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의미에서 자기 서사는 곧 자기 평가의 수행이다.  82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의 이야기이다. 나의 이야기가 내가 누구인지 알려준다. 시간이 야기하는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이야기를 간직함으로써 정체성을 유지하고 내가 누구인지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 - P76

우리가 안정적인 자아상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역사를 기억하고 그것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든다. 말함으로써, 우리는 인간적 존재가 된다. … 그 말은 뜻을 이해시키고자 시도하고,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고자 애쓰는 그런 언어이다. 초월과 자유를 표현할 수 있도록 말이 발화될 때, 기억과 의미가 소통될 수 있을 때, 우리는 다시 인간이 된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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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2-07 0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수님이 다 읽고 평가해주시면 사야겠다 이거!

유수 2023-02-07 17:03   좋아요 1 | URL
저는 왜 알아먹지도 못하는 책을 좋아할까요? ㅎㅎㅎ

은오 2023-02-08 03:06   좋아요 1 | URL
그런 책이 또 지적 쾌락을 주다보니.... 근데 그런 책만 읽으면 머리아파서 저는 항상 머리 식히는 술술 넘어가는 책을 같이 읽어야 합니다 ㅋㅋㅋㅋ

유수 2023-02-09 01:33   좋아요 1 | URL
ㅋㅋ 머리 아파서 굳이 다른 책 넘기는 은오님 대체… 은오님 뇌야 니가 고생이 많다ㅋㅋ

공쟝쟝 2023-02-08 0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 이거 지난 주에 잽싸게 신간코너에서 집어온 책인데!!! 우하하하하하하하!!! 벌써 일주일 넘었네요..(그냥 욕심만 많아서 ㅋㅋ)

유수 2023-02-09 01:31   좋아요 1 | URL
욕심 좋은 거죠. 오 근데 이거 신간이에요? 빌려보는 중인데 사려고요. 철학 문외한이라 저한텐 어렵고 쟝쟝님은 수월하실 듯. 그래도 재밌네요. 쟝쟝님 언어로 풀어주시는 철학/자 페이퍼들 재밌게 읽고 있어요.

공쟝쟝 2023-02-09 12:46   좋아요 1 | URL
저도 철학은 학부시절에 옆 건물에서 수업 열심히 들었던 게 전부예요. 언젠가는 진짜 공부해보고 싶고 ㅎㅎㅎ 알라딘 하지 않았으면 제가 철학을 좋아했다는 것 조차 잊고 살았을 것 같아요. 철학적(전공자들이 와서 욕할 것 같음ㅋㅋ)이지도 엄밀하지도 않지만 제 멋대로 공부하는 페이퍼 좋다고 하시는 분이 많아서 좀 더 잘 읽고 써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3-02-08 1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애령 기억할게요. 우아... 해석학이랑 철학이 전공이네요. 헐 ㅋㅋㅋㅋㅋㅋㅋㅋ

유수 2023-02-09 01:28   좋아요 0 | URL
읽은 부분까지는 아렌트가 가장 많이 인용되어요.
 


 












이소노미아 출판사,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라고 한다. 이제 한국말 천재는 우스개로 쓸 때 말고는 안 보면 안되나 하는 개인적 생각은 뒤로 하고, 첫 작가가 울프라니 기뿌다. 버지니아 울프의 산문 세 편과 짧은 소설 일곱 편이 실려 있다.

편집 후기에 따르면, 첫번째 글 <여성의 직업>은 <자기만의 방>의 속편으로 울프가 구상한 글이라고 한다. 여성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지적하고 “허위에서 벗어난” 여성이란 누구일까, 여성의 본질을 궁리하자며 독자에게로 질문을 돌린다. 


버지니아 울프는 처음 기사를 쓰고 받은 고료로 고양이를 들였다고 한다. 

“기사를 쓰고 거기서 얻은 수입으로 덜컥 페르시안 고양이를 사다니 그것만큼 세상 쉬운 일이 뭐가 있을까요?”24














울프와는 상관 없는데 그림책 작가 마가렛 와이즈 브라운이 첫 책 팔고 번 돈 털어 꽃수레의 모든 꽃 통째로 산 거 생각났다. 그림책의 이 펼침면이 얼마나 화사하고 책에다 코를 벌름거리게 하는지, 화면으론 담아낼 수 없어 아쉽다.



