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기 직원이라고 보기 좀 그래서요

다시 계약하고 싶으세요?

저도... 정직원으로 시험 봐서 들어가야죠

우리 본사가 그렇게 학벌을 보지 않아요

그녀가 알기로도 본사에 들어가려면 어마어마한 스펙이 필요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자기 자신에 대한 방어

자기만 당당하면 되죠. 그러다 넘어질까 걱정되는데요

아직은 이런 말까지 할 사이는 아니라는 거지

조금씩 천천히 도망가지 않게

내 말 듣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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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마음에 안 들어?

부드럽게 물어도 돌아오는 말투는 까칠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제정신이 아닌 건 이쪽이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원래 이런 단계를 거쳐?

정리할 필요가 없으시다?

꿈에도 몰랐다

아침까지 그와 함께 할 줄을...

이대로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넘어가면 될 것을

그러니 네가 놀라는 건 반칙이었다

생각했던 반응이 아니야

어차피 술김이었어, 진지할 필요 있어?

지금 생각 중이야

그녀가 무심한 시선을 들었다

그녀에게는 정해 놨고, 어긋나서는 안 될 정답 같은 게 존재했다

결론은 없었던 일로 하자?

별로 안 친한 대학 동기, 그저 일만 하는 회사 동료?

나는 하고 싶어서 했다 치는데, 너는 왜였을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잖아

새삼 궁금해지기는 하네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했다

알고 있다면 또 반칙이고 몰랐다면 그것 또한 반칙이었다

너무나도 쉽게 선을 자꾸만 넘나드는 그.

모순과 반칙이 덧대어진 덩어리였다

이대로 끝이구나 싶어 안도했다

깔끔하게 정리했고, 더 물고 늘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혹시.. 끝이 아니었을까

고작 하룻밤. 일회성이고 몸뿐이었던 관계

하고 싶어서 한다는 그의 단순한 이유에 마음도 몸도 전부 무너졌다

어떻게 이렇게 쉬울까

마음은 다른 남자에[게 있는 여자와 그는 잤다

어차피 고백할 생각도 없었다

좋아한다고 티를 낸 적도 없었다

멀리서 지켜본 그의 연애는 뭐랄까... 가벼운 놀이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세상에 아쉬울 게 없는 남자

그런데 나는 그 밤이 그렇게도 치욕스러울까

수많은 여자 중 하나가 된 느낌...그저 스쳐 지나갈 여지밖에 되지 못하는 느낌

이럴 거면 고백을 할 걸 그랬다

피곤하면 말해

멀쩡한 구석이 하나도 없네

커피는 끊지 그래

그가 다정해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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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무슨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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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를 봤어요?

그날 밤, 되게 잘 생긴 남자를 본 것 같았다

그런데 왜 거기에 계셨어요?

그를 작년 동아리 엠티 때 만난 적이 있었고 그날 인사도 나누었다

말했잖아. 뿔테가 더 잘 어울린다고

어쩐지 본 적도 없는 뿔테에 집착한다 싶었다

이 남자는 그 이야기를 왜 이제야 하는 걸까

그럼 그날 호텔에서 저를 알아보고 원나잇 한 거에요?

처음엔 몰랐어. 화장도 진했고 안경도 벗었고 머리 스타일도 달랐잖아

어차피 너는 그날 필름 끊긴 것 같고 굳이 언급할 필요 없는 거 아냐..

네가 스스로 떠올렸으면 했어

첫 키스는 애인이랑 하고 싶다며?

그러겠다고 죽어라 입술 사수하는 애한테 어떻게 말해

참고로 네가 먼저 들이댄 거야

입술을 빼앗긴 건 네가 아니라 내 쪽이고

첫 키스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는데...

키스랑 섹스 먹튀를 당한 내가 억울할까, 아니면 네가 더 억울할까?

너 되게 골 때려, 알아?

여기서 지면 남은 시간을 어색하게 어떻게 버텨요

다시 암흑이다

정적을 깬 건 그의 목소리였다

나 오늘 샘플 그딴 거 가지러 온 거 아니야

너 보러 온 거야

내 첫 키스 나는 기억하는데

기억이 안 나서 그렇게 억울하면 여기서 다시 할까?

...할래요

입술이 부드럽게 뭉개지며 맞닿았다

움직임이 갈급했다

좁은 공간이 입술이 마찰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차라리 숨이 막혀 죽는 게 나을 것 같다

여태까지 그녀가 쌓은 모든 스펙이 휴지 조각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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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약이 놈이야

경계가 서린 할머니의 말과 행동은 달랐다

남자를 싫어하는 듯했지만 그를 쫓아내지는 않았다

무감했지만 정이 깃든 할머니의 표정에 그녀는 심경이 복잡했다

집요하게 물어봐도 할머니는 한결 같았다

많이 맡아본 향기를 이제야 알아챘다

풀리지 않는 남자의 정체에 호기심이 동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한참을 눈씨름 하다가 남자의 말문이 열렸다

하루가 지났지만 남자는 빈소를 떠나지 않았다

나한테 묻고 싶은 말이 많았을 텐데.. 이제야 묻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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