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자리를 내어 줍니다
최현주 지음 / 라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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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책, 『오늘도 자리를 내어 줍니다』

『오늘도 자리를 내어 줍니다』는 구미에 있는 독립서점, '책봄'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쓴 에세이.

책방 이야기인 것도 끌렸는데, 표지 디자인도 예뻐 눈에 들어왔다.

표지 아래 소개글을 보니, 책방을 운영하는 이야기에 더해 마음이 포근해지는 주제들로 채워져 있을 것 같다.

책방 이야기라는 점에서 끌려 읽었지만, 책 안에 담긴 이야기 대부분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라서 흥미를 쌓아가며 읽을 수 있었다. 책, 동물, 환경, 사람에 관한 이야기. 응원이 필요한 것들, 지키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겼다.

이제 집에서 가까운 동네 책방으로 가 보자. 우리 동네 책방에는 어떤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지 약간의 기대와 약간의 애정을 담은 눈으로 천천히 살펴보자. 여러 책을 조금씩 조금씩 시식하듯 맛보는 그 시간을 잠시 누려 보자. (p.45)

책에 관한 책에 관심이 많다보니, 책방을 운영하는 에세이도 꽤 많이 읽었다. 비슷해서 재미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니다. 비슷해 보이는 이야기라도 읽을 때마다 흥미롭다. 책방마다 초점을 맞춘 부분들이 다르기도 하고, 책 이야기는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으니까. 구미의 '책봄'에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 그곳에서 시도한 다양한 행사, 활동에서 생긴 에피소드들이 흥미롭다. 그 소소함이 매력이다. 동네 책방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마주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감을 가득 안긴다. 동네 책방에 가서 서가를 찬찬히 살피던 기억도 떠오른다. 그 책방의 특색을 담은 큐레이션. 어떤 책을 살까, 예산 안에서 최대한 많이 고르고 싶어 고민하던 시간.

어떤 사실은 알고 나면 알기 전으로 절대 되돌아갈 수 없다. (p.63)

한편 이 책은 동물과 환경에 대해서도 말한다. 정말이지, 알고 나면 알기 전으로 절대 되돌아갈 수 없는 사실들. 인간을 위해서 동물과 지구가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관련 책들을 종종 읽고 있는데, 그 내용들을 생각한다. 완벽하진 않아도, 비건 지향적인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조금씩 변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작은 위로를 받곤 한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내가 예민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위안은 다른 사람의 불행에서 오는 게 아니다. 우리가 모두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어쩌면 다 똑같다는 데서 오는 묘한 안도감이다. (p.65)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특히 에세이를 읽을 때 느끼게 되는 점이다. 다양한 스타일의 에세이가 있다. 어떤 직업의 저자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썼느냐에 따라 에세이의 폭은 무궁무진하게 넓다. 그 다양함 속에서, 비슷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면 벽이 살짝 무너지면서 더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위로를 받고, 안도감을 느낀다. 그런 점이 에세이를 읽게 하기도 한다.

『오늘도 자리를 내어줍니다』는 제목이 주제인 책 같기도 하다.

어떤 이는 쉽게 외면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쓰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잔잔한 분위기 가운데 단단한 마음가짐이 있다고 느끼게 되는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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