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쌓여 있는 접시를 보는 게 구역질이 날 만큼 거부감이 들었다
그녀는 느끼고 있는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토해냈다
차라리 이렇게 주접을 떠는 것이 그를 깔끔하게 떨치는 방법일 듯도 싶었다
여성성이라곤 실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여전히 그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졌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자세를 고쳐 앉고 물어보았다.
지난번엔 속궁합이 잘 맞아서 맛있는 걸 사준다더니 오늘은 내가 귀여워 보인다고?
속궁합을 맞춰 본 여자가 한 명뿐이라 다른 여자한테도 그럴지는 모르겠네
보통의 남자가 그렇듯 그도 이 정도 주접을 보이면 단박에 나가떨어질 터였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니 그녀는 묘하게 희열이 느껴졌다
설마.. 지금 동정이란 말이 하고 싶은 거에요?
뭐 하나 모자란 거 없이 다 가진 남자가 동정이라고요?
내가 남들보다 대부분 많이 가졌는데 딱 하나 많이 못 가져 본 게 있더라
어쩌면 그녀는 저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쭐한 마음보다 그를 향한 안쓰러움이 먼저 밀려왔다
네가 더 이상 동생의 친구나 부하 직원으로 보이지 않거든
넌 몰라도 난 그날 술김에 저지른 실수가 아니었거든
입을 가리고 있던 그녀의 손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녀의 심장도 저 아래로 매섭게 추락하는 것만 같았다
그날 네가 정말 눈 돌아갈 정도로 미치게 예뻤거든
그 모습을 보며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디에 정신이 팔려 있는 건지 완전히 넋을 놓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불안감은 더욱 배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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