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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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작가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책을 보아야 할까??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보아야 한다.

글이고, 그림이고, 음악이고, 많이 보고, 듣고, 느낀것들이 작가 개인의 경험과 철학이 맞물려 상상할 수 없는 산고를 거치고 나면 새로운 작품을 낳아낸다.

 

한국의 떠오르는 젊은 작가인 김경욱은 자신의 풍부한 독서량을 바탕으로, 아예 태내에 품고있는 독서를 소재로 한 단편들을 낳았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위험한 독서' 라는 첫 작품은 단편집의 시작답게 그 의도를 확연히 드러낸다.

책을 이용한 심리치료라... 기발하면서도 효과도 좋을 것 같다.'책 치료사'

첫 단편인 '위험한 독서' 의 화자는 책치료사이다.

치료를 원하는 상대방에게 환경과 사건, 심리에 맞는 책을 소개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트라우마를 치료해 나간다.

 

이 작품은 한 사람의 인생을 한권의 책에 대입시키면서 이야기의 인과관계가 성립된다.
우리는 때로 독서가 가장 효과적인 '경험' 의 또다른 방법이라는 사실을 잊곤 한다. 책속의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또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간의 삶을 고스란히 한권의 책으로 비유한 이 작품을 통해, '책' 을 읽는 또다른 시각을 배워볼 수 있고, 작가의 방대한 독서지식에 놀라게 된다.

 

'위험한 독서' 부터 '황홀한 사춘기' 까지 총 8편의 단편들이 모여있고, 모든 단편들은 창작, 글, 문장, 단어, 읽기, 이해하기 등과 같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독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차용했다.

 

작가의 창작의 고통을 대변하는 듯한 '천년여왕' 은 극중 화자가 밝혔다시피 일본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맥도날드 사수작전' 은 과장과 익살스러운 표현들 속에 자본주의의 허상과 언론의 기만이 절묘하게 숨겨져있다.

 

'공중관람차' , '고독을 빌려드립니다' ,'달팽이를 삼킨 사나이' 는 현 세대의 결혼, 연애, 육아 등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위트와 날카로운 풍자를 가득 담고 리얼과 판타지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아간다.

적당한 판타지가 오히려 리얼하게 다가오는 문장과 연출이 아주 기가 막히다.

 

단편집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황홀한 사춘기' 는 한국 사회의 교육현실을 아주 냉정하게 짚어내고 있다.

군대식 기숙입시학원이라는 공간과, 권위주의로 점철되어있는 환경들은 한국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언제나 이런 멋진 단편들을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단편이야말로 작가의 역량을 손쉽게 알아볼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도 효과적인 창구이다.

김경욱이라는 작가의 단편들은 지나치게 꼬여있지도 않고, 독자들을 현혹시키는 번득이는 반전들이 도사리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들 속에서 주제가 정확하고도 집중적으로 드러난다.

 

쉽고 효과적이다.

그의 작품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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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사인
에이미 벤더 지음, 한아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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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와아....

정말 이렇게 힘들게 완독한 책은 정말 간만이다.

다행히 마지막 7~80페이지는 엄청난 흡입력으로 솰솰 끌어당겨줘서 간신히 다 읽었다.

마치,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을 읽는듯한 느낌이었다.

 

대단히 현학적이고 관념적인 문장들이 모나라는 소녀의 삶을 이루어 내고 있는데, 이런 식의 문장이 익숙치가 않아서인지, 몰입이 쉽지 않았다. 이야기의 서사에 따라 문장을 이어내는, 구체적이고 친절한 상황묘사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페이지를 술술 넘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작고도 큰 선물을 충분히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1인칭 소설인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완벽한 1인칭의 시점에서 꾸며진다.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시간의 흐름대로 사는 듯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예를들어, 과자를 사러 슈퍼에 간다고 하면, 지갑을 챙기고 슈퍼 앞에 도달할때까지 과자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갑이 어딨는지 두리번 거리다가, 지난달에 잃어버린 지갑을 떠올리고, 그 안에 있던 숱한 아까웠던 것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좋아하는 레스토랑의 쿠폰을 바리바리 모아두었던 것도 떠오를 것이고, 그 레스토랑에서 함께 밥을 먹었던 지금은 헤어진 여자친구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 책의 작가인 에미미 벤더는 완벽하게 주인공인 '모나 그레이' 가 되기로 한다.

