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온한 잠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ㅣ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4월
평점 :
매력적인 시리즈의 신작, 불온한 잠
와카타케 나나미는 '하드보일드' 작가로 알고 있다. 읽기까지 망설임이 생긴 이유.
『불온한 잠』은 하무라 아키라가 주인공인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시리즈 4권이다. 단편집이라 좋았다. 장편보다는 단편이 좋다. 부담이 덜하니까.
총 4편의 단편이 있다. 1장 거품 속의 나날, 2장 새해의 미궁, 3장 도망친 철도 안내서, 4장 불온한 잠.
단편집을 읽을 때 보통 표제작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 이번 책은 아니었다.
첫번째 실린 '거품 속의 나날'이 제일 괜찮았다. 상대적으로 뒷부분에 실린 단편들이 아쉬워서, 책 전체적인 만족감에 영향을 끼쳤다.
단편이 읽기 편하긴 하지만 만족감은 다른 문제다.
"탐정양, 그저 그 아이를 내가 있는 곳으로 데려와주면 돼. 반드시, 꼭, 내게로 데려와줬으면 해." (p.76)
거품 속의 나날. 하무라 아키라는 책 처분을 위해 방문한 곳에서 의뢰를 받게 된다. 곧 출소하는 친구의 딸, 하루카를 데려와 달라는 것. 어렵지 않은 의뢰인 줄 알았는데, 하루카는 사건에 휘말려 있는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의뢰를 마친 하무라 아키라는 문득 위화감을 느끼게 되고, 깨달음의 순간 이야기는 끝을 맞이한다.
의뢰와 과거 사건이 얽혀있지만 복잡하지 않다. 단편에 딱 알맞은 만큼. 보리스 비앙의 《세월의 거품》이 언급된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책이 궁금해진다. 마지막에 하무라 아키라가 위화감을 느끼는 부분부터 끝까지가 제일 매력적인 부분이다. 단편에 담긴 분위기와 이미지에 호감이 생기는 단편이었다.
"평소라면 이렇게까지 걱정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 사람, 분명 저주받았을 거예요." (p.97)
새해의 미궁. 지인의 부탁으로 저주 받았다는 빌딩에서 경비일을 한 후 여성 사무원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하무라 아키라. 그녀 전에 빌딩에서 근무하다 연락두절이 된 경비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사람은 어렵지 않게 찾았지만, 빌딩에서 누군가가 죽은채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숨겨진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맥거핀 요소가 보였던 단편이었다. 첫번째 단편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했다 싶으면 다른 사건으로 연결되는 플롯이 나쁘지 않았다.
"이 《ABC 철도 안내서》는 특별하거든요." (p.159)
도망친 철도 안내서. 철도 미스터리 페어를 연 서점에 전시되어 있던 ABC 철도 안내서가 사라졌다. ABC 철도 안내서를 찾아가면서 하무라 아키라는 그 책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이 단편은 미스터리 내용보다는 '철도 미스터리 페어'에 흥미가 돋았다. 서점이 메인이었는데 도난당한 책을 찾아가는 과정은 생각만큼 재미있지 않아 아쉽다. 서점 미스터리만의 매력이 없었다. 초반 도야마 점장이 언급하는 여러 철도 미스터리 작품들에 호기심이 생긴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
"탐정님, 하라다 히로카에 대해……. 그녀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알아봐줄 수는 없을까? 그런 사람을 찾게 되면 이 보물을 건네주고 싶어." (p.233)
불온한 잠. 11년 전 홀로 죽어간 여성의 지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러나 과거 행적을 따라 찾아간 곳에서 만난 사람들마다 차가운 반응과 거부감을 보인다. 하무라 아키라가 조사를 이어가면서 히로카의 죽음 뒤에 숨겨진 씁쓸한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단편에 어울리는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중간에 조금 헷갈리는 인물들도 있었고, 히로카의 죽음 뒤에 숨겨진 배경이 여럿이라 브레이크가 걸리는 기분이었다. 몰입이 힘들었기에 아쉬웠던 표제작. 제목은 매력적인데 제목만큼 이야기는 매력적이지 않아 아쉽다.
이 시리즈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책 맨 뒤의 부록이다. 도야마 점장의 미스터리 소개.
해당 책 내용에서 언급한 다양한 미스터리, 일반 책들, 작가에 관해 코멘트를 달아놓은 것이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철도 미스터리 작품들에 호기심이 생긴다. 첫번째 단편과 관련한 코멘트에서 '거북 미스터리 페어'를 말했는데, 흥미롭다. 거북하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만 떠올랐는데, 이 책을 보니 거북 미스터리도 몇 가지 있었다. 엘러리 퀸의 《녹색 거북의 비밀》이 궁금하다. 거북이라니, 정말 독특한 소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