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말차 카페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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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연결되는 이야기의 매력, 『월요일의 말차 카페』

아오야마 미치코란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도서실에 있어요』를 시작으로, 『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와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을 거쳐 이번에 읽은 『월요일의 말차 카페』까지. 모두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만족스러웠습니다. 기본적으로 몽글몽글하니 따뜻함을 자아내는 글이라 부담 없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입니다. 그런 분위기의 책을 찾으신다면 이 작가분의 이름을 기억하셨다가 어떤 책이든 읽어보세요.

이 작가분이 쓰신 작품들마다 담긴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등장인물 간의 '연결'입니다.

한 에피소드에서 조연이었던 인물, 스치듯 지났던 인물들이 다음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합니다. 한 권의 책에 담긴 에피소드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다른 책에서 마주했던 인물을 발견하고 신기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누가 연결되어 있을까.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읽어갑니다. 어쩌면 이 설정은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게 하는 작가님의 의도일까요?이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게 한 건 이 사람들 사이의 연결에 흥미를 느낀 점이 가장 큰 부분이었습니다. 우리가 서로 모르는 사이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월요일의 말차 카페』에서도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연결되는 손이 무수히 늘어날 거야. 어느 손 하나라도 떨어졌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어. 어떤 만남이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맥맥이 연결된 손과 손끝 덕분에 이루어진 거야." (p.164)

"가장 멋진 것은 먼 곳에서 손을 잡은 사람들이 자기가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걸 전혀 모른다는 거지. 그걸로 된 거야. 자기 일에 몰두한 것이 생판 모르는 남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 (p.165)

이 부분을 읽으며 의미 없는 삶은 없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을까요? 알지 못하는 만남과 변화들을 상상해봅니다.


"사람도 물건도 한 번이라도 만났다면 인연이 있는 겁니다. 인연이란 씨앗 같은 거죠. 작고 보잘것 없어 보여도 키우다보면 선명한 꽃이 피거나 맛있는 열매가 열리죠. 씨를 뿌릴 때는 상상도 하지 못한." (p.15)

『월요일의 말차 카페』는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의 후속작입니다. 마블 카페의 휴일인 월요일에 특별 이벤트로 하룻동안 열린 말차 카페에서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도쿄와 교토에서 인연이 하나씩 연결되어 갑니다. 도쿄와 시드니를 번갈아 조명했던 전작과 달리, 도쿄와 교토의 이야기가 한 화마다 번갈아 나오진 않습니다. 인연을 통해 따뜻한 결말이 나는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전작에 나왔던 인물들이 에피소드에 언뜻언뜻 비춰집니다. 주요 화자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두근거리는 사랑의 시작. 누군가의 응원을 듣고 싶었던 마음.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이 전해지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사람들의 연결이 가득한 하나의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다란 세상에서 어느 한 부분을 줌인해 비춰내는 듯한 느낌. 흥미롭습니다.

에피소드 제목을 정리하다가 깨달은 사실인데 도쿄Tokyo와 교토Kyoto는 서로 철자가 반대라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교토가 말차로 유명한 지역이라서인지, 아니면 철자의 특별함이 선택의 우선순위였는지 궁금해집니다.

그건 헌책 냄새를 좋아하는 거란 걸 최근 깨달았다. 뭔가 안심이 되고 아주 마음이 차분해지는 냄새. 종이도 잉크도 먼 옛날 누군가의 생각을 빨아들인 채, 느긋하게 쉬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재촉받지 않고. (p.114~115)

책을 읽을 때의 아저씨 모습, 참 좋다. 아름답다. 분명히 그곳에 있는데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다는 걸 안다. 몸은 멈춰 있는데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전해진다. (p.115)

중간에 헌책방 근처에서 지내는 고양이 시점의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책과 관련된 이야기라 즐거움이 더했습니다. 헌책 냄새 이야기도 좋았고, 누군가가 책읽는 모습을 말하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이번 책은 제목이 제목이니만큼 월요일에, 직접 제조한 말차 라떼를 홀짝홀짝 마시며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쌉싸레한 말차맛을 느끼니 좋았습니다. 따뜻한 음료와 따뜻한 이야기는 아주 잘 어울렸고요. 말차를 마시는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짐작하는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코코아, 말차가 나왔습니다. 어쩌면 커피나 홍차를 제목으로 이야기가 이어지지는 않을까요?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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