 

사랑하는 아빠가 알수없는 병에 걸려 무기력해지기 시작하던 날부터 모나는 좋아하던 것들을 단념하기 시작한다.

피아노 레슨, 무용레슨, 육상과 후식까지 하나하나 삶 속에서 지워나가는 모나. 남자친구의 부드러운 손길이 좋아지자, 결별을 고하고, 트랙에서 그 누구보다 우수한 기록을 세우자 육상을 그만둔다.

소녀는,  나무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단념한 것들에 대한, 일말의 미련과 추억을 나무 안에 불어 넣기라도 할 듯이 나무로 된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두드린다.

 

숫자에 민감하고, 수학을 잘했던 소녀 모나 그레이는 지역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특별 초빙으로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의 수학수업을 맡게 되고 엉뚱한 소녀 모나는 제멋대로에 좌충우돌하는 아이들 사이에 똑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줄거리만 보면 되게 재미있고 유쾌한 소설일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온통 어딘가 병든 사람들.

마음이, 몸이 병든 사람들만 모여 있는 것 같은 이 작은 마을에는, 아이들마저 어딘가 조금씩 병들어 있는 것 같다.

 

책을 보는 내내 영화 아이덴티티가 생각났다.

모나 그레이가 겪는 모든 일과, 그 주변의 인물들 모두가 마치 모나 그레이 한 사람의 머릿속 이야기와 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딘가 병든 모나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그렇게 보였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모나가 보는 모든 사람들은 어딘가 병들어 있는 듯 보였고, 모두가 불행해 보였다.

 

누군가 그랬다.

삶의 7할은 고통, 슬픔, 눈물, 불행이라고.

내 생각에, 남은 2할은 타인의 고통, 슬픔, 눈물, 불행 일 것이고,

마지막 1할은 그 나머지이리라.

인생은 전체가 불행이거나,

전체가 행복. 둘 중 하나이다.

 

모나에게 세상은 고통과 불행이었다.

그래서, 자기 자신도 고통과 불행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나보다.

욕망에서 자유로워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반대로 절제하는것에 집착한 모나는 새로운 '불행하는 법'을 찾아낸 듯 하다.

인간은 불행속에서만 살 수는 없다. 7할이 불행이라도 3할이 행복이라면 그것을 위해 충분히 살아간다. 그것이 인간이다.

모나는 전체를 불행으로 만들면서 생존하기 위해 나무를 두드리는 행위를 시작한다.

 

한편, 같은 동네에 목에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숫자를 거는 존슨이라는 이웃이 있었다.

자신의 어렸을때 수학선생님이기도 했고, 지금은 철물절 주인이기도 한 존슨 아저씨의 목에 걸려있는 숫자들은 모나의 세계였다.

존슨 아저씨는 거의 대부분 작은 숫자들을 목에 걸고 다니곤 했다. 작은 숫자일수록 우울하고 불행하다는 표기였으니, 그것을 보며 자란 모나에게 인생의 대부분은 우울하고 불행한 것으로 인식되었을 터다.

 

존슨 아저씨의 목에 걸려있는 숫자를 통해 자신의 삶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했던 모나는 암에 걸린 엄마가 있는, 그리고 이마에 꼬맨 자국이 생긴 자기 반의 여학생 리사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그리고, 존슨아저씨와의 대화를 통해, 주변을 살피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살피고 바라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하다.

모나에게는 자신의 삶이었던 존슨 아저씨의 그날의 기분은, 사실 자신의 삶과는 어떠한 관계가 없음을 깨달은 것이리라.

 

그리고 아마도 모나는 삶을 행복으로 바꾸는 좁은 길의 입구를 발견한 듯 하다.

 

 

세상 만물은 마음에 달렸다는 말을 참 쉽게 한다.

하지만, 마음먹은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다.

눈에 보이는 현상과, 내 몸에 느껴지는 현상들이 마음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옛날부터 많은 철인들과 선인들은 마음을 자연으로 향하게 하는 법을 찾아 고심했나보다.

