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네거리에 섰던 내 발이 저녁 안개에 속아서 남문을 향하여 걸어가다가 돌아서서 북으로 걸어간다. 
아아 북에는 내 경우가 있다. 운명이 있다. 나는 그것을 못 벗는다.”19

문학에서, 어디에서든, 자아와 대면하는 여성을 본 적이 있나? 없는 것 같다. 어렸을 때 해외 문학을 좋아했던 것도 겨우겨우 뒤지면 나오는 그런 사람들 찾는 재미 때문이었을 거다. 그걸 뭉뚱그려 내 취향이라고 오랫동안 오해했다. 
방정환의 여성 혐오, 여성 문인 이차 가해 이력(방정환은 ‘은파리’라는 필명으로 김명순이 “남편을 다섯이나 갈았다는 처녀시인”이라며 비난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기사 출처-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211281054011)을 알게 되면서 듣게 된 이름, 김명순의 에세이가 책으로 나온다고 해서 펀딩했다. 
<사랑은 무한대이외다>의 작가 소개가 적힌 책날개는 김명순의 재능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가득차 있는데도, 글은 그와 대비되게 고독하고 쓸쓸하다. 아는 공식이다. 
무한대라는 사랑이 궁금하다. 읽는 것에서부터 시인의 사랑에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나와 내 마음속에 박힌 그림자의 주인과는, 운명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선천적으로나 후천적으로나 접근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것을 아는 나는 구태여 내 마음속에 박힌 그림자를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그 그림자의 주인이 눈앞에 보이면, 나는 눈을감을 것이고, 또 가까이 온다면, 나는 피할 것이다. 하나 나는 그를 사랑하는 것이다. 내가 세상에 나와서, 죽을 때까지 꼭 하나인 그를 꼭 한 마음으로 일초일분도 마음을 고치지 못하고 그를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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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02-02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https://youtu.be/BtKwvphdWRg
ebs 다큐 여성 백년사 1부 링크 - 본다고 해놓고 자꾸 미루게 돼서 댓글로.

난티나무 2023-02-03 0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
저도 집에 있는 책들 중에 김명순 글 있었던 거 같은데 제대로 못 읽었어요.

유수 2023-02-03 10:10   좋아요 1 | URL
저도 소개글이나 작품세계, 기사로 말고 글은 처음 읽어요. 책 괜찮아요. 나중에 알라딘 상품등록되면 둘러보세용!

은오 2023-02-03 2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수님 어릴때부터 책 좋아하셨구나. 저는 성인되고 책 읽기 시작한 사람... 앞으로 유수님한테 많이 배워야지!!

유수 2023-02-03 10:09   좋아요 2 | URL
어릴 때 ‘부터’는 아닌 거 같고요. 이거저거 시키니까 귀찮아서 그만하게 하려고 책 읽었던 거 같아요. 성인돼서 좀 읽을 걸 그랬다 요즘 싶어요.
안되는데! 제가 배울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