적다가 보니 어쩌면 상관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고정 수입 그 이후의 삶을 질문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울프와 브라운 모두 부유한 가정 출신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과 연 오백 파운드의 수입을 얻기 시작한 여성을 가정하고 나서 “이런 자유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방은 여러분의 것이지만 여전히 텅 비어 있습니다. 그러니 방 안에 가구를 갖춰야 합니다. 장식도 해야 하고요. … 그 답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최초로 여러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가렛 와이즈 브라운은 어떻게 결정했냐면, 저 많은 꽃으로 자기 방을 꾸미고 친구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했다.



다시 울프.


“그 천사는 죽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뭐가 남았냐고요? 수수하고 평범한 어떤 대상이 남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허위에서 벗어난 그 여자는 오롯이 그녀 자신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 그런데 그녀 자신이란 무슨 의미일까요?”


버지니아 울프가 직업생활에서 당면하는 문제 두가지 중 첫번째가 집안의 천사 죽이기였다.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착각했다는 걸 깨달았는데.. 강요된 역할 규범이고, 외부적 명명일 뿐이라고 생각해서 집안의 천사랑 밖에서 싸우고 들어오면 될 줄 알았다. 근데 읽다 보니까 버지니아 울프는 이 집안의 천사와 자기 머릿속에서 맹렬히 싸우는 거다. 속삭일 때마다 막 잉크병을 냅다 던지고ㅋㅋ 목도 조르고, 법정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할 생각까지 미리 하는ㅋㅋㅋㅋㅋㅋ 아주 치열하고 귀여운 전투란 말이다. 


흐하하. 내가 웃을 때가 아니다. 나는 주부고 급여 없는 노동을 한다. (그래서 잘 안한다) 그런 상황이 잘 없기도 하지만 “저는 주부입니다.” 어디가서 이렇게 말하게 되기까지 꽤 걸렸다. 전업 주부라는 말은 아직이고. 

울프는 여성의 본질을 묻는데 난 어쨌든 자기소개를 해야하니깐 주부가 뭔지 궁금하다. 묶는다면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갈까. 


학생, 직장인, 주부, 

노동자, 무직자, 주부, 

변호사, 의사, 소방수, 운동선수, 공무원, 주부, 

인부, 잡부, 주부, 


카테고리는 포기. 접미사로 모으면 어떨까. 한자 잘 모르지만. -사, -자, -인, -수, -부, -생, .. 뭐가 더 있나.

주부만이 며느리 부를 쓴다. 주부의 본질은 사람에도, 그가 수행하는 노동에도 있지 않다. 성별이다. 이 성별이 배태한 위치와 상황이다. 주부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사람을 안다고 착각하게 되지 않나? 가깝지는 않다고 쳐도, 반드시 본 적 있을 누군가를 대입하는 게 꽤 수월하지 않나? 과거의 나는 그랬다. 이를테면 그 사람이 하루종일 무얼 하며 보낼지,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어디일지, 하루하루가 어떤 모양일지, 대략 어떤 가족 구성원과 지낼지, 어울리는 친구풀과 인간관계가 어떻지, 가치관과 살아온 인생이 어땠을지 쉽게 예측한다. 그리고 그런 판단은 그 사람에 대한 나의 호기심도 삭제했다. 


“그 봄에 내가 가장 거리낌없이 쓰던 해시태그는 ‘#직장인취미’ ‘#직장인소확행’이었고 쓰기 전에 가장 오래 망설이고 가장 적게 썼던 해시태그는 ‘#주부취미’였다.”70


혐오혐오 그렇게 밖으로 외치면서 그게 날 겨누는 줄도 몰랐다가, 최은미 소설 <눈으로 만든 사람>에서 똑같은 사람 만나고 휘청했더랬다. 집안의 천사를 목조르는 건 우습지도 않지. 집안의 여자가 죽어나갈 마당인데. 잘 썼지만 아는 얘기라 굳이 책으로는 읽기가 그랬다는 지인의 말에 지금 그게 전데요, 언니. 살려줘여. 속으로만 말했다. 흠모하는 언니와는 반대의 이유로 나는 실린 소설들이 좋았다. 대신 속을 까발려주어서. 나오는 여자들 지긋지긋한 데도 있지만 밉지 않아서. 책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하고 싶다는 욕구를 포착해주어서.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건 자기혐오가 아니다. 좆빨러가 되지 않으려고 피오줌을 싼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 나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마음 붙일 곳 없는 낮에 대해서. 눈을 붙여도 잠들 수 없는 밤에 대해서. 남편과 노동을 나누기 위한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에너지를 뺏긴 채로 ‘행복한 아이를 키워내는 다른 여자들’과 ‘편하게 사는 다른 여자들’을 가위눌리듯 떠올리던 것에 대해서.