 

무한한 자연속에서, 나의 몸뚱아리는 작고 작은 것일뿐이고, 나의 고통과 불행 역시 작디 작은것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나의 고통과 불행은 작디 작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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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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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들은 한 줄의 기록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연기자들이 평생 타인의 삶을 연기하며 살아간다면, 이야기꾼들은 평생 거짓말을 하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김탁환이라는 작가는 이야기꾼을 넘어 희대의 사기꾼이라 할 수도 있을터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둘을 찾아보기 힘든 탁월한 역사소설가이기 때문이다.

 

'불멸의 이순신 ' '방각본 살인사건 ' '리심' 에 이르기까지, 10년이 되지 않는 시간동안 약 50여권을 책을 냈다고 하니, 다작을 즐기는 일본의 작가들 못지 않다. 더 놀라운 점은 그 50권의 대부분이 역사소설이라는 것이다.

다른 장르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소설은 집필이 무척이나 까다로운 장르로 알려져 있다.

특히, 충무공 이순신등과 같은 너무나 익히 알려져 있는 인물을 다룰 땐 더더욱 그렇다.

실제 알려져 있는 역사기록과 인물의 인과관계가 톱니처럼 맞물리지 않는다면 역사소설로서의 가치를 잃고, 단순히 판타지 소설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지금 절찬리에 방영중인 선덕여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역사적 기록을 무시하고 인물간의 갈등을 위해 미실과 덕만을 동시대에 올려놓은 선덕여왕은 이미 역사 드라마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어마어마한 자료속에서 상상력을 동원해 한 인물의 인생을 그려나간다는 것은 그래서 더욱 어려우며, 그래서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린다.

 

커피를 좋아하는 '따냐' 의 이야기는 고종의 독살미수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전작인 '리심' 에서, 리심이라는 여인은 자신의 인생을 단 한번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거대한 역사와 시간에 휘말려 그냥 떠내려갈 뿐이었다. 그녀는 딱 한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삶을 선택할 수 있었다.

 

노서아 가비의 따냐 역시, 자신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지만, 오히려 그 덕에 더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된다.

 

김탁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리심의 망령을 떨쳐내듯, 진취적이고 활발한 여성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적이고 치밀한 문장을 버리고, 가볍고 듬성듬성한 문장을 선택함으로서 최대한 자신을 버렸다.

그럼으로서, 따냐는 좀 더 생명력을 얻고, 독자들은 상상의 여유를 얻어낼 수 있었다.

김탁환 작가가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달까? 파격적인 변신이지만, 자신의 장점과 특징을 최대한 죽인 그 자제력도 참 놀랍다.

(내년쯤  김탁환 작가가 위와 같은 동일한 제목이라던지, 약간 장난을 쳐서 '러시안 커피' 라는 제목으로 2~3권의 책이 나온다 해도 놀라지 않겠다.ㅋㅋ개인적으로는 보고 싶기도 하다.)

 

따냐의 삶은 커피처럼 고소한 향속에 온몸을 짜릿하게 하는 씁쓸한 맛이 베어있다.

때론 우유를 넣은 듯 부드러운 순간도, 생크림을 넣은 듯 달달한 순간도 있었지만, 커피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향과 맛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의 마지막 선택은 그래서 더 짙은 여운을 남긴다.

 

따냐와 그녀의 남자 이반. 그리고 조선 최후의 왕이었던 고종. 이 셋 모두 짙은 커피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펼쳐낸 김탁환 작가 역시 커피같다. 그는 결국 무책임하게 모든 걸 독자들에게 던져버렸다. ^^

 

이반은 정말 따냐를 사랑했을까? 그리고, 따냐는 정말 이반의 사랑을 믿었을까?

이반의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불친절하기 그지 없지만, 한편으로는 고맙다.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작가가 독자들을 위해 컵에 담아 내민 커피와도 같다.

 

 

문득, 어떤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나를 독살하려는 것이냐!' 고 외쳤던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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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걸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7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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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환경에 귀속되어 살아간다.

귀속된 환경 속에서 어떤 사람은 적당히 만족하며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치열하게 위를 꿈꾸며 살아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주변의 기대어린 시선에 못이겨 수동적인 삶을 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끊임없이 자아를 추구하며 능동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 어떤 사람도 '내가 정답' ,혹은 '네가 오답' 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삶은, 인간의 수만큼의 유형만이 있을 뿐인 정답없는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정답이 있는 곳이 있다.

