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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르시시스트일까? ㅣ 한 입 크기 철학 1
피에르 페주 지음, 알프레드 그림, 이수진 옮김 / 돌배나무 / 2020년 6월
평점 :
현대 사회에서 자기애의 의미에 관하여, 누가 나르시시스트일까
철학적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얇은 책 한 권으로 담아내는 '한 입 크기 철학 시리즈'.
그 첫번째 책 『누가 나르시시스트 일까?』는 현대사회에서 '자기애'가 어떤 양상으로 발현되고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표지 일러스트를 통해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갈지 예측할 수 있다.
서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시선은 각자의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
어디에나 있지만 그 누구도 아닌, 수천 개의 얼굴 없는 눈을 신경 쓴다. (중략) 개인의 진정한 자질을 인정하거나 고유한 특성을 존중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에만 열망한다. 나이를 불문하고 오늘날의 나르키소스는 오직 타인을 만족시킬 때만 자신에게 만족하고, 또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 타인을 만족시키려고 한다. 일종의 최면과도 같은 이런 생각이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상이 사유를 대체하고 만 것이다. (p.14)
현대 사회에서의 나르시시스트들은 '자기애'의 기준점이 자신보다는 타인에게 맞춰져 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SNS를 생각해보면 된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일상 사진들을 SNS에 올린다. 그건 어떻게 보면 '꾸며진' 일상이다.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물적 요소들을 담아 '남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만든다. 그리고 많은 공감을 받으면, 스스로도 만족감을 느낀다. 나에 대해 아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에 더 중점을 두려고 하는 모습이다.
현대의 자기애에 관한 이런 관점이 흥미롭다. 기술 발달로 타인과 쉽게 연결될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것이 스스로 사유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이 시리즈는 뒷부분의 표지 일러스트가 더 마음에 드는데, 책 속에서의 주요 질문들을 이미지와 함께 배치했다.
나르키소스는 왜 타인의 사랑을 거부했을까?
프로이트가 말한 두 가지 나르시시즘은 무엇일까?
자기애에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을까?
인류는 거대한 나르키소스 집단일까?
자기애에 관해서도 다양한 질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인간은 모두 나르시시스트일까? 그렇다! 누구나 삶이 시작하는 시기부터 절대 사라지지 않는 기억을 가지니 말이다. (p.40)
그 중 흥미로웠던 내용은 '인간은 모두 나르시시스트일까'란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프로이트의 사상과 관련지어 이야기한 부분인데, 애초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애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자라면서 경험을 통해 변화해가는데, 다시 자기애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 있다.
뒷부분에서는 나르키소스의 유형에 대해 다룬 부분이 인상적이다.
총 여섯 가지 정도를 소개하고 있었다.
오로지 자신을 동경의 대상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해바라기형 나르시시스트'.
자신에 대한 이상이 너무 높아 아예 나서지 않으며 드러내려 하지 않으려는 '그림자형 나르시시스트'.
모두의 눈뿐만 아니라 자신의 눈에도 타의 모범이 되려하며, 남을 위해 자신이 희생하는 걸 알아주길 원하는 '성인군자형 나르시시스트'.
말솜씨가 뛰어나 타인을 깎아내리며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믿는 '질투형 나르시시스트'.
자신이 무한한 힘을 가졌다고 믿으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힘에 굴복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하려 하는 '조종자형 나르시시스트'.
상상속의 나쁜 일로부터 항상 고통받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신경쇠약형 나르시시스트'.
다양한 나르시시스트의 유형을 보다보면 많은 인간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인간이 모두 나르시시스트라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리즈 책은 어떤 질문에 대한 여러 가지 사유를 한 권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어느 부분을 깊게 알고 싶다면 관련 주제, 키워드를 바탕으로 다른 책들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