우리가 서로를 욕심내기 시작한 순간부터 어떻게 다시 고립되어갔는지. 그 외로웠던 봄에 대한 얘기를.”

 

다시, 다시, 울프. 

“그녀(천사)는 죽었습니다. 그런데 나만의 경험을 솔직히 말하자면 두 번째 일은 내가 해결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여성도 아직 그 부분은 해결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명목상으로는 길이 열려 있을 때조차도, 다시 말해 여성이 의사나 변호사, 공무원이 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에도 여성의 앞길에는 수많은 환영과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엇인지 논의하고 실체를 규정하는 것이야말로 대단히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방, 돈, 천사를 해결하는 게 먼저이기 때문에 울프가 해결하지 못한 두번째 질문은 사실 내게 요원하다. 한국소설을 탐미하며 읽는 일이 아득한 만큼이나 멀다ㅋㅋ 그래도 몇가지 수확은 있다. 인정하기 힘들지만 내가 생각보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것, 그걸 들어주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그게 나를 듣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점. “여자 자신이란 무슨 의미일까요?” 물음에 대한 내 대답은 이런 것들에서 시작한다. 





손에 펜을 쥐고 앉아 있는 한 소녀를 마음속에 그려 보세요. 소녀는 펜을 쥐고 있지만 몇 분이고, 몇 시간이고 잉크병에 펜을 담그지 않습니다. 제가 이 소녀를 생각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깊은 호수 가장자리에서 낚싯대를 물 위로 드리운 채 꿈 속 깊숙이 잠겨 있는 낚시꾼의 모습입니다. 소녀는 저 깊숙한 곳에 가라앉아 있는 무의식적인 세상의 구석구석을 자신의 상상력이 제멋대로 휩쓸고 다니도록 내버려 두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경험이 찾아왔습니다. 제 생각에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훨씬 보편적으로 나타날 경험 말입니다. 낚싯줄이 소녀의 손가락 사이로 휘리릭 빠져나갔습니다. 소녀의 상상력이 쏜살같이 좇아갔지요.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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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3-02-03 0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수님께 유수님만의 방과 시간을 만들어드리고 싶네요!!!!! 좀더 많이 쓰시도록!!!
이야기 많이 해주세요, 듣는 사람 1 여기 있습니다.^^

유수 2023-02-03 10:07   좋아요 1 | URL
아 그리고 난티나무님께도 반사!

난티나무 2023-02-03 05: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저 울프 책 저도 갖고 있네요.ㅎㅎㅎ 뒤적이다 말았는데 ㅠㅠ
최은미 소설 저도 좋았어요!!!^^
그리고 자기소개 ㅠㅠ 저도…

유수 2023-02-03 10:20   좋아요 1 | URL
저 책이 특이해서 한번에 손이 가지는 않는 거 같아요. 근데 또 안 읽기엔 울프의 글이 매력적이고요. 언제 다시 함 들춰보세용 ㅎㅎㅎ 늘 들어주셔서 고마운 마음 아시죠!!

단발머리 2023-02-03 0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네요. 유수님은 제가 책을 고르는 범위 ‘밖‘에 계셔서 유수님 고르시는 책들은 제게 항상 새롭고요.

주부,라는 말이 어색한 주부로 사는 게 힘들기는 해요. 저는 쉽게 만족하는 사람이고 또 포기가 쉬운 사람이라서 (실제로 제 성격이 그래요) 어느 정도 수긍하는 면이 있었고요. 그래도 울화가 처밀었던 시간이 분명 있었고. 또 그 때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그랬습니다.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였죠. 내가 아이를 학교에 보냈는데, 내가 왜! 아이반 교실 청소를 해야하나요! 이걸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여기, 알라딘에 물어보고 그랬죠.

저는 직업을 가진 여성,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인정(?)받는 여성의 머리 속에서도 이런 ‘천사 죽이기‘ 전쟁이 일어난다고 보거든요. 공적인 영역에서조차 사적으로 취급받는 경우도 많구요. 암튼 고민하고 생각할 게 많습니다.

유수님, 읽기와 쓰기를 제가 응원합니다! 우리 찬찬히, 오래오래 같이 이야기 나눠요!!

