
숲세권, 팍세권(공세권)이 집을 구할 때 고려하는 요소로 떠오르는 것도 자연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자연을 가까이 하고 싶어하는 가족들은 아이들이 있는 경우도 많다. 삭막한 세상이 아니라, 많은 변화를 품고 있는 자연을 아이들이 마주하며 좋은 경험들을 많이 쌓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여가를 즐기는 삶을 추구하는, 인식의 변화. 주말 농장을 신청해 작물들을 기르고, 공동으로 땅을 빌려 작게 텃밭을 만들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공동체에 참여해본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베란다에 조그맣게라도 텃밭을 만들어 농사짓는 '도시농'들이 많아졌다. 관련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도시농'이란 단어가 익숙한 단어가 되었음을 느낀다.
이번에 읽은 『작고 소중한 나의 텃밭』도 이 시류에 닿아 있다. 텃밭 농사 5년차인 저자가 봄부터 가을까지 텃밭 농사 지은 이야기를 일기처럼 날짜의 흐름에 따라 차곡차곡 담아냈다. 각 날짜별 에피소드의 끝에 '농사의 말'이라는 부분도 실어 좀더 '농사' 지식에 가까운 내용을 추가로 담고 있다.
텃밭이 나를 새로이 규정해간다. 새로운 연인을 만나면 사람이 변하거나 새롭게 규정되듯이 나는 이 텃밭에서 새로운 사람이 되어간다. (p.139)
책 속 이야기에 친근감을 느끼고 공감한다.
가족이 공동 텃밭에서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기에 종종 나도 텃밭 농사를 도우러 가곤 하기 때문이다. 아직 완연한 도시농이 되었다 할 수는 없겠지만. 도시농 수습생 정도의 수준이다. 그래도 텃밭이 나를 새로이 규정한다는 느낌을 알 것 같다.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땅을 고를 때 농기구를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자주 먹는 작물의 뿌리, 잎, 열매, 꽃들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수확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크기의 작물을 수확하면 되는지. 물은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
그리고 초보일지라도 공감 100퍼센트인 이야기들이 있었다.
씨앗 뿌려놓고 싹이 나오는데 무슨 싹인지 몰라 애태우던 경험.
밭을 가꾸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일이다. (p.78)
정말 그렇다. 작은 땅이지만 다양한 작물을 심어 두었기 때문에 어느 공간에 무엇을 심었는지 그림을 그려두거나, 팻말을 꽂아야 한다.
게다가 난 아직도 잡초와 작물의 어린 싹을 구별하지 못해서 봄에 싹이 나면 항상 물어본다. "이거 뽑아도 되요?"
텃밭 농사를 시작한 뒤로 달라진 것 하나는 날씨 변화에 민감해졌다는 것이다. (p.80)
또 다른 공감포인트는 날씨. 날씨를 고려해 텃밭을 방문하게 되기 때문이다. 맑은 날이 계속되면 텃밭에 물을 주러 가야 하고, 너무 비가 많이 와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예전엔 날씨에 무심했는데, 이젠 매일 날씨를 확인해본다.
처음에는 몰랐던 일, 미숙할 때는 몰랐던 일, 낯설었던 일, 내 것이 아니었던 일들이 나의 세계로 서서히 편입되고 있었다. (p.143)
자연을 오감으로 선명하게 느낀다. 완성품만 봐왔던 채소들의 성장과정을 생생하게 마주한다.
텃밭은 나의 세계를 더 넓게 만들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며, 경험을 되새겼다.
텃밭 농사가 힘든 부분도 있지만 해보면 넘치도록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이라는 생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