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이경옥 옮김 / 빚은책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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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스가 완성되어 가는 이야기,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아오야마 미치코 책이라서 읽고 싶어졌다.
읽기 편하고, 특유의 따스함을 좋아한다.
이 책도 표지 일러스트부터 내용까지, 그런 분위기가 충분하다.

호주 멜버른에서 만난 레이와 부는 기한을 둔 사랑을 시작한다.
그들이 기한의 끝을 앞두고 남긴 에스키스.
이 그림이 거쳐가는 장소들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이 그림을 그린 화가의 시점에 이르러 이야기들이 하나로 연결된다.
처음의 에스키스가 어떤 과정을 거치며 본 그림으로 완성되었는지.

"에스키스?"
들어본 적이 없는 말에 내가 고개를 들었다.
"초벌 그림 같은 거야. 실제 그림을 그리기 전에 구도를 잡는 데생 같은 거지. 그걸 보면서 다시 시간을 들여 완성한대."(p.12~13)
이 책으로 '에스키스'란 용어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이 소설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소재라서 확실히 알았다.
에스키스. 어감도 매력이 느껴지는 단어.
책 속에서는 완성되지 않은 초벌그림인 이 에스키스가 하나의 작품이 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 그림에 어울리는 액자를 만드는 내용도, 에스키스를 만화의 콘티와 연결짓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기반은 레이와 부의 사랑 이야기가 깔려있지만, 이 그림으로 연결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좋았다.

뒷표지에는 일본 서점 관계자들의 리뷰 문장들이 적혀 있다.
그 중에 '한 번 더 읽을 수밖에 없었다'라는 언급이 있는데, 왜 한 번 더 읽을 수밖에 없는지 알 것 같다. 책이 끝을 향해 갈수록 숨겨진 이야기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 두 사람, 레이와 부의 이름에 숨겨진 이야기는 에필로그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데, 마음에 드는 설정이었다. 파랑, 그리고 빨강. 소재가 왜 그림이었는지, 다시 한 번 느낌표를 찍어주기도 하고.

아오야마 미치코의 글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다른 에피소드에서 스쳐가는 인물로 등장하는 연결점에 있었다. 이번 소설도 그런 모습이 있지만, 전과 약간 다른 점은 전체적으로 계속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는 점. 에피소드를 읽을 때는 잘 모르겠지만, 다 읽고 나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구나! 알게 된다. 그런 점에서 다음 이야기는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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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
니타도리 케이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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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기피증이 있어도 추리는 가능해, 『대인 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

이 책을 읽기로 마음 먹은 이유. 설정이 독특해서. 『대인 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라는 제목 그대로, 주인공 탐정은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이다. 남들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어려워하고, 단순히 말하는 것부터 힘든 사람. 책 첫머리에서, 강의 첫시간 자기 소개부터 어려워하며 순서가 하나씩 다가오는 동안 별의별 생각을 다한다. 남들 앞에서 '나'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긴장되고 어렵다는 건 항상 느꼈던 일이지만 이렇게까지 생각한다고? 싶을 정도의 독백. 이 주인공에 호감을 가질 일은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리 그래도 자기소개의 레퍼토리 문구 몇 문장으로 우산 주인을 알아내다니, 무슨 셜록 홈스도 아니고. (p.30)

호감도와는 별개로 이 주인공의 능력에는 첫 에피소드 사건부터 감탄했다. 자기소개 문구로 우산 주인을 어떻게 알아내냐고 혼자서 생각해놓고서는 결국 해결해냈고, 저 말은 자화자찬이 된다. 셜록 홈스에 빗댈만큼의 추리력을 소유한 주인공이라고, 은근히 생각하게 만드는 건가.


첫번째 에피소드인 '논리의 우산은 쓰더라도 젖는다'에서 우산 주인 찾기를 해결해내며 동기 미하루, 가고시 교수와의 친분을 갖게 된 주인공. 대학 생활을 이어가며 마주한 일상 속 사건들을 해결해간다. 그 사건들은 일견 가벼워보이지만, 위험성이 담겨 있다.

옷가게 탈의실에서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의 진상을 밝힌 '니시지바의 프랑스'의 경우, 옷가게 주인이 중국인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사건에서 찾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놀러갔는데, 술을 마시지 못하는 친구가 술을 마시게 된 경위를 찾아낸 '노래방에서 마왕을 부르다'는 해당 사건이 일어나게 된 과정이 살짝 씁쓸하다. 고의와 우연한 실수가 겹쳐지며 생긴 문제였으니까.