유수 2023-02-03 10:01   좋아요 3 | URL
저도 같은 이유로 단발님 읽으시는 책을 즐겨 구경(만)합니다. 교실 청소를 왜?? 설명하시기에 길 거 같아서 여쭤보기도 죄송하지만요ㅠ 저도 그런 마음으로 북플로 기어들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럼요 공적 영역에서의 균열감도 클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모르는 세계를 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같이 고민하고 귀도 기울이고 단발님께 또 배우고 갑니당

유수 2023-02-03 11:13   좋아요 3 | URL
아 그리고 이 책은 엄청 좋은 책이다! 강추다! 모두 다 봐라!!까진 모르겠어요. 대형 출판사의 울프 책들을 이미 많이 봐서 눈이 높잖아요. 만듦새도 대체로 신경 쓴 티가 팍팍 책들, 안 읽었다 해도 집에 다들 한권쯤 있을 거 같고.
근데 이 책 편집 후기라든가, 선정된 글들 보다보면 실험적이고 의미있다고 느껴지는 지점도 있긴 합니다.

단발머리 2023-02-03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마가렛 와이즈 브라운 너무 멋진거 아니에요? 우아, 너무 폼납니다!!!

유수 2023-02-03 10:03   좋아요 1 | URL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22/02/07/the-radical-woman-behind-goodnight-moon 시간 나시면 이 기사 읽어보세요. 좋아하실 거 같아요.

기억의집 2023-02-05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가렛 와이즈 브라운의 굿나잇 문과 버니 라는 그림책 많이 읽어준 작가인데.. 첫인세로 저런 수레로 꽃을 샀다니.. 너무 멋지네요. 워낙 유명한 그림책 작가지만 개인사는 모르고 있었어요!!!

유수 2023-03-18 11:42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읽어줬어요. 런어웨이 버니 특히 좋아하는 책이랍니다. 제가 위에 다른분께 첨부한 기사 제목도 멋져요. 어린이책 작가의 급진적 낭만적 생활 너무 매력적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기억의집님

2023-03-08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4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봄 네거리에 섰던 내 발이 저녁 안개에 속아서 남문을 향하여 걸어가다가 돌아서서 북으로 걸어간다. 
아아 북에는 내 경우가 있다. 운명이 있다. 나는 그것을 못 벗는다.”19

문학에서, 어디에서든, 자아와 대면하는 여성을 본 적이 있나? 없는 것 같다. 어렸을 때 해외 문학을 좋아했던 것도 겨우겨우 뒤지면 나오는 그런 사람들 찾는 재미 때문이었을 거다. 그걸 뭉뚱그려 내 취향이라고 오랫동안 오해했다. 
방정환의 여성 혐오, 여성 문인 이차 가해 이력(방정환은 ‘은파리’라는 필명으로 김명순이 “남편을 다섯이나 갈았다는 처녀시인”이라며 비난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기사 출처-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211281054011)을 알게 되면서 듣게 된 이름, 김명순의 에세이가 책으로 나온다고 해서 펀딩했다. 
<사랑은 무한대이외다>의 작가 소개가 적힌 책날개는 김명순의 재능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가득차 있는데도, 글은 그와 대비되게 고독하고 쓸쓸하다. 아는 공식이다. 
무한대라는 사랑이 궁금하다. 읽는 것에서부터 시인의 사랑에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나와 내 마음속에 박힌 그림자의 주인과는, 운명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선천적으로나 후천적으로나 접근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것을 아는 나는 구태여 내 마음속에 박힌 그림자를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그 그림자의 주인이 눈앞에 보이면, 나는 눈을감을 것이고, 또 가까이 온다면, 나는 피할 것이다. 하나 나는 그를 사랑하는 것이다. 내가 세상에 나와서, 죽을 때까지 꼭 하나인 그를 꼭 한 마음으로 일초일분도 마음을 고치지 못하고 그를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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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02-02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ttps://youtu.be/BtKwvphdWRg
ebs 다큐 여성 백년사 1부 링크 - 본다고 해놓고 자꾸 미루게 돼서 댓글로.

난티나무 2023-02-03 0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
저도 집에 있는 책들 중에 김명순 글 있었던 거 같은데 제대로 못 읽었어요.

유수 2023-02-03 10:10   좋아요 1 | URL
저도 소개글이나 작품세계, 기사로 말고 글은 처음 읽어요. 책 괜찮아요. 나중에 알라딘 상품등록되면 둘러보세용!

은오 2023-02-03 2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수님 어릴때부터 책 좋아하셨구나. 저는 성인되고 책 읽기 시작한 사람... 앞으로 유수님한테 많이 배워야지!!

유수 2023-02-03 10:09   좋아요 2 | URL
어릴 때 ‘부터’는 아닌 거 같고요. 이거저거 시키니까 귀찮아서 그만하게 하려고 책 읽었던 거 같아요. 성인돼서 좀 읽을 걸 그랬다 요즘 싶어요.
안되는데! 제가 배울건데!!
 

