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하게 산다는 것 - 모멸의 시대를 건너는 인간다운 삶의 원칙
게랄드 휘터 지음, 박여명 옮김, 울리 하우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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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한 손에 넉넉하게 감싸일 정도로 아담하고 하드커버는 단단했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말로 독자에게 건네는 표지의 첫 마디는

"당신의 죽음이 존엄하길 원한다면 먼저 삶이 존엄해야 하지 않겠는가"이지만,

사실 더 마음에 끌렸던 문구는 

"모멸의 시대를 건너는 인간다운 삶의 원칙"이었다.


왠지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5월을 건너며 삶에 대한 5W1H 질문이 솟구칠 때

이 책을 만나서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보통 책 날개에는 저자와 역자 소개가 나오지만

<존엄하게 산다는 것은>의 책날개에는 존엄에 대한 작가의 선언이 먼저다.

"자신의 존엄성을 인식하게 된 인간은 결코 현혹되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결국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서라는 촉구인가.. 싶었으나

곧바로 독자의 오독과 오해를 막기 위한 설명이 뒤따른다.


'존엄'이란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의미를 지켜나가는

오랜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뇌의 사고 패턴이자 삶의 태도다.

따라서 자신의 존엄성을 깊이 인식한 사람은 변화의 파도 속에서도

방향타를 놓치지 않고 인간다움을 향햐갈 수 있다.

삶을 강인하게 버텨낼 힘, 그것은 존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시작된다.


저자은 게랄트 휘터는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동물학을 연구한 후

뇌발달 장애를 연구한 독일의 신경생물학자이자 지성인이다.

신경생물학 기초연구실험실을 설립하여 2016년까지 교수로 재직했고

불안과 우울, 잠재력과 동기 부여에 관한 뇌과학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삶에 대한 통찰을 철학자보다 더 철학자답게, 

그러나 자연과학에 평생을 매진한 이과인답게 

감정에 지나치게 호소하지도, 수치로 이해를 촉구하지도 않는

읽기 쉽고 스스로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담론으로 전달하는 능력자이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인간의 존엄이 훼손되거나, 마치 흔적기관이나 기념비처럼 남아버린 

현재의 위태로움을 우리가 누리고 있는 속도와 효율을 대비하며 시작된다.


인간의 존엄성 혹은 인권은 천부적이라고 선언하고 있지만

사실 인류는 그런 가치와 신념을 공유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는 개인의 뇌가 본능적 존엄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사회화된 신경회로를 예민하게 돌리며 타인의 존엄을 지키려 노력할 때

모두가 존엄에 대해 깨어있는 사회적 뇌를 갖게 된다는 작가의 논리는

철학자 (칸트가 빠질 수 없다)와 고서에서부터 <세계인권선언>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며 지키기 위해 투쟁해왔는지,

그리고 역시나 인류가 그 존엄을 자기 이익에 맞추어 왜곡하고 부정하고

지워버리려고 시도해왔는지를 역사적으로 보여준다.


1951년에 동독에서 태어난 독일인이라는 작가의 태생이 

그의 깊은 사유와 경험 및 삶의 경험에 진지함과 신뢰성을 부여하고

뇌의 작용을 연구하며 결국 '삶의 방식'으로 존엄을 지금, 여기 있게 하는

과학자로서의 태도가 (그러나 전문적인 과학책처럼 딱딱하지 않은 친절함이)

이 책을 읽는 것이 마치 강의를 듣는 것같은 느낌을 준다.

각 챕터를 읽으면서 작가가 던지는 간단하지만 무거운 질문을 곱씹어보며

나는 나의 존엄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러 사건사고로 뉴스란이 꽉 차는 요즘,

타인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이해와 공감, 존중과 배려보다는

그로 인해 지불해야하는 사회적 비용과 그로 인한 손해를 계산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존엄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존엄은 혼자의 노력으로만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존엄을 어둠속에 묻어버리려는 시도가 슬그머니 닥쳐올 때

서로가 서로의 파수꾼이 되어 인간이 인간을 위해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이자.

그제서야 우리는 서로 존엄함으로 관계맺는 사람이 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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