축제 속에서 동행했던 학교 친구가 소매치기를 당했고, 인파 속으로 사라진 범인을 찾아내는 '부채 속으로 사라진 사람'은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 해결 과정에서 드러난 주인공 일행의 성격들이 눈에 띈다. 이 부분은 다음 에피소드에서 더 깊게 풀어낸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눈을 보고 추리를 말하지 못하는 탐정'은 주인공의 대인기피증이 생겨나게 된 과거의 사건에, 현재 일어난 도난 사건, 마지막으로 도난 사건 뒤에 숨어있던 사건까지 풀어내는 내용을 담았다. 이 에피소드의 사건 풀이도 인상적이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주인공 일행의 모습들로 보여주는 다양한 '대인기피증'의 형태.

"나, 사실은 낯가림이 심하거든. 사람들이랑 사귀는 게 거북해서 반대로 주절주절 떠든다고 할까."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 주절주절 떠들 수 있다면 대인기피증이 아니다.

하지만 사토나카는 진심으로 말하는 듯했다. "미움받는 게 싫으니까 어찌 됐든 계속해서 떠들면서 얼버무린다고 할까. 비웃음당해도 좋다고 반쯤 포기한 상태이기에 누구에게든 돌격하고 말이야. 긴장하면 점점 더 말이 많아지고." (p.319)

"폐가 되지 않는다는 게 어느 정도까지인지...... 너무 어려워." (p.319)

대인기피증은 타인에게 말조차 걸기 어려운 모습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형태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어려워해서 반응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내가 항상 같은 건 아니다. 고민하는 마음을 숨기고 아닌척, 더 가볍게 보이도록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추리 소설적인 면모도 나쁘지 않았지만 '대인기피증'에 대해 보여준 부분들이 점점 흥미를 끈다.

꽤 좋은 사람들과 친구가 됐다. 모두가 제각각의 방식으로 대인기피증인 듯하지만. (p.393)

중간중간 나오는 대인기피증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들에 의외로 공감했다. 책을 읽을수록 주인공에 대한 호감도가 점점 짙어진 건 그 영향일지도 모른다.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서.

대인기피증은 인파에 약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걸어갈 수 없기 ??문에 동행인과 걷다가 인파에 떠밀리며 어느순간 조용히 사라지게 된다는 이야기는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대인기피증은 '주문'에 약하다는 이야기. 이건 정말 공감 100퍼였다. 말 꺼내는 것부터 어려운데 점원이 포인트 카드나 테이크 아웃 관련 이야기 등을 빠르게 이어가면 혼란스럽다. 자주 가는 곳이라면 익숙하겠지만 처음 가는 곳이라면 긴장은 배가 된다. 그런 기분 느낀 적이 여러번이니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정도와 방식은 다르겠지만 대인기피증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주인공이 친구들도 그런 부분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된 것처럼, 나도 알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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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탐정 유동인 2 - 리턴즈 서점 탐정 유동인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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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밖의 사건들도 해결해요, 『서점 탐정 유동인2 리턴즈』

『서점 탐정 유동인』 시리즈 신간이 나왔다. 서점 탐정이지만 서점 안의 사건 뿐 아니라 서점 밖의 사건까지 해결하는, 연애만 빼고 완벽한 남자 유동인. 이번 책에서는 '가을, 유명작가 실종사건'에서 '겨울, 미림문고 보물찾기 사건'과 '봄, 뒤쿵 접촉 사건'을 거쳐 '여름, 발레 학원 몰카 사건'을 해결하는 1년을 보낸다.

'가을, 유명작가 실종사건'은 추리 작가 협회로부터 의뢰받은 베스트셀러 추리소설을 썼던 작가가 실종된 사건이다. 사라지기 전에 한 권의 책을 냈음을 알게 되고, 작가의 실종에 얽힌 인물도 찾아낸다. 결국 실종된 작가까지 찾아내지만, 사건의 결말은 씁쓸하다. 이대로 끝나는 건가? 싶었다.

'겨울, 미림문고 보물찾기 사건'은 비교적 짧은 편. 사건 해결도 하루만에 결론이 난다. 예전 남자친구가 주어야 하는 돈을 수표로 바꿔 미림문고 어딘가에 숨겨두었다. 아침이 되어 서점에 손님이 들기 전에 찾아내야 하는 상황. 겨우 찾아냈나 싶었는데 수표가 아닌 편지가 있곤 하다. 치밀한 추리력이 필요한 사건은 아니었으나 상황 자체가 정말 짜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사건이었다.