위에 언급된 모든 유형의 삶이 치열하게 얽혀서 오직 한가지 정답만을 강요당하는 곳.

 

바로 대한민국의 정규 고등학교 과정 중에 있는 학생들.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쳐 서양에서는 준 성인으로 대접받는 이들을 한 공간안에 모아놓고 가열차게 한 정답만을 강요하는 독특한 공간.

 

각자 자신의 환경 속에서 나름 자신의 인생과 장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기도 전에, 획일화된 정답을 강요받는 이들은 사춘기와 맞물려 자신들만의 자아찾기를 시도한다.

 

'그래, 난 고등학교때 참 유치했지' 라고 생각할만한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 분들께는 모란 고등학교의 여주인공들도 유치하게만 보일테니 말이다.

 

남고, 여고, 남녀공학고를 불문하고, 이 작품 속에는 우리가 한번씩 만나봤을만한 친구들이 등장한다.

탤런트가 꿈이지만 너무 뚱뚱하고 못생겨서 고민인 은비, 시나리오 작가가 꿈이며 꽃미남을 너무나 좋아하는 지형,

당차고 똑 부러졌으며 할말은 다 하고야 마는 까칠한 소울, 공부는 바닥을 기지만 미모와 순수함만은 최고인 혜지.

 

이 네명의 소녀들이 자신들의 반짝거리는 꿈과, 획일화되고 어두운 교실안에서 느끼는 커다란 괴리감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발랄하고 가벼운 필치로 그려지고 있다.

너무나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은, 그렇기에 더 설득력이 있다. 아직 많은 경험을 통해 순수한 자신만의 개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아이들.

 

나 역시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나는, 이미 고등학교때 군대를 다녀온 형들만큼 조숙했으니 말이다..ㅋㅋ

이 책에 등장하는 소녀들도 어쩌면, 너무 빨리 깨달아 버린걸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불합리함과 부조리함. 편견과 아집으로 똘똘뭉친 어른들. 그리고, 그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

언젠가는 그 세상으로 나가야만 하는 자신의 미래를 알아버리기에, 고등학교 1학년은 아직 너무 어리다.

 

이들의 고민은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안에 있지만, 사회라는 커다란 공간으로 나와도 여전할 것이다.

어쩌면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으로 나가도 여전할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타인에게는 지극히 작은 것이지만, 개인에게는 가장 거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꿈을 꾸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꾸는 꿈은 10년안에 서울 귀퉁이에 아파트 한 채 마련하는 것일터다.

또는 공무원이 되어 미래 걱정 없이 사는 것일테다.

 

꿈을 꾸고 있는 닌자걸스, 4명의 소녀들은 머잖아 이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사회 속으로 뛰어들 터다.

하지만, 학교라는 불합리한 공간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 소녀들은 분명, 사회라는 부조리한 공간 안에서도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터다.

 

결국 희망은 우리 세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이다.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길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세대를 살아가는 모든 젊은이들의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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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Nobless Club 13
탁목조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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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 솔직히 말하자면, 많은 부분에서 전 세계적으로 초 히트한 온라인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가 떠올랐다.

하지만, 또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 는 말 또한 떠올랐다.

 

이 작품은 기존의 알려져있는 여러 판타지 세계관을 한방에 뒤엎는 획기적인 세계관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그 세계관들을 신선하고 낯선 방식으로 재창조 했음은 엄연한 사실이고, 대단한 성과이다.

 

한국의 많은 판타지 문학들은 무협지와 더불어 양대 킬링타임용 소설로서 푸대접을 받아왔다.

판타지 문학과 무협지들의 양적인 팽창은 분명 90년대 후반,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던 대여점의 호황과 그 맥을 함께한다.

특히, 한국의 판타지 문학은 어느정도 문학적인 틀을 유지하던 '반지의 제왕' 류의 판타지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적인 요소를 배가시킨 '로도스섬 전기' 나 '슬레이어즈' 류의 일본식 판타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구 판타지와 일본식 판타지가 각각 가지고 있는 여러 특징을 모두 나열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대표적인 것 한가지만 말하자면,

서구 판타지는 '세계관' 위주의 이야기라면, 일본식 판타지는 '캐릭터' 위주의 이야기이다.