이거저거 쓰다 날아감. 임시저장 안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렇지만 누굴 탓해. 곱게 잠 못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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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2-02 0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헐... 임시저장했는데도요? 왜?! 어디갔어! 유수님 글 내놔라 알라딘!!! 임시저장을 했다면 알라딘을 탓합시다 ㅜㅜ

유수 2023-02-02 16:1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은오님 옆에서 화내주니 든든함요 ㅋㅋㅋ글 보러 가야지🔥

단발머리 2023-02-02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일이 있어요. 에구ㅠㅠㅠ 열악하다 알라딘 서재여… 임시저장 믿지 마시고요. 저는 딴 곳에 쓰고 나서 옮긴답니다….
아, 유수님 글 아까비 ㅠㅠ

유수 2023-02-02 16:18   좋아요 0 | URL
역시.. 그런 일이 있는 거였엉… 피씨버전으로 임시저장하며 쓰던 게 등록 누르니 로그인 화면으로 튕기더라고요? 기기 여럿으로 보면 기존 기기 로그아웃인 건지.. 그러면 저장이 안되든가!! 조만간 또 끼적일게요. 임시저장 믿지 않겠드아..

잠자냥 2023-02-02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여기다 좋아요 누르니까 뭔가 사악한 느낌이네요;
애기가 또 꾹 누른 거 아닙니까. ㅎㅎㅎㅎ

유수 2023-02-02 16:33   좋아요 2 | URL
사악함이 잠자냥님의 기본 꺼풀 아니세요? 무릎 내주며(달라고 한 적 없다고요? 예예) 입문합니다.

은오 2023-02-03 05:45   좋아요 2 | URL
변자냥님 까칠하긴하지만 사악까지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의 부담스러운 무근본 부비적거림도 거부하는척하면서 다 받아주시는거 보면 또 다정한 사람입니다 ㅋㅋㅋㅋ

유수 2023-02-03 10:11   좋아요 1 | URL
은오님//여기선 침만 뱉을 수 있어요. 딴데가서 해요 훠이훠이~
 














<자미> 읽고 경전  <시스터 아웃사이더> 복습하니깐 한문장, 한문장이 새롭다. 압축된 문장에 담긴 구체적인 장면들 이제 좀 안다고 가슴으로 새롭게 이해되고ㅋㅋ  



리치가 오드리 로드에게   굶주림 찾아 <공통 언어를 향한 꿈> 꺼냈다가 정독하게 됐다. 최최애시 천연자원(차애 없다읽고  벅차오르네… 워워.. 자미 읽고 독후감 적고 싶은데 안돼서 오밤에 오바하는 꼴이고 이 글은 펑예… 


시는 광산 바깥을 묘사하면서 시작한다광물이 묻혀있을 산의 열기와 어둠을 상상하려니 읽는 마음도 벌써 무겁다. 여기서 “죽음 같은 무게 지고 일하는 사람. 시에서 콕 집어 “광부는 은유가 아니다”라고 말한,  광부는 “그녀먼지를 마시며 떨어지는 우리 속에서 일한다. 육체 노동만 고된 것이 아닐지도여자들이 없는 세상남자들이 없는 세상을 질문받는 인터뷰는 광산에서가 아니라 여자 머릿속에서 진행중인 걸지도 모르겠다. 


광부는 상처 이후의 상처를 도모할 정도로 창의적인 동시에 “약탈자 대항하여 “평안하게 증언하는 강인한 사람이다. 비범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만 하기에. 


수동성과는 차별화되는 “온화함 광부의 천연자원이다온화함은 능동적이며, 증언할 힘을 준다. 특히 “상처 이후의 상처를 만지려고 더 자비로운 도구를 창조한다”는 부분 좋아한다. 상처에 시간성을 부여해준다고 할까. 과거에 매몰될 수 밖에 없는 피해자 혹은 생존자가 본인의 상처를 “만지며touch” 주체성을 되찾도록 이 시구가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 같아서, 내겐 치유나 극복같은 시어보다 효능감이 느껴진다.


어둠 속에서 곡괭이질하면서도 초록색 잎맥  상상하게 하는 힘으로 광부는 캔다분진 자욱한 중에도 시가 희망적인 건 급부 때문도 아니고 허황된 기약 때문도 아니다. 어디로, 누구에게로 “내 운명을 내던져야 할지” 안다는 여자 시인들의 목소리가 내게 점점 더 뚜렷해진다.



그래서 내일은 아마도 블랙 유니콘 읽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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