'봄, 뒤쿵 접촉사건'은 아람이 맡은 보험사기 의심 사건에 얽힌 인물들을 조사하기 위해 용의자가 다니는 헬스장에 동인과 아람이 잠입수사를 하며 겪는 내용이다. 결정적인 증거를 잡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실수가 나오긴 했지만 임기응변으로 무사히 해결!

'여름, 발레 학원 몰카 사건'은 진전되지 않던 동인과의 관계에 포기할까 고민하는 아람의 상황이 나온다. 거기에 동인이 회원으로 다니던 발레 학원에서 몰카가 발견되어 범인으로 몰린 동인의 요청에 의해 학원에 가서 진짜 범인을 찾아내는 내용이다. 이 사건 역시 심리적인 부분에서의 씁쓸함이 있다. 사건은 씁쓸하지만 마지막에 동인과 아람의 관계는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 혹시 다음 이야기가 있다면 둘의 상황이 어떻게 변화했을지 기대하게 한다.

'서점 탐정'이라서 서점 안의 사건들 위주로 해결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서점 밖의 사건들이 더 많다. 기대하는 '서점 미스터리'의 느낌은 아니지만, 한국 추리 소설에서 일상 미스터리물을 찾기는 힘든 편이니까. 너무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깊게 우울해지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감을 주는 추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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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조말순 채소법 : 집밥 + 도시락 - 전2권 조말순 채소법
김지나 지음 / 길벗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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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채소 요리를 만들어 봐야지! 『조말순 채소법: 집밥』, 『조말순 채소법: 도시락』


예전부터 채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고기보다는 채소 요리를 더 좋아했습니다.

최근 비건이 유행하면서 출간된 여러 채소 요리 책을 읽는 즐거움이 생겨났습니다.

제가 요리책을 읽는 이유는 요리 방법이라는 지식을 쌓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흥미를 채우기 위해 읽는 때도 많습니다. 당장 만들지는 않더라도, 사진을 보면서, 요리 과정을 읽어가면서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 즐거움을 실제로 느끼고 싶어지면 요리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지요.


초록빛과 연둣빛 표지 색이 예쁜 『조말순 채소법』 시리즈.

집밥 편과 도시락 편, 총 2권입니다.

표지 색감부터 딱 채소를 떠오르게 합니다.

제목은 '조말순' 채소법인데 어라, 저자 이름은 '김지나'입니다.

알고보니 저자분의 어머님 성함이라고 합니다.

엄마의 이름과 손맛을 이어받아 운영하는 가게에 어머니의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이 책은 완벽한 채식주의를 위한 요리책이 아닙니다.

'채소 그 자체를 가장 맛있게 먹기 위한 요리책'이라는 소개가 좋았습니다.


『조말순 채소법: 집밥』에서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요리들을 소개합니다.

간단한 채소요리로 시작해 국과 찌개, 채소 샐러드, 주말에 만들어 먹어보면 좋을 채소 요리들이 이어집니다.

간단한 채소요리 파트에서는 머윗대 파스타라던가 루콜라 고구마전을 만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 채소들의 제철이 되면 잊지 않고 도전해봐야겠습니다.

국과 찌개 파트에서는 낯선 요리들이 가득했습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토마토 배추찌개. 토마토와 배추가 어울릴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토마토를 넣고 끓인 라면 국물이 참 맛있었던 걸 생각해보면 기대되기도 합니다.

채소 샐러드 파트도 색다른 샐러드 조합이 많아서 흥미로웠습니다.

여유로운 주말을 즐기는 채소요리 파트에서는 수프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지 아몬드 수프 같은 경우에는 조합이 특이해서 흥미로웠고, 초당옥수수 수프는 맛은 예상가는데 차갑게 먹는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조말순 채소법: 도시락』에서는 도시락을 쌀 수 있는 요리법들이 가득합니다.

밥과 함께 즐기는 채소 도시락, 고기와 즐기는 채소 도시락, 한 그릇 채소 도시락, 샐러드 도시락,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채소 도시락. 다섯 파트로 구분했습니다.

도시락을 쌀 수 있는 요리들이지만, 집에서 만들어 먹어도 괜찮은 메뉴들입니다.

도시락 편에서 특히 눈에 들어온 부분들은 마지막 파트입니다. 수프, 스튜, 그라탱이 메뉴였기 때문입니다. 버섯 배추 크림 수프라던가, 콩비지 양송이 크림 수프, 두유를 넣은 뿌리채소 스튜가 궁금했습니다.


요리마다 사진과 함께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큼직한 사진은 완성된 요리를 보는 즐거움과 함께 세부적인 과정을 알아가게 합니다.