때문에 서구 판타지는 에피소드나 등장인물들이 리얼한 반면, 지나치게 디테일한 설명이 곁들여 지기에 술술 읽히는 맛이 별로 없다.

 반면, 일본식 판타지는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서술되기때문에 쉽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지만,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즉, 만화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파생문학인 것이다.

 

한국의 판타지 문학은 대본소와 대여점을 타깃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그 질보다는 양을 우선시 할 수 밖에 없다.

한 에피소드를 완성도 있게 압축하는 작가보다, 그 긴장감을 유지시키면서 2권 3권을 '양산' 해 낼 수 있는 작가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한국 판타지 문학의 1세대를 장식했던 이우혁, 김근우, 전민희, 이영도 같은 작가들은 금방 판타지 문학계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일본식 판타지에 서양식 문학성을 더하고, 한국적인 요소까지 가미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시도했던 작가들이었기 때문이다.

 

킬링타임용 판타지 문학들은 점점 더 '재미' 만을 추구하며 10권 20권씩 시리즈가 나오기에 이른다. 무협지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판타지와 무협의 퓨전까지 추구하게 된다. 심지어 책이 찍혀 나온 뒤에 팬들로부터 욕을 먹자, 그 권을 취소하겠다.. 없었던 걸로 하자, 는 식의 다음권이 나온 예도 있다.

일본의 장르문학이 컨텐츠로서의 다양성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것과 달리 ,한국의 장르문학은 오히려 어처구니 없이 변질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세대의 역량과 그 도전정신이 계승되면서 이영도 작가처럼 꾸준히 자신의 철학을 작품속에 녹여내는 판타지 작가들도 분명 존재하고, 그들을 위한 출판사들도 나오고 있는데, 이 로크 미디어라는 회사가 그것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김근우를 다시 불러내어 온라인 연재 - 책 출간이라는 현명한 방법으로 팬들에게 접근하고, '경계문학' 이라는 단어를 대중들에게 전파하는 등 한국 장르문학 발전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곱번째 달의 무르무르' 역시 그런 좋은 발자취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이 작품은 기존의 널리 알려져 있던 판타지 세계관을 몇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재미있는 어드벤쳐 소설인 동시에, 두 남자(부자) 의 버디 스토리이기도 하며, 긴 길을 떠나는 로드 스토리이기도 하다.

 

등장하는 수많은 종족들은 그 설명이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지만, 필요한 만큼은 충분히 소개되고, 그 네이밍 센스 역시 탁월하다.

종족적 특성들이 인과관계로 연결되어 성격이나 개념들이 좀 더 디테일하고 다양하게 소개되었으면 정말 재미있었을 듯 하지만, 그랬다면 책이 정말정말 길어졌을터다. ^-^

지루할 새 없이, 각 종족들에 대한 소개가 나오고, 무르무르 라는 종족의 독특한 개성과 그로 인한 성격들이 소개된다.

무르무르 족에 대한 생활과 역사, 생활관, 개념 그로 인한 성격등은 정말 인과관계가 뚜렷하고 참신하다.

주인공 캐릭터는 지나치게 엄친아라서 조금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 선한 성격 덕에 적어도 안티는 생기지 않을 듯 하다.

 

이런 식으로 각 종족은 물론, 나머지 여섯개의 달과 가이아에 대한 이야기 까지 나온다면....적어도 100권은 되는 초 대하 서사시가 가능하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여운이 많이 남는 열린 결말도 대단히 좋다.

이 부분은 독자마다 호불호가 뚜렷할 테지만 말이다..ㅋㅋㅋ

 

 

 

덧붙임: 이 작품이 카피에서 '반지의 제왕' 과 비견된 이유는 솔직히 딱 하나다.

다른 종족들에 비해 비교적 약한  주인공들이 '산으로 가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은 들먹이지 않았어도 충분했을텐데...하는 마음이 든다.

반지의 제왕을 읽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서구 판타지는 인물에 대한 소개가 구구절절, 아라곤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이야기부터 아주아주 상세하게 나오기 때문에 대단히 지루하지 않은가?

당시 서구 판타지는 그게 일종의 문학기조였기 때문이다. 그것들이 없었다면, 무르무르는 나오지도 못했으리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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