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를 봤어요?

그날 밤, 되게 잘 생긴 남자를 본 것 같았다

그런데 왜 거기에 계셨어요?

그를 작년 동아리 엠티 때 만난 적이 있었고 그날 인사도 나누었다

말했잖아. 뿔테가 더 잘 어울린다고

어쩐지 본 적도 없는 뿔테에 집착한다 싶었다

이 남자는 그 이야기를 왜 이제야 하는 걸까

그럼 그날 호텔에서 저를 알아보고 원나잇 한 거에요?

처음엔 몰랐어. 화장도 진했고 안경도 벗었고 머리 스타일도 달랐잖아

어차피 너는 그날 필름 끊긴 것 같고 굳이 언급할 필요 없는 거 아냐..

네가 스스로 떠올렸으면 했어

첫 키스는 애인이랑 하고 싶다며?

그러겠다고 죽어라 입술 사수하는 애한테 어떻게 말해

참고로 네가 먼저 들이댄 거야

입술을 빼앗긴 건 네가 아니라 내 쪽이고

첫 키스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는데...

키스랑 섹스 먹튀를 당한 내가 억울할까, 아니면 네가 더 억울할까?

너 되게 골 때려, 알아?

여기서 지면 남은 시간을 어색하게 어떻게 버텨요

다시 암흑이다

정적을 깬 건 그의 목소리였다

나 오늘 샘플 그딴 거 가지러 온 거 아니야

너 보러 온 거야

내 첫 키스 나는 기억하는데

기억이 안 나서 그렇게 억울하면 여기서 다시 할까?

...할래요

입술이 부드럽게 뭉개지며 맞닿았다

움직임이 갈급했다

좁은 공간이 입술이 마찰하는 소리로 가득 찼다

차라리 숨이 막혀 죽는 게 나을 것 같다

여태까지 그녀가 쌓은 모든 스펙이 휴지 조각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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