요리마다 세세하게 덧붙은 TIP부분은 요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마침 연말입니다. 슬슬 새해 계획을 세울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이 책의 메뉴를 하나씩 만들어가며 채소의 맛을 알아가는 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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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말차 카페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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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연결되는 이야기의 매력, 『월요일의 말차 카페』

아오야마 미치코란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도서실에 있어요』를 시작으로, 『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와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을 거쳐 이번에 읽은 『월요일의 말차 카페』까지. 모두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만족스러웠습니다. 기본적으로 몽글몽글하니 따뜻함을 자아내는 글이라 부담 없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입니다. 그런 분위기의 책을 찾으신다면 이 작가분의 이름을 기억하셨다가 어떤 책이든 읽어보세요.

이 작가분이 쓰신 작품들마다 담긴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등장인물 간의 '연결'입니다.

한 에피소드에서 조연이었던 인물, 스치듯 지났던 인물들이 다음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합니다. 한 권의 책에 담긴 에피소드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다른 책에서 마주했던 인물을 발견하고 신기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누가 연결되어 있을까.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읽어갑니다. 어쩌면 이 설정은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게 하는 작가님의 의도일까요?이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게 한 건 이 사람들 사이의 연결에 흥미를 느낀 점이 가장 큰 부분이었습니다. 우리가 서로 모르는 사이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월요일의 말차 카페』에서도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연결되는 손이 무수히 늘어날 거야. 어느 손 하나라도 떨어졌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어. 어떤 만남이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맥맥이 연결된 손과 손끝 덕분에 이루어진 거야." (p.164)

"가장 멋진 것은 먼 곳에서 손을 잡은 사람들이 자기가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걸 전혀 모른다는 거지. 그걸로 된 거야. 자기 일에 몰두한 것이 생판 모르는 남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 (p.165)

이 부분을 읽으며 의미 없는 삶은 없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을까요? 알지 못하는 만남과 변화들을 상상해봅니다.


"사람도 물건도 한 번이라도 만났다면 인연이 있는 겁니다. 인연이란 씨앗 같은 거죠. 작고 보잘것 없어 보여도 키우다보면 선명한 꽃이 피거나 맛있는 열매가 열리죠. 씨를 뿌릴 때는 상상도 하지 못한." (p.15)

『월요일의 말차 카페』는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의 후속작입니다. 마블 카페의 휴일인 월요일에 특별 이벤트로 하룻동안 열린 말차 카페에서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도쿄와 교토에서 인연이 하나씩 연결되어 갑니다. 도쿄와 시드니를 번갈아 조명했던 전작과 달리, 도쿄와 교토의 이야기가 한 화마다 번갈아 나오진 않습니다. 인연을 통해 따뜻한 결말이 나는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전작에 나왔던 인물들이 에피소드에 언뜻언뜻 비춰집니다. 주요 화자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두근거리는 사랑의 시작. 누군가의 응원을 듣고 싶었던 마음.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이 전해지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사람들의 연결이 가득한 하나의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다란 세상에서 어느 한 부분을 줌인해 비춰내는 듯한 느낌. 흥미롭습니다.

에피소드 제목을 정리하다가 깨달은 사실인데 도쿄Tokyo와 교토Kyoto는 서로 철자가 반대라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교토가 말차로 유명한 지역이라서인지, 아니면 철자의 특별함이 선택의 우선순위였는지 궁금해집니다.

그건 헌책 냄새를 좋아하는 거란 걸 최근 깨달았다. 뭔가 안심이 되고 아주 마음이 차분해지는 냄새. 종이도 잉크도 먼 옛날 누군가의 생각을 빨아들인 채, 느긋하게 쉬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재촉받지 않고. (p.114~115)

책을 읽을 때의 아저씨 모습, 참 좋다. 아름답다. 분명히 그곳에 있는데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다는 걸 안다. 몸은 멈춰 있는데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전해진다. (p.115)

중간에 헌책방 근처에서 지내는 고양이 시점의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책과 관련된 이야기라 즐거움이 더했습니다. 헌책 냄새 이야기도 좋았고, 누군가가 책읽는 모습을 말하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이번 책은 제목이 제목이니만큼 월요일에, 직접 제조한 말차 라떼를 홀짝홀짝 마시며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쌉싸레한 말차맛을 느끼니 좋았습니다. 따뜻한 음료와 따뜻한 이야기는 아주 잘 어울렸고요. 말차를 마시는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짐작하는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코코아, 말차가 나왔습니다. 어쩌면 커피나 홍차를 제목으로 이야기가 이어지지는 않